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가 회삿돈을 사적으로 쓰거나 회사에 손해가 가는 거래를 밀어붙이는 것을 보다 못해 경찰에 고발했는데, 몇 달 뒤 "불송치(혐의없음)" 통지서가 날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지서를 받아 들면 "이걸로 끝인가, 다시 다퉈볼 방법은 없는가"가 가장 먼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불송치 이의신청이 가능한지 여부가 내가 고소인인지 고발인인지, 그리고 언제 통지를 받았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같은 불송치라도 출발점을 잘못 잡으면 서류를 내고도 아무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고발인이라면 이의신청 자격부터 따져야 하는 이유
경찰이 수사한 뒤 범죄 혐의가 없다고 보면 사건을 검찰(검사)에 넘기지 않고 종결하는데, 이것이 불송치 결정입니다. 결정이 나면 경찰은 고소인·고발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45조의6), 이 통지를 받은 사람이 불복하는 절차가 이의신청(같은 법 제245조의7)입니다.
핵심은 신청 자격입니다. 종전 제245조의7은 통지를 받은 사람 중 고발인을 제외하고 이의신청권을 주었습니다. 회사 대표의 배임을 알게 된 직원, 주주, 거래 상대방이 경찰에 낸 서류는 대개 피해자 본인이 낸 "고소"가 아니라 제3자가 낸 "고발"로 분류되므로, 이의신청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26년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이 부분이 일부 바뀌었습니다. 고발인도 사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에 한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됐고, 이의신청 기간도 새로 생겼습니다. 다만 모든 고발인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내 고발이 여기에 들어가는지는 범죄의 종류와 나의 지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낸 서류가 고소인지 고발인지. 둘째,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짜가 2026년 10월 1일 이전인지 이후인지. 셋째, 불송치 결정서에 적힌 이유가 무엇인지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배임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고소인·고발인 구분과 3개월 기한
먼저 죄명부터 보겠습니다. 회사 대표가 맡은 업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배임입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이를 하면 형법 제355조 제2항(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회사 업무처럼 업무로서 하는 경우는 업무상배임(형법 제356조)으로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회사 대표의 배임에서 법적 피해자는 대표 개인이 아니라 회사(법인)라는 점입니다. 직원이나 주주는 회사가 입은 손해로 인해 간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뿐, 형사법상 직접 피해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경찰서에 낸 서류는 고발로 처리되기 쉽고, 반대로 회사 명의로, 회사를 대표하는 정당한 권한자가 고소한 것이라면 고소인으로서 이의신청권이 있습니다. 대표 본인이 가해자인 상황에서는 감사, 새 대표,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 등 누가 회사를 대표해 고소할 수 있는지가 현실적인 쟁점이 됩니다.
다음은 기한입니다. 개정 전에는 이의신청에 법정 기한이 없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일인 2026년 10월 2일 이후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연장될 수 있으나 그 한도는 사건이 검사에게 넘어간 날부터 6개월 안으로 제한되므로, 연장을 기대하고 미루는 것은 위험합니다. 10월 1일까지 통지받은 사건은 종전 규정에 따라 별도 기한이 없지만, 그 사이 증거가 흩어지고 기억이 흐려지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의신청서는 검찰청이 아니라 불송치 결정을 한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냅니다. 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사건을 다시 판단하지 않고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하며, 이후 검사가 기록을 보고 기소·불기소를 결정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즉 이의신청은 "경찰의 결론을 뒤집는 절차"라기보다 "사건을 검사의 판단 아래로 올리는 절차"입니다.
그렇다면 자격이 안 되는 고발인은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의신청과 별개로, 사건이 검사에게 어떻게든 닿게 하는 경로가 있습니다.
회사가 직접 고소하는 방법 — 피해자인 회사의 정당한 대표권자가 고소인이 되면 이의신청권이 생깁니다.
보완된 자료로 새로 고소·고발하는 방법 — 불송치는 같은 사건을 다시 수사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므로, 종전에 없던 증거가 확보됐다면 이를 첨부해 다시 접수할 수 있습니다.
검사에 대한 구제 신청 — 사법경찰관의 수사에 법령 위반이나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될 때 검사에게 신고해 시정을 구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또 하나 짚을 부분은 이의신청서에 무엇을 써야 하는가입니다. 불송치 이유는 보통 "혐의없음(증거불충분)",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로 나뉘는데, 배임 사건은 흔히 배임의 고의와 임무위배, 회사의 재산상 손해 가운데 어느 하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종결됩니다. 법원은 경영상 판단이라는 항변에 대해, 경영자가 그 권한 범위에서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이면 책임을 묻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이사회·주주총회 결의 등 절차를 건너뛰었거나 본인·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위한 거래였다면 이 항변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청서는 결정서의 이유를 항목별로 옮겨 적고, 각 판단이 어떤 자료에 비추어 잘못됐는지 짝지어 반박하는 구조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통지일 확인부터 이의신청서 작성까지 단계별로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통지서와 결정서 정리 — 불송치 통지일, 사건번호, 결정 이유(혐의없음·죄가안됨 등), 접수한 서류의 표제(고소장인지 고발장인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통지일이 기한 계산의 시작점이고, 표제와 내용에서 내 지위가 정해집니다.
내 지위 판단 — 회사가 피해자라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합니다. 내가 고발인이라면 사건이 개정법상 고발인 이의신청 대상 범죄에 해당하는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인정되는지를 따집니다. 해당하지 않으면 회사 명의 고소나 보완 자료를 갖춘 재접수를 검토합니다.
기록 열람·복사 신청 — 개정법상 이의신청 목적의 수사 기록 열람·복사가 명시됐습니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가되지 않을 수 있고 사용 목적 제한이 붙을 수 있으므로, 신청서에 필요한 범위를 특정해 요청합니다.
반박 논리와 보완 증거 확보 — 계좌 거래내역, 이사회 의사록, 계약서와 결재 라인, 회사의 회계장부, 거래 상대방과 주고받은 메시지처럼 임무위배와 손해, 대표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돌아간 이익을 보여주는 자료를 모읍니다. 새 증거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자료가 왜 다르게 평가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한 안에 관서장에게 이의신청서 제출 — 3개월 기한이 적용되는 사건이라면 여유 없이 제출합니다. 제출 뒤에는 검사에게 송치된 이후의 진행(보완수사 요구, 기소 여부 결정)을 확인하고, 불기소로 끝나면 항고와 재정신청 가능 여부를 이어서 검토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지위와 기한을 먼저 확정해야 하는 이유
불송치 통지를 받은 뒤 "일단 지켜보자"며 시간을 보내면, 개정법 아래에서는 3개월 기한이 지나 이의신청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또 고발인이라는 이유로 신청이 막히는 사안인데 이를 모르고 서류만 준비하면, 정작 회사 명의 고소나 보완 자료로 다시 접수할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회사 대표의 배임 고발이 불송치로 끝났다면, 통지일과 내 지위(고소인인지 고발인인지)부터 확인하시고, 이의신청이 가능한 경로인지, 불가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사건을 다시 검사에게 올릴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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