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을 심리 전문가가 분석했다”, “진술분석 의견서가 증거로 제출됐다”는 말을 듣고 당황해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CCTV도 목격자도 없으니 말싸움으로 끝나겠지”, “전문가가 분석한다고 해도 결국 말 한마디 차이 아니냐”고 생각하다가, 분석 의견서가 기록에 들어온 뒤에야 사건이 달라졌음을 실감하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전문가 분석을 받으면 내 말이 곧바로 인정되겠지”라고 기대했다가 재판부가 다르게 판단해 당황하는 일이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진술의 구체성·일관성·허위진술 동기 유무를 종합해 판단하되, 최종 판단은 어디까지나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분석은 그 판단을 돕는 자료일 뿐, 유죄·무죄를 대신 정해주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강제추행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을 전문가가 분석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는지, 그 분석은 무엇을 보는지, 그리고 분석 의견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피해자 진술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법에 근거해 실제로 조회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3조가 법원과 수사기관에 전문가 의견 조회 권한을 줍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1항은 법원이 정신건강의학과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로부터 행위자 또는 피해자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 및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을 조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이 성폭력범죄를 조사·심리할 때 이 조회 결과를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수사 단계에도 이를 준용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전문가에게 의견을 조회하여야 한다고 의무로 규정합니다. 반대로 성인 피해자의 일반적인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의무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회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은 “하기도 한다”입니다. 다만 모든 강제추행 사건에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로 직접증거가 피해자 진술뿐이고 피고인이 일관되게 부인하는 사건,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진술 능력에 의문이 있는 사건,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한 사건에서 활용됩니다.
전문가의 피해자 진술 분석은 임의의 관행이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제33조에 근거한 제도이고, 사건 유형에 따라 조회 여부가 갈립니다.
2. 진술분석은 진술 ‘내용의 특징’을 보지, 진실 여부를 판정하지 않습니다
구체성·감정 표현·주변 정보·기억 한계 시인 같은 특징이 실제 경험 진술에서 나타나는지를 봅니다.
실제 재판에서 어떤 식으로 분석이 쓰이는지는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의 사실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이 ① 범행 당시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② 당시 느꼈던 감정을 직접 표현하며, ③ 주변 상황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밝히고, ④ 본질과 무관한 여분의 사정까지 포함하며, ⑤ 기억의 한계를 시인하거나 유도성 질문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뢰를 받은 진술분석전문가도 허위 진술에서 나타나기 어려운 독특하고 특징적인 진술이 있어 상대적으로 허위 가능성보다 사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습니다.
이처럼 진술분석은 진술 자체의 질을 보는 작업입니다. 반대로 진술이 막연하고, 상황 묘사가 질문자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며, 같은 사실을 말할 때마다 핵심이 달라진다면 그 사실이 분석 의견에서 불리한 요소로 드러납니다. 다만 이것은 가능성에 대한 평가이지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거나 “사실이다”라는 판정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신빙성 판단의 일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달리 물적 증거 또는 직접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술 내용이 사실적·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이 판결은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다룬 사건이지만, 구체성·일관성·경험칙·허위 동기라는 판단 틀은 일반 강제추행 사건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진술분석은 진실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같은 특징을 평가해 법원의 신빙성 판단을 돕는 자료입니다.
3. 분석 의견이 있어도 유죄·무죄는 법관이 자유심증으로 정합니다
전문가 의견은 참고 자료일 뿐, 법원은 이를 따를 의무도 배척할 금지도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과 제308조는 증거에 의해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3조 제2항이 법원에 의견 조회 결과를 “고려”하도록 한 것도 이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고려한다는 것은 따라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피해자 측에 유리한 방향의 법리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법원이 성폭행·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래서 피해 직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대처 방식이 예상과 달랐다는 사정만으로는 진술을 쉽게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같은 판결은 형사재판의 유죄 심증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정도여야 한다는 원칙도 전제합니다. 즉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허위 동기가 드러나지 않을 때 함부로 배척하지 말라는 것이지, 진술만 있으면 무조건 유죄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분석 의견서가 호의적이더라도 진술의 모순, 객관적 증거와의 불일치, 허위 진술 동기가 드러나면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분석은 법원의 판단을 구속하지 않으며, 최종 결론은 진술 전체와 다른 증거를 함께 본 법관의 자유심증으로 정해집니다.
4. 분석 의견이 불리하게 나왔다면 의견의 전제를 따져 대응해야 합니다
의견이 바뀌려면 분석 대상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검증해야 합니다.
분석 의견은 그 대상이 된 진술의 질에 의존합니다. 따라서 피고인 쪽에서는 의견 결론만 다투기보다 ① 분석 대상 진술이 최초 진술인지, 여러 번의 면담을 거치며 오염되지 않았는지, ② 조사자의 유도성 질문이 있었는지, ③ 진술 번복이 있었다면 그 경위가 무엇인지, ④ 객관적 자료(문자메시지·CCTV·동선·주변인 진술)와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지하철 등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형량과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 처분이 따를 수 있어, 진술의 신빙성 다툼이 곧 결과 전체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면 수사기관은 성폭력처벌법 제30조에 따라 진술 과정을 영상녹화해야 하고, 제36조에 따라 진술조력인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조사 과정의 영상 자체가 분석과 신빙성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되므로, 영상 속 질문 방식과 답변 내용을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분석 의견에 대한 대응은 결론이 아니라 의견이 기대고 있는 진술의 형성 과정과 객관적 증거와의 정합성에서 시작됩니다.
5. 조사부터 재판까지, 분석 의견은 이런 순서로 기록에 들어옵니다
기소 후 기록 열람 단계에서 분석 의견서와 진술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접수와 피해자·피의자 조사 → ②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전문가 의견 조회와 진술분석 의뢰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에서 피해자 증인신문과 전문가 의견 조회·증언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법원도 재판 단계에서 직접 전문가 의견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쪽에서는 기소 이후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라 검사가 보관한 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의 최초 진술 조서와 진술 영상(해당되는 경우)을 열람·등사해 질문 방식과 진술의 변화 과정을 확인합니다.
분석 의견서의 분석 대상 진술이 무엇인지, 분석 방법과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의견서의 결론과 어긋나는 객관적 자료와 진술 모순 지점을 정리해 반대신문과 변론 계획에 반영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록을 정확하게 읽고 반대신문을 설계하는 일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하므로, 성범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전문가가 진술을 분석한다는 말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이제 끝났다”거나 “이제 내 말이 증명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초기 대응을 서두르지 않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생깁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분석 의견이 곧 승리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는 분석 의견이 법원을 구속하지 않으며, 진술의 형성 과정과 객관적 증거를 통해 충분히 다툴 수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저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분석 의견이라도 진술의 형성 경위와 다른 증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분석 의견서가 기록에 들어왔거나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제추행 재판이면 항상 전문가가 피해자 진술을 분석하나요?
A.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3조에 따른 의견 조회는 재량이 원칙이고,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만 수사기관이 반드시 조회해야 합니다.
Q. 진술분석에서 ‘신빙성 있음’이 나오면 바로 유죄인가요?
A. 아닙니다. 분석 의견은 참고 자료이고 유죄·무죄는 법관이 자유심증으로 판단합니다. 진술의 모순이나 객관적 증거와의 불일치가 있으면 의견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피해 직후 바로 신고하지 않았는데, 진술을 믿기 어렵지 않나요?
A. 그것만으로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며,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다만 진술 내용 자체의 모순은 별개로 다퉈볼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자체의 신빙성과 함께 법정에서 번복한 동기와 경위를 함께 심리해 어느 쪽이 믿을 만한지 판단합니다. 번복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Q. 분석 의견서를 피고인이 볼 수 있나요?
A. 기소 후에는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라 검사가 보관한 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변호인이 있으면 기록 검토가 훨씬 수월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최초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정하고, 분석 의견도 결국 그 진술을 기초로 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