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사 둔 농지, 또는 부모님께 물려받지 못하고 직접 매수한 농지를 지인이나 친척 이름으로 등기해 두었다가, 관계가 틀어지면서 돌려받지 못하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농지는 농민만 살 수 있다고 해서 형님 이름으로 해뒀다”, “불법인 걸 알고 한 일이니 어디 가서 말도 못 한다”는 생각에 문제를 키우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명의를 빌려준 쪽이 “이제 내 땅이다”라고 버티거나 제3자에게 팔아넘기는 일이 벌어지면, 그제야 내 돈으로 산 땅을 되찾을 수 있는지 막막해지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농지법상 제한을 피하려고 한 명의신탁이라 하더라도, 명의신탁자가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소유권을 잃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땅을 되찾는 것과 별개로 과징금·형사처벌 문제가 따라오고, 시간이 지나 제3자에게 넘어가면 되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농지를 남의 이름으로 등기한 경우 법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왜 “불법이라 못 찾는다”가 틀린 말인지, 되찾을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남의 이름으로 한 농지 등기는 명의신탁으로서 무효입니다
농지를 농민이 아닌 사람이 사려고 남의 이름을 쓰면, 그 약정과 등기는 모두 효력이 없습니다.
농지법 제6조 제1항은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8조 제1항은 농지를 취득하려는 자가 시·구·읍·면의 장에게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농업경영계획서에 노동력과 농기계 확보 방안까지 적어야 하므로, 실제 농사를 지을 계획이 없는 사람은 본인 명의로 자격증명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 제한을 피하려고 농사를 짓는 지인 이름을 빌리는 것이 전형적인 농지 명의신탁입니다.
이런 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즉 부동산실명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제2항 본문은 그 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도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내가 매도인에게서 산 뒤 명의만 상대방 앞으로 이전해 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이라면, 등기부상 소유자가 상대방이어도 법적으로는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고 여전히 나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법이라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다”는 말은 출발부터 맞지 않습니다. 법이 무효로 만든 것은 상대방 명의의 등기이지, 내가 가진 소유권이 아닙니다. 다만 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니, 이하에서 설명하는 제재는 별도로 각오해야 합니다.
남의 이름으로 한 농지 등기는 무효이고, 소유권은 등기와 상관없이 실제 매수인인 나에게 남아 있습니다.
2. 농지법을 피하려 했더라도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지법 회피 목적이 있어도, 대법원은 명의신탁자의 등기 말소 청구를 막지 않습니다.
명의를 받은 쪽이 가장 많이 꺼내는 방어 논리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입니다. “불법한 목적으로 준 것은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농지는 법령상 제한을 피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주장이 더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쟁점을 정면으로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농지법에 따른 제한을 회피하고자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부동산을 자기 명의로 등기하도록 강제하는 구조 자체가 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농지법상 처분명령 불이행은 행정명령 위반에 불과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보다 위법성이 더 큰 것도 아니어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농지법 위반이니 돌려줄 수 없다”고 버텨도, 소유자인 나는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해 수탁자 명의 등기의 말소,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환 소송에서 이 법리가 핵심 방어선이 됩니다.
“불법이라 못 찾는다”는 주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미 배척한 논리입니다.
3. 되찾을 수 있는지는 계약 방식과 제3자 처분 여부에 따라 갈립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을 알았는지, 수탁자가 땅을 제3자에게 넘겼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모든 사건에서 땅을 그대로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계약 구조를 봐야 합니다. 내가 매도인과 직접 계약하고 등기만 상대방 앞으로 넘긴 양자간 명의신탁이라면 앞서 본 대로 소유권이 나에게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매수인으로 계약서에 서고 매도인이 이 사실을 몰랐던 계약명의신탁이라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수탁자의 소유권 취득이 유효하게 됩니다. 이 경우 땅 자체가 아니라 내가 지급한 매수자금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쪽으로 구조가 달라집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을 알고 있었다면 계약명의신탁이어도 물권변동이 무효가 되어 매도인이 소유권을 유지합니다.
더 위험한 것은 수탁자가 땅을 제3자에게 팔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입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은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의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등기부를 믿고 거래한 제3자는 보호받기 쉽고, 그러면 땅을 되찾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분쟁 조짐이 보이는 즉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등기부에 기재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초동 조치입니다.
또 하나 알아야 할 점은 형사 쪽 결과입니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 고소로 수탁자를 압박하는 방법이 막혀 있으므로, 결국 민사상 말소·이전등기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로 해결해야 합니다.
땅을 되찾을 수 있는지는 계약 구조와 제3자 처분 여부로 정해지므로, 처분을 막는 보전조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4. 되찾더라도 명의신탁자에게는 형사처벌과 과징금이 따릅니다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과 명의신탁 자체의 책임은 별개로 부과됩니다.
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1항은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명의수탁자도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또 제5조 제1항에 따라 명의신탁자에게는 부동산 가액의 100분의 30의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되고, 제6조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자기 명의로 등기하지 않으면 1년이 지난 때 부동산평가액의 100분의 10, 다시 1년이 지난 때 100분의 20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이때 배우자 명의로 등기하면 괜찮다는 말을 들으신 분이 많은데, 부동산실명법 제8조는 배우자 명의 등기를 특례로 두면서도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만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농지법상 소유 제한을 피하려는 목적이라면 배우자 명의라도 특례를 받기 어렵습니다.
농지법 쪽 부담도 있습니다. 명의수탁자가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면 농지법 제5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액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같은 사유로 농지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처분명령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소송으로 내가 소유권을 되찾더라도 직접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농지법 제10조의 처분의무와 제11조의 처분명령 문제가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자진해서 명의를 회복하고 위반 상태를 해소한 경우에는 과징금 산정 기준시점이 명의신탁관계 종료 시점으로 정해지는 등 불이익이 줄어들 수 있고, 양형에서도 유리하게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
되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과 최대 30% 과징금을 함께 대비해야 합니다.
5. 반환 소송은 이렇게 진행하고, 먼저 이 자료부터 모아야 합니다
매수자금 흐름과 약정 증거를 정리한 뒤, 보전처분과 본안 소송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농지 반환 사건은 통상 ①등기부등본 확인과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 ②내용증명 등으로 반환 요구 → ③소유권이전등기 말소 또는 진정명의회복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제기 → ④판결 확정 후 등기 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농지가 수원 관내에 있다면 수원지방법원 본원 또는 관할 지원에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부동산 소재지 관할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누가 실제 매수인이고 돈을 냈는가”와 “명의를 빌리기로 합의한 사실”의 증명입니다. 수탁자가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이 누구로 되어 있는지,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매매대금·계약금·세금을 내가 지급했다는 이체내역과 통장 사본을 정리합니다.
명의를 빌리기로 한 약정과 이후 반환을 요구한 메시지, 녹취, 내용증명 등을 확보합니다.
등기부를 먼저 확인하고 증거를 정리한 뒤, 소송 전에 처분을 막는 가처분과 본안 소송 청구 취지를 함께 설계하면 제3자 처분 위험과 과징금 부담을 모두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농지를 남의 이름으로 등기해 둔 분들은 “불법을 저질렀으니 말도 못 꺼낸다”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상대방이 땅을 팔아넘기면 되찾을 길이 크게 좁아집니다.
땅을 되찾으려는 명의신탁자 입장에서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매수자금 증빙과 약정 증거를 정리하며 가처분부터 서두르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과징금과 형사처벌 문제가 함께 검토되므로 대응 방향을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반대로 명의를 받은 수탁자 입장에서도 “내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내 땅”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수탁자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고, 계약 구조에 따라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동산 명의신탁 분쟁에서 땅을 되찾으려는 쪽과 명의를 빌려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구조와 증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등기부상 이름이 내 것이 아니라서 불안하시다면, 지금이 처분을 막고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싶으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농지법 위반으로 한 명의신탁이면 소유권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농지법 제한을 피하려는 명의신탁이라도 불법원인급여로 보지 않아, 명의신탁자가 등기 말소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땅을 제3자에게 팔아버렸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무효를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땅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탁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 반환·손해배상 청구가 중심이 됩니다.
Q. 명의수탁자가 땅을 팔아 돈을 챙겼다면 횡령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양자간 명의신탁에서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Q. 배우자 이름으로 등기한 농지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소유권 자체는 같은 법리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실명법 제8조의 배우자 특례는 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없을 때만 적용되므로, 농지 제한을 피하려 한 경우에는 처벌과 과징금 문제가 남습니다.
Q. 명의신탁자도 처벌받고 과징금도 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부동산 가액의 30% 범위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자진해서 위반 상태를 해소하면 불이익이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Q. 소송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현재 명의와 근저당 설정 여부를 파악하고, 처분금지가처분으로 제3자 이전을 막는 것입니다. 그다음 매수자금 이체 내역과 명의 약정 증거를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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