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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직원 부모에게 받은 변제 각서도 효력이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원이 매출금이나 거래처 대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자, 사업주가 직원 본인이 아니라 그 부모를 불러 변제 각서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대신 갚겠다고 직접 쓰고 서명까지 했으니 이제 받을 수 있다”고 안심하고,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감옥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하니 일단 써 주고 보자”는 마음으로 서명합니다. 그런데 막상 변제 기한이 지나 소송을 하려 하면 “그 각서는 보증이 아니다”, “강요에 못 이겨 쓴 것이다”라는 다툼이 벌어지고, 각서를 써 주면 직원에 대한 형사처벌도 면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횡령 사건에서 각서의 효력은 그 문서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부모가 어떤 지위에서 서명했는지, 서명에 이르는 과정이 정당했는지에 따라 완전히 갈립니다. 또한 부모가 돈을 대신 갚았더라도 직원의 형사책임은 별개의 문제로 남습니다.

아래에서는 직원 횡령 사건에서 부모에게 받은 변제 각서가 어떤 경우에 민사상 효력이 있고, 어떤 경우에 효력을 잃으며, 형사 절차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녀의 횡령 피해를 갚을 법적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각서가 없다면 부모는 직원의 횡령 피해에 대해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습니다.

직원이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면 사업주가 가지는 청구권의 상대방은 어디까지나 횡령한 직원 본인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750조)이든 횡령금을 돌려받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든, 채무자는 그 행위를 한 당사자이고 성년인 자녀의 부모는 채무자가 아닙니다.

부모가 자녀의 채무를 책임지려면 부모 스스로 법률행위를 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직원이 갚지 못하면 대신 갚겠다는 보증, 직원의 채무를 부모가 함께 또는 대신 떠안는 채무인수, 부모가 자기 돈으로 일정 금액을 주겠다는 별도의 약정(증여·합의금 약정)이 그것입니다. 각서는 이 법률행위를 증명하는 문서일 뿐이고,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요건과 효력이 다릅니다.

실무에서 흔한 오해는 “부모니까 당연히 책임진다”거나 반대로 “부모는 서명해도 효력이 없다”는 두 극단입니다. 둘 다 틀렸습니다. 성년 자녀의 부모라도 위 법률행위의 요건을 갖추어 서명했다면 구속력이 있고, 요건이 빠졌다면 서명이 있어도 청구가 막힙니다. 특히 직원이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으로서의 책임 구조가 달라지므로 이 글은 성년 직원을 전제로 설명드립니다.

부모는 자녀의 횡령 피해를 당연히 갚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며, 각서에 담긴 법률행위의 종류가 책임의 출발점입니다.


2. 각서에 ‘보증’의 의사가 담겼다면 서면 방식과 한도 특정 요건을 갖추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보증은 서명이 있는 서면이어야 하고, 금액이 불확정이면 최고액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아들이 갚지 못하면 제가 대신 갚겠습니다”라는 취지라면 보증입니다. 보증은 민법상 방식이 엄격합니다.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428조의2 제1항).

따라서 부모가 구두로 “책임지겠다”고 말했거나 문자메시지·메신저로만 의사를 표시했다면 보증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서명이나 기명날인이 없는 각서, 직원 혼자 작성한 각서에 부모가 이름만 적어 둔 문서도 같은 문제를 안습니다. 다만 부모가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했다면 그 한도에서는 방식의 하자를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3항).

두 번째로 확인할 것은 채무 범위입니다. 횡령액이 “2024년 3월 입금분 1,200만원”처럼 특정되어 있다면 문제가 적지만, “직원이 회사에 끼친 모든 손해”처럼 범위가 불확정한 채무를 보증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428조의3에 따라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하고, 특정하지 않은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습니다. 횡령 규모가 조사 중이라 금액을 정하지 못한 채 “전부 책임진다”고만 쓴 각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서의 표현을 봅니다. “직원이 갚지 못할 경우”라는 조건이 붙었다면 보증이고, 이 경우 사업주는 먼저 직원에게 청구하거나 집행을 시도한 사정을 입증하라는 항변(최고·검색의 항변)에 부딪힐 수 있는지 여부가 연대보증인지 일반 보증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각서 문구에 ‘연대하여’가 들어 있는지가 이 차이를 가릅니다.

부모가 서명한 서면이 있고 채무 범위 또는 최고액이 특정되어 있어야 보증으로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제가 갚겠습니다”라는 각서는 채무인수나 증여 약정으로 다투어집니다

부모가 자기 채무로 떠안았는지, 선의로 돈을 주겠다고 한 것인지에 따라 청구 가능 여부가 달라집니다.

부모가 “이 사건 피해금은 제가 책임지고 변제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면 보증보다 채무인수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채무인수에는 직원의 채무가 면제되는 면책적 인수와 직원의 채무가 남은 채 부모가 함께 책임지는 병존적 인수가 있습니다. 실무와 법원은 채무자를 면책시키려는 의사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한 병존적 인수로 보는 경향이 있고, 이 경우 사업주는 직원과 부모 모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직원 사이의 계약으로 인수가 이루어졌다면 민법 제454조에 따라 채권자인 사업주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반대로 “사정이 딱해서 위로금 조로 일정 금액을 드리겠다”는 취지라면 증여 성격이 강합니다. 증여는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으면 각 당사자가 해제할 수 있지만(민법 제555조), 서면으로 작성된 각서라면 해제가 막히고 약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서에 서명이 있는 이상 부모가 “빌려준 것도 아니고 책임질 이유도 없다”고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각서가 어느 유형인지는 제목이 아니라 문구와 당시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다툼이 될 만한 핵심 표현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책임의 순서(“직원이 갚지 못하면” 인지, “제가 우선 갚겠다” 인지). 둘째, 금액(특정된 액수인지, 총액 미정인지). 셋째, 직원의 면책 여부(“이로써 직원에 대한 청구를 포기한다” 같은 문구가 있는지). 이 중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으면 각서의 해석을 둘러싼 소송이 길어집니다.

사업주는 집행의 실효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각서만으로는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소송 또는 지급명령을 거쳐 확정판결이나 지급명령 확정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있으면 민사집행법 제56조에 따라 집행권원이 될 수 있어, 소송 절차 없이 집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증’인지 ‘채무인수’인지 ‘증여’인지는 문구가 가르며, 서면과 금액 특정이 확인되면 부모도 청구 대상이 됩니다.


4. 처벌을 면하게 해 준다며 받은 각서는 강박과 공갈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고소 여부를 무기로 부모를 압박해 받은 각서는 취소되고, 정도가 지나치면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직원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 사업주는 고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각서를 쓰지 않으면 아들을 고소하겠다”, “당장 오지 않으면 경찰에 넘기겠다”라며 부모를 불러 서명을 받는 과정입니다.

민법 제110조 제1항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46조). 다만 모든 압박이 강박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고소하겠다고 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 않고, 해악의 고지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위법하다고 평가될 때 비로소 강박이나 공갈이 문제됩니다. 부모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 고소 협박으로 거액을 받아내려 했거나, 감금하듯 장시간 서명을 강요했다면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업주 입장에서 위험은 민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형법 제350조의 공갈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횡령 피해자였던 사업주가 오히려 피고소인이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각서를 받는 과정은 가급적 서면 안내와 충분한 숙고 시간을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서명 당시의 상황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호출 경위를 보여주는 문자·통화기록, 현장에 있던 사람, 서명 직후 보낸 메시지, 그리고 각서 내용이 부모의 형편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중한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취소 의사는 서명 후 가능한 한 빨리 내용증명 등으로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서명 후 오랜 기간 일부를 갚아 오면 추인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고소 예고는 허용되지만 법적 책임 없는 부모를 겁박해 받은 각서는 취소와 공갈의 문제가 됩니다.


5. 부모가 갚았더라도 직원의 형사처벌은 별개로 진행되고, 절차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변제와 각서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뿐 횡령죄 성립을 지우지 못합니다.

직원의 행위는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른 횡령이고, 업무상 보관 지위에 있었다면 제356조 업무상횡령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대해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이 법리는 부모가 대신 변제한 경우에도 같습니다. 횡령죄는 친고죄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받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당연히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직원과 사업주 사이에는 친족상도례(형법 제361조)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피해 변제와 합의는 수사기관의 기소 판단과 법원의 양형에서 중요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각서와 변제 내역은 ②단계부터 제출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확인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각서의 작성자·서명 유무, 금액 특정 여부, 보증·채무인수·증여 중 어느 취지인지 문구부터 확인합니다.

  2. 횡령 금액을 입증할 통장 거래내역과 장부를 정리하고, 부모가 이미 입금한 금액이 있다면 이체 내역을 따로 보관합니다.

  3. 각서를 받은 경위(호출, 고지 내용, 현장 동석자)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강박 또는 공갈 주장에 대비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 그리고 합의 조건 조율을 함께 설계해야 사업주는 회수 가능성을, 직원과 부모는 처벌과 부담의 한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직원 횡령 사건은 “오래 함께 일한 사람인데”, “부모님이 저렇게까지 비는데”라는 마음 때문에 서면 한 장으로 급히 수습하려다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업주 입장에서는 각서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그 각서가 보증인지 채무인수인지, 서명과 금액 특정 요건을 갖췄는지가 먼저입니다. 요건이 빠진 각서에 기대어 시간을 흘려보내면 직원의 재산이 처분되거나 시효가 다가오는 동안 회수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각서를 쓴 부모와 직원 입장에서도 “서명했으니 끝났다”거나 “강요받았으니 무조건 무효다”라는 단순한 생각은 위험합니다. 어떤 문구에 서명했는지, 서명 과정이 어땠는지, 이미 얼마를 갚았는지에 따라 부담은 크게 달라지고, 형사 절차는 따로 대응해야 합니다.

저는 횡령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사업주 측과 의심받는 직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문서 한 줄과 초기 대응이 결론을 바꾸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각서에 서명했거나 받았다면, 효력이 정리되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가 서명한 각서가 있으면 무조건 부모에게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보증이라면 서명 있는 서면과 채무 최고액 특정이 필요하고, 채무인수나 증여로 보더라도 문구와 작성 경위에 따라 효력이 달라집니다.

Q. 부모 서명 없이 직원이 쓴 각서에 부모 이름만 적혀 있으면요?

A. 보증으로서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이 있어야 하므로, 부모가 직접 작성하거나 서명했는지가 핵심입니다.

Q. 부모가 전액을 대신 갚으면 직원은 처벌받지 않나요?

A. 처벌 가능성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변제와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지만, 횡령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처벌불원서가 있어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고소하겠다는 말에 겁이 나서 쓴 각서는 취소할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권리 실현 수단으로 고소를 예고한 정도라면 위법하지 않을 수 있어, 해악 고지가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Q. 각서만 있으면 바로 부모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각서는 집행권원이 아니어서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거쳐야 하고,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있는 공정증서가 있다면 곧바로 집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직원 월급에서 횡령금을 먼저 공제해도 되나요?

A. 신중해야 합니다. 임금은 전액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공제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변제 방법은 직원의 자발적 합의서 등으로 따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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