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설립이나 건축허가, 영업허가를 맡기면서 "허가가 나오면 큰 금액을 주겠다"는 약정서에 도장을 찍었다가, 막상 결과가 나온 뒤 보수가 터무니없이 많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대행업자가 "담당 공무원에게 써야 할 돈"이라며 별도 비용을 요구해 이미 송금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아 돈의 행방을 따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상황은 비슷해 보여도 법적 취급이 전혀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인허가 대행 보수가 어떤 경우에 깎일 수 있는지, 로비 자금이 섞인 약정은 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지, 그리고 이미 낸 돈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인허가 대행 보수 약정의 법적 성격 — 유상 위임이 출발점
인허가 대행은 서류 작성, 관계 기관 협의, 보완 요구 대응, 허가 신청 대리 등을 맡기는 계약으로, 법적으로는 대부분 위임(민법 제680조)에 해당합니다. 위임은 무상이 원칙이지만 보수를 약정하면 민법 제686조에 따라 수임인은 약정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보수는 보통 착수금과 성공보수(허가가 나오면 지급하는 금액)로 나뉘고, 약정서에 "허가 취득 시 ○○원"처럼 결과에 연동해 적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임은 결과를 보증하는 계약이 아니라 사무를 성실히 처리하는 계약이라는 것입니다. 일을 끝낸 수임인이 약정대로 보수를 청구하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이를 인정합니다. 다만 보수가 지나치게 많아 신의칙에 어긋난다면 예외가 생기고, 보수의 일부가 공무원 청탁 비용이라면 그 부분은 아예 법이 보호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갈래가 이 글의 핵심 축입니다.
착수금 — 서류 준비와 협의 착수의 대가. 결과와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이 보통.
성공보수 — 허가·승인·등록이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지급하는 조건부 금액.
실비 — 인지대, 감정·측량·설계 비용 등 제3자에게 나가는 돈. 영수증으로 증명 가능해야 함.
"기타 경비" 명목 — 용도가 불분명한 항목. 이 항목에 로비 자금이 숨는 경우가 많음.
보수 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지나치게 과다하면 감액되고 공무원 청탁 비용이 섞이면 그 부분은 무효다.
약정 보수는 원칙적으로 전액 청구 가능 — 감액은 예외다
보수가 많다고 느낀다고 해서 곧바로 깎이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2다293937 판결(2023. 8. 31. 선고)은 변호사의 소송위임 보수 사건에서, 위임사무를 마친 수임인은 원칙적으로 약정 보수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전제합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사자가 스스로 정한 금액은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의뢰인이 감액을 주장했더라도 법원이 충분한 근거 없이 약정액의 10%만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은 변호사 사건이지만, 근거로 삼은 것이 민법 제2조(신의성실)와 제686조(수임인의 보수청구권)이므로 유상 위임 일반에 같은 논리를 적용해 다투는 것이 통상의 접근입니다. 즉 인허가 대행 보수도 "약정했으니 전부 지급"이 기본이고, 감액을 원하는 쪽이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합니다. 같은 판결은 이 증명책임이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주장하는 측에 있다고 명시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88조). 막연히 비싸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분쟁이 생겼을 때 먼저 확인할 것은 약정서의 문언과 체결 경위입니다. 보수 산정 방식이 명확한지, 의뢰인이 금액을 이해하고 합의했는지,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받는 돈과 결과에 연동된 돈이 구분되어 있는지가 이후 모든 판단의 바탕이 됩니다.
감액이 인정되는 기준 — 법원이 보는 여섯 가지 사정
대법원은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로 청구를 제한합니다. 위 판결이 열거한 고려 요소는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얻은 구체적 이익,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입니다. 인허가 사안에 옮기면 대행업자가 실제로 들인 작업량, 허가의 난이도, 허가로 의뢰인이 얻는 이익의 규모가 중심이 됩니다.
가정 사례로 보겠습니다.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의 건축허가 대행에 착수금 300만원, 허가 시 성공보수 1억원을 약정했는데, 대행업자가 한 일이 표준 설계도서 접수와 보완 요구 한 차례 대응에 그쳤다면, 허가로 얻는 이익이 크더라도 작업량과 난이도에 비해 성공보수가 과다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환경영향 문제로 수차례 반려된 사업을 장기간 보완해 허가를 받아낸 경우라면 높은 성공보수도 정당화되기 쉽습니다.
작업량 — 실제 작성·제출한 서류, 관청 협의 횟수, 투입 기간을 기록으로 확인.
난이도 — 반려·보완 이력, 법령상 요건의 까다로움, 민원 발생 여부.
의뢰인 이익 — 허가로 늘어난 토지·사업 가치. 다만 이익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보수가 정당화되지는 않음.
체결 경위 — 허가 가능성이 이미 확실한 상태에서 높은 성공보수를 설정했는지.
업계 통상 수준 — 유사 대행의 보수 수준과의 비교 자료.
감액 판단에서 법원은 합리적인 근거를 밝혀야 하므로, 의뢰인 쪽은 위 요소별로 자료를 정리해 제출해야 합니다. 대행업자의 업무일지, 주고받은 메시지, 관청 접수 이력, 비교 견적을 모아두면 주장이 구체화됩니다.
로비 자금이 섞인 약정 — 민법 제103조로 무효
보수 중 일부가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할 돈", "윗선에 힘써 줄 비용"이라는 명목이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정합니다.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금품을 건네 인허가를 얻어주겠다는 약정은 공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해치므로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의 전형으로 취급됩니다. 이 경우 감액이 아니라 무효이므로, 약정에 따른 이행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형사법상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매길 수 있도록 합니다. 대행업자가 실제로 공무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면 의뢰인 쪽도 형법 제133조의 뇌물공여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이 큽니다. 뇌물공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실제로 돈이 공무원에게 가지 않고 대행업자가 중간에서 챙겼더라도 결론은 같습니다. 청탁·알선 "명목"으로 받는 것만으로 변호사법 제111조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이 속았는지, 알고 건넸는지에 따라 의뢰인의 형사 책임은 달라지지만, 약정의 효력 판단은 별개로 무효 쪽으로 기웁니다.
청탁 명목의 금품 약정은 감액의 문제가 아니라 효력 자체가 없는 문제이고, 형사 책임까지 따라올 수 있다.
일부만 무효인지 전부 무효인지 — 민법 제137조의 분리 판단
현실의 약정서는 합법적 대행 업무와 로비 명목이 한 문서에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행 수수료 5천만원, 기타 경비 1억원, 허가 시 정산" 같은 식입니다. 이때 민법 제137조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이면 전부 무효로 하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분리가 가능한지가 쟁점이 됩니다.
분리가 쉬운 경우는 서류 작성 수수료와 청탁 비용이 금액·항목별로 명확히 나뉜 약정입니다. 법원은 청탁 비용 부분만 무효로 보고 정당한 대행 수수료 부분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허가가 나오면 총 2억원"처럼 결과에 연동된 하나의 금액에 로비가 전제되어 있다면, 그 금액 전체가 청탁의 대가로 성립된 것이어서 전부 무효로 판단될 위험이 커집니다. 이 구분은 약정서 문구, 당사자가 주고받은 메시지, 대행업자가 실제로 한 일의 내용으로 판단합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정당한 부분은 지급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로비 명목 부분을 무효로 다투는 편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반대로 대행업자가 청구하는 입장이라면 청탁과 무관한 실제 업무 내역을 항목별로 분리해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미 보낸 돈은 돌려받을 수 있나 — 불법원인급여의 벽
약정이 무효라고 해서 이미 지급한 돈을 자동으로 되찾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며, 다만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둡니다. 공무원에게 줄 돈이라며 건넨 금전은 급여자 자신에게도 불법의 원인이 있다고 보아 반환이 막히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로비 명목이 아닌 정당한 대행 수수료로 지급한 부분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므로 대행이 이행되지 않았다면 채무불이행 해제와 원상회복, 또는 부당이득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둘째, 대행업자가 처음부터 돈을 전달할 의사 없이 로비를 한다고 속여 받았다면 사기(형법 제347조 제1항,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피해를 주장하는 길이 있고, 이 경우 불법원인이 수익자 쪽에 더 크다는 점이 반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의뢰인이 속은 사정이 분명하다면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다고 보아 단서를 적용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송금 내역 — 날짜, 금액, 받는 계좌, 송금 시 메모를 보존.
약정서·견적서 — 항목별 명목이 어떻게 적혔는지, 로비 문구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
대화 기록 — 메신저·문자·녹취에서 "공무원", "담당자에게 전달" 등의 표현 확보.
실제 업무 결과물 — 대행업자가 작성·제출한 서류와 관청 접수 이력으로 정당한 업무 범위를 확정.
분쟁이 생겼을 때의 대응 순서 — 의뢰인과 대행업자 각각
의뢰인이 보수 문제로 다투게 되었다면 먼저 지급하지 않은 잔금이 있는지부터 봅니다. 잔금 청구를 받은 상태라면 감액 주장은 항변이 되고 증명책임은 의뢰인에게 있습니다. 이미 전액을 지급했다면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되어 불법원인급여 쟁점이 앞에 놓입니다. 어느 쪽이든 약정서와 송금 내역, 업무 경과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대행업자 입장에서는 청탁 명목이 약정서나 메시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항목을 넣지 않는 것이 유일하게 안전한 길입니다. 문서에 "인허가 협의 비용", "관계 기관 접대" 같은 모호한 항목이 있으면 수사기관에서 청탁 명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행 업무의 범위가 법이 허용한 서류 작성·제출 대행을 넘어 행정청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식으로 흐르면 그 자체로 위험합니다.
어떤 입장이든 협의가 어려울 때는 약정금 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 소송으로 넘어가게 되고, 로비 명목이 확인되면 형사 고소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민사와 형사가 맞물리는 구조이므로, 한쪽만 보고 대응하면 다른 쪽에서 불리한 진술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가가 났는데 보수가 너무 비싸면 무조건 깎을 수 있나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약정 보수는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감액을 원하는 쪽이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칙에 반한다는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합니다. 작업량, 난이도, 의뢰인이 얻은 이익 등을 종합해 판단하며, 인정되면 적당한 범위로 조정됩니다.
Q. 약정서에 "로비 비용"이라는 말이 없으면 안전한가요?
A. 문구가 없어도 실질이 공무원 청탁 비용이면 같은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문서의 표현보다 실제 오간 대화, 금액의 사용처, 업무 내용을 종합해 약정의 성격을 정합니다. 용도 불명의 "기타 경비"는 오히려 의심을 키웁니다.
Q. 로비 명목으로 이미 보낸 돈은 전혀 못 돌려받나요?
A. 민법 제746조에 따라 불법원인급여는 반환이 막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정당한 대행 수수료 부분, 대행업자가 처음부터 전달할 의사 없이 속인 경우,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에는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돈을 공무원에게 전달하지 않고 대행업자가 챙겼다면 처벌이 없나요?
A. 변호사법 제111조는 청탁·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것만으로 성립하므로 실제 전달 여부와 무관합니다. 공무원에게 전달하지 않고 편취했다면 사기죄 성립 여부도 함께 검토됩니다.
Q. 정당한 수수료와 로비 비용이 한 약정에 섞여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137조에 따라 무효 부분이 없어도 같은 약정을 했을 것으로 인정되면 나머지는 유효합니다. 항목이 나뉘어 있으면 로비 부분만 무효가 되기 쉽고, 결과에 연동된 하나의 금액이면 전부 무효가 될 위험이 큽니다.
Q. 로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의뢰인도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나요?
A. 공무원에게 줄 돈임을 알고 건넨 사실이 인정되면 형법 제133조의 뇌물공여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행업자에게 속아 돈을 준 경우에는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알고 지급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맺음말
인허가 대행 보수 분쟁은 보수가 많다는 이유로 곧바로 깎이는 구조가 아닙니다. 약정 보수는 원칙적으로 전액 유효하고, 감액은 신의칙상 부당하게 과다하다는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인정되는 예외입니다. 반면 공무원 청탁 명목의 금품이 섞인 약정은 감액이 아니라 민법 제103조에 따른 무효이며, 변호사법 제111조와 형법 제133조라는 형사 책임까지 얽힙니다.
이미 지급한 돈은 불법원인급여 때문에 되찾기 어렵지만, 정당한 수수료 부분과 기망에 의한 피해 부분은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약정서 문구, 송금 내역, 업무 결과물을 먼저 모아두는 것이 어느 쪽에서든 출발점입니다. 약정 단계라면 로비 성격의 항목을 넣지 않는 것이, 분쟁 단계라면 민사와 형사를 함께 보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판단이 어려운 부분은 사실관계를 정리해 전문가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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