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직원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쓰면서 몇 분씩 지각했습니다. 인사 시스템에는 외출처리가 되어 있는데, 누적 횟수가 징계 기준을 넘었으니 징계해도 되겠죠?
인사팀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횟수가 아니라, 그 지각이 징계 사유로 성립하는지와 대상자가 임신 근로자라는 사실이 처분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횟수 기준만 보고 진행하면 처분 전체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모성보호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이며, 공무원 등의 별도 인사규칙상 제도와는 다릅니다.
신청서 시각과 근태 기록 대조
지각 여부는 직원이 단축을 신청하면서 적어 낸 근무 개시 시각을 기준으로 따져야 하므로, 신청서의 시각과 근태 시스템에 등록된 시각이 같은지부터 대조하십시오. 징계 사유는 취업규칙에 정한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회사가 구체적인 일자와 시간으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출처리나 사후 승인으로 정리된 시간은 회사 스스로 근무 사정을 인정한 기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규정이 무단 지각이나 외출만 징계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면, 승인 처리한 시간은 징계 사유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단축근무 지각, 같은 기준일까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가 법이 정한 임신 기간에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사용자가 허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제8항은 이를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지 못하게 합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1호는 임신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것을 차별로 봅니다. 징계, 평가 감점, 수당 감액도 이 불리한 조치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단축근무자의 경계 시각에 걸린 몇 분의 지각을 일반 직원과 같은 기준으로 집계하면, 단축근무를 쓴 사실이 징계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을 부를 수 있습니다. 단축근무자에게 다른 근태 기준을 두는 것은 법이 차별에서 제외하는 모성보호 조치입니다.
같은 조 제9항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업무 시작·종료 시각의 변경을 신청하면 사용자가 허용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은 예외입니다. 신청했는데 거부된 상태에서 생긴 지각이라면 징계의 정당성은 더 크게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신청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소명은 의무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소명(징계 대상자가 사정을 설명하는 절차)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대법원은 소명의 기회를 주면 되고 소명 자체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므로, 직원이 자료를 내지 않아도 회사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명은 증명 책임을 지우는 절차가 아니므로, 자료를 내지 못한 사실을 별도의 지시불이행으로 묶어 징계 사유를 늘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양정에서 고려하는 것과 자료를 못 낸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다릅니다.
견책도 비례 심사 대상입니다
견책(잘못을 꾸짖고 반성하도록 하는 경징계)이라고 해서 양정(징계의 종류와 수위를 정하는 일)의 타당성 검토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비례의 원칙 위반이 인정되려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이 요건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가 미리 정한 징계 기준에 따라 처분했다면, 법원은 그 기준이 불합리하지 않은 한 처분을 존중합니다. 문제는 기준이 단축근무자와 일반 직원을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이며, 그때는 기준 자체의 합리성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기준이 합리적이어도 끝이 아닙니다. 법원은 극히 경미한 행위를 징계 기준에 그대로 끼워 넣은 견책을 비례의 원칙 위반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몇 분 지각이 징계 기준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애초에 징계 대상이 될 만한 행위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임신 근로자 징계 전 점검 순서
근태·승인 내역: 근태 시스템과 승인 내역을 대조하고, 규정이 무단 지각·외출만 징계 대상으로 정했는지, 징계시효가 지난 지각이 누적 횟수에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신청서 시각: 직원이 제출한 단축 신청서와 시각 변경 신청서에 적힌 시각, 회사의 처리 내용을 확인합니다.
소명 기회: 소명 요청은 서면으로 하고 제출 방식과 기한을 적되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줍니다.
징계위원회: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정한 징계위원회 구성과 소명 절차를 지켰는지, 규정에 제척·기피 조항이 있다면 이를 지켰는지 점검합니다.
서면 기록: 징계 기준의 어느 단계에 해당한다고 본 이유와 단축근무 여부를 고려했는지를 서면으로 남깁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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