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유죄 판결이 확정된 뒤에야 “고소 내용이 처음부터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뒤늦게 재심 가능 여부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많은 분들이 “판결이 이미 확정됐으니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대방이 거짓말이었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판결이 뒤집힌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확정판결은 고소인이 진술을 번복했다는 사정만으로 바뀌지 않고, 반대로 확정됐다고 해서 영영 다툴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 사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다 증거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무고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 등을 재심 사유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이 ‘새로운 증거’의 요건을 엄격하게 따집니다. 사유를 어디에 걸고 어떤 자료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허위 고소로 성범죄 유죄를 받았을 때 재심이 어떤 경로로 가능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법 조문과 판례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재심은 가능하지만,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해야만 열립니다
허위 고소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재심이유에 맞춰야 합니다.
재심은 이미 확정된 유죄판결을 다시 심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선고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한 재심이유를 일곱 가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증거가 된 서류·증거물의 위조·변조(제1호), 증거가 된 증언·감정·통역·번역의 허위(제2호), 무고로 인한 유죄(제3호), 증거가 된 재판의 변경(제4호),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의 새 발견(제5호) 등입니다.
허위 고소로 성범죄 유죄를 받은 분이 실제로 쓰게 되는 길은 대부분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소인이 무고죄로 유죄 확정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3호이고, 다른 하나는 무죄를 입증할 새 증거를 제출하는 제5호입니다. 성범죄 재판에서 고소인 진술이 유죄의 핵심 증거였다면, 그 진술이 법정에서 위증이었다는 점이 확정판결로 증명되는 경우에는 제2호도 함께 검토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재심 대상 판결입니다. 항소나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된 경우에는 제421조에 따라 제1호, 제2호, 제7호 사유가 있을 때에만 그 기각판결 자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제3호나 제5호로 다투려면 사건이 어느 심급 판결로 확정됐는지부터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허위 고소였다는 억울함은 재심의 출발점일 뿐이고, 제420조의 어느 호에 걸리는지가 청구의 성패를 가릅니다.
2. 고소인의 무고죄가 확정되면 제3호 재심 사유가 됩니다
무고죄 유죄 확정판결이 있으면, 그 무고로 받은 성범죄 유죄는 재심 대상이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3호의 문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고(誣告)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 제3호).
핵심은 ‘무고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고소인에 대한 무고 고소가 이뤄져 기소·유죄 확정까지 이어져야 이 호를 쓸 수 있습니다.
무고죄 유죄 확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고소인이 사망했거나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는 제422조에 따라 확정판결 대신 그 사실 자체를 증명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가 있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이 길이 막힙니다. 무고의 증거가 충분한데도 시효나 사망 같은 사정으로 확정판결을 못 얻은 경우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3호는 무고 사건을 먼저 확정시켜야 쓸 수 있는 경로이고,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을 때에만 제422조로 대신 증명할 수 있습니다.
3.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는 신규성과 명백성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제5호는 재판 때 내지 못한 증거로, 판결의 결론을 뒤집을 만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고소인의 무고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제5호가 규정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쓰이는 자료는 고소인이 허위였음을 인정하는 진술서나 녹취, 고소 시점 전후의 메신저 대화, 위치정보·CCTV·결제 내역처럼 고소인 진술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객관 자료, 고소 동기를 보여주는 금전·합의금 요구 정황 등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새로 발견된 증거’(신규성)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습니다.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하고, 청구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에는 원판결의 소송절차에서 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었다면 신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그래서 재판 중에 이미 알고도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신규성에서 걸립니다. 반대로 재판 이후에야 고소인이 진술을 바꾸었거나 새 대화 기록이 확보됐다면 신규성 쟁점은 풀립니다. 여기에 더해 그 증거가 기존 증거와 종합했을 때 법관이 유죄 판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인 명백성이 필요합니다. 고소인이 단순히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을 흐리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구체적이고 객관 자료와 맞아떨어져야 신빙성을 인정받습니다.
제5호는 재판 이후에 확보한 새 증거를 기존 증거와 함께 놓고 보아도 유죄 확정판결이 흔들릴 때에만 열립니다.
4. 고소인에 대한 무고 고소는 재심 전략과 시효 때문에 서둘러야 합니다
무고죄는 형이 무겁고 공소시효가 있어, 재심 준비와 함께 고소 시기를 따져야 합니다.
무고죄의 법정형은 앞서 본 대로 징역 10년 이하이고,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10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시효는 허위 신고가 이뤄진 시점부터 계산하므로, 성범죄 재판이 길어졌다면 무고 고소를 미룰수록 시효가 줄어듭니다. 시효가 지나면 제3호 경로는 막히고 제422조에서 증명 가능한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한 가지 변수는 형법 제157조가 준용하는 제153조입니다. 무고를 한 사람이 그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소인이 처벌이 두려워 끝까지 부인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감경 가능성을 이유로 진술서나 확인서를 써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고 사건에서 받은 확정판결 이유와 증거기록은 이후 제5호 재심에서도 사실상 핵심 자료가 됩니다.
동시에 고소인을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따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재심은 청구 즉시 판결의 효력을 멈추지 못하므로, 민사와 형사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고 고소는 시효 10년의 시계 위에 있으므로, 재심 사유 확보와 함께 시기를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5. 청구부터 재심 판결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재심은 원판결 법원에 청구하며, 개시 결정이 나야 비로소 다시 재판이 시작됩니다.
재심은 통상 ①원판결을 한 법원(제423조, 예를 들어 수원지방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이면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와 증거자료 제출 → ②재심 사유가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심리 → ③재심개시결정(제435조) 또는 기각결정(제434조) → ④개시결정이 확정되면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제438조)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재심청구서는 형 집행이 끝난 뒤에도 낼 수 있어(제427조), 이미 복역을 마쳤다는 이유로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재심청구는 형의 집행을 정지시키는 효력이 없고(제428조), 법원이 개시결정을 하면서 집행 정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청구 기각이나 개시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가능합니다(제437조). 또한 기각결정이 나면 누구든 동일한 이유로는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제434조 제2항), 처음 청구 때 증거를 충분히 갖춰야 합니다. 재심 심판에서는 원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고(제439조), 무죄가 선고되면 판결이 관보와 신문에 공고됩니다(제440조).
재심을 준비할 때는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정판결문과 공판 기록을 확보해, 유죄 판단에 쓰인 증거 중 고소인 진술이 차지한 비중과 판결이 믿은 이유를 확인합니다.
재판 이후 새로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 재판 당시에는 왜 제출하지 못했는지 시점과 경위를 정리합니다.
고소인에 대한 무고 고소를 병행할지, 시효와 증거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심 청구서를 작성하면, 재심 사유와 증거의 신규성·명백성을 한 번에 설득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습니다.
마치며
허위 고소로 유죄가 확정된 분들은 억울함과 함께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겠나”라는 체념 때문에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무고죄의 공소시효도 흘러갑니다.
유죄 확정을 받은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어떤 증거가 재판 당시 없었고 이제 생겼는지를 날짜와 함께 정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객관 자료와 고소인 진술의 모순을 보여주는 기록이 쌓일수록 재심 청구와 무고 고소 모두에서 설득력이 커집니다.
반대로 고소를 했던 입장에서도 “이미 끝난 일”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진술 경위가 달라지거나 객관 증거가 나오면 무고 혐의로 조사를 받을 수 있고, 재판 확정 전 자백 여부에 따라 처분도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당한 쪽과 고소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도 어떤 증거를 어떤 순서로 내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확정판결이 억울하다면, 증거와 시효가 남아 있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입니다. 재심 가능성부터 정확히 따져보고 싶으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소인이 “거짓말이었다”고 사과했는데, 이것만으로 재심이 되나요?
A. 그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진술 번복이 재판 이후에 이뤄졌다는 신규성과, 번복 이유가 구체적이고 객관 자료와 맞아떨어지는 명백성이 함께 인정되어야 합니다.
Q. 형을 모두 살고 나온 뒤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27조는 형의 집행을 종료했거나 집행을 받지 않게 된 때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Q. 재심을 청구하면 바로 석방되거나 형 집행이 멈추나요?
A. 아닙니다. 재심청구는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고(제428조), 재심개시결정을 할 때 법원이 집행 정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Q.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 같은 이유로 다시 낼 수 있나요?
A. 낼 수 없습니다. 이유 없다는 기각결정이 있으면 누구든 동일한 이유로 다시 재심을 청구하지 못하므로(제434조 제2항), 첫 청구 때 증거를 충분히 갖춰야 합니다.
Q. 재심에서 오히려 형이 더 무거워질 수도 있나요?
A. 아닙니다. 재심에서는 원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제439조).
Q. 고소인을 무고로 고소하는 것과 재심 청구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A. 사건마다 다르지만, 무고죄 공소시효(10년)와 증거 보존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무고 유죄 확정이 가능하면 제3호 경로가 되고, 어렵다면 제5호나 제422조 경로를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나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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