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허위 서류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분들이 공소장을 받아 보고 당황하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사기죄로 조사받는 줄 알았는데, 공소장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따로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차피 대출 사기 하나로 같이 처리되겠지”, “은행 직원이 속아서 돈을 내줬으면 그걸로 끝 아닌가요”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기죄는 사기죄대로, 업무방해죄는 업무방해죄대로 각각 형이 정해지고, 이를 합쳐 하나의 형으로 선고받는 구조라서 이 안심은 재판 단계에서 그대로 무너지곤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출금을 받기 전후로 이어진 일련의 위계 행위가 있었다면, 사기죄와 별개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다만 모든 대출 사기에 업무방해가 당연히 붙는 것은 아니고, 은행 담당자가 어떻게 심사했는지에 따라 업무방해 부분은 무죄가 될 여지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대출 사기에 업무방해죄가 따로 붙는 이유, 두 죄의 관계, 방어가 가능한 지점, 그리고 기소 이후 절차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사기죄와 업무방해죄는 보호하는 법익이 달라 각각 따로 성립합니다
사기죄는 은행의 재산을, 업무방해죄는 은행의 심사 업무 자체를 보호합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 보호하는 것은 피해자의 재산입니다. 대출 사기에서는 허위 서류에 속은 은행 담당 직원이 대출금을 내준 순간 기수에 이르고,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면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는 형법 제313조가 정한 ‘허위사실 유포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이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보호하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은행이 대출 신청을 접수하고, 신용과 담보를 평가하고, 대출 후 자금 사용처와 상환 가능성을 점검하는 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입니다.
검찰은 대출 서류를 위조하거나 재직증명서·소득자료·임대차계약서를 허위로 꾸며 제출한 경우, 이 행위가 담당자를 속여 돈을 받아낸 것(사기)임과 동시에 은행의 대출 심사 업무를 그르친 것(업무방해)이라고 보고 두 죄를 함께 기소합니다. 서류를 위조했다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죄까지 더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사기는 ‘돈’을, 업무방해는 ‘심사 업무’를 침해한 것이어서, 한 사건에서 두 죄명이 나란히 적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다.
2. 대법원은 두 죄를 별개의 범죄로 보아 경합범으로 처벌합니다
업무방해는 사기에 흡수되는 ‘덤’이 아니라 독립된 범죄입니다.
피고인 쪽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주장은 “업무방해는 사기를 저지르면 당연히 따라오는 행위이니 따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불가벌적 수반행위 또는 불가벌적 사후행위 주장인데,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기죄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그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있고, 사기죄의 성립에 일반적·전형적으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행위가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행위자가 대출금 교부를 전후하여 이루어진 일련의 위계행위를 통해 피해자 은행의 대출 심사 및 대출금 환수 여부 심사 등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방해한 경우, 사기 범행과 별도로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4도18174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기죄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실체적 경합관계로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즉 업무방해 행위가 사기죄에 비해 별도로 고려되지 않을 만큼 경미하지 않다면 한 번에 흡수되지 않고, 두 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됩니다.
실무에서 특히 문제되는 것은 대출금을 받은 뒤의 행위입니다. 대출 실행 전에 서류를 꾸민 것뿐 아니라, 대출 후 자금 용도를 속이거나 환수 심사를 피하려고 추가로 허위 자료를 낸 경우 ‘대출 심사와 환수 심사 전반’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일련의 위계행위가 인정된 사안에 대한 판단이므로, 모든 대출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사실관계별로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대출 전후의 일련의 위계행위가 있다면 사기죄와 업무방해죄를 각각 인정하고, 두 죄를 경합범 관계로 봅니다.
3. 은행이 충분히 심사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 부분은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
허위 자료를 가볍게 믿고 대출한 것이라면 은행의 불충분한 심사이지, 위계가 아닙니다.
방어의 핵심은 이 지점에 있습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그 위계가 실제로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켜야 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관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 신청사유나 허위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7151 판결).
이 판결은 법인 계좌 개설 사건에 대한 것이지만, 신청을 받아 요건을 심사한 뒤 수용 여부를 정하는 업무라는 점에서 대출 심사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그래서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적힌 은행 쪽 심사 과정을 하나씩 뜯어봅니다.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은행이 실제로 밟았는지, 담보물 감정이나 현장 확인, 신용조회, 재직·소득 확인 같은 추가 확인 조치가 있었는지, 신청서 기재만 믿고 승인했는지 등입니다.
반대로 은행이 내부 규정에 따라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했는데도 정교하게 위조된 서류 때문에 허위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것이어서 업무방해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업무방해 부분은 ‘서류가 가짜였는가’가 아니라 ‘은행이 어떻게 심사했는가’로 승부가 갈립니다.
이 방어 논리는 사기죄의 성립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업무방해만 무죄가 되더라도 사기 부분이 유죄면 처벌은 남기 때문에, 두 죄를 따로 나누어 다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업무방해죄는 은행이 충분히 심사했는데도 속은 경우에만 성립하므로, 은행의 심사 경위를 파고드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4. 두 죄가 경합범으로 처리되면 처벌 상한이 올라갑니다
사기 단독일 때보다 형의 상한이 높아지고, 이득액이 크면 특경법까지 적용됩니다.
경합범으로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의 장기를 합산한 기간을 넘지 못합니다. 사기죄(20년 이하)와 업무방해죄(5년 이하)가 경합하면 이론상 선고할 수 있는 징역의 상한은 최대 25년입니다. 업무방해가 붙지 않았다면 20년이던 상한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물론 실제 선고형이 이 상한 근처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업무방해죄가 따로 인정되면 양형에서 ‘은행의 심사 체계 전반을 속였다’는 점이 불리하게 평가되고,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가능성을 따질 때에도 죄가 하나 더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대출 사기는 금액이 커지기 쉽습니다. 사기로 얻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에 업무방해까지 경합하면 부담은 한층 커지므로, 대출 사건에서는 이득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대출 원금인지, 담보나 보증으로 회수된 금액을 공제하는지)를 초기에 정확히 다투어야 합니다.
한편 양형 단계에서는 대출금 전액 변제 여부, 은행과의 합의, 초범 여부, 대출금 사용처, 가담 정도가 두루 참작됩니다. 변제와 합의는 죄의 성립을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선고형과 집행유예 여부에서는 가장 강력한 유리한 사정입니다.
5. 기소 이후 재판은 이렇게 진행되고, 준비는 첫 기일 전에 끝나야 합니다
공소사실을 죄명별로 쪼개어 다투는 준비가 첫 공판기일 전에 되어 있어야 합니다.
대출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고소 접수 및 피의자 조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 ③법원(수원지방법원) 공판 → ④판결 선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미 기소가 되었다면 지금은 ③ 단계로, 공소장에 적힌 죄명이 사기에 그치는지, 업무방해·사문서위조까지 포함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기소 후에는 공소장 부본이 송달되고 첫 공판기일이 지정됩니다. 이때 진술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사기의 고의를 다툴지, 업무방해만 다툴지, 모두 인정하고 양형에 집중할지에 따라 증거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번 법정에서 인정한 사실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첫 기일 전에 방향이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공소장의 공소사실에서 사기, 업무방해, 문서위조 등 죄명별로 어떤 행위가 어느 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는지부터 구분해서 확인합니다.
수사기록(열람·등사 신청)에서 은행 담당자 진술과 내부 심사 자료를 확인해 은행이 실제로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정리합니다.
대출금 변제 내역, 은행과의 합의 가능성, 사용처 자료를 정리해 양형 자료로 준비합니다.
피해 은행과의 합의나 일부 변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판 초기에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며
대출 사기로 기소된 분들은 “내가 속이려던 것은 아니었다”, “갚으려고 했다”는 생각 때문에, 공소장에 죄명이 추가된 사실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죄명 하나가 더해지면 형의 상한과 양형 평가가 달라지고, 그만큼 방어해야 할 쟁점도 늘어납니다.
대출을 받은 입장에서는 서류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누가 서류를 준비했는지, 은행이 어떻게 심사했는지가 모두 결론을 가릅니다. 중개인이나 지인이 서류를 꾸민 경우 가담 정도와 고의 여부도 별개로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심사 과정의 허점이 업무방해 성립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사실관계가 얼마나 정확히 정리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재산범죄에서 기소된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서류라도 심사 경위와 정리 방식에 따라 죄명별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소장을 받았다면 지금이 방어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첫 공판기일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출금을 이미 전액 갚았는데도 사기와 업무방해로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출 실행 시점에 기망으로 대출금을 받으면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므로 사후 변제가 죄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다만 전액 변제와 합의는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사기로 처벌받으면 업무방해는 따로 처벌받지 않는 것 아닌가요?
A. 대법원은 대출 전후의 일련의 위계행위가 은행의 심사 업무 전반을 방해한 경우 사기죄의 불가벌적 수반행위가 아니라 별개의 범죄로 봅니다. 따라서 두 죄가 모두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은행 직원이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허위 자료를 가볍게 믿고 승인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기죄의 성립은 별개로 판단되므로 두 죄를 나누어 다투어야 합니다.
Q. 업무방해죄 형량은 어떻게 되나요?
A. 형법 제314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사기죄와 경합범이 되면 형법 제38조에 따라 가중되어 처리됩니다.
Q. 서류는 중개인이 꾸몄고 저는 몰랐습니다. 그래도 책임이 있나요?
A. 허위 서류임을 알지 못했다면 사기의 고의나 업무방해의 인식이 없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서류 작성 경위, 중개인과의 연락 내용, 수수료 지급 여부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Q. 기소된 뒤에도 은행과 합의하면 도움이 되나요?
A. 도움이 됩니다. 합의서와 변제 내역은 판결 선고 전까지 제출할 수 있으며,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입니다. 공판 초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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