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위력 성추행(간음)으로 고소당했을 때 결과를 가르는 것은 "만졌는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상대가 거절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아래 10개 문항에 스스로 답하면 수사기관이 내 사건에서 '위력'을 인정할 가능성이 어디쯤인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드러납니다.
직장 상사, 교수, 코치, 원장, 사장, 종교 지도자. 업무상 위력 사건의 피의자는 대부분 "폭행도 협박도 없었고, 상대도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죄는 처음부터 폭행·협박을 묻지 않는 죄입니다. 지위 자체가 힘이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그래서 강제추행과는 전혀 다른 질문지로 준비해야 합니다.
먼저 조문: 추행은 3년 이하, 간음은 7년 이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0조, '간음'은 형법 제303조가 규율하며, 2018년 개정으로 두 조문 모두 법정형이 크게 올랐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①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그 사람을 간음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두 조문은 같은 뼈대를 공유합니다. ① 보호·감독 관계 ② 위계 또는 위력 ③ 추행 또는 간음. 아래 워크시트의 1부는 ①을, 2부는 ②를, 3부는 수사기관이 ②를 어떻게 입증하는지를 다룹니다.
이 워크시트를 쓰는 방법
문항마다 '그렇다'면 1점, '아니다'면 0점으로 적고, 마지막에 합산합니다. 점수는 유무죄 예측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어느 쟁점에 힘을 실을지를 미리 보는 지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 문항 아래에 적은 '왜 이것을 묻는가'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야 조사실에서 질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1부. 관계: 나는 상대를 '보호·감독'하는 위치였나
1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보호·감독 관계는 고용계약서가 아니라 사실상 상대의 처지를 좌우할 수 있었는지로 판단되며, 정식 직급이 없어도 인정됩니다.
문항 1. 상대의 평가, 급여, 계약 연장, 성적, 출전 기회 중 하나라도 내 손에 있었다
가장 무거운 문항입니다. 대법원은 보호·감독 관계를 업무·고용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밖의 관계"까지 넓게 보며, 인사권이나 평가권처럼 상대의 불이익을 결정할 수 있는 사실상의 힘이 있으면 족하다고 봅니다.
수습 직원과 팀장, 대학원생과 지도교수, 연습생과 기획사 대표, 선수와 감독은 전형적 사례입니다. 직급이 같아도 실질적으로 업무를 배분하고 평가에 의견을 내는 선임이라면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항 2. 상대가 나와의 관계를 끊으면 생계나 진로에 손해가 생기는 구조였다
관계의 '탈출 비용'을 묻는 문항입니다. 상대가 그만두면 학위, 자격, 비자, 수입을 잃는 구조였다면 거절의 자유가 그만큼 좁았다고 평가됩니다.
반대로 상대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프리랜서였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이 문항은 0점에 가깝습니다.
문항 3. 사건 당시 그 관계가 '진행 중'이었다
퇴사 후, 졸업 후, 계약 종료 후에 벌어진 일이라면 보호·감독 관계가 끊어졌다는 항변이 가능합니다. 다만 퇴사했어도 추천서, 업계 평판, 재계약 가능성으로 여전히 영향력이 남아 있었다면 관계가 계속된 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항 4. 나와 상대의 나이·경력 차이가 10년 이상이거나, 상대가 그 조직에 들어온 지 1년이 안 됐다
법에 숫자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행위자의 지위와 연령, 피해자의 조직 내 위치를 종합해 위력을 판단하므로, 격차가 클수록 '지위를 이용했다'는 평가에 가까워집니다.
2부. 장면: 그 지위가 실제로 '힘'으로 작동했나
2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위력은 상대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이면 족하고, 실제로 상대가 제압되어 저항하지 못했음을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즉 "상대가 거부하지 않았다"는 말은 위력이 없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위력이 작동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문항 5. 그 장소와 시간을 내가 정했고, 상대는 업무·지도의 일환으로 따라왔다
출장 숙소, 회식 후 2차, 연구실 야근, 개인 레슨, 면담실. 상대가 '업무'로 알고 들어온 공간에서 벌어진 일은 지위가 상황을 만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상대가 먼저 사적인 만남을 제안했고 업무와 무관한 자리였다면, 위력보다는 사적 관계의 문제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그래도 문항 1이 1점이라면 이 여지는 쉽게 사라집니다.
문항 6. 그 전후로 업무 지시, 평가 언급, 거취 이야기가 함께 오갔다
"다음 프로젝트 네가 맡아", "이번 학기 성적은 걱정 마", "계약 건은 내가 잘 말해 둘게". 이런 말이 신체 접촉과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면 수사기관은 지위와 행위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습니다.
위협이 아니라 호의처럼 들리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위력에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항 7. 상대가 그 자리에서 웃거나 넘겼지만, 뒤에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말한 기록이 있다
동료 메신저, 상담 기록, 가족과의 통화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즉시 저항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이 문항이 1점이면, "상대도 좋아했다"는 주장은 사실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3부. 그 뒤: 내 행동이 위력을 증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3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건 후의 연락, 인사 조치, 주변에 한 말이 위력의 존재를 역으로 입증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문항 8. 사건 후 상대에게 연락해 "오해다", "조용히 하자", "너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 연락은 세 가지로 해석됩니다. 첫째 사실관계의 인정, 둘째 지위를 이용한 회유, 셋째 증거인멸 시도. 어느 쪽도 피의자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이미 보냈다면 지우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십시오. 삭제 흔적은 메시지 내용보다 더 나쁜 인상을 남깁니다.
문항 9. 사건 후 상대의 부서 이동, 계약 미연장, 성적·평가 하락, 팀 제외가 있었다
시기상 우연이었더라도 수사기관은 이를 보복이나 압박으로 의심합니다. 직장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사업주가 피해 주장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이 문항이 1점이면 형사 사건과 별도로 노동 분쟁과 징계 절차가 동시에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움직여야 합니다.
문항 10. 같은 조직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사람이 한 명 이상 더 있다
다른 피해 주장이 등장하면 각 사건이 따로 기소되더라도 양형에서 묶여 평가되고, "사적 호감이었다"는 설명은 반복 패턴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는 사정은 피의자에게 유리한 정황입니다.
점수 읽는 법: 세 갈래
합계 7점 이상이면 위력 인정 가능성이 높은 사건, 4~6점이면 위력과 동의가 다투어지는 사건, 3점 이하면 보호·감독 관계나 위력 자체를 다툴 수 있는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단, 문항 1이 1점이면 총점과 무관하게 한 단계 위로 올려 읽어야 합니다.
7점 이상: 사실관계 다툼보다 양형 설계가 먼저입니다
이 구간에서 "동의가 있었다"는 항변은 대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고 피의자의 반성 결여로 기록됩니다. 접촉 사실을 인정하되 경위와 정도를 정확히 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자료를 초기부터 준비하는 쪽이 결과가 낫습니다.
4~6점: '위력'과 '동의'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구간
여기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사건 전후의 객관적 기록입니다. 메신저 대화 전체(일부 발췌 금지), 당시 업무 배치와 평가 자료, 만남의 경위를 보여주는 일정 기록을 확보하십시오.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친근한 연락을 이어갔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관계를 유지해야 했던 처지 자체가 위력의 징표로 읽히기 때문에, "이후에도 잘 지냈다"는 자료는 생각보다 힘이 약합니다.
3점 이하: 관계와 위력 자체를 다툴 수 있는 구간
보호·감독 관계가 없었거나 끊어졌음을, 그리고 지위가 그 장면에 개입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데 집중합니다. 다만 이 구간에서도 접촉 자체가 상대 의사에 반했다면 죄명이 강제추행으로 바뀌어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죄명이 바뀌는 지점: 강제추행과 위계
이 섹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위력이 부정되어도 무혐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제추행(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나 위계에 의한 추행·간음으로 죄명만 옮겨 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 고지로 보며, 상대의 저항이 곤란할 정도였는지는 더 이상 요구하지 않습니다. 기습적인 접촉 자체가 폭행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위계는 상대를 속여 성적 행위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대법원은 행위 자체에 대한 착각뿐 아니라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착각을 이용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봅니다. "치료다", "연기 지도다", "승진 면접의 일부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업무상 위력 추행과 강제추행을 동시에 검토하고, 검사가 주위적·예비적으로 함께 기소하기도 합니다. 한 죄명만 보고 대응하면 다른 죄명에서 무너집니다.
자주 놓치는 네 가지 숫자
이 섹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업무상 위력 사건은 법정형이 낮아 보여도 신상정보 등록, 공소시효, 피해자 연령에 따른 조문 변경, 징계 트랙 때문에 체감 결과는 훨씬 무겁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벌금형도 대상. 성폭력처벌법 제10조와 형법 제303조는 모두 등록대상 성범죄에 포함되어,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등록 의무가 생깁니다. 취업제한 명령은 법원이 별도로 판단합니다.
공소시효: 추행 5년, 간음 7년. 법정형 장기를 기준으로 계산하며, 디엔에이 증거가 있으면 10년이 연장되고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성년이 될 때까지 진행이 정지됩니다.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장애인이면 조문이 바뀝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위계·위력 간음은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에 따라 강간과 같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추행은 2년 이상의 징역이며, 장애인에 대한 위계·위력 간음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이 경우 보호·감독 관계는 요건조차 아닙니다.
징계와 형사는 별개로 달립니다. 수사 결과가 불송치여도 직장·학교의 징계는 독자적 기준으로 진행되며, 반대로 징계 절차에서 한 진술은 형사 사건에 그대로 증거로 넘어옵니다.
지금 모아 둘 자료
워크시트를 마쳤다면 점수와 무관하게 다음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모든 갈래에서 공통된 첫걸음입니다.
상대와 주고받은 메신저·이메일 전체 내보내기(발췌하지 말고 전체 기간).
사건 전후 3개월의 근무·수업·훈련 일정, 평가 기록, 업무 배치 자료.
그 자리의 경위를 보여주는 법인카드 내역, 출장 명령서, 회식 공지, 예약 기록.
사건 이후 상대에게 보낸 연락 전체(삭제 금지).
조직 내 신고·징계 절차에서 작성된 모든 서면과 녹취.
이 자료들은 피의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같은 무게로 필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먼저 정리한 쪽이 사실관계의 틀을 잡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