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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 후 '가짜 변호사·대출 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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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 후 '가짜 변호사·대출 사기'까지 

박기태 변호사

보이스피싱은 한 번의 전화로 끝나는 범죄가 아닙니다.

최근 상담 현장에서는 SNS 광고로 시작해 상금 사기, 수사기관 사칭, 가짜 변호사, 대출 사기, 해외 취업 알선까지 한 사람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 유형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피해 흐름을 단계별로 살펴보고, 각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점과 피해 이후 대응 방법을 정리합니다.

1. 피해는 이렇게 단계적으로 커집니다

1단계, 체험단·모델 모집 광고

SNS에 "해외 유명 다이어트약 한국 출시, 체험단 모집, 1등은 해외 모델 기회"와 같은 광고가 올라옵니다. 신청하면 라벨이 없는 약이 배송되고, 복용 후 비포·애프터 사진을 보내면 "1등에 선정됐다"는 연락이 옵니다.

2단계, 상금과 선입금 요구
상금을 받으려면 특수한 해외 계좌가 필요하다며 개설비를 먼저 요구합니다. 안내받은 사이트에 접속하면 실제로 상금이 입금된 것처럼 보이지만, 출금하려 하면 '제세공과금', '해외 세무당국 확인' 등을 이유로 수천만 원의 추가 입금을 요구합니다. 사이트에 표시된 잔액은 사기 조직이 만든 화면 속 숫자에 불과합니다.

3단계, 수사기관 사칭과 가짜 영장
사기를 의심하는 순간 검찰을 사칭한 연락이 옵니다. "복용한 약이 마약으로 확인됐다"며 피해자를 피의자로 몰고,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그대로 본뜬 가짜 사이트 링크를 보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합니다. 이 사이트는 입력한 정보 그대로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화면을 만들어 보여 줍니다.

4단계, 고립과 송금 유도
"경찰이 집으로 가고 있다, 잡히면 도와줄 수 없다"며 숙박업소 등에 숨어 있게 하고, 반성문 작성과 '기부' 명목의 송금을 반복적으로 지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출까지 받아 송금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는 실제 경찰이 찾아와도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것으로 오인해 피하려 하기도 합니다.

5단계, 피해 회복을 미끼로 한 2차 피해
피해를 인지한 뒤에도 함정은 이어집니다. "화이트 해커와 협업해 100% 복구"를 내세우는 가짜 변호사 광고, "거래 내역을 만들어 주겠다"며 금융 계정 아이디·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소액대출 광고, 텔레그램을 통한 고수익 부업·해외 취업 알선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계정 정보를 넘긴 경우, 그 계정이 다른 범죄에 이용되어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쇄적인 피해는 서로 다른 조직에 우연히 반복 노출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처음 접근한 조직이 '속일 수 있는 대상'으로 판단해 지속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2. 단계별로 확인해야 할 경고 신호

상금이나 당첨금을 받기 위해 돈을 먼저 내라고 한다면 사기를 의심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경품·상금은 수령을 위해 별도의 계좌 개설비나 세금을 사기 업체에 미리 송금하게 하지 않습니다.

검찰·경찰·금융감독원은 전화나 문자로 송금을 요구하지 않고, 문자로 보낸 링크를 통해 영장을 확인하게 하지도 않으며, 특정 장소에 머물라고 지시하지 않습니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 일단 통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대출을 위해 금융 계정의 아이디·비밀번호, 통장, 카드 등을 넘기라는 요구는 거절해야 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양도·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넘긴 정보가 범죄에 이용되면 피해자 본인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검색을 통해 실제 등록된 변호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SNS 광고에는 그럴듯한 사진과 프로필로 꾸민 가짜 변호사가 적지 않고, 실존 변호사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100% 복구"처럼 결과를 장담하는 곳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3. 피해를 입었다면 바로 해야 할 일

첫째, 송금 직후라면 즉시 112 또는 송금한 금융회사에 연락해 지급정지를 요청합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피해자가 금융회사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사기이용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기 조직은 송금된 돈을 빠르게 분산 인출하므로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화로 요청한 경우에는 정해진 기간 안에 서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므로, 금융회사에 제출 기한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피해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모두 보관합니다.

광고 화면, 메시지·통화 기록, 송금 내역, 접속했던 사이트 주소와 화면 캡처 등은 수사와 피해구제, 이후 채무 정리 절차에서 모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셋째, 다만 모든 사기 피해가 위 특별법상 피해구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 유형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급정지와 별개로 수사기관 고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다른 구제 수단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넷째, '돈을 찾아 주겠다', '부업을 주선해 주겠다'는 연락에는 응하지 않습니다.

피해 직후의 조급함을 노린 연락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입니다.

4. 피해로 생긴 채무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보이스피싱 피해 과정에서 대출을 받거나 생활비가 부족해져 채무가 늘어난 경우, 소득과 재산 상황에 따라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무가 생긴 경위를 법원에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앞서 보관한 피해 자료가 그대로 활용됩니다.

또한 계정 정보를 넘겨 피의자로 연락을 받은 경우처럼 형사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면, 채무 정리와 별도로 수사 대응도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절차 선택과 진행 가능성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문가와 상담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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