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낸 탄원서가 유죄 증거로 쓰일 수 있나요 | 성폭력/강제추행 | 로톡
성범죄 피해자가 낸 탄원서가 유죄 증거로 쓰일 수 있나요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고소/소송절차

성범죄 피해자가 낸 탄원서가 유죄 증거로 쓰일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거나, 반대로 피고인 쪽이 피해자의 탄원서를 받아 들고 “이것이 유죄 증거로 쓰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했으니 이제 끝났다”, 혹은 반대로 “탄원서는 어차피 양형 참고용이라 아무 상관 없다”고 단정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탄원서의 법적 성격을 정확히 모르고 대응하다가 정작 다퉈야 할 시점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탄원서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정식 증거방법이 아니라 임의로 제출되는 서면이지만, 그 내용이 피해자의 진술을 담고 있는 이상 전문법칙과 진술서의 증거능력 요건에 따라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가 가려집니다. 쓰임새는 ‘사실 인정’과 ‘양형’ 두 갈래로 나뉘고, 각각 적용되는 기준이 완전히 다릅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의 탄원서가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조건과, 양형 자료로 반영되는 방식,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탄원서는 피해자 진술을 담은 서면이라 전문증거로 다뤄집니다

탄원서는 법정 밖에서 작성된 진술서이므로,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는 전문증거입니다.

형사재판은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피해자가 집에서 쓴 탄원서는 ‘공판기일 외에서 작성된, 진술을 기재한 서류’이므로 전형적인 전문증거에 해당합니다. 탄원서의 제목이 증거가 아니라 ‘탄원’이라고 붙어 있어도, 실질이 피해 사실과 처벌 의견을 적은 진술서라면 진술서로 취급됩니다.

이 원칙을 정한 것이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입니다.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엄벌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는 사실 자체는 범행을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피해자의 감정과 의견일 뿐이고, 그 안에 적힌 피해 경위 부분만 증거능력 심사의 대상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탄원서가 수사기록이나 공판기록에 편철되어 있다는 이유로 곧바로 증거로 채택된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록에 들어 있다는 것과 증거로 채택되어 유죄 인정에 쓰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탄원서가 기록에 편철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며, 증거능력 요건을 통과해야만 사실 인정에 쓰일 수 있습니다.


2. 제313조 요건을 갖추고 피해자가 법정에서 인정해야 증거능력이 생깁니다

자필 또는 서명·날인이 있고, 작성자가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작성한 탄원서가 전문법칙의 예외로 증거능력을 얻으려면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형식적 요건으로 작성자의 자필이거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합니다. 대필하거나 타인이 대신 서명한 탄원서는 이 단계에서 걸러집니다.

다음으로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인 피해자가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고 내용도 사실대로 적었다고 진술하여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도2865 판결은 진술을 기재한 서류가 제313조 제1항의 증거능력을 얻으려면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하고, 당사자가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는 한 원진술자의 공판기일 진술로 형식적 진정성립과 실질적 진정성립이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제313조 제2항은 작성자가 진정성립을 부인하더라도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면 증거로 할 수 있게 하되,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구합니다. 즉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한도에서만 허용됩니다.

피해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314조에 따라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예외가 인정됩니다. 탄원서가 가해자 처벌을 바라는 감정 상태에서 작성되었다는 점은 이 신빙성 판단에서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탄원서에 증거능력이 생기는지는 자필·서명 여부와 피해자의 법정 진술, 그리고 피고인 측 반대신문 기회에 달려 있습니다.


3. 피고인이 증거 동의를 하면 증거능력 심사 없이 채택될 수 있습니다

제318조의 동의는 전문법칙의 방패를 스스로 내려놓는 행위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증거 동의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1항은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에 대해, 법원이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탄원서를 포함한 서류 전체에 “동의합니다”라고 답하면 앞서 본 제313조의 진정성립 심사와 반대신문 기회가 사실상 사라집니다.

특히 자백하며 선처를 구하는 사건에서는 증거 전부 동의가 관행처럼 이루어지는데, 부인하는 사건에서 같은 방식으로 동의하면 피해자가 법정에서 번복할 여지가 있는 진술이 서면 그대로 증거로 들어갑니다. 탄원서 안에 피해 경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동의하지 않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피해자가 반복 출석으로 2차 피해를 호소하며 양형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서류에 동의하고 어떤 서류를 다툴지는 사건 전체의 쟁점을 보고 선택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는 서류라도 법정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는 쓰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꿨을 때 이전 탄원서와의 불일치를 지적하는 용도로 검사나 변호인이 활용하는 경우입니다.

증거 동의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므로, 탄원서와 그 안의 사실관계 서술은 동의 전에 반드시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4. 유죄 증거가 아니더라도 양형에서는 실질적으로 반영됩니다

탄원서는 사실 인정이 아니라 형량을 정하는 단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탄원서가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는 제한적이어도, 양형 단계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겪은 피해의 정도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 합의 여부는 이 ‘범행의 결과’와 ‘범행 후의 정황’에서 고려됩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는 피해자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도록 하고, 이때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탄원서는 이 피해자 의견진술권을 서면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법정형 안에서 벌금형인지 실형인지, 집행유예가 가능한지를 가르는 데 피해자의 엄벌 탄원과 처벌불원 의사가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했다고 해서 공소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형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한 사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초범이어도 집행유예 대신 실형이 선고될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피고인 입장에서는 탄원서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을 양형 자료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탄원서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는 제한적이어도, 형량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사실상 가장 무게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5. 탄원서를 받았을 때의 대응은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느 단계에서 받았는지에 따라 증거 의견과 양형자료 제출 전략이 달라집니다.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및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 → ④선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탄원서는 주로 ③ 단계에서 법원에 제출되지만, 수사 단계부터 검사에게 제출되기도 합니다.

피고인이 탄원서가 제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탄원서가 증거로 제출된 것인지, 단순히 참고자료로 접수된 것인지 증거목록과 증거조사 기일을 확인합니다.

  2. 탄원서 안에 범행 경위가 적혀 있다면 자필·서명 여부와 앞선 진술과의 불일치 지점을 정리해 증거 의견(동의·부동의)을 정합니다.

  3.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는 사건이라면 합의 시도, 반성문, 재범방지 노력 등 양형자료를 선고 전까지 준비합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탄원서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은 오히려 2차 가해로 평가되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합의나 연락은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탄원서를 둘러싼 고민은 “설마 이것 하나로 결과가 바뀌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탄원서를 쓰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법정에서 같은 내용을 일관되게 진술할 수 있는지가 증거 가치에 영향을 줍니다. 피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피고인 입장에서도 탄원서가 있다는 것만으로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증거능력이 있는지, 동의할 것인지, 양형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증거 의견 하나와 양형자료 한 장이 결론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탄원서를 앞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증거 의견을 내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 탄원서가 있으면 무조건 유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탄원서는 전문증거라서 형사소송법 제313조 요건을 갖추거나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해야 증거능력이 생기고, 증거능력이 있어도 증명력은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합니다.

Q. 피해자가 탄원서를 쓰고 법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작성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디지털포렌식 자료 등 객관적 방법으로 진정성립이 증명되고 반대신문 기회가 있었다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탄원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야 하나요?

A.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의하면 작성자의 법정 진술로 진정성립을 증명해야 하므로 피해자가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고, 이 점까지 고려해 동의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Q.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하면 공소가 취소되나요?

A. 취소되지 않습니다. 다만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 중 범행 후의 정황으로 참작되어 형이 낮아지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탄원서를 쓰게 한 것으로 보이면 문제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압박을 가해 쓰게 한 사정이 드러나면 탄원서의 신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양형에서도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Q. 탄원서는 언제까지 제출할 수 있나요?

A. 법에 정한 기한은 없지만, 실무적으로 선고 전까지 제출해야 양형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