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나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가 회사를 맡게 되면, 이사회 구성을 바꾸거나 정관을 고치기 위해 곧바로 주주총회를 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직무대행자는 원래 대표이사나 이사와 같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분쟁이 정리될 때까지 회사의 일상 업무를 유지하는 임시 관리자에 가깝습니다. 이런 지위에서 임원을 교체하거나 정관을 변경하는 총회를 소집하면, 총회 결의 자체가 무효나 부존재 다툼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정관 변경이나 임원 교체 총회가 왜 상무 밖의 행위로 분류되는지, 그리고 이를 꼭 하고 싶을 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직무대행자는 누구이고 어떻게 생기나 —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의 구조
직무대행자는 주주총회 결의의 하자나 이사 선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문제가 된 이사의 자리를 임시로 채우기 위해 법원이 가처분으로 선임하는 사람입니다. 근거는 상법 제407조입니다.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사 선임 결의 무효·취소·부존재 확인의 소, 이사 해임의 소 등 본안소송이 제기되었거나 급박한 사정이 있을 때 그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이 가처분이 내려지면 정지된 이사는 이사로서 어떤 직무도 할 수 없고, 직무대행자는 본점과 지점 소재지에서 등기까지 마쳐 대외적으로 공시됩니다.
실무에서 이 가처분은 주로 경영권 분쟁에서 쓰입니다. 예를 들어 지분을 둘러싼 갈등 끝에 열린 임시총회에서 새 대표이사가 선임되었는데, 상대 주주가 그 총회의 소집절차 하자를 이유로 결의 무효 확인의 소를 내고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경우입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새 대표이사의 직무는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되고, 보통 변호사나 중립적 인사가 직무대행자로 선임됩니다. 중요한 것은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법원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인정되는 임시 권한이라는 점입니다.
신청 근거 — 상법 제407조에 따른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선행 요건 — 이사 선임 결의 하자나 해임을 다투는 본안소송, 또는 본안 제기 전 급박한 사정.
효과 — 정지된 이사의 직무권한 상실, 직무대행자의 권한 개시, 본점·지점 등기.
존속 기간 — 본안 판결 확정이나 가처분 취소 때까지.
직무대행자는 이사를 대체하는 새 경영자가 아니라, 분쟁이 끝날 때까지 회사를 현상대로 굴러가게 하는 임시 관리자다.
상법 제408조 — 상무에 속하지 않는 행위는 법원 허가 없이는 못 한다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를 정한 조문이 상법 제408조 제1항입니다. 직무대행자는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의 상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지 못하고, 다만 법원의 허가를 얻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상무란 회사의 영업 범위 안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통상의 업무를 말하고, 구체적으로 어디까지가 상무인지는 회사의 규모, 업무의 종류와 성질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거래처 대금 지급이나 직원 급여 집행, 통상적인 계약 이행 같은 일은 대체로 상무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회사의 조직이나 자본, 지배구조의 틀을 바꾸는 행위는 상무 밖으로 봅니다. 대표적으로 정관 변경, 신주 발행이나 사채 발행, 영업 양도, 합병, 이사의 선임·해임, 주요 재산의 처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행위는 회사의 존재 방식 자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분쟁 중인 임시 관리자에게 맡기면 본안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나든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가 남을 수 있습니다. 제408조는 바로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법원의 사전 통제를 둔 규정입니다.
가처분 결정문에 직무대행자의 권한을 달리 정해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정문이 상무 외 행위의 범위를 넓히거나 좁혀 정했다면 그 정함이 법 조문보다 먼저 적용되므로, 직무대행자는 선임 결정문의 주문부터 읽어야 합니다. 정함이 없다면 제408조 제1항의 원칙대로 상무 외 행위마다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정관 변경과 이사의 선임·해임은 회사의 틀을 바꾸는 행위라서, 직무대행자 혼자의 판단으로는 하지 못하고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총회 소집이 왜 상무 밖인가 — 안건이 정하는 성격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행위 자체는 이사회가 결정하는 사항입니다(상법 제362조). 직무대행자가 이사의 자리를 대행하는 이상 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 결정이나 소집통지를 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는데, 핵심은 소집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총회에 올릴 안건이 무엇이냐입니다. 결산 승인이나 재무제표 확정 같은 통상 안건을 다루는 정기총회를 여는 것은 회사의 일상 업무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관 변경이나 임원 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총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정관 변경은 상법 제433조 제1항과 제434조에 따라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고, 이사 선임은 제382조 제1항에 따라 총회의 결의로 정합니다. 이사 해임은 제385조 제1항에 따라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안건을 올리는 총회를 소집한다는 것은 결국 회사의 지배구조를 직무대행자가 주도해서 바꾸겠다는 뜻이고, 이는 제408조가 막으려는 바로 그 행위에 해당합니다.
총회 소집통지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상법 제363조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에 회의의 목적사항을 적도록 하는데, 통지서에 정관 변경이나 이사 선임이 목적사항으로 기재되는 순간 그 소집은 상무 외 행위의 성격을 띱니다. 안건 구성이 이렇다면 소집 단계에서부터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통상 안건 위주의 정기총회 — 상무로 볼 여지가 있으나 안건에 임원 교체·정관 변경이 섞이면 그 부분은 허가 필요.
정관 변경 총회 — 특별결의 사항으로 상무 밖. 허가 없이 소집할 수 없음.
이사 선임·해임 총회 — 지배구조를 바꾸는 행위로 상무 밖.
소집통지서의 목적사항 — 안건 기재가 곧 상무 해당 여부 판단의 출발점.
허가 없이 소집하면 — 총회 결의에 생기는 하자
직무대행자가 법원 허가 없이 정관 변경이나 임원 교체 총회를 소집하면 두 가지 층위의 문제가 생깁니다. 먼저 소집 권한 자체가 흠결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집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소집한 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소집절차의 중대한 하자로 다투어지고, 하자가 중대하면 결의의 부존재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상법 제380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자가 비교적 가벼운 소집절차 위반이라면 결의일부터 2개월 이내에 제기하는 결의취소의 소(상법 제376조)로 다투게 됩니다.
다음으로, 허가 없는 상무 외 행위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보여주는 판단이 있습니다. 대법원 1975. 5. 27. 선고 75다120 판결은 직무대행자가 법원의 허가 없이 회사를 대표해 변론기일에 상대방 청구를 인낙한 사안에서, 법원 허가 없는 이 소송행위를 특별수권이 흠결된 것으로 보아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행위에 관한 판결이지만, 허가가 필요한 행위를 허가 없이 하면 그 효력이 온전히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408조의 취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때 상법 제408조 제2항의 단서 격 규정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직무대행자가 제1항을 위반한 행위를 했더라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집니다. 다시 말해 거래 상대방이 직무대행자의 권한 한계를 몰랐다면 회사가 그 행위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무대행자 입장에서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될 경우 후일 책임 문제까지 생길 수 있고, 대항 주주 입장에서는 허가 없이 진행된 총회를 신속하게 가처분이나 소송으로 막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허가 없이 소집한 정관 변경·임원 교체 총회는 결의가 통과되더라도 결의 부존재·무효·취소 소송에서 뒤집힐 위험을 안고 시작한다.
꼭 필요하다면 — 상무 외 행위 허가 신청의 절차와 소명
정관을 고치거나 임원을 교체해야 하는 사정이 실제로 있다면, 직무대행자는 법원에 상무 외 행위 허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비송사건절차법 제85조는 허가 신청을 직무대행자가 하도록 정하고 있고, 신청은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을 발령한 법원에 제출합니다. 신청서에는 어떤 행위를 하려는지, 그 필요성이 무엇인지, 허가를 받지 못했을 때 회사에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고 소명 자료를 붙입니다.
법원이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보는 기준은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그 행위가 회사의 존속과 정상적 운영을 위해 실제로 필요한지입니다. 단순히 한쪽 주주의 지배력을 굳히려는 목적이라면 허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본안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회사 운영상 불가피한 것인지입니다. 예를 들어 이사 정원이 부족해 이사회가 성립하지 않거나, 법정 기한 안에 해야 하는 조치가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셋째, 행위가 본안 판결 이후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확정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입니다.
허가를 받은 뒤에도 절차는 상법의 총회 규정을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소집통지는 주주총회일 2주 전까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해야 하고(자본금 10억원 미만 회사는 10일 전), 통지서에는 허가받은 범위 안의 목적사항만 적어야 합니다. 허가서의 범위를 넘는 안건을 끼워 넣으면 그 안건 부분은 다시 허가 없는 상무 외 행위가 됩니다.
직무대행자가 아닌 길 — 소수주주의 총회 소집 청구
직무대행자가 총회를 소집할 수 없거나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주주가 총회를 열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 제366조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회의의 목적사항과 소집 이유를 적은 서면을 이사회에 제출해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청구 후 지체 없이 소집절차를 밟지 않으면, 그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총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내려진 회사에서는 이 경로가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구를 받을 이사회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소수주주가 법원 허가를 받아 소집하면 임원 교체 안건도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직무집행이 정지된 이사가 새로 선임되도록 하거나 정지 효력을 우회하려는 목적이라면 법원이 허가 단계에서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어떤 경로든 총회 목적이 분쟁 중인 본안 쟁점을 앞질러 확정하는 것인지가 핵심 심사 대상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무대행자는 정기주주총회도 소집할 수 없나요?
A. 결산 승인 등 통상 안건만 다루는 정기총회는 상무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안건에 정관 변경이나 이사 선임·해임이 포함되면 그 부분은 상무 밖이어서 법원 허가가 필요합니다. 안건 구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소집 전에 목적사항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Q. 가처분 결정문에 총회 소집 권한이 따로 적혀 있으면요?
A. 상법 제408조 제1항은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으면 그에 따른다고 규정합니다. 결정문이 소집 권한을 명시했다면 그 범위에서는 별도 허가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 정함이 없다면 원칙대로 상무 외 행위는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Q. 허가 없이 열린 총회 결의는 언제까지 다툴 수 있나요?
A. 결의취소의 소는 상법 제376조에 따라 결의일부터 2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소집 권한 흠결이 중대해 결의 부존재·무효로 다투는 경우에는 제380조에 따라 제소기간의 제한 없이 확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다툴지는 하자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소집 경위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Q. 허가 신청은 누가, 어느 법원에 하나요?
A. 비송사건절차법 제85조에 따라 직무대행자가 신청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한 가처분 법원에 제출합니다. 신청서에 행위의 내용과 필요성, 허가가 없을 때의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적고 소명 자료를 붙입니다.
Q. 직무대행자가 허가 없이 한 행위는 항상 무효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상법 제408조 제2항에 따라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지므로, 상대방이 권한 한계를 몰랐다면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직무대행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주주가 총회를 열 수 있나요?
A.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상법 제366조에 따라 이사회에 소집을 청구하고, 소집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접 소집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도 허가 단계에서 총회 목적이 본안 쟁점을 앞질러 확정하려는 것인지 심사받게 됩니다.
맺음말
직무대행자는 법원이 분쟁 기간 동안 회사를 유지시키려고 세운 임시 관리자이고, 그 권한은 상법 제408조에 따라 상무에 한정됩니다. 정관 변경과 임원 교체는 회사의 틀을 바꾸는 행위라서 법원 허가 없이는 총회를 소집할 수 없고, 허가 없는 소집은 결의의 부존재·무효·취소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안건 하나가 상무인지 아닌지에 따라 총회 전체의 운명이 갈리는 만큼, 소집 전에 가처분 결정문과 안건 구성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반대편에서 이런 총회가 열리려 한다면, 결의가 이루어진 뒤보다 소집 단계에서 대응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총회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나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은 시간과의 싸움이어서, 회사 등기부와 가처분 결정문, 소집통지서를 갖추고 진행 상황을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 특히 수원·성남 인근의 기업 분쟁처럼 관할 법원과 등기 관련 절차가 얽히는 경우에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면 상담이 한결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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