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안에서 상관이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예산·물품을 빼돌리는 모습을 보고 참다못해 외부에 알렸는데, 오히려 "상관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고 위축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용이 모두 사실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군형법은 형법과 달리 사실을 말해도 처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역 장병뿐 아니라 전역 후에 과거 상관의 비리를 이야기한 경우에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어디까지가 정당한 문제 제기이고 어디부터가 처벌 대상인지 정확히 알고 움직이셔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군형법 제64조 제3항, 사실 적시도 상관명예훼손이 되는 구조
군형법 제64조는 상관에 대한 표현 행위를 네 갈래로 나누어 처벌합니다. 면전 모욕은 2년 이하, 문서·연설 등 공연한 방법의 모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입니다. 이 질문과 직접 관련된 것은 제3항과 제4항입니다.
제64조 제3항 —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제64조 제4항 —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인 것과 비교하면, 군형법은 상대가 상관이라는 이유로 법정형이 높고 벌금형이 없습니다. 내용이 진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상관"은 넓게 해석됩니다. 군형법 제2조 제1호는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을 상관으로 보고, 명령복종 관계가 없는 경우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도 상관에 준한다고 정합니다. 직속 지휘관이 아니라 다른 부서의 선임 장교나 상위 계급의 간부 이야기를 했더라도 상관명예훼손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공연성과 특정성, 그리고 형법 제310조 유추적용의 요건
상관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먼저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공연성입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하고, 한 사람에게만 말했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되는 것이 판례의 기본 법리입니다. 단체 대화방, 커뮤니티 게시글, 댓글, 부대 내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의 발언이 전형적입니다. 반대로 감사관실이나 수사기관처럼 직무상 비밀이 유지되는 곳에 신고한 것만으로는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특정성입니다. 상관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름을 쓰지 않았더라도 직책, 부대, 상황을 종합해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특정된 것으로 봅니다. 셋째, 사실의 적시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고,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는 사실 적시가 아니라 모욕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진실한 비리를 폭로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제64조 제3항에는 형법 제310조와 같은 위법성 조각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이 공백을 대법원이 메운 것이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도13333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군형법 제64조 제3항의 행위에 대해서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310조가 유추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상관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불법내용에 본질적 차이가 없고, 구성요건적 행위인 명예훼손을 형법과 다르게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댓글을 게시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1심의 유죄를 뒤집은 원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폭로하면 무조건 무죄"라는 뜻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 여부를 심사할 때 상관명예훼손죄가 보호하는 군의 통수체계와 위계질서에 대한 침해 위험 등을 추가로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일반 명예훼손보다 군 조직의 질서라는 요소가 하나 더 얹혀 심사된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진실성 — 적시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맞아야 합니다. 세부에 다소 과장이 있어도 중요한 부분이 진실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 법리이고,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도 같은 틀에서 다투게 됩니다.
공공의 이익 —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공 또는 사회 일반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어야 합니다. 예산 유용, 가혹행위, 부당 지시, 인사 비리처럼 군 운영의 적정성과 관련된 내용이면 인정되기 쉽습니다. 상관의 사생활이나 사적 약점이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표현의 방법과 상대방 — 신고·감사·수사 요청처럼 문제를 시정할 권한이 있는 곳을 향한 표현인지,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올린 글인지에 따라 공익성 판단이 달라집니다.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이거나 조롱하는 표현을 섞으면 공익 목적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동기 —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어야 하지만, 개인적 감정이 일부 섞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부정되지는 않고 주된 목적이 공익인지를 봅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섞인 경우입니다. 거짓 사실을 적시하면 제64조 제4항으로 법정형이 5년 이하까지 올라가고 제310조 같은 위법성 조각 논의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소문으로 들었다"는 내용을 단정적으로 올렸다가, 나중에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이 나면 사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단정해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폭로 전 점검부터 고소 이후 방어까지 네 단계
상황에 따라 순서가 달라집니다. 아직 폭로 전이라면 방법을 고르는 것이, 이미 고소를 당했다면 방어 논리를 세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폭로 전에는 공개 매체보다 신고 경로를 먼저 검토 — 부대 감사관실, 군 수사기관, 국방부 관련 신고창구, 국민권익위원회 같은 곳에 정식으로 신고하는 방식은 공연성 자체가 문제되지 않거나 공익성이 쉽게 인정됩니다. 커뮤니티나 SNS에 먼저 올리는 방식은 공연성이 분명해져 상관명예훼손 구성요건을 스스로 갖추는 셈이 됩니다. 비리의 성격에 따라 공익신고자 보호 법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진실성을 입증할 자료 확보 — 지시 내용이 담긴 문서, 결재·지출 내역, 대화 기록, 사진, 동료 진술처럼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미 게시한 글이 있다면 삭제 전에 원문, 게시 일시, 조회·댓글 상황을 캡처해 보존합니다. 삭제는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표현이 어떤 범위로 퍼졌는지 증명할 자료가 없어지면 방어가 어려워집니다.
고소·조사 단계에서는 진술을 정리해서 임하기 — 군 수사기관 조사에서 "상관을 비난하려던 것"이라는 취지로 답하면 공익 목적이 부정되는 근거가 됩니다. 폭로 경위, 먼저 시정을 요구한 경과,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경로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표현이 공익 목적에 맞는 범위에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구성요건 단계에서는 공연성과 특정성 부분이 약한 사건도 있어 이 부분을 먼저 점검합니다.
불리한 사정이 있다면 양형 대비 — 일부 내용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표현이 과격했던 경우에는 동기, 피해 정도, 반성과 정정 여부, 처벌 전력 등을 정리해 처분 수위를 낮추는 쪽으로 준비합니다. 군형법의 형은 징역이나 금고라 벌금형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가능성을 따져 보는 작업이 특히 중요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사실이어도 방법과 순서가 결과를 가릅니다
상관의 비리가 사실이라면 법은 이를 알린 사람을 무조건 처벌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군 조직이라는 특성 때문에 공익성 심사가 더 까다롭고, 어떤 경로로 어떤 표현을 썼는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이미 글을 올렸거나 고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 게시물을 정리하기 전에 자료 보존과 진술 방향부터 점검하시고, 앞으로의 신고 방법을 고민 중이라면 먼저 어떤 경로가 안전한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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