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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술 취해 기억 안 나요, 블랙아웃 오해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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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술 취해 기억 안 나요, 블랙아웃 오해 7가지 

홍푸른 변호사

술에 취해 그날 밤이 기억나지 않는 상태로 성범죄 고소를 당한 분들이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믿고 오는 잘못된 상식 7가지를 하나씩 바로잡고, 기억이 없을 때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정리한 글입니다.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조사를 받죠?" 이 질문으로 시작하는 상담이 한 달에도 여러 건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미 인터넷에서 주워 들은 몇 가지 믿음을 가지고 오십니다.

그 믿음 가운데 상당수는 틀렸고, 몇 가지는 틀린 정도가 아니라 사건을 더 나쁘게 만듭니다. 이 글은 피의자와 그 가족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피해자 쪽에서 상대가 "기억이 없다"고 나올 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오해 1. "기억이 없으면 고의가 없으니 처벌도 안 된다"

틀렸습니다. 형법상 고의는 행위를 하던 그 순간에 무엇을 인식했는지로 판단하고, 다음 날 기억이 남아 있는지는 고의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말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는 뜻이지 "내가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형법 제13조(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은 뇌가 그 순간의 경험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그 순간에는 걷고, 말하고, 결제하고, 상대를 만지는 행동을 다 하면서도 다음 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현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없다"는 말을 "그 순간 의식이 없었다"로 읽어 주지 않고, 오히려 "행동은 다 했는데 저장만 안 됐다"로 읽습니다.

결국 고의 유무는 CCTV 속 움직임, 상대와 주고받은 메시지, 동석자 진술 같은 외부 자료로 재구성됩니다. 본인의 기억은 그 재구성에서 빠지는 것일 뿐, 재구성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오해 2. "술 때문에 심신미약이니 감형은 받는다"

성폭력범죄에서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을 법원이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명문의 특례가 있고, 실무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오히려 "술을 마시면 그렇게 될 줄 알면서 마셨다"는 평가로 이어져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형법」상 감경규정에 관한 특례)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제2조제1항제1호의 죄는 제외한다)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제1항·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

형법의 일반 규정도 같은 방향입니다. 스스로 술을 마셔 그 상태를 만든 사람에게는 심신장애 규정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따로 있습니다.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양형기준을 보면 더 분명합니다.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감경 요소로 인정되는 심신미약은 "본인에게 책임이 없는" 심신미약에 한정됩니다. 회식에서 자발적으로 마신 술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취해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주장은 변론 전략으로서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재판부가 이 말을 들으면 반성이 아니라 책임 회피로 기록합니다.

오해 3. "경찰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부인한 것이 된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부인도 자백도 아닌 '다투지 않음'으로 처리되며, 조서에 이 말만 남으면 뒤에 어떤 사실을 다투려 해도 "그때는 기억이 없다더니 지금은 기억이 난다"는 공격을 받습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손해가 큰 오해입니다.

수사관의 질문은 대개 이렇게 이어집니다. "피해자는 이렇게 진술했는데, 그런 사실이 있습니까?" 여기에 "기억이 안 납니다"라고 답하면, 조서에는 피해자 진술에 대한 반박이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검사와 판사는 그 조서를 피해자 진술과 나란히 놓고 봅니다. 한쪽은 구체적이고, 한쪽은 비어 있습니다. 결과는 예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억나지 않는 것을 기억나는 척 꾸며 말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더 위험합니다. 해야 할 일은 기억이 있는 구간과 없는 구간을 시간대별로 정확히 나누고, 없는 구간은 객관 자료로 채워서 "자료상 이렇다"는 형태로 진술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차 술집에서 나온 뒤부터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카드 내역상 23시 40분에 편의점 결제가 있고, 택시 앱 기록상 00시 10분에 혼자 탑승했습니다"라는 진술은 기억이 없어도 사실관계를 다투는 진술이 됩니다.

오해 4. "상대방도 기억 못 한다니 증거가 없어 무혐의다"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은 무혐의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의 출발점이 됩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기억이 아니라 그 시각 피해자의 '상태'를 따로 입증하려 하고, 그 자료는 대부분 피의자 바깥에 있습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여기서 법원이 구별하는 두 개념이 있습니다. 하나는 알코올 블랙아웃, 즉 깨어 있었지만 기억이 저장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른 하나는 패싱아웃, 즉 의식을 잃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블랙아웃은 기억의 문제이지 의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동시에, 피해자가 당시 "멀쩡해 보였다"는 피의자 쪽 주장만으로 심신상실이 아니었다고 쉽게 인정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음주량, 음주 속도, 평소 주량, 구토나 비틀거림 여부, 대화가 통했는지, 사건 전후 피해자의 행동이 종합적으로 검토됩니다.

이 판단에 쓰이는 자료는 술집 CCTV, 건물 복도와 엘리베이터 영상, 동석자의 기억, 그날 밤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의 오타와 시간 간격 같은 것들입니다. 피의자가 기억이 없다고 해서 이 자료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해 5. "나도 취해 있었으니 상대 상태를 몰랐고, 준강간 고의가 없다"

준강간의 고의는 "상대가 심신상실 상태임을 정확히 알았다"가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행위로 나아갔다"는 정도, 즉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본인도 취했다는 사정은 이 인식을 지우지 못합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피의자가 그 순간 무엇을 보고 들었는가입니다. 상대가 부축을 받아야 걸었고, 말을 걸어도 답이 없었고, 침대에 눕자마자 움직임이 없었다면, 그 상황을 본 사람은 상대의 상태를 인식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나도 취해서 그런 것을 살필 정신이 없었다"는 주장은 오해 2에서 본 것처럼 감경 사유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의 상태를 살피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 됩니다.

반대로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정도 분명히 있습니다. 상대가 스스로 걸어서 들어왔고, 먼저 메시지를 보냈고, 대화가 이어졌다는 자료가 있으면 심신상실 상태와 그에 대한 인식 모두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자료는 기억이 아니라 기록에서 나와야 합니다.

오해 6. "같이 걸어서 모텔에 들어갔으니 동의한 것이다"

함께 숙박업소에 들어갔다는 사정만으로 성관계나 신체접촉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 것이 확립된 법원의 태도입니다. 다만 '걸어서' 들어갔다는 점은 심신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정황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의는 장소에 대한 것과 행위에 대한 것이 다릅니다. 술자리 뒤 잠만 자려고 들어갔다는 피해자 진술은 실무에서 흔하고, 법원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텔 CCTV 영상은 양쪽 모두에게 양날의 자료입니다. 피해자가 혼자 걷고 카운터에서 대화했다면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주장은 약해집니다. 반대로 피의자가 피해자를 끌다시피 데려갔다면 그 영상 하나가 사건을 결정합니다.

기억이 없는 피의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그 영상이 삭제되기 전에 보존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상업시설 CCTV는 보통 2주에서 한 달 사이에 덮어쓰기됩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했는지 불확실하다면 변호인을 통해 보존 요청을 먼저 해 두어야 합니다.

오해 7. "기억이 없으니 사과도 합의도 할 수 없다"

기억이 없다는 사실과 사과·합의는 양립할 수 있으며, 실무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상대가 입은 고통에 책임을 느낀다"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방식은 절대로 피해야 합니다.

기억이 없는 분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다음 날 아침 피해자에게 보내는 문자입니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내가 실수했으면 미안해." 이 한 줄은 수사기관에서 행위를 인정하는 자료로 쓰이고,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2차 피해로 받아들여집니다.

연락은 변호인을 통해서만, 그리고 사건의 방향을 정한 뒤에 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다툴 사건인지, 인정하고 선처를 구할 사건인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낸 사과는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합의 자체는 비친고죄인 성범죄에서도 양형에 반영됩니다. 다만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합의서와, 돈만 오간 합의는 재판부가 다르게 평가합니다. 이 차이는 피의자가 기억이 있든 없든 동일합니다.

하나 더: "블랙아웃은 꾀병으로 본다"는 반대쪽 오해

수사기관은 블랙아웃 현상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억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 불리한 부분만 기억이 없고 유리한 부분은 선명하게 기억나는 '선택적 기억'입니다.

조사에서 "그 부분은 기억이 없는데, 상대가 먼저 손을 잡은 것은 기억납니다"라는 식의 진술이 반복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깎입니다. 기억의 공백은 시간 축으로 일정해야 합니다.

실제로 어디서부터 기억이 끊겼는지를 사건 직후에 적어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들은 이야기와 본인의 기억이 섞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은 조사에서 금방 드러납니다.

기억이 없을 때 실제로 해야 할 일

기억이 없는 사건의 변론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 바깥의 기록으로 그날 밤을 복원하는 작업입니다. 아래 항목은 출석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바로 시작해야 하고, 늦을수록 사라지는 자료가 늘어납니다.

  • 기억의 경계를 글로 남기기: 마지막으로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과, 다시 기억이 시작되는 장면을 시각과 함께 적습니다. 들은 이야기는 따로 구분해 적습니다.

  • 결제·이동 기록 확보: 카드 승인 내역, 택시·대리운전 앱 기록, 교통카드 내역, 휴대폰 위치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이 자료가 공백 구간의 뼈대가 됩니다.

  • 메시지·통화 기록 보존: 그날 밤과 다음 날 오간 모든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삭제는 증거인멸로 평가될 수 있고, 복구되면 더 불리해집니다.

  • CCTV 보존 요청: 술집, 건물 입구, 엘리베이터, 숙박업소 영상은 덮어쓰기 전에 보존을 요청합니다. 영상을 직접 받아 보려 하지 말고 보존만 요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동석자 기억 확인: 함께 있던 사람에게 그날 본인과 상대의 상태를 물어 두되, 특정한 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유도한 흔적은 나중에 진술의 가치를 없앱니다.

  • 피해자 연락 금지: 사과, 해명, 확인 어느 목적이든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지인을 통한 간접 연락도 같습니다.

  • 진술 방식 정하기: 조사 전에 "기억 있는 구간은 사실대로, 없는 구간은 자료대로" 말하는 연습을 합니다. "기억이 없다"로 끝나는 답은 피합니다.

이 일곱 가지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기억이 없다는 말은 변론의 끝이 아니라, 기록으로 변론을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술에 취한 밤의 공백은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로 채우거나, 피의자가 객관 자료로 채우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 채우느냐가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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