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나 술자리, 혹은 지인·연인 사이에서 벌어진 신체 접촉 때문에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은 대개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지 않을까"라는 기대입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강제추행이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여서, 합의하고 고소를 취소하면 사건이 그대로 종결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합의가 여전히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사정인 것은 맞지만, 합의서를 받았다고 해서 수사와 재판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합의가 어디까지 결과를 바꿀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바꾸지 못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의 시점과 방법을 그르치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친고죄 폐지 후 합의는 종결이 아닌 감경 수단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하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298조). 과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였지만, 2013년 6월 19일 시행된 개정 형법에서 친고죄 규정(형법 제306조)이 삭제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도 아닙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내더라도, 수사기관은 혐의가 인정되는 한 수사를 이어가고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합의는 의미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의 성격이 "사건을 끝내는 수단"에서 "처분과 형량을 낮추는 수단"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합의가 실제로 결과를 움직이는 지점은 세 곳입니다. 첫째, 검사가 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정하는 단계(기소유예 여부). 둘째, 법원이 징역형과 벌금형 중 무엇을, 얼마나 선고할지 정하는 단계(형종·형량·집행유예·선고유예). 셋째, 그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따라붙는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명령 같은 부수처분입니다. 특히 세 번째는 형량보다 생활에 더 오래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합의의 실익을 판단할 때 반드시 함께 봐야 합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피해자의 나이·관계·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합의가 바꿀 수 있는 폭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성인 대상 일반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공중밀집장소 추행(성폭력처벌법 제11조, 지하철·공연장 등) —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직장 상하관계 등) —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아동·청소년 대상 강제추행(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3항) —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
13세 미만 대상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 — 5년 이상 유기징역, 벌금형 없음
법정형이 낮고 벌금형이 열려 있는 유형일수록 합의가 기소유예나 벌금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고, 13세 미만 대상처럼 벌금형 자체가 없는 유형은 합의를 하더라도 징역형을 전제로 감경과 집행유예를 다투게 됩니다. 결국 물어야 할 것은 "합의하면 끝나는가"가 아니라 "내 사건에서 합의가 결과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가"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기소유예·양형기준·신상정보 등록에서 합의의 무게
먼저 합의해도 처벌이 가능한 법적 구조부터 보겠습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라면 고소가 취소되거나 처벌불원 의사가 표시된 순간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제7호). 강제추행은 둘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법원은 합의가 있더라도 유무죄와 형량 판단으로 나아갑니다. 수사 단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호), 합의 여부는 이 송치 기준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합의서를 냈는데도 사건이 검사에게 넘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강제추행이 성립하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점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가 없다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폭행 자체가 곧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된다는 것이 오래된 판례의 입장입니다. "살짝 스친 정도이니 합의만 하면 된다"는 판단은 위험하며, 반대로 접촉 경위나 고의를 다툴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면 합의보다 혐의 검토가 먼저입니다.
수사 단계에서 합의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은 기소유예입니다. 검사는 범인의 연령·성행,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47조, 형법 제51조),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이 '범행 후의 정황'의 중심에 놓입니다. 초범이고, 유형력이 약하며, 추행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고, 진지한 반성과 함께 처벌불원서가 기록에 들어와 있다면 기소유예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집니다. 기소유예는 유죄판결이 아니므로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합의의 실익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점입니다.
재판으로 넘어가면 법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2025. 7. 1. 수정 시행)을 기준으로 형량을 정합니다. 13세 이상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추행 범죄의 권고 형량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강제추행 — 감경 ~1년 / 기본 6월~2년 / 가중 1년6월~3년
공중밀집장소 추행 — 감경 ~8월 / 기본 6월~1년 / 가중 10월~2년
청소년 강제추행 — 감경 1년~2년 / 기본 1년8월~3년4월 / 가중 2년8월~4년8월
이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은 형량 구간 자체를 감경 영역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특별감경인자이고, 동시에 집행유예 여부를 판단할 때의 주요 긍정적 참작사유입니다. 단순한 피해 회복('상당한 피해 회복')이 일반감경인자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무게가 다릅니다. 다만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을 엄격하게 정의합니다.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인 경우만 해당하며, 피고인 측의 사실상의 강요나 기망으로 받아낸 처벌불원, 미성년자·장애인 피해자 등에서 법정대리인의 처벌불원에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제외됩니다. 서명만 받아 낸 종이 한 장이 아니라, 합의에 이른 과정의 자발성까지 법원이 들여다본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합의를 서두르다 형량이 오히려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양형기준은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 거절에 대한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경우를 '2차 피해 야기'라는 가중인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수사·재판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피해자의 주소·성명 등 인적사항을 누설할 수 없고(성폭력처벌법 제24조), 피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27조). 피해자 연락처를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입니다.
합의를 하더라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따라오는 부수처분은 별개로 남습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으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고(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벌금형을 예외로 하는 범위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등 일부 범죄에 한정되어 있어 강제추행은 벌금형만 받아도 등록 대상입니다. 등록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정해집니다(같은 법 제45조 제1항, 제45조의2 제1항).
벌금형 — 등록기간 10년
징역 3년 이하 — 등록기간 15년
징역 3년 초과 10년 이하 — 등록기간 20년
선고유예 — 선고유예일부터 2년이 지나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면 등록 면제
여기에 법원은 성범죄로 형을 선고하는 경우 판결과 동시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최대 10년의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해야 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이를 하지 않습니다(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 제1항·제2항). 그래서 실무에서 합의의 실익은 대체로 기소유예 → 선고유예 → 벌금 → 집행유예 순으로 평가됩니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에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하고 자격정지 이상의 전과가 없어야 가능하므로(형법 제59조 제1항), 처벌불원과 진지한 반성이 갖춰져야 비로소 현실적인 목표가 됩니다.
끝까지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공탁을 검토합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더라도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사건번호와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 특정 명칭으로 공탁할 수 있습니다(공탁법 제5조의2).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금전을 공탁한 경우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고 엄벌을 탄원하면 감경 폭은 제한됩니다. 공탁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으로 평가되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참작되는 데 그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접근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혐의 검토부터 형사공탁까지 여섯 단계
합의를 실제 결과로 연결하려면,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합의 시도 전에 혐의와 진술 방향부터 정리 — 접촉 경위, 현장 CCTV, 당일 주고받은 메시지, 동석자 진술을 먼저 확인합니다. 고의나 유형력 행사를 다툴 여지가 큰 사건에서 합의부터 서두르면 수사기관에 혐의 인정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정할 사건이라면 첫 조사부터 일관된 인정과 반성 진술을 유지해야, 이후 처벌불원서와 함께 '진지한 반성'으로 평가받을 토대가 만들어집니다.
피해자 접촉은 공식 경로로만 —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문자를 보내거나, 지인을 통해 연락하거나, 직장·주거지를 찾아가는 것은 금물입니다. 수사기관에 합의 의사를 전달하고, 피해자가 동의하면 피해자 측 변호사(국선변호사 포함) 또는 피해자가 허락한 연락처를 통해 변호인끼리 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합의 과정의 압박은 양형기준상 '2차 피해 야기' 가중인자로 돌아옵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분리해 구체적으로 — 합의서에는 합의금 액수·지급 방법·지급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피해자 자필 서명과 신분증 사본을 담습니다. 처벌불원서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별도로 제출합니다. 분할 지급을 약정하면 완납 전에 처벌불원의 효력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지급 완료와 서류 교부 시점을 맞추는 구조로 설계합니다. 피해자 측 변호사가 관여한 합의라면 양형기준이 요구하는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 인식'도 자연스럽게 소명됩니다.
검사 처분 전에 처벌불원서가 기록에 들어가도록 — 기소유예를 노린다면 늦어도 검사가 처분하기 전에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반성문, 재범방지 교육 이수 자료가 기록에 편철되어 있어야 합니다. 약식명령(벌금)이 청구되어 그대로 확정되면 그 순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므로, 고지를 받으면 정식재판 청구로 확정을 막고 선고유예를 목표로 다시 다툴지 바로 판단해야 합니다. 1심 선고 뒤에 이루어진 합의는 항소심에서 양형부당 사유로 주장합니다.
합의가 결렬되면 형사공탁과 양형자료로 — 형사공탁은 법원이 선고 전에 피해자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선고기일 직전이 아니라 충분히 앞서 진행합니다. 공탁 금액은 피해자 측이 제시했던 금액과 유사 사건 수준을 함께 고려해 정하고, 반성문·가족과 직장의 탄원서·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자료·재범방지 프로그램 이수 내역을 함께 제출해 처벌불원의 공백을 최대한 메웁니다.
부수처분까지 겨냥한 변론 — 형량만이 아니라 선고유예 요건(1년 이하 징역·벌금 선고 대상, 뉘우치는 정상, 자격정지 이상 전과 없음) 충족 여부를 점검하고, 유죄가 불가피하다면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자료와 직업상 불이익 자료를 갖춰 취업제한 명령을 면제해 달라는 의견을 따로 제출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검사 처분 전 합의가 결과를 가장 크게 바꿉니다
강제추행은 친고죄가 폐지되어,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그대로 진행되고 처벌도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처벌불원은 기소유예를 끌어낼 수 있는 핵심 사정이고, 재판에서는 특별감경인자이자 집행유예의 주요 긍정 사유가 됩니다. 다만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만 받아도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이 뒤따르기 때문에, 합의의 진짜 실익은 그 문턱을 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 효과는 검사가 처분하기 전에 가장 크고,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등 잘못된 방식의 합의 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합의부터 서두르기보다, 혐의를 다툴 사건인지 먼저 점검하고 합의 시점과 경로, 합의가 안 될 때의 대안까지 함께 설계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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