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세윤 변호사입니다.
술자리 이후 기억이 끊겼는데, 다음 날 낯선 장소에서 눈을 떴거나 원하지 않았던 성적 접촉이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은 “서로 동의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때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아니라, 성적 행위 당시 어떤 상태였고 상대방이 그 상태를 이용했는지입니다.
기억이 없다는 것과 당시 판단할 수 없었다는 것은 구별됩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적 행위를 문제 삼는 범죄입니다. 음주로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이른바 ‘블랙아웃’은 의식을 잃는 상태와 구별되므로, 나중에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성립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당시 걷거나 짧은 대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대법원은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라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사건 전후의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해야 합니다.
‘얼마나 마셨는지’와 ‘어떤 상태였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당시 상황을 정리할 때에는 다음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음주한 시간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장면과 다시 기억이 시작되는 장면
동석자가 본 말투·걸음걸이·구토·수면 등의 상태
장소를 이동한 방법과 이동 과정의 영상·결제 기록
상대방이 사건 이후 설명한 내용과 주고받은 대화
예를 들어 혼자 걷기 어려워 부축을 받았는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는지, 반복해서 잠들었는지 등은 당시 상태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모습만 떼어 결론 내리기보다 전체 흐름을 살펴야 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지 마십시오
피해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기억의 공백을 추정으로 메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기억하는 내용과 나중에 확인한 내용을 구분하는 편이 정확한 조사에 도움이 됩니다.
“그 장면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 날 상대방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라는 진술과 “당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라는 진술은 서로 다릅니다. 상대방의 설명도 확인이 필요한 자료이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은 아닙니다.
신체적 피해가 있거나 약물 사용이 의심된다면 증거를 정리하느라 진료를 미루지 말고, 의료기관이나 해바라기센터에 당시 상황을 알리고 필요한 진료와 증거채취를 상담하십시오.
피해 회복을 위한 자료도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사건 이후 치료나 상담을 받았다면 관련 기록과 지출 내역을 보관하십시오. 이후 손해배상을 검토할 때 피해의 내용과 경과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 끊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대응을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남아 있는 자료를 통해 당시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고소와 피해 회복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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