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마치면 가족에게 남는 질문은 대개 하나입니다. 아버지 이름으로 무엇이 있었고 무엇을 갚아야 하느냐는 것이죠. 이 질문에 가장 넓게 답하는 제도는 사망신고 때 함께 신청할 수 있는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재산과 빚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어디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나요?
다만 이 조회는 기관 전산에 등록된 정보만 모읍니다. 그래서 개인 사이의 빚과 보증은 나오지 않고, 그것까지 확인해 상속 여부를 정할 시한은 돌아가신 것을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
가령 3월 10일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큰딸이 사흘 뒤 사망신고를 하며 안심상속을 같이 신청했다고 해 봅니다. 3주쯤 뒤 예금 2,300만 원, 승용차 1대, 카드 대금 400만 원이라는 결과가 왔고, 큰딸은 아무 절차 없이 3개월을 넘깁니다. 그런데 8월에 아버지의 오랜 친구가 5,000만 원짜리 차용증을 들고 찾아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받은 결과가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조회가 보여 줄 수 없는 빚이었던 거죠.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 신청 방법
안심상속은 행정안전부의 통합 서비스입니다. 한 번 신청하면 여러 기관에 흩어진 돌아가신 분의 재산과 채무 정보를 한꺼번에 조회해 줍니다. 사망신고를 하는 주민센터나 시·구청에서 함께 신청할 수 있고, 나중에 따로 방문하거나 정부24로 신청해도 됩니다. 신청은 상속인이 하며, 기한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1년 이내입니다.
흔한 실수는 조회할 항목을 고르는 칸에서 나옵니다. 신청서는 금융거래, 국세, 지방세, 연금 같은 항목을 하나씩 표시하게 되어 있어서 표시하지 않은 항목은 결과가 오지 않거든요. 빚을 확인하려면 금융거래와 세금, 연금 항목을 빠짐없이 표시합니다.
조회가 접수되면 금융회사는 돌아가신 분 계좌의 입출금을 막는 것이 보통입니다. 자동이체가 멈추는 불편은 생깁니다. 대신 상속인이 아버지 예금에 손대는 일도 막히는데, 이 점은 뒤의 3개월 기한에서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안심상속 조회 범위와 결과 확인
조회 결과는 크게 다섯 갈래입니다. 금융거래 조회는 금융회사의 예금, 보험계약, 대출과 카드 채무를 보여 주고, 한국신용정보원 자료로 채무보증 정보까지 알려 줍니다. 국세와 지방세는 체납액·고지세액·환급액을, 공적연금은 가입 여부와 공단에서 빌린 대여금 채무를 확인해 줍니다. 토지·건축물과 자동차는 아버지 명의의 소유 내역이 나옵니다.
토지·자동차·지방세 결과는 7일 안에, 금융거래·국세·연금 결과는 20일 안에 옵니다. 결과는 신청 때 고른 문자·우편·방문 가운데 한 방법으로 받습니다. 금융거래 결과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회사별로 확인합니다.
부동산은 아버지 명의로 몇 필지, 몇 채가 있는지만 알려 줄 뿐 시세나 그 위에 잡힌 담보는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 집에 걸린 빚은 두 기록을 맞춰 봐야 드러납니다. 등기사항증명서 을구에 적힌 근저당, 곧 집을 담보로 잡힌 기록과 금융거래 결과의 대출입니다. 예금이 2,000만 원 나왔어도 집에 대출이 1억 원 남아 있다면 계산은 처음부터 달라지죠.
이 정도면 빠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는 기관 전산에 등록된 재산과 빚만 모읍니다. 개인 사이의 빚과 보증은 조회 결과에 나오지 않습니다.
조회에 안 나오는 개인 간 채무
안심상속은 기관이 등록한 정보를 모으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등록해 둘 기관이 없는 빚은 처음부터 결과에 없습니다. 큰딸이 놓친 5,000만 원도 개인끼리 차용증을 쓰고 계좌로 주고받은 돈이었습니다. 조회에 잡히지 않는 빚은 대개 아래와 같고, 그 흔적은 아버지 계좌의 거래내역이나 휴대전화 문자에 남아 있곤 합니다.
· 친척이나 지인에게 빌린 돈
· 아버지가 세를 준 집의 보증금, 곧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
· 등록하지 않은 사채업자의 대출
· 사업을 했다면 거래처 대금과 밀린 임금
이 가운데 가장 자주 놓치는 빚이 보증금입니다. 아버지 명의 빌라가 건축물 조회에 나오고 시세가 2억 원이라고 해 보죠. 그 집에 보증금 1억 8,000만 원을 낸 세입자가 있다면 상속인 몫은 사실상 2,000만 원입니다.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도 상속인이 이어받는데, 전세권이나 임차권등기가 없으면 이 보증금은 등기사항증명서에 나오지 않아 임대차계약서로 확인합니다.
개인 채권자는 장례식장에서, 혹은 몇 달 뒤에 상속인을 찾아오곤 합니다. 이때 일부라도 먼저 갚으라거나 상속인 이름으로 각서를 써 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상속인이 자기 이름으로 빚을 떠안는 문서에 서명하면, 나중에 상속을 포기해도 그 약정에 따른 책임은 따로 남을 수 있습니다. 서명은 상속 여부를 정한 뒤로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사망자 보증채무 상속 범위
아버지가 생전에 남의 빚에 보증을 섰다면 그 책임도 상속인에게 넘어옵니다.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상속인은 상속이 시작된 때부터 돌아가신 분의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이어받습니다. 보증채무도 그 의무에 들어갑니다.
보증이 조회에 나오는지는 누구의 빚에 섰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금융회사 대출에 선 보증은 신용정보원 자료를 거쳐 금융거래 결과에 나올 수 있습니다. 개인 간 차용에 선 보증은 기록이 없습니다. 실제로 돈을 빌린 주채무자가 연체해야 비로소 청구가 오기 때문에 몇 년 뒤에야 드러나기도 합니다.
외상 거래처럼 앞으로 계속 생길 빚을 보증하는 것을 계속적 보증이라 합니다. 법원은 보증 기간과 한도액을 모두 정하지 않은 계속적 보증이라면 사망 당시 이미 생겨 있던 채무만 상속된다고 봅니다. 반면 한도액이 정해져 있었다면 상속인이 보증인 지위를 이어받는다고 판단합니다. 이 경우 상속인은 그 한도 안에서 사망 뒤 생긴 채무까지 책임질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보증을 섰다는 말만 들려올 때는 어떻게 될까요. 2016년 2월 4일부터 시행된 민법 제428조의2는 보증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그 뒤에 맺은 보증이라면 서면 없이 말로만 한 보증은 효력이 없습니다.
상속포기 3개월 기한 계산
상속인이 고를 수 있는 방식은 셋입니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그중 하나를 고르게 합니다. 단순승인은 재산과 빚을 모두 이어받는 것입니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것이고(민법 제1028조),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는 것입니다(민법 제1042조). 한정승인과 포기는 이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3개월이 지나면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따라 단순승인한 것으로 봅니다.
3개월은 사망 사실과 자기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부터 셉니다. 3월 10일 사망을 그날 알았다면 민법 제157조에 따라 첫날을 빼고 3월 11일부터 셉니다. 그러면 제160조에 따라 6월 10일에 기간이 끝납니다. 개인 채무 확인이 길어지면 같은 항 단서에 따라 기간이 끝나기 전에 가정법원에 연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장례를 치른 지금, 아버지 차를 처분할지 통장 잔액을 가족 계좌로 옮길지 이미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이 기간에 상속재산을 팔거나 예금을 찾아 쓰면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단순승인한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3개월이 남았어도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할 수 없고, 남는 것은 뒤에 볼 특별한정승인뿐입니다.
조회 결과에 빚이 없고 개인 채무의 흔적도 없다면, 3개월이 지나는 것만으로 단순승인이 되어 법원에 낼 서류가 따로 없습니다. 안심상속 신청과 결과 확인, 등기사항증명서 열람도 상속인이 직접 하는 일입니다.
3개월 뒤 발견된 빚과 특별한정승인
3개월이 지난 뒤 빚이 드러났다면 상속포기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정승인은 아직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19조 제3항은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안에 알지 못한 상속인을 위한 규정입니다. 단순승인을 했거나 단순승인으로 보게 된 상속인이라도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고, 이를 특별한정승인이라 부릅니다.
승용차를 500만 원으로 치면 큰딸이 물려받은 재산은 예금과 합쳐 2,800만 원입니다. 빚은 카드 대금 400만 원과 차용금 5,000만 원을 더한 5,400만 원입니다. 차용증을 본 8월에 빚이 재산을 2,600만 원 넘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큰딸은 그날부터 3개월 안에 특별한정승인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요건이 인정되면 갚을 범위는 물려받은 2,800만 원 한도로 줄어듭니다.
결론은 중대한 과실이 없었느냐에 달려 있고, 그 증명은 상속인 몫입니다. 법원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한 경우를 중대한 과실로 봅니다. 기관 조회를 모두 마쳤는데 문제의 빚이 조회에 나올 수 없는 개인 차용이었다면, 그 사정이 과실이 없었다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조회를 하지 않았거나 생전에 아버지가 독촉에 시달리는 것을 가족이 알았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3월에 해 둔 조회가 여기서 다시 쓰이는 셈입니다.
3개월이 지난 뒤 빚이 드러났다면,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는 사정을 증명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 가운데 일부만 포기하면 그 몫은 남은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미성년 상속인이라면 3개월을 법정대리인이 안 날부터 세므로, 이런 경우에는 위 계산이 달라집니다.
정리하면, 안심상속 조회와 함께 계좌 거래내역·임대차계약서로 개인 빚을 확인하고, 사망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상속 방식을 정해야 합니다.
휴대전화에 남은 채권자의 첫 문자나 차용증을 처음 받아 든 날짜를 찾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옆에 적어 보세요. 그 날짜가 사망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이라면 제1019조 제1항의 세 가지 선택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3개월을 넘겼다면 그 문자 속 금액이 조회된 재산보다 크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는지를 따져 보세요. 그 답이 특별한정승인 3개월을 세는 기준일을 정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