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야간 이면도로나 주차장 진입로에서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를 치고도 어찌할 바를 몰라 현장을 벗어났다가 도주치상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아서 길가 안전한 곳에 앉혀두고 갔다”, “일단 도로 한복판에서 치워드린 것이니 오히려 도와준 것 아니냐”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바로 그 ‘옮겨둔 행위’를 구호가 아니라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방치한 행위로 보고, 단순 도주보다 훨씬 무거운 조항을 적용합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를 별도의 조항으로 떼어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고, 상해에 그친 경우에도 법정형의 하한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올라갑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를 길가로 옮겨두고 떠난 경우가 왜 더 무겁게 처벌되는지, 옮긴 행위가 구호로 인정되는 경우와 유기로 평가되는 경우는 어디서 갈리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고 후 구호조치 없이 떠나면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 위반이 됩니다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의 첫 의무는 즉시 정차해 구호하고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인적사항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별개의 의무여서, 하나만 했다고 다른 하나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14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피해자가 다치지 않은 물피 사고라도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데, 사람이 다친 사고에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넘어갑니다.
실무에서 ‘도주’는 단순히 현장을 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고 신원을 밝히는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는지를 기준으로 도주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돌아왔다”, “블랙박스가 있으니 다 찍혔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도주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알려주고 구호 조치를 마쳤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사람이 다친 사고에서 구호와 인적사항 제공을 하지 않고 떠나는 순간, 사고 자체와는 별개의 범죄가 시작됩니다.
2.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방치하면 도주치상보다 한 단계 더 무거운 조항이 적용됩니다
‘옮겨 유기하고 도주’는 특가법 제5조의3 제2항으로 따로 규정되어 상해여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은 두 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1항은 사고운전자가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이고, 제2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입니다.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항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상해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어서 벌금형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옮겨 유기한 경우에는 벌금형 자체가 없고 하한이 3년으로 올라갑니다. 사망의 경우도 제1항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데, 제2항은 여기에 사형이 추가됩니다.
입법 취지는 단순합니다. 사고 현장에 그대로 있던 피해자는 뒤따르는 차량이나 행인에게 발견되기 쉽지만, 길가 풀숲이나 골목, 인적 드문 곳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발견과 구조가 늦어져 생명 위험이 훨씬 커집니다. 그래서 사고 자체의 과실보다 사고 후의 선택을 더 엄하게 보는 것입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치워드린 것”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형량의 하한을 3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요건이 될 수 있습니다.
3. 피해자를 옮긴 행위가 구호가 되는지 유기가 되는지는 옮긴 뒤의 상태로 갈립니다
구조될 수 있는 안전한 상태에 이르게 했는지가 구호와 유기를 나누는 기준입니다.
피해자를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2차 사고 위험이 큰 차로 한가운데에서 피해자를 갓길로 이동시키고 즉시 119에 신고해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곁을 지켰다면, 이는 구호조치의 일부입니다. 반대로 같은 갓길이라도 신고도 하지 않고 인적사항도 남기지 않은 채 피해자만 두고 떠났다면, 피해자가 발견되고 구조될 가능성을 낮춘 행위로 평가됩니다.
법원이 살피는 사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옮긴 거리와 장소가 사고 지점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옮긴 곳이 사람 눈에 띄는 곳인지 어두운 곳인지, 옮긴 뒤 119나 112에 신고했는지, 피해자의 의식과 상처 정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떠난 시각과 날씨·야간 여부입니다. 단순히 ‘안전한 곳’이라는 운전자의 주관적 판단은 이런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걸러집니다.
또한 피해자를 병원까지 직접 데려가 응급실에 인계했더라도,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떠났다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2호 위반이 문제될 수 있어 구체적인 경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반면 사고 직후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머문 경우에는 도주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피해자의 상해 정도입니다. 특가법 제5조의3은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다친 경우에 적용되므로, 상해가 인정되는지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상해의 개념을 넓게 보아 타박상이나 찰과상도 상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극히 경미한 경우만 예외로 하므로 “멀쩡해 보였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진단서, 병원 진료 시점, 피해자 진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의 상태가 위중한 것을 알면서 방치해 사망에 이르렀다면, 사안에 따라 유기치사나 살인의 고의 여부까지 다투어질 수 있어 사건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옮긴 행위 자체가 아니라, 옮긴 뒤 피해자가 구조받을 수 있는 상태였는가가 구호와 유기를 가릅니다.
4. 하한 3년 이상이어서 집행유예까지 어렵고, 합의만으로 사건이 끝나지도 않습니다
제5조의3 제2항 상해는 법정형 그대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고, 감경 사유가 있어야 선고형이 내려갑니다.
집행유예는 형법 제62조에 따라 선고하는 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일 때 가능합니다. 그런데 제5조의3 제2항 제2호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므로, 별다른 감경 없이는 징역 3년 아래로 내려갈 수 없어 집행유예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형법상 작량감경이 되면 유기징역의 하한이 절반인 1년 6개월까지 내려가므로,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 회복, 초범 여부, 자수 또는 현장 복귀 경위, 상해 정도가 경미하다는 사정이 결과를 가르는 지점이 됩니다.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제1항 사안은 하한이 1년 이상이어서 감경 여지가 더 크고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지만, 제2항은 이런 여지가 훨씬 좁습니다.
또한 많은 분이 오해하는 부분이 합의입니다.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고 후 구호조치와 신고 없이 도주한 경우는 특례의 예외에 해당해 공소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는 형을 낮추는 양형 사유일 뿐 사건을 종결시키는 수단이 아닙니다.
형사처벌 외에 행정처분도 따라옵니다. 사고 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는 운전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고, 생업 때문에 운전이 필수인 분이라면 형사 결과 못지않게 큰 타격이 됩니다. 음주나 무면허 운전이 겹쳤다면 도주치상에 음주운전 등 다른 혐의가 경합해 처벌이 더 무거워집니다.
제2항이 적용되면 합의가 있어도 기소를 피하기 어렵고, 감경 사유를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따라 실형 여부가 갈립니다.
5.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사고 경위와 구호 행위를 객관 자료로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초기 진술이 ‘구호 의사 있었음’과 ‘유기 의도 없었음’을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적용 조항을 결정합니다.
절차는 통상 ①사고 접수 또는 뺑소니 신고에 따른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고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교통조사 → ②CCTV·블랙박스·차량 수색을 통한 운전자 특정과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도주 혐의가 있는 사건은 증거인멸·도망 우려를 이유로 구속 여부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조사에 임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시각·지점과 피해자를 옮긴 위치를 지도와 블랙박스 영상으로 특정하고, 옮긴 거리와 장소의 조명·통행 상황을 정리합니다.
사고 직후 112·119 신고나 통화 이력, 피해자와의 대화·문자 등 구호 의사를 보여주는 객관 자료를 확보합니다.
피해자의 진단서와 치료 경과를 확인해 상해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사고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지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1항과 제2항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혹은 도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지 구성요건 단계부터 다투고, 동시에 피해자와의 합의와 양형 자료를 병행해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마치며
사고 직후의 당황 속에서 내린 선택이 사고 자체보다 훨씬 무거운 결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고 나중에 연락하자”는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수와 합의의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피해를 입은 분과 가족의 입장에서는, 사고 후 방치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치료비와 위자료뿐 아니라 형사 처벌 수위에도 직결되므로 사고 경위와 발견 상황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는 운전자 입장에서도 ‘옮겨준 것’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경위로 어디에 옮겼으며 이후 어떤 조치를 했는지를 객관 자료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교통사고 후 도주 혐의를 받는 운전자와 피해를 입은 분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장면도 옮긴 장소와 신고 여부에 따라 적용 조항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적용 조항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는데도 도주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다쳤다면 인적사항 제공과 구호조치 의무는 남아 있고, 이후 상해 진단이 나오면 도주치상 혐의가 문제됩니다.
Q. 2차 사고가 날까 봐 피해자를 갓길로 옮겼는데 유기인가요?
A. 옮긴 사실만으로 유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옮긴 뒤 즉시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머물렀다면 구호조치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고, 신고 없이 떠났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Q. 제5조의3 제1항과 제2항은 형량이 얼마나 다른가요?
A. 상해의 경우 제1항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제2항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벌금형이 없습니다. 사망의 경우 제2항에는 사형이 추가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받지 않나요?
A. 아닙니다.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예외라 합의해도 공소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며칠 뒤 스스로 경찰서에 가면 달라지나요?
A. 자수는 형법상 감경 사유가 될 수 있어 선고형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도주 자체가 소급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자수 전에 경위와 자료를 정리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피의자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옮긴 경위와 구호 의사를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제1항과 제2항 중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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