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에서 서로 동의하고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관계가 틀어진 뒤 인터넷에 올라가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벌어집니다. 올린 쪽은 "찍을 때 본인도 동의했고, 심지어 직접 찍어서 보내준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여기기 쉽고, 피해를 입은 쪽은 촬영에 응했던 사실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은 촬영에 대한 동의와 유포에 대한 동의를 전혀 다른 문제로 봅니다. 촬영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더라도, 나중에 상대방의 뜻에 반해 퍼뜨리는 순간 몰래 찍은 영상을 유포한 것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촬영 동의와 유포 동의는 별개입니다
이런 사안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촬영이 합법이었으니 그 결과물을 어떻게 쓰든 내 마음"이라는 생각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몰래 찍은 촬영물의 유포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던 촬영물을 나중에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퍼뜨리는 행위도 명시적으로 처벌합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찍어서 보내준 사진이나 영상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사안은 대체로 세 갈래입니다. 함께 찍은 성관계 영상이나 사진을 헤어진 뒤 SNS·성인 사이트에 올리는 경우, 상대가 직접 찍어 보낸 사진이나 영상통화 화면을 저장해 두었다가 단체대화방이나 지인에게 넘기는 경우, 그리고 실제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올리겠다"며 만남이나 돈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유형은 유포죄보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죄가 더 무겁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보아야 합니다.
어느 쪽 입장에 서 있든 결과를 가르는 쟁점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그 사진·영상이 법이 말하는 촬영물에 해당하는지, 올리거나 보낸 행위가 반포·제공·전시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유포 당시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는지, 그리고 영리 목적이 있었는지와 촬영 당시 상대가 미성년자였는지입니다. 아래에서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제14조 제2항 후단, 셀카·영상통화 녹화까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단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찍은 촬영물(제1항)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이하 "반포등")한 경우이고, 후단은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입니다. 법정형은 두 경우 모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같습니다. 결국 "찍을 땐 동의했다"는 사정은 죄가 되지 않는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제2항 후단이 전제로 삼고 있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유포행위를 촬영행위와 같은 무게로 처벌하는 이유를, 성적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주는 만큼 유포행위의 죄책과 비난가능성이 촬영행위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8도1481 판결). 촬영이 합의로 이루어졌는지는 유포의 위법성을 줄여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상대가 직접 찍어 보낸 사진이나 영상통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4도16133 판결은 영상통화 중 한쪽이 자신의 신체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비춰 보낸 영상은 제2항 후단의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 포함)의 촬영물'에 해당할 수 있고, 상대방이 이를 녹화·저장한 동영상은 그 촬영물의 복제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녹화행위 자체는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1항 촬영죄가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러나 녹화 단계에서 처벌을 피했더라도, 그 녹화본을 상대의 뜻에 반해 퍼뜨리면 제2항 후단으로 처벌된다는 점은 분명해졌습니다. 조문상 복제물에는 복제물의 복제물도 포함되므로 캡처본·화면 재촬영본·편집본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다음 쟁점은 "어떻게 퍼뜨렸느냐"입니다. 대법원은 반포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으로 보고, 계속적·반복적으로 전달해 널리 퍼뜨릴 의사가 있었다면 특정한 1인에게 건넨 것도 반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공은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에게 무상으로 건네는 행위입니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도16676 판결). 공공연한 전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실제 행위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 게시판·SNS·성인 사이트 업로드 —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태가 되므로 반포 또는 공공연한 전시에 해당합니다.
단체대화방 공유 — 참여 인원과 관계에 따라 반포로 평가될 수 있고, 적어도 제공에는 해당합니다.
친구 한 명에게 1:1 전송 — 제공에 해당합니다. 반포가 아니어도 같은 조항, 같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피해자 본인에게 다시 보내는 경우 — 피해자 본인은 제공의 상대방에 포함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제공이 아닙니다(2018도1481). 다만 이를 겁주는 수단으로 썼다면 아래 협박죄가 문제됩니다.
돈을 받고 팔거나 유료로 공유한 경우 —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등을 하면 제14조 제3항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되고, 벌금형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 사진·영상이 애초에 처벌 대상 촬영물인지도 따져야 합니다. 법원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지를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 경위, 촬영 각도와 거리,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7007 판결). 성관계 영상이나 나체 사진이라면 이 요건이 다투어질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의사에 반하여'는 유포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봅니다. 촬영에 응했다는 사실, 영상을 보내줬다는 사실은 "당신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동의일 뿐 제3자에게 퍼뜨리는 것까지 허락한 것이 아닙니다. 유포에도 동의했다고 주장하려면 그 범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자료가 있어야 하고, 반대로 "너만 봐", "이제 지워줘" 같은 대화가 남아 있다면 그 자체가 의사에 반한다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실제로 올리지 않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14조의 죄는 미수범도 처벌되므로(제15조) 업로드를 시도하다 중간에 막힌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촬영물을 이용해 상대를 협박했다면 제14조의3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 협박으로 만남을 강요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유포보다 오히려 무거울 수 있습니다.
촬영 당시 상대가 아동·청소년이었다면 적용 법률 자체가 바뀝니다. 그 영상물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되어,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경우 제11조 제3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단순히 구입·소지·시청한 경우에도 같은 조 제5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이 조항은 촬영대상자의 의사를 요건으로 두지 않으므로 "본인이 동의했다"는 주장이 처음부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유포된 영상을 받아 저장한 사람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제14조 제4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데, 앞의 2024도16133 판결은 여기서의 촬영물을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처벌대상이 되는 촬영 또는 반포 등 행위가 전제된 촬영물'로 해석했습니다. 의사에 반한 유포가 한번 일어나면 그 영상을 받아 간직한 사람까지 처벌 범위에 들어오고, 그것을 다시 퍼뜨리면 제2항 반포가 됩니다.
끝으로 형사 절차상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 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수사와 기소가 그대로 진행될 수 있고, 합의는 양형에 반영되는 사정에 그칩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고(제42조 제1항),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에는 500시간 범위의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이 원칙적으로 함께 부과됩니다(제16조 제2항). 피해자 쪽에서는 형사재판에서 위자료를 포함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 제2호).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피해자와 게시자가 각각 먼저 할 일
같은 조항을 두고도 어느 편에 서 있느냐에 따라 첫 조치가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유포 피해를 입은 경우입니다.
삭제 요청보다 증거 보존이 먼저 — 게시물 주소(URL), 게시자 계정명, 게시 일시, 조회수와 댓글이 함께 보이도록 화면을 캡처하고, 영상은 화면 녹화로 남깁니다. 단체대화방이라면 참여 인원이 보이는 화면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이 자료가 반포인지 제공인지,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입증하는 근거가 되므로, 먼저 지워 버리면 오히려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좁혀 주게 됩니다. 상대와 나눈 대화 중 촬영 경위나 "올리지 마" 같은 내용도 함께 백업해 둡니다.
국가 삭제지원 신청 —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포된 촬영물과 신상정보의 삭제를 지원하며, 실무상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이를 맡습니다. 피해자 본인이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나 본인이 지정한 대리인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삭제 비용은 가해자가 부담하고 국가가 먼저 지출한 경우 가해자에게 구상합니다. 수사기관이 요청한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보관하면서 삭제를 지원하므로 증거 보존과 병행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은 '동의의 범위'를 중심으로 — 상대는 거의 예외 없이 "찍을 때 동의했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고소장에는 촬영 당시 무엇에 동의했고 무엇에는 동의하지 않았는지, 유포 사실을 언제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어디에 올라갔는지를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14조 제2항 후단의 요건에 맞춰 적어야 합니다.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기간 제한은 없지만, 사이트 운영자의 접속기록은 무한정 보관되지 않으므로 신속하게 접수하는 편이 게시자 특정에 유리합니다.
아직 올라가지 않았고 협박만 받은 단계라면 —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죄(제14조의3)와 반포 미수가 문제되는 단계입니다. 요구에 응하면 요구가 반복되는 구조이므로 응하지 말고,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보존한 채 바로 신고합니다.
금전 배상까지 함께 — 형사재판 중 배상명령을 신청하면 별도 소송 없이 위자료를 받을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고, 배상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민법 제750조·제751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이어갑니다.
반대로 이미 올렸거나 보낸 뒤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은 경우라면 다음 순서로 움직여야 합니다.
게시물은 즉시 내리되 기기는 손대지 않기 — 게시가 유지된 기간과 확산 범위가 양형의 핵심 사정이므로 게시물 삭제와 추가 전송 중단은 하루라도 빨라야 합니다. 그러나 휴대전화 초기화나 클라우드 일괄 삭제는 디지털 포렌식으로 대부분 복원될 뿐 아니라, 증거인멸의 염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로 평가되어 구속 여부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행위 유형부터 정확히 정리 — 어디에 올렸는지(공개 사이트·단체대화방·1:1 전송), 몇 명이 볼 수 있었는지, 얼마 동안 게시됐는지, 대가를 받았는지를 사실대로 정리합니다. 반포인지 제공인지, 영리 목적이 있었는지에 따라 적용 조항이 제14조 제2항에서 제3항(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의' 주장은 근거가 있을 때만 — 촬영에 대한 동의를 유포에 대한 동의처럼 주장하면 법리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양형에서 손해를 봅니다. 유포 자체에 동의했다는 구체적인 대화나 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이 부분을 다툽니다.
피해 회복은 변호인을 통해 —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면 2차 가해나 또 다른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합의는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면서 처벌불원 의사와 함께 남은 사본의 삭제 확인까지 담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가 끝내 어렵다면 기소 후 형사공탁(공탁법 제5조의2)을 활용할 수 있는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 등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공탁할 수 있습니다.
부수 처분까지 계산한 조사 대응 — 벌금형으로 끝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과 이수명령이 따라붙으므로, 직업이나 자격에 미칠 영향을 미리 확인한 뒤 진술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확산 속도가 피해와 결과를 가릅니다
찍을 때의 동의는 유포를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후단은 서로 합의해 찍은 촬영물은 물론 상대가 직접 찍어 보낸 사진과 영상통화 녹화본까지, 상대의 뜻에 반해 퍼뜨리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돈을 받고 인터넷에 유포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실제로 올리지 않고 겁만 주었더라도 협박죄로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시간이 곧 확산입니다. 피해자에게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복제본이 늘어 지워야 할 범위가 넓어지고, 게시한 쪽에는 게시가 유지된 기간이 그대로 불리한 양형 사정으로 쌓입니다. 피해자라면 증거 보존, 삭제지원, 고소의 순서를, 게시한 쪽이라면 게시물 삭제, 기기 보존, 경위 정리의 순서를 지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어느 편에 서 계시든, 지금의 행위가 반포인지 제공인지, 협박이 함께 문제되는지부터 확인하시고 그에 맞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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