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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 회장이 총회 소집을 거부할 때, 차석 연고항존자가 대신 소집하는 요건과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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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 회장이 총회 소집을 거부할 때, 차석 연고항존자가 대신 소집하는 요건과 절차 

강대현 변호사

종중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문중 땅을 팔지 말지를 두고 종중원들이 임시총회를 열자고 요구했는데 회장이 아무 이유 없이 소집을 거부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총회를 못 열면 대표자 선출도, 재산 처분 결의도 멈춰 버리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분쟁만 깊어집니다. 이럴 때 법원은 종중 안에서 항렬과 연령이 그다음으로 높은 사람, 즉 차석 연고항존자가 소집권자를 대신해 총회를 열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요건이 갖춰져야 대신 소집이 유효한지, 소집 요구와 통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차를 잘못 밟으면 어떤 위험이 남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종중 총회 소집권자는 누구인가 — 규약이 먼저, 없으면 연고항존자

종중은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후손으로 구성되는 법인 아닌 사단입니다. 종중 재산은 구성원 전체가 함께 소유하는 총유에 해당하므로, 그 관리와 처분은 민법 제276조 제1항에 따라 사원총회, 즉 종중총회의 결의로 정해야 합니다. 회장 한 사람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총회를 누가 소집하느냐가 종중 운영의 출발점이 됩니다.

소집권자는 우선 종중 규약이 정합니다. 규약에 "총회는 회장이 소집한다"고 되어 있다면 회장이 규약에 따른 적법한 소집권자입니다. 규약이 없거나 소집권자에 관한 규정이 비어 있다면 일반 관례에 따라 종중의 연고항존자가 소집권자가 됩니다. 연고항존자란 생존하는 종중원 가운데 항렬이 가장 높고 그 항렬 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을 말합니다. 예컨대 같은 항렬이 여럿이면 나이순으로 서열이 정해지고, 항렬이 한 단계 낮더라도 나이가 더 많다고 서열이 앞서지는 않습니다.

  • 1순위 — 종중 규약이 정한 소집권자(회장 등).

  • 규약에 소집권자 규정이 없을 때 — 관례상 소집권자인 연고항존자.

  • 소집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집 요구를 거부할 때 — 차석 연고항존자 또는 발기인(소집을 요구한 발의자들).

종중총회의 소집권자는 규약이 먼저 정하고, 규약이 없으면 연고항존자이며, 이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차석 연고항존자나 발기인이 대신할 수 있다.

회장이 거부해도 총회가 열리는 이유 — 차석 연고항존자·발기인의 대행 소집권

소집권자가 거부하면 총회가 영영 못 열린다면 종중은 소집권자 한 사람에게 사실상 인질로 잡히게 됩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종중원들이 종중재산의 관리 또는 처분 등을 위해 규약상 적법한 소집권자나 연고항존자에게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는데 그 소집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는다면, 차석 연고항존자 또는 발기인이 소집권자를 대신해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는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다53563 판결,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83199, 83205 판결을 거쳐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86304 판결에서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서 발기인은 총회 소집을 요구한 발의자들을 가리킵니다. 즉 반드시 차석 연고항존자가 나서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집을 요구했던 종중원들이 직접 소집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가정을 들어 보겠습니다. 종중원 12명이 문중 임야 매각 안건을 올려 임시총회를 요구했는데 규약상 소집권자인 회장이 응답 없이 석 달을 보냈다면, 요구했던 종중원들이 발기인 자격으로 소집통지를 발송하고 총회를 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권한은 모든 거부에 무조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부가 정당한 이유 없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소집 요구부터 제대로 — 요구가 없으면 대행 소집권도 생기지 않는다

대행 소집이 유효하려면 그 전제로 소집권자에게 소집을 요구한 사실이 있어야 합니다. 요구해 보지도 않고 곧바로 차석 연고항존자나 발기인 명의로 총회를 열면, 소집권자가 거부했다는 전제가 없는 셈이어서 소집권한 없는 사람이 연 총회가 됩니다. 이 총회에서 한 결의는 소집절차의 하자로 무효가 될 위험이 큽니다. 순서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요구는 나중에 입증할 수 있는 형태로 남겨야 합니다. 구두로 한 요구는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는 반박에 취약하므로 내용증명우편이 가장 안전합니다. 요구서에는 요구자 명단과 연락처, 회의의 목적사항(안건), 희망 개최 시기를 적고 가능하면 복수의 종중원이 연명하는 편이 좋습니다. 안건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종중 문제 논의"처럼 모호하게 적으면 거부하는 쪽에서 요구 자체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 요구서 — 안건 특정, 요구자 연명, 회신 기한(예: 도달 후 2주) 명시.

  • 송달 증거 — 내용증명과 배달증명, 수신 거부 시 반송 기록 보관.

  • 거부 증거 — 회신서, 문자·메신저 대화, 무응답 기간을 보여 주는 기록.

  • 종중원 자격 증명 — 족보, 제적등본·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요구자의 후손 지위 확인.

정당한 이유 있는 거부와 없는 거부 — 법원이 보는 지점

대행 소집의 핵심 요건인 "정당한 이유 없음"은 사안별로 판단됩니다. 대법원 판결이 직접 다룬 사안을 보면, 연고항존자가 소집을 위임하는 서류에 서명날인까지 해 주었다가 얼마 뒤 위임을 철회하고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소집을 거부했고, 법원은 그런 경우 발기인이 소집한 임시총회의 소집권한을 인정했습니다. 소집 의사를 보였다가 번복했다는 사정만으로 거부가 정당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거부 사유가 설득력을 갖는지는 결국 요구의 내용과 거부의 이유를 비교해 봐야 합니다. 요구한 사람이 종중원이 아니거나, 이미 총회에서 부결된 안건을 같은 내용으로 반복 요구하는 경우, 안건이 종중과 무관한 개인적 이익 다툼에 불과한 경우에는 거부에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종중재산 관리 현황 보고, 대표자 선출, 재산 처분 승인처럼 종중 운영의 핵심 사안에 관한 요구를 "분위기가 좋지 않다"거나 아무 설명 없이 묵살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거부 이유를 서면으로 받아 두면 이후 소송에서 판단 자료로 쓰이므로 요구 단계에서 회신을 받아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소집통지가 승패를 가른다 — 모든 종중원에게, 1주 전에, 안건을 적어서

소집권한이 있어도 통지가 부실하면 결의가 무효가 됩니다. 민법 제71조는 총회 소집을 1주간 전에 회의의 목적사항을 기재한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고 정하고, 민법 제72조는 총회가 미리 통지한 사항에 관해서만 결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종중 규약에 통지 기간이나 방법이 따로 있다면 그에 따라야 합니다. 안건에 없던 사항을 현장에서 갑자기 올려 결의하면 그 부분은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통지 대상은 소집에 필요한 범위의 모든 종중원입니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종중원의 자격은 성별과 무관하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후손 전체이므로, 딸 등 여성 종중원도 포함해야 합니다. 일부 종중원에게만 통지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통지를 받지 못한 종중원이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소집통지 대상을 정하려면 종중원 명부를 먼저 확정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종중원에게는 주소지 등기우편 발송 기록이나 반송 사실을 남겨 두는 것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 통지 시기 — 개최일 1주 전까지 발송(규약이 더 길게 정하면 규약 기준).

  • 통지 내용 — 일시, 장소, 회의의 목적사항(안건)을 구체적으로 기재.

  • 통지 대상 — 성년 남녀 종중원 전부, 주소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한 확인 노력 기록 보관.

  • 결의 요건 — 규약에 달리 정하지 않으면 민법 제75조 제1항의 사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사원 결의권 과반수를 기준으로 검토.

대행 소집이 인정되더라도 통지 대상 누락, 통지 기간 위반, 안건 미기재가 있으면 결의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대행 소집권의 범위 — 대표자 선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차석 연고항존자나 발기인의 소집권한이 회장을 새로 뽑는 경우에만 인정되는지가 다툼이 된 적이 있습니다. 앞서 본 2019다286304 판결에서 원심은 발기인의 소집권한은 대표자 선임을 위한 것에 한정된다고 보아, 그 총회에서 한 총무·감사 선임과 토지 매각 추인 결의는 소집권한 밖이라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이 소집권한은 종중재산의 관리 또는 처분 등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므로 반드시 대표자 선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단의 실무적 의미는 큽니다. 회장이 소집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대개 회장 교체와 함께 임원 보충, 재산 처분 또는 처분 추인, 규약 개정이 한꺼번에 안건으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그 모두를 하나의 대행 소집 총회에서 다룰 수 있다면 분쟁 해결이 훨씬 빨라집니다. 다만 안건은 요구서와 소집통지에 적힌 범위 안이어야 하고, 안건이 종중재산의 관리·처분과 전혀 관련 없는 사항이라면 소집권한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총회를 열고 난 뒤의 위험 — 결의무효 소송과 대표자 직무 다툼

대행 소집 총회에서 새 대표자를 뽑으면 종전 회장 측은 거의 항상 "소집권한이 없는 총회였다"며 결의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새 대표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합니다. 이때 법원은 소집 요구가 있었는지, 거부가 정당한 이유 없는 것이었는지, 통지가 법정 요건을 갖췄는지를 증거로 살핍니다. 앞에서 정리한 요구서, 배달증명, 회신 기록, 통지 발송 내역이 그대로 승패의 증거가 되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짚을 점이 있습니다. 소집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면 그 총회에서 한 결의를 이후에 적법하게 소집된 총회에서 다시 의결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길이 있습니다. 위 2019다286304 사건에서도 연고항존자의 거부로 발기인이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이전 결의에 대한 재추인이 이루어졌고, 대법원은 그것이 소집권한 범위 안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종중 재산이 이미 매각되어 제3자에게 등기가 넘어간 경우에는 결의 하자가 매매의 효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신중해야 합니다. 총회 결의 이전에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검토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장이 소집을 거부하면 곧바로 제가 총회를 열어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규약상 소집권자나 연고항존자에게 소집을 요구한 사실이 있어야 하고, 그 소집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을 때 차석 연고항존자나 발기인이 소집할 수 있습니다. 요구 없이 연 총회는 소집권한 없는 총회가 될 위험이 큽니다.

Q. 종중원 몇 명이 요구해야 하나요?

A. 판례는 인원수 기준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민법 제70조 제2항은 사단법인에서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이사가 임시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종중 규약에 정수 규정이 있다면 그에 맞추고 없다면 가능한 한 다수가 연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연고항존자가 고령이거나 소집 의사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소집권자인 연고항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차석 연고항존자나 발기인이 대신 소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고항존자의 동의 아래 다른 종중원이 소집하면 그 소집도 유효하다는 판례(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6다260400 판결)가 있으므로, 소집 위임장을 받아 두는 방법도 쓸 수 있습니다.

Q. 소집통지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나요?

A. 규약에 방법이 정해져 있으면 그에 따르고, 없다면 우편·문자 등 도달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쓰되 개최일 1주 전까지 안건을 적어 발송해야 합니다. 등기우편 발송 내역과 반송 기록을 보관해 두면 나중에 통지 누락 주장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Q. 대행 소집 총회에서 임야 매각까지 결의해도 되나요?

A. 대법원은 차석 연고항존자나 발기인의 소집권한이 종중재산의 관리 또는 처분 등을 위한 것이어서 대표자 선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요구서와 소집통지에 그 안건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고, 결의 요건과 규약상 특별 정족수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Q. 총회를 열었는데 회장이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소집 요구서, 거부 증거, 통지 발송 기록, 총회 회의록과 출석부를 증거로 준비해 결의의 적법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새로 소집한 총회에서 같은 내용을 다시 의결하는 방법으로 하자를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맺음말

회장이 총회 소집을 거부해도 종중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소집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차석 연고항존자 또는 발기인이 대신 총회를 소집할 수 있고, 그 권한은 대표자 선임뿐 아니라 종중재산의 관리·처분 같은 사안에도 미칩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소집 요구, 거부의 정당성 판단, 통지 절차라는 순서를 지켰을 때에만 유효합니다.

결국 대행 소집의 성패는 총회 당일이 아니라 그 이전에 남긴 증거에서 갈립니다. 요구서와 배달증명, 거부 기록, 통지 발송 내역을 갖추고 안건과 통지 대상을 꼼꼼히 정리한 뒤 총회를 여는 것이 결의무효 소송의 위험을 줄이는 길입니다. 종중 사정에 따라 규약 내용과 소집권자가 달라지므로 규약을 먼저 확인하고 절차를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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