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주식 투자에 자신 있는 지인이나 가족에게 증권 계좌를 통째로 맡기고, 수익이 나면 일정 비율을 나눠 갖기로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는 사람끼리 하는 일이라 문제없다”, “수익 나면 반반 나누고, 손실 나면 내가 메워주겠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꺾여 계좌가 반 토막이 나면, 맡긴 쪽은 “허락하지 않은 종목을 샀다”며 원금을 돌려달라고 하고, 운용해 준 쪽은 “선의로 도와줬을 뿐”이라고 맞서다가 금융감독원 신고나 형사 고소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등록 없이 맺은 투자일임 약정과 개인 사이의 손실보전 약정에 대해 형사처벌 문제와 약속의 민사상 효력을 분리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불법이니 약속도 무효”라는 기대도, “서로 합의한 약속이니 처벌은 없다”는 기대도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운용 방식에 따라서는 미등록 투자일임업을 넘어 무인가 집합투자업, 유사수신, 사기까지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남의 주식 계좌를 맡아 굴려주고 수익을 나누는 행위가 어느 지점에서 불법이 되는지,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남의 계좌를 대신 매매해 준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처벌 대상은 ‘운용’ 그 자체가 아니라 등록 없이 하는 ‘투자일임 영업’입니다.
자본시장법 제6조 제8항은 투자일임업을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등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하여 그 투자자의 재산상태나 투자목적 등을 고려하여 금융투자상품등을 취득·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계좌 주인에게서 아이디·비밀번호나 인증서를 넘겨받아 종목과 매수·매도 시점을 스스로 정해 주문을 넣는다면, 투자판단을 일임받아 투자자별 계좌로 운용하는 이 구조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다만 같은 법 제6조 제1항은 금융투자업을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방법으로 행하는 행위”로 한정합니다. 그래서 휴대폰 주문이 서툰 부모님 계좌를 대가 없이 몇 차례 대신 주문해 드린 경우처럼, 이익을 얻을 목적도 계속성도 없는 행위는 투자일임 ‘영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갈림길은 대가를 받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계속·반복했는지 두 가지입니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기로 했다면 이익을 얻을 목적은 이미 채워집니다. 고정 수수료든 성과보수든 형태는 상관없습니다. 여기에 수개월간 매매를 이어가며 정기적으로 정산했다면 계속성도 인정되기 쉽고, 조문은 고객 수를 따로 정하지 않으므로 “한 사람 계좌만 봐줬다”는 사정만으로 영업성이 부정되지도 않습니다.
이 요건을 채우면 제17조가 적용됩니다. 제17조는 “누구든지” 금융투자업 등록 없이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어, 증권사 직원이 아닌 일반 개인도 똑같이 적용 대상입니다. 종목만 알려주고 주문은 계좌 주인이 직접 넣었다면 투자일임이 아니라 투자자문(제6조 제7항)의 문제가 되지만, 대가를 받고 개별 조언을 반복했다면 미등록 투자자문업 역시 같은 조항으로 금지됩니다.
계좌를 대신 굴려준 사실보다, 대가를 받고 계속·반복했는지가 불법 여부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2. 등록 없이 맺은 수익배분 약정이라도 그 약속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형사상 금지와 민사상 효력은 별개라서, 약속한 수익 배분은 그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받는 질문은 “불법 계약이었으니 약속한 수익 배분금은 안 줘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수익이 난 뒤 맡긴 쪽이 성과보수 지급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손실을 본 쪽이 “무효인 계약이니 그동안 준 보수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등록 없이 맺은 투자일임계약의 효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가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투자일임계약 자체가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8562 판결).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3다311665 판결도 현행 제17조에 대해 같은 결론을 재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수익의 30%를 운용자에게 주기로 했다면, 운용자가 미등록 상태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약정이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운용자 쪽도 “어차피 무효인 계약”이라며 책임을 피할 수 없고, 약정한 운용 범위와 수임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그대로 부담합니다.
다만 약정이 민사상 유효하다는 것과 형사책임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수익배분 약정이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된다고 해서 운용자가 제17조 위반 책임을 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약정서, 정산표, 보수 이체 내역은 수사 단계에서 ‘이익을 얻을 목적’과 ‘계속성’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로 쓰입니다.
미등록 상태의 수익배분 약정도 민사상 효력은 유지되지만, 바로 그 약정서가 형사 절차에서는 영업성의 증거가 됩니다.
3. “손실 나면 물어주겠다”는 개인 간 약속은 그대로 효력이 있습니다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손실보전 금지 조항은 개인 사이의 약정에 유추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와 그 임직원이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는 약속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제445조 제10호로 처벌합니다. 이 때문에 “원금 보장 약속은 어차피 불법이라 무효”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해당 규정은 금융투자업자 또는 그 임직원이 고객인 투자자에 대하여 손실을 보전하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는 약정을 이행하거나 그 손실보전 및 이익제공을 위하여 부득이 불건전한 거래 또는 변칙적인 거래를 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의 왜곡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손실보전 내지 이익보장 등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자 및 그 임직원과 고객 사이가 아니라 사인들 사이에 이루어진 손실보전 내지 이익보장 약정에 대하여는 자본시장법 제55조를 유추적용할 수 없고, 그 약정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할 근거도 찾기 어렵다(대법원 2024. 5. 9. 선고 2023다311665 판결).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8978 판결도 같은 취지입니다. 개인 운용자가 “원금은 내가 책임진다”고 약속했다면 그 약속은 약정금 청구의 근거가 되고, 카카오톡 메시지든 메모든 형식과 관계없이 약속 내용이 입증되면 됩니다. 다만 유료 리딩방처럼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한 업체는 2024. 8. 14.부터 제101조의2 제1항으로 제55조가 준용되어, 손실보전 약속 자체가 제445조 제10호의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 간 약정과 구별해야 합니다.
약정 범위를 벗어난 매매도 별도의 책임 근거가 됩니다. “우량주만, 신용·미수 거래는 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는데 운용자가 레버리지를 써서 테마주 단타를 했다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수임인의 의무(민법 제681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계좌의 돈을 운용자 자기 계좌로 옮긴 경우라면 민사를 넘어 형사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 판례(2005도3516)는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위임받은 금액보다 많이 인출한 경우 초과분에 대해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인정했습니다. 매매 권한만 위임받은 상태에서 권한 밖의 출금·이체를 입력했다면 같은 구조이므로, 형법 제347조의2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개인 간 손실보전 약속은 유효하므로, 약속한 쪽은 손실을 떠안고 맡긴 쪽은 그 약속을 근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4. 돈을 한데 모으거나 원금 보장을 내걸면 처벌 법조와 형량이 달라집니다
계좌별 운용인지, 자금을 모았는지, 속였는지가 형량 구간을 가릅니다.
각자 명의의 계좌를 맡아 개별적으로 운용하고 대가를 받았다면 미등록 투자일임업으로, 자본시장법 제445조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범죄는 투자자에게 손실이 나지 않았더라도 등록 없이 영업한 것만으로 성립하고, 처벌 대상은 투자일임업을 ‘영위한 자’이므로 계좌를 맡긴 쪽은 이 조항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의 돈을 운용자 계좌 하나로 모아 굴리고 그 결과를 나눠준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투자자별로 구분해 운용하는 투자일임이 아니라, “2인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금전등을 … 운용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배분하여 귀속시키는” 집합투자(제6조 제5항)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집합투자업은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을 제외하면 인가 대상이어서, 인가 없이 영위하면 제444조 제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올라갑니다.
지인 범위를 넘어 SNS나 단톡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서 “원금 보장, 월 몇 퍼센트 수익”을 약정하고 돈을 받는 것을 업으로 하면 유사수신행위법 제2조·제3조 위반이 되어, 제6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추가로 문제됩니다.
수익률을 부풀리거나 실제로는 운용하지 않으면서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 맡은 계좌에서 권한 없이 출금했다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로 둘 다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양형에서는 운용 기간, 맡은 계좌 수, 받아 간 보수 규모, 피해 회복 여부가 함께 고려됩니다. 미등록 투자일임업은 피해자의 처벌불원으로 끝나는 범죄가 아니어서, 투자자와 원만히 정산했더라도 그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뿐 공소 제기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누가 주문을 넣었고 무엇을 약속했는지 입증할 기록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계좌 운용 분쟁은 통상 ①금융감독원 불법금융 신고 또는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증권사 거래내역·메신저 대화 분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손실을 본 쪽은 형사 절차와 별도로 약정금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실제로 주문을 넣은 사람이 누구인지, 대가가 있었는지, 몇 명의 계좌를 얼마 동안 운용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미등록 영업 여부를, 약정 범위와 외부 이체 내역이 사기·컴퓨터등사용사기 여부를 각각 가릅니다.
계좌 운용을 둘러싼 분쟁이 생겼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좌를 어떤 방식으로 맡겼는지(아이디·비밀번호 공유, 인증서 제공 등)와 매매 범위·금지사항을 정한 대화나 약정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수익배분 비율, 손실보전 약속, 실제로 오간 보수 이체 내역을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증권사에서 기간별 거래내역과 입출금 내역을 발급받아, 약정 범위를 벗어난 매매나 외부 계좌로의 이체가 있었는지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본시장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맡긴 쪽은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의 순서를, 운용한 쪽은 영업성 다툼과 정산 방안을 함께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좌 운용을 둘러싼 분쟁은 “친구 사이에 법까지 가야 하나”라는 망설임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계좌 손실은 커지고, 약속을 담은 대화 기록은 하나둘 사라집니다.
계좌를 맡긴 입장에서는 “믿고 맡겼다”는 호소보다, 어떤 범위로 맡겼고 무엇을 약속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먼저입니다. 손실보전 약속이 있었다면 약정금 청구로, 약정 범위를 벗어난 매매가 있었다면 손해배상 청구로 방향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계좌를 운용해 준 입장에서도 “좋은 뜻으로 도와줬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보수를 받았는지, 얼마 동안 몇 명의 계좌를 운용했는지, 출금은 누가 했는지에 따라 미등록 영업에 그치는지, 사기로까지 번지는지가 갈립니다.
저는 계좌를 맡겼다가 손실을 본 쪽과 운용을 맡았다가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법리로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 계좌를 대신 매매해 드리는 것도 불법인가요?
A. 대가 없이 가끔 주문을 대신 넣어드리는 정도라면 투자일임 ‘영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이익을 얻을 목적과 계속·반복성을 모두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족이라도 수익을 나누며 장기간 운용하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Q. 수익을 나누지 않고 매달 고정 수수료만 받으면 괜찮나요?
A. 괜찮지 않습니다. 고정 수수료도 이익을 얻을 목적에 해당하므로, 성과보수와 마찬가지로 영업성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Q. 계좌를 맡긴 저도 처벌받나요?
A. 미등록 투자일임업의 처벌 대상은 그 영업을 영위한 운용자입니다. 계좌를 맡긴 쪽은 이 조항으로 처벌되지 않고, 오히려 손실보전 약정이나 임의매매를 근거로 민사 청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Q. 불법 계약이니 약속한 수익 배분금은 안 줘도 되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등록 없는 투자일임을 금지하는 제17조를 단속규정으로 보아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하므로, 약정한 수익 배분금은 청구될 수 있습니다.
Q. 운용자가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했는데 지키지 않습니다.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개인 사이의 손실보전 약정에는 제55조를 유추적용할 수 없고 그 효력을 부인할 근거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약속 내용을 담은 메시지나 메모를 확보해 두면 그 자료로 약정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조사 연락을 받았습니다.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보수 수령 경위, 운용 기간, 계좌 수에 대한 첫 진술이 영업성 판단을 좌우하고, 자금을 모아 운용한 사정이 있으면 무인가 집합투자업까지 함께 검토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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