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끼리 물건을 사고팔았는데 납품받은 물건에 불량이나 수량 부족이 있다면, 받은 뒤 지체 없이 검사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매도인에게 통지를 보내야 합니다. 상법은 상인 간 매매에서 이 검사와 통지를 늦춘 매수인에게 계약해제·대금감액·손해배상 청구를 막고, 바로 알 수 없는 하자도 받은 뒤 6개월 안에 발견해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원자재, 부품, 상품 등을 거래처로부터 납품받는 회사나 개인사업자의 구매·품질 담당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2026년 10월 31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현행 상법(2026. 9. 10. 시행)과 민법 조문,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납품 불량이 생기면 많은 회사가 일단 물건을 쓰거나 쌓아 둔 채 거래처와 구두로 이야기하다가, 몇 달 뒤 대금 정산 단계에서야 하자를 문제 삼습니다. 그런데 상인 사이의 매매에는 민법에 없는 신속한 검사·통지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렇게 늦게 문제를 제기하면 하자가 실제로 있었더라도 법적으로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상법 제69조는 어떤 거래에 적용될까
이 규정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모두 상인인 매매에 적용됩니다. 조문이 "상인간의 매매"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상법 제69조 제1항). 한쪽이 소비자이거나 상인이 아닌 개인이라면 이 조항이 아니라 민법의 일반 규정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자는 상인이고(상법 제4조), 회사는 상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상인으로 봅니다(같은 법 제5조 제2항). 영업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는 대표적인 상행위이므로(같은 법 제46조 제1호), 회사끼리의 납품 거래나 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사이의 거래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주문 제작품은 따로 따져야 합니다
거래처가 자기 재료로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제작물공급계약은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집니다. 대법원은 만들어 공급할 물건이 대체물이면 매매 규정이 적용되지만, 특정 주문자의 수요에 맞춘 불대체물이면 도급의 성질이 강해 매매 규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문자의 상호가 인쇄되어 다른 곳에 팔기 어려운 포장지처럼 불대체물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에서, 이런 사정을 더 심리하지 않고 상법 제69조를 적용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 사양에 맞춰 특별히 제작한 설비나 전용 부품이라면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반대로 규격품이나 시중에서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상법 제69조가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령하면 지체 없이 검사하고, 발견하면 즉시 통지
매수인은 물건을 받으면 지체 없이 검사해야 하고, 하자나 수량 부족을 발견하면 즉시 매도인에게 통지를 발송해야 합니다(상법 제69조 제1항 전문). 이 통지를 발송하지 않으면 그 하자나 부족을 이유로 계약해제, 대금감액,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체 없이"입니다. "지체 없이"에 정해진 일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거래의 성질과 목적물의 종류에 비추어 통상 필요한 검사 기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회사 내부 사정만으로 검사가 늦어졌다면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발송"입니다. 조문은 통지가 도달할 것이 아니라 통지를 발송할 것을 요구하므로, 언제 어떤 내용을 보냈는지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상인 간 매매의 효력을 오래 불안정하게 두면 매도인은 인도 당시 하자를 조사하기 어렵고 다른 곳에 팔 기회도 잃습니다. 매수인은 그 기간 동안 시세를 보며 유리한 때를 골라 매도인의 위험으로 투기할 여지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하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가진 매수인에게 신속한 검사와 통지 의무를 지워 거래를 빨리 끝맺도록 한 것입니다.
바로 알 수 없는 하자도 6개월이 기준입니다
겉으로 보아서는 바로 발견할 수 없는 하자도, 매수인이 물건을 받은 뒤 6개월 안에 발견했다면 같은 방식으로 즉시 통지해야 합니다(상법 제69조 제1항 후문). 내부 결함이나 일정 기간 사용해야 드러나는 성능 문제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6개월은 물건을 받은 때부터 계산합니다. 대법원은 토지를 인도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부터 6개월이 훨씬 지난 뒤에야 오염 하자를 통지한 사안에서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6개월이 지나서 발견된 하자는 이 조항에 따른 청구가 막힐 수 있다는 뜻이므로, 장기간 보관하다가 쓰는 물건일수록 받은 직후의 검사를 더 꼼꼼히 해야 합니다.
민법도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권리를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582조). 상법의 통지와는 별개의 기간이므로, 통지를 보낸 뒤 거래처와 협의가 길어지더라도,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제나 손해배상 청구 같은 권리를 실제로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검사 → 하자 발견 → 즉시 통지 발송. 바로 알 수 없는 하자는 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발견해 즉시 통지. 이 흐름이 끊기면 해제·감액·손해배상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거나 달라지는 경우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 있었던 경우
매도인이 악의, 즉 하자나 수량 부족을 알고 있었다면 검사·통지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상법 제69조 제2항). 다만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매수인이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거래처가 출고 전에 하자를 인지했음을 보여 주는 서신·메일 등 주고받은 연락 기록처럼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계약서에서 다르게 정한 경우
대법원은 상법 제69조 제1항을 당사자 약정으로 달리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으로 봅니다. 실제로 품질상 하자가 판명되면 공급자가 대체 납품하고 손해를 부담하며 일정 기간 품질·성능을 보증하기로 한 계약 조항들을, 수령 즉시 검사·통지하지 않더라도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도록 한 취지로 해석한 판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해석은 계약 조항의 구체적인 문언과 취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분쟁이 생기면 계약서의 검수 조항, 하자보수 기간, 품질보증 조항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납품 후 3일 내 검수, 이후 이의 불가"처럼 더 짧은 기간을 정해 두었다면 그 조항이 매수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자담보가 아닌 불완전이행을 주장하는 경우
상법 제69조 제1항은 민법상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대한 특칙이어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오염된 토지를 매도한 사안에서 통지가 늦어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청구는 배척하면서도, 오염 토양을 정화하지 않고 인도한 것은 불완전이행이라며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불완전이행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이 없었다는 점과 손해를 매수인이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또 하자담보책임과 달리 매도인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므로,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인정되면 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0조). 통지를 놓친 뒤의 보완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기대할 수 있는 길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물건 보관 의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통지를 마치고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도, 매수인은 매도인의 비용으로 물건을 보관하거나 공탁해야 합니다(상법 제70조 제1항). 해제했다고 바로 폐기하거나 반송 비용을 들여 일방적으로 돌려보내면 다른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건이 멸실되거나 훼손될 염려가 있으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 경매하고 그 대가를 보관 또는 공탁해야 하며, 경매했다면 지체 없이 매도인에게 통지를 발송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1항 단서, 제2항). 이 보관·공탁 의무는 물건을 인도한 장소가 매도인의 영업소나 주소와 같은 특별시·광역시·시·군에 있는 때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3항).
주문한 것과 다른 물건이 오거나 주문보다 많은 수량이 납품된 경우에도, 그 다른 부분이나 초과 부분에는 같은 보관·공탁 규정이 준용됩니다(같은 법 제71조).
분할 납품과 계속 거래에서 주의할 점
같은 거래처에서 여러 차례 나누어 물건을 받는다면, 조문의 기준인 "수령한 때"를 납품분마다 따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지막 납품이 끝난 뒤 한꺼번에 검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앞선 납품분을 그대로 두면, 먼저 받은 물건의 검사·통지가 늦었다는 주장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입고 단위별로 거래명세서와 검수 기록을 맞추어 두고, 불량이 발견되면 어느 납품분에서 나온 것인지 표시해 통지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같은 불량이 반복된다면 매번 따로 통지하면서, 반복된 사실과 누적 수량을 함께 적어 두면 이후 손해를 계산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검사를 외부 기관이나 우리 회사의 고객사에 맡기는 구조라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외부 검사가 늦어진다는 사정만으로 통지가 늦은 것이 당연히 정당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우선 확인된 문제부터 통지를 보내고 추가 결과가 나오면 보완해서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통지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까
통지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나중에 통지 사실과 내용을 증명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전화나 메신저 대화만으로 끝내지 말고 이메일, 내용증명 등 발송 일시가 남는 방법을 함께 쓰는 것이 좋습니다. 통지서에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담습니다.
거래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발주서·거래명세서 번호, 품목, 납품일, 수량
발견한 하자나 부족의 내용: 어떤 제품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문제인지, 부족 수량
발견한 날짜와 검사 방법: 언제 어떤 검사로 확인했는지
증거 자료: 사진, 검사 성적서, 불량 시료 보관 여부
요구 사항: 교환, 보수, 대금 감액, 해제 등 회사가 원하는 조치와 회신 기한
"품질이 좋지 않다"처럼 막연하게만 적으면 어떤 하자를 통지했는지를 두고 다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자의 내용을 특정할수록 이후 협의나 소송에서 통지의 효력을 인정받기 쉽습니다.
납품받는 회사가 미리 갖출 점검표
상대방과 우리 회사가 모두 상인인 거래인지, 주문 제작한 불대체물인지 확인했는지
계약서에 검수 기간, 하자보수 기간, 이의 제기 방법이 정해져 있는지
입고 당일 또는 업종상 통상적인 기간 안에 수량과 외관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지
검사 결과를 날짜와 담당자가 남는 방식으로 기록하는지
하자를 발견하면 누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통지를 발송하는지 정해 두었는지
숨은 하자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점검하는 일정이 있는지
해제를 고려할 때 물건 보관·공탁 방법과 비용 부담을 검토했는지
상인 간 매매에서 하자 분쟁의 결과는 하자가 있었는지만큼이나 언제 검사하고 언제 통지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받은 날짜, 검사 기록, 통지 발송 기록이 갖추어져 있으면 거래처와의 협의에서도 회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이미 통지 기한을 넘겼거나 계약서에 특별한 검수 조항이 있는 경우, 주문 제작품인지 애매한 경우에는 하자담보책임과 불완전이행 중 어느 쪽으로 다툴 수 있는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계약서와 거래 기록을 함께 놓고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은 특정 사례를 사용하지 않고 법령과 판례의 일반 원칙을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판단 및 대응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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