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리면서 공장 건물이나 가설 시설물의 소유권을 채권자 명의로 넘겨두었는데, 정작 그 시설물이 남의 땅 위에 서 있어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용료와 철거를 요구받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채권자는 "등기상 소유자는 나지만 담보로 받았을 뿐이니 땅 사용료는 설정자가 내라"고 하고, 설정자는 "소유권이 넘어갔으니 이제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맞서기 쉽습니다.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소송이 길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양도담보로 소유권이 넘어간 시설물이 타인 토지에 있을 때 토지 사용료(부당이득)를 누가 부담하는지, 그 판단 기준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양도담보의 구조 — 소유권은 넘어가지만 목적은 담보다
양도담보는 돈을 빌린 사람(설정자)이 채무를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해 자기 재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형식상 이전해 두는 담보 방식입니다. 민법에는 양도담보를 직접 정한 조문이 없고, 판례와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등기담보법)이 그 틀을 잡아 왔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므로 등기부만 보면 채권자가 소유자이지만, 계약의 실질은 채권 담보라서 변제기 전에는 설정자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며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소유자"와 "사용하는 사람"이 갈라집니다. 토지 사용료 문제는 바로 이 틈에서 생깁니다. 등기명의가 채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채권자를 상대로 청구가 들어오기도 하고, 반대로 채권자가 설정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려다 분쟁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누가 토지를 실제로 쓰고 있는지, 담보권이 실행되어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넘어갔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설정자 — 채무자. 목적물을 점유·사용하고 변제기까지 사용수익을 이어가는 쪽.
채권자(양도담보권자) — 등기명의를 가지지만 담보 목적 범위에서만 권리를 행사하는 쪽.
토지 소유자 — 시설물 아래 땅의 주인. 철거와 사용료를 청구하는 제3자.
적용 법령 — 대여금이 있고 목적물 가액이 채권액을 넘으면 가등기담보법이 적용됨(제1조).
양도담보의 소유권 이전은 담보 목적이다 — 등기명의자가 누구냐보다 토지를 실제로 쓰며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냐가 사용료 부담을 가른다.
토지 소유자의 청구 근거 — 철거와 부당이득반환
타인 토지 위에 정당한 사용권원 없이 시설물이 있으면, 토지 소유자는 민법 제213조(소유물반환청구권)와 제214조(방해제거·방해예방청구권)에 따라 시설물의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토지를 쓰지 못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반환으로 임료 상당액을 청구합니다. 임료 상당액은 통상 토지 가액에 일정 비율을 곱하거나 감정평가로 산정하고, 소제기 전 과거 기간까지 소급해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철거청구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그 시설물을 소유하면서 철거할 수 있는 법적·사실적 처분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반면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사람"이 반환 의무를 지므로, 토지를 현실로 점유하며 사용한 사람이 중심이 됩니다. 두 청구의 상대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양도담보에서 문제를 키웁니다. 등기명의자인 채권자는 철거 청구의 상대방으로 지목되기 쉽고, 점유하는 설정자는 부당이득 청구의 상대방이 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설정자 A가 B에게 5천만원을 빌리고 자기 공장 옆의 조립식 창고 소유권을 B 명의로 이전했는데, 그 창고가 C의 땅에 걸쳐 있다고 해 봅시다. C는 창고를 철거하고 지난 몇 년간의 토지 사용료를 달라고 청구할 것입니다. 이때 창고를 계속 쓰며 물건을 쌓아 둔 사람이 A라면, 토지를 사용해 이익을 얻은 쪽은 A이므로 사용료 부담도 A에게 향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변제기 전 — 사용수익은 설정자의 몫이다
변제기가 도래하기 전이거나 채권자가 아직 담보권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사람은 설정자입니다. 채권자는 담보 목적 범위에서만 소유권을 가질 뿐 시설물을 현실로 점유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그로부터 아무 이익도 얻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토지 소유자가 말하는 "토지 사용으로 인한 이득"은 채권자에게 생기지 않았고, 부당이득반환 의무도 채권자에게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은 계약서에 따로 정하지 않아도 양도담보의 성질상 당연히 도출됩니다. 설정자는 담보로 넘긴 뒤에도 공장을 돌리고 창고를 쓰며 영업이익을 올립니다. 그 이익의 반대급부로 토지 사용료를 내는 것이 공평하다는 판단입니다. 실무에서는 담보설정계약서에 "목적물의 점유·관리 비용과 제세공과금, 부지 사용료 등은 설정자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넣어 이 구조를 명시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약정이 있으면 채권자와 설정자 사이의 내부 정산은 한결 쉬워집니다.
다만 내부 약정은 토지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등기부상 소유자인 채권자를 상대로 철거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채권자가 그 소송에서 패소해 철거비용이나 사용료를 물게 되면 약정을 근거로 설정자에게 구상하는 순서로 정리됩니다. 이때 약정이 없더라도 설정자의 사용으로 생긴 비용이라는 점에서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으로 구상할 여지가 있습니다.
변제기 전에는 설정자가 쓰고 이익을 보므로 사용료도 설정자가 부담한다 — 채권자가 외부에 대해 책임을 지더라도 내부에서는 설정자에게 돌려 받을 수 있다.
채권자의 철거 책임 — 등기명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지는가
토지 소유자가 시설물의 철거를 구할 때 상대방이 되는 사람은 그 시설물에 대해 처분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등기명의가 채권자에게 넘어가 있다면 채권자는 철거 소송의 피고로 지목되기 쉽습니다. 이에 대해 채권자는 "나는 담보로 받았을 뿐 점유하지도 않고 처분 권한도 행사한 적 없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철거 청구의 취지가 부지 점유를 중단시키려는 것인 만큼, 현실 점유자가 따로 있고 채권자가 점유를 지배하지 않는다면 철거의무가 있는지는 사안별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채권자가 담보권 실행 전까지 시설물의 열쇠, 출입 통제, 보관 등 점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대차계약이나 사용대차 등 점유 권원이 설정자에게 있다는 서류, 공과금과 관리비 납부 주체, 시설물을 실제 운영한 사업자등록 명의 같은 자료가 방어에 쓰입니다. 반대로 채권자가 이미 열쇠를 넘겨받아 관리해 왔거나 제3자에게 임대해 차임을 받아 왔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점유 — 열쇠·출입 통제·보관 등 현실 지배를 누가 하고 있는지.
이익 — 차임·영업수익 등 시설물에서 나오는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
공과금 — 전기·수도·관리비·제세공과금 명의와 납부 주체.
실행 여부 — 가등기담보법상 청산절차가 진행되어 소유권이 확정됐는지.
담보권 실행 후 — 청산이 끝나면 사용료 책임이 채권자에게 넘어간다
채권자가 변제기 도래 후 담보권을 실행하면 사정이 바뀝니다. 가등기담보법은 채권자가 담보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변제기 후 청산금의 평가액을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하고(제3조), 통지가 채무자에게 도달한 날부터 2개월의 청산기간이 지나야 본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제3조 제1항, 제4조 제2항). 평가액이 채권액을 넘는다면 그 차액인 청산금을 채무자에게 지급해야 하고(제4조 제1항), 이에 반하는 채무자에게 불리한 특약은 효력이 없습니다(제4조 제4항).
청산절차를 거쳐 채권자가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고 시설물의 인도를 받아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채권자 자신이 토지를 사용해 이익을 얻는 사람이 됩니다. 이 시점 이후의 토지 사용료는 채권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이미 사용수익권을 상실한 설정자에게 계속 사용료를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건물이 이미 철거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었다면, 채권자는 소유권 취득 후 철거 의무도 함께 지고, 취득 전 기간의 사용료는 설정자 몫이라는 식으로 시기별로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언제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넘어갔는가"입니다. 통지를 하지 않았거나 청산금 지급 없이 본등기를 한 경우, 가등기담보법을 위반한 처분으로 설정자가 제11조에 따라 채무를 변제하고 말소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채권자의 소유권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아 설정자와 채권자 사이의 사용료 부담 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용료 정산의 실무 — 약정, 구상, 청산금 상계
실무에서 사용료 분쟁은 대개 세 단계로 풀립니다. 첫째, 토지 소유자와 시설물 쪽 사이에서 철거나 사용료를 정리합니다. 이때 토지 소유자가 채권자와 설정자를 함께 피고로 삼는 경우가 많아, 둘은 소송 안에서 서로의 책임 범위를 주장하게 됩니다. 둘째, 판결이나 합의로 지급한 사용료를 내부 약정이나 부당이득에 따라 상대방에게 구상합니다. 셋째, 청산절차에서 정산되는 청산금과 이미 지급한 사용료 구상금을 상계로 정리합니다.
예컨대 채권자 B가 담보권을 실행하면서 시설물 평가액 8천만원에서 채권액 5천만원을 뺀 3천만원을 청산금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그 전에 B가 토지 소유자 C에게 설정자 A의 사용분 사용료로 600만원을 지급한 사정이 있다면, B는 A에게 구상금 600만원을 가지고 청산금 3천만원과 상계하려고 할 것입니다. 상계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사용료 600만원이 A의 사용기간에 대응하는 금액이어야 하고, 청산금 통지서에 이 정산 내역이 명시되는 것이 분쟁을 줄입니다.
이 과정에서 증거의 중심은 사용기간을 입증하는 자료입니다. 담보설정일, 설정자가 시설물을 사용한 기간, 담보권 실행일, 소유권 확정일을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토지 사용료 산정서나 감정서를 함께 갖추어 두면 책임 시기를 가르기가 쉽습니다.
분쟁 예방을 위한 계약 조항과 점검 항목
분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담보를 설정할 때 시설물이 서 있는 토지의 권원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시설물이 타인 토지에 있다면 토지 사용승낙서, 지상권, 임대차계약서 같은 사용 권원이 있는지, 그 기간이 담보 기간을 덮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권원이 없는 시설물은 언제든 철거 대상이 될 수 있어 담보가치도 사실상 크게 떨어집니다.
채권자라면 담보설정계약서에 설정자가 점유·관리·세금·부지 사용료를 부담한다는 조항과, 토지 소유자의 청구로 채권자가 손해를 입으면 설정자가 보상한다는 면책 조항을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설정자라면 청산 통지 후에 사용을 계속할 것인지 인도할 것인지를 서면으로 분명히 해, 인도 시점 이후의 사용료 책임이 자신에게 남지 않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토지 권원 확인 — 사용승낙서·지상권·임대차 중 하나로 시설물 설치의 근거가 있는지.
부담 주체 명시 — 점유·관리비, 제세공과금, 부지 사용료를 설정자가 부담한다는 조항.
면책·구상 조항 — 토지 소유자 청구로 채권자가 지출한 금액을 설정자가 보상한다는 조항.
인도 시점 기록 — 담보권 실행 후 인도 일자와 인수 상태를 서면과 사진으로 남길 것.
청산 통지 — 평가액·채권액·청산금 계산 내역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도달 증거를 확보할 것.
자주 묻는 질문
Q. 소유권이전등기가 채권자에게 되어 있으면 토지 사용료도 채권자가 내야 하나요?
A. 등기명의만으로 사용료 책임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부당이득은 토지를 실제로 사용해 이익을 얻은 사람이 반환하는 것이어서, 변제기 전에 설정자가 점유·사용했다면 사용료 부담은 설정자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철거 청구는 등기명의자인 채권자에게 향할 수 있어 별도로 방어해야 합니다.
Q. 토지 소유자는 채권자와 설정자 중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하나요?
A. 누가 시설물을 점유하는지 불분명하면 둘을 함께 피고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거는 처분권을 가진 쪽, 사용료는 실제 사용한 쪽을 중심으로 판단되므로 실제 점유 자료가 중요합니다.
Q. 채권자가 사용료를 먼저 냈다면 설정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담보설정계약에 부지 사용료를 설정자가 부담한다는 약정이 있으면 그에 따라 구상할 수 있습니다. 약정이 없더라도 설정자의 사용기간에 해당하는 몫은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지급 영수증과 사용기간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Q. 담보권을 실행한 뒤에도 설정자가 계속 사용 중이면 어떻게 되나요?
A. 청산절차가 끝나 소유권이 확정된 뒤에도 설정자가 점유를 계속한다면, 채권자는 인도를 청구할 수 있고 사용기간에 대해서는 설정자가 사용료 상당액을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오히려 채권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낼 사용료를 설정자에게 구상하는 구조가 됩니다.
Q. 청산 통지를 하지 않고 본등기를 해 버린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A. 가등기담보법 제3조의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본등기는 채무자에게 불리한 효력으로 다툴 수 있고, 설정자는 법이 정한 기간 안에 채무를 변제하고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이 확정되지 않은 동안의 사용료 부담도 이 쟁점과 함께 다투어집니다.
맺음말
양도담보에서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있어도 목적은 담보이므로, 토지 사용료는 등기명의가 아니라 토지를 실제로 쓰며 이익을 보는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변제기 전에는 설정자가, 청산절차를 마치고 소유권이 확정된 뒤 인도를 받은 이후에는 채권자가 그 중심에 서고, 그 사이의 기간은 날짜순 정리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토지 소유자의 철거 청구는 등기명의자인 채권자에게 향할 수 있으므로, 담보를 받는 쪽은 설정 전 토지 권원부터 확인해야 하고 설정하는 쪽은 사용료 부담 약정과 인도 시점 기록을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되었다면 점유 기간, 사용 주체, 청산 통지와 소유권 확정 시점을 정리한 뒤 책임 범위를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부동산 분쟁이 잦은 수원 광교와 수지 일대의 시설물 담보 사건처럼 토지와 건물의 소유가 나뉜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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