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가 있은 뒤 시간이 지났더라도 적용 죄명과 공소시효를 확인해야 합니다. 강제추행의 일반 공소시효와 미성년자·친족관계 등 특례를 구분하고,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의 기한도 따로 살펴야 합니다. 늦은 고소에서 문제 되는 증거와 진술을 두 사건의 1심 판단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의 일반적인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기간) 제1항 제3호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10년으로 정합니다. 따라서 별도의 시효 배제·연장·정지 사유가 없는 일반적인 강제추행은 10년이 기준입니다.
시효는 범죄행위가 끝난 때부터 셉니다(같은 법 제252조 제1항). 정확한 만료일은 범행이 끝난 날짜와 시효 정지·특례 사유를 확인해 계산해야 하며, 발생 연도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가해자가 형사처분을 피하려고 외국에 나가 있던 기간에는 시효가 멈춥니다(같은 법 제253조 제3항).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고소를 하는 기한이 아니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기한입니다. 고소장을 냈다고 시효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만료를 몇 달 앞두고 고소하면 수사를 마치기 전에 시효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2. 2013년 6월 이후 강제추행은 친고죄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고소기간) 제1항은 친고죄에 대해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하게 합니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입니다. 과거 강제추행도 친고죄였지만, 구 성폭력처벌법에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이라는 고소기간 특례가 있었습니다. 대법원도 친고죄 폐지 전 범행에 이 특례가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강제추행의 고소기간을 일률적으로 6개월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성범죄의 친고죄 규정은 2013. 6. 19. 폐지됐습니다. 그날 이후에 범한 강제추행은 6개월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공소시효 안이라면 고소할 수 있습니다.
모욕죄는 사정이 다릅니다. 지금도 친고죄여서 범인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추행 당시의 말이 공연성 등 모욕죄의 요건까지 충족한다면 두 죄의 기한을 따로 살펴야 합니다. 모욕적인 표현을 들었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별도의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3. 죄명이 바뀌면 시효도 달라집니다
성범죄는 적용 죄명과 범행 당시 법률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집니다. 다음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죄의 현행 법정형을 기준으로, 별도의 시효 정지·연장·배제 사유가 없는 경우를 비교한 것입니다. 신체 접촉이 있는 추행 외에 통신매체나 촬영 관련 범죄도 함께 구분합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제10조 제1항): 3년 이하의 징역, 공소시효 5년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제11조): 3년 이하의 징역, 공소시효 5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제13조): 2년 이하의 징역, 공소시효 5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제14조 제1항): 7년 이하의 징역, 공소시효 7년
갑자기 껴안는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한다면 강제추행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업무·고용 등 보호·감독 관계에서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도 검토합니다. 겉으로 비슷한 행위라도 관계와 구체적인 접촉 방법에 따라 적용 죄명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시효를 검토할 때는 구성요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직장 내 추행은 행위 당시의 관계와 신체 접촉, 폭행·협박 또는 위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시효가 길다는 이유로 죄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실과 자료가 어떤 구성요건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순서입니다.
4. 미성년자 때 당한 피해는 성년이 된 날부터 셉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공소시효에 관한 특례) 제1항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가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고 정합니다. 다른 시효 배제·연장 사유가 없는 15세 피해자의 일반적인 강제추행이라면 성년인 19세가 된 날부터 10년이 기준입니다. 다만 장애나 친족관계 등 특례와 범행 당시 법률·부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강제추행을 비롯한 일부 성폭력범죄는 DNA 같은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됩니다. 제3항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에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 제3호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관계 성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 규정은 2025. 12. 30. 공포한 날부터 시행됐고, 그 전에 행해진 범죄라도 시행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적용됩니다. 이미 완성된 시효를 되살리는 규정은 아니므로 범행일과 적용 조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5. 손해배상은 '안 날부터 3년'이 따로 흐릅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은 시효가 다릅니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제1항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제2항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가해자를 안다는 사실만으로 민사 시효의 기산점이 언제나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을 확인해야 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특례나 시효 진행에 영향을 주는 다른 사정도 살펴야 합니다.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는 사건이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은 별도로 시효를 다툴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에게는 예외가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성년이 될 때까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2020. 10. 20. 신설·시행된 조항으로, 시행 전 성적 침해로 생긴 청구권도 그날까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적용됩니다.
6. 늦은 고소의 사정과 당시 관계를 살핀 두 사건입니다
시효가 남아 있다는 것과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신고가 늦어진 사건에서는 그 이유와 당시 관계, 남아 있는 자료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신고 시점 하나만으로 진술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건에서도 당시 관계와 증거가 함께 검토됐습니다. 한 사건은 회식이 끝난 귀갓길에 직장 상사가 뒤에서 껴안고 허리를 만진 일이었습니다. 피해자는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해서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고소했습니다. 그 순간 지인과 통화 중이어서 거부하는 말이 녹음돼 있었고, 1심은 벌금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습니다.
다른 사건은 대학 선배에게 당한 추행에 관한 사건이었습니다. 검사의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소제기명령이 내려졌고, 이후 1심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상대방이 친밀한 관계의 근거로 제시한 사진이 고백을 거절하기 전의 것이라는 점도 판결에서 검토됐습니다. 이전에 가깝게 지냈다는 사정과 문제 된 접촉에 동의했는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대법원도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를 바로 알리지 못한 사정은 개별 사건의 생활과 관계 속에서 살펴야 합니다. 다만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해서도 안 되고, 늦은 신고라는 사정만으로 진술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고 보아서도 안 됩니다.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해 판단한다는 증거 원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7. 망설인 시간만큼 먼저 모아야 할 기록이 있습니다
고소를 생각하는 시점별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아직 망설이는 중: 그날의 메시지와 통화 기록, 사진을 지우지 않고 원본째 따로 옮겨 둡니다
사과나 해명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날짜와 보낸 사람이 함께 보이게 캡처합니다
고소를 결심했을 때: 사건 전후의 관계를 날짜순으로 적고 그 날짜를 뒷받침할 메시지나 게시물을 찾습니다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가까워졌을 때: 형사 고소와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권의 기산점과 시효 완성을 막을 조치를 확인합니다
몇 년을 혼자 견딘 일을 다시 꺼내는 데에는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시효가 남아 있다면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접을 일은 아닙니다. 시효 계산과 증거 정리를 함께 진행하되, 확인되는 사실과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8. 시효 계산에는 날짜와 적용 법률을 함께 적어 둡니다
시효를 확인하려면 우선 각 행위가 있었던 날짜를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해야 합니다. 여러 차례 피해가 있었다면 처음과 마지막 날짜만 적는 대신 행위별로 시기, 장소, 상대방, 당시 관계를 나누어 적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면 어느 행사나 학기, 이사 전후였는지처럼 시기를 좁힐 수 있는 자료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기간을 계산할 때는 범행 당시의 법률과 이후 개정법의 시행일 및 부칙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조문에 공소시효 특례가 있다고 해서 오래전 모든 범행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 당시 나이, 행위의 유형, 이미 시효가 완성됐는지 등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한 나이 계산만으로 종결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죄명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은 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에 특정 죄명을 적는 것과 그 죄의 요건이 실제로 인정되는 것은 별개입니다. 접촉 부위와 방법, 상대의 말과 행동, 저항이나 회피가 어려웠던 사정 등을 사실에 맞게 적고, 평가나 추측은 사실 서술과 구분합니다.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면 형사절차와 민사절차를 같은 일정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형사 고소가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문제도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 절차에서 어떤 조치를 언제 취했는지 따로 기록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9. 늦은 고소에서는 기록이 생긴 경위도 설명합니다
사건 직후 친구나 가족에게 피해를 알렸다면 당시 메시지와 통화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목격한 사실과 피해자에게 전해 들은 내용은 구분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작성한 메모도 작성 시점과 기억의 근거를 표시하고, 사건 직후부터 존재한 기록인 것처럼 설명하지 않습니다.
사진이나 메시지를 제출할 때는 촬영 또는 작성 시점과 사건과의 관계를 함께 설명합니다. 서로 가깝게 지내던 시기의 사진이 있다는 사실과 특정한 신체 접촉에 동의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반대로 관계가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증명되는 것도 아니므로 자료가 뒷받침하는 범위를 넘어서 단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과나 해명 메시지는 표현 자체뿐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떤 대화 뒤에 보냈는지 확인합니다. 짧은 문구만 잘라 내면 의미를 다투게 될 수 있어 원본 대화와 전후 흐름을 보존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미 사라진 자료가 있다면 그 이유와 확인한 범위를 사실대로 설명하고 내용을 기억만으로 복원해 원본처럼 제출하지 않습니다.
신고가 늦어진 사정도 당시 생활과 관계 속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했는지, 관계가 끊기기 어려웠는지, 주변에 알리는 것이 두려웠는지 등은 실제로 있었던 사정에 한정합니다. 늦은 신고가 곧 허위라는 결론도, 늦었으므로 반드시 믿어야 한다는 결론도 모두 피하고 진술과 자료를 종합해서 살펴야 합니다.
이 글에 소개한 두 사건은 각각의 증거와 절차를 거쳐 1심 판단을 받은 사례입니다. 다른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시효가 남아 있는지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므로 어느 하나만 확인하고 다른 검토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소개한 사건은 확인된 사건자료를 바탕으로 비식별화해 설명한 개별 사례이며,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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