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온강 이고은 변호사입니다.
“피해자와 합의는 했는데, 처벌불원서는 경찰조사 때 내면 될까요?”
자녀의 사건을 수습하다 보면 합의금 마련과 사과에 집중한 나머지, 서류 제출은 뒤로 미루기 쉽습니다. 피해자에게 서류를 받았으니 수사기관에도 당연히 전달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처벌불원서는 피해자의 의사가 확인되면 현재 사건을 담당하는 기관에 제출하고, 기록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제출 시점과 효력은 자녀에게 적용되는 혐의, 형사절차인지 소년보호절차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담는 내용이 다릅니다
합의서는 피해 회복을 위해 당사자들이 무엇을 약속했는지 담는 문서입니다. 배상금과 지급 방법,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내용 등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해당 사건에 대해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문서입니다.
따라서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불원 의사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합의서 안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명확하게 담겨 있다면, 반드시 별도 제목의 서류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문서 이름보다 실제 내용이 중요합니다. “원만히 합의했다”는 표현만 있는지, 누구의 어떤 행위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살펴야 합니다.
경찰 단계라면, 조사일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피해자의 자발적인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됐다면 담당 수사관에게 제출 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조사 당일에만 제출할 수 있는 서류는 아닙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면 담당 경찰관에게, 검찰로 송치된 뒤라면 담당 검찰청에, 재판 중이라면 해당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현재 단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서류를 받은 직후 사건이 송치되었다면 어디에 접수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 담당자에게 전달했다는 사실과, 현재 판단하는 기관의 기록에 반영됐다는 것은 따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제출할 때는 사건번호와 자녀의 이름을 정확히 적고 사본과 접수 내역을 보관해 두세요. 피해자가 직접 제출했다면 중복해서 요구하기보다 접수 여부부터 확인하면 됩니다.
‘1심 선고 전’이라는 기준은 모든 사건에 같지 않습니다
단순폭행이나 단순협박처럼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건에서 처벌불원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원칙적으로 형사재판의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의사표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항소심에서 제출하면 같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상해·절도·강제추행 등은 처벌불원서가 제출됐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가 끝나는 범죄가 아닙니다.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의사는 처분이나 형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지만, 사건 종결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자녀가 친구를 때린 사건이라도 구체적인 행위와 피해 결과에 따라 적용 혐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폭행 사건이니 합의하면 끝난다’고 단정하기 전에 실제 혐의를 확인해야 합니다.
소년보호사건에서는 합의 이후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소년보호재판은 형사재판과 목적과 절차가 다릅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됐더라도 그것만으로 보호처분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 회복은 중요한 자료이지만, 법원은 자녀에게 어떤 보호와 교육이 필요한지도 살핍니다. 반의사불벌죄의 형사재판에서 설명한 ‘1심 선고 전’이라는 기준을 소년보호재판에 그대로 적용해서도 안 됩니다.
이미 소년부에 사건이 접수됐다면 심리와 처분 판단에 참고될 수 있도록 합의서·처벌불원서 등 피해 회복 자료를 제출하고, 자녀의 생활 변화와 보호자의 지도 계획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을 시작했다면 실제 참여 내역을, 생활 관리를 바꾸었다면 구체적인 실천 내용을 정리해 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피해자가 학생이라면 작성 주체도 확인해야 합니다
또래 사이의 사건에서는 양쪽 부모가 합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부모끼리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 학생의 처벌불원 의사까지 항상 유효하게 표시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의 나이와 의사능력, 문서 작성 경위 등에 따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피해 학생과 보호자 중 누구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서명을 받기 위해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학교에서 직접 찾아가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사과와 합의 과정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락 방식부터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벌불원서를 받았다면 이제 안심해도 되는지보다, 현재 혐의에서 어떤 효력이 있고 어느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지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서류를 받는 일과 사건에 제대로 반영하는 일까지 챙겨야 피해 회복의 의미가 정확히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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