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끝난 뒤 함께 있던 상대와 신체 접촉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간음에 이르지는 못했는데 "상대가 만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였다"는 이유로 준강간 미수 혐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상대가 대화도 하고 스스로 움직였다고 기억해 억울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상대가 생각보다 멀쩡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 "그렇다면 죄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상대가 실제로 취했는지 여부 하나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준강간 미수, 상대의 실제 상태와 행위자의 인식이 갈리는 지점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299조). 폭행이나 협박으로 저항을 억누르는 강간과 달리, 이미 존재하는 상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구별되며 처벌은 강간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제297조). 그리고 이 죄의 미수범도 처벌합니다(제300조).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준강간의 핵심 요건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실제로는 없었다면, 즉 상대가 취하지도 잠들지도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단순히 요건이 없으니 무죄라고 볼 수도 있고, 행위자가 그런 상태라고 믿고 나아간 이상 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쟁점은 한때 하급심에서도 결론이 엇갈렸으나,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행위자가 상대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고의), 둘째, 그 인식을 전제로 일반인이 보았을 때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는지입니다. 상대의 실제 상태는 이 두 가지를 가르는 증거로 다뤄집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이 구분이 수사 단계부터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가 만취해 의식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건에서는 기수 여부와 관계없이 준강간으로 입건되고, 이후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면 쟁점이 "행위자가 어떻게 인식했는가"로 옮겨 갑니다. 그래서 상대의 상태를 직접 다투는 것과 본인의 인식을 다투는 것을 나누어 준비해야 하며, 어느 하나만 믿고 진술하면 다른 쟁점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수라고 해서 가볍게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법정형 자체가 기수와 같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기 때문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불능미수 법리와 대법원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
먼저 미수의 종류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범죄의 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미수범이 되고(형법 제25조), 그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불능미수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고의의 내용 —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사실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합니다.
불능미수의 성립 —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행위했으나, 실제로는 피해자가 그런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위험성의 판단 기준 — 위험성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 정합니다.
즉 상대가 실제로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행위자가 "상대가 취해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려 했다면,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했던 경우에 해당하여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입니다.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대의견은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를 불능미수로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가 훼손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현재 실무는 다수의견을 기준으로 움직이므로, 이를 전제로 대응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방어는 어디서 이루어질까요. 이 법리 아래에서도 처벌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쟁점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고의의 부정 — 상대가 대화를 이어가고, 스스로 걸어 이동하고, 문자나 통화를 하는 등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하는 모습이었다면, 행위자가 상대를 항거불능 상태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당시 대화 내용, 이동 경로, 음주량에 대한 서로의 인식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동의 또는 동의했다고 믿은 사정 — 상대가 먼저 접촉을 시작했거나 호응했다면 행위자의 인식과 행위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다만 이 주장은 상대의 상태가 실제로 어땠는지와 맞물려 평가되므로, 객관 자료와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실행의 착수 여부 — 미수가 성립하려면 간음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만한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었거나 가벼운 신체 접촉에 그쳤다면 간음 의도와 행위 사이의 거리를 따져야 하고, 추행에 해당하는지 별개로 검토됩니다.
한편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었는지가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음주량, 술자리 경위, 귀가 경위, 이후 기억 유무가 함께 평가됩니다. 단순히 술을 마셨다거나 다음 날 기억이 일부 끊겼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겉으로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모습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당시 상황을 여러 객관 자료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승패를 가릅니다.
형량 면에서는 두 가지를 알아두셔야 합니다.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고(제25조 제2항), 불능미수는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제27조). 둘 다 법원의 재량이므로 반드시 감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 외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 처분이 따를 수 있으므로, 형량뿐 아니라 유죄 인정 여부 자체를 다투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수사 초기 증거 확보부터 인식 입증까지 단계별 대응
준강간 미수 사건은 상대의 상태와 행위자의 인식이 모두 기록으로 남기 어려운 영역이어서, 초기에 자료를 확보하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사건 당일 자료 즉시 확보 — 술집·숙박업소·건물 CCTV는 보관 기간이 짧아 서둘러야 합니다. 결제 내역으로 음주 시간과 양을 가늠할 수 있고, 택시 호출·카카오톡·문자·통화 기록은 상대의 당시 의식 상태와 반응을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진술의 일관성 정리 — 경찰 조사 전에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상대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본인은 왜 정상적 상태라고 생각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억해 두지 않으면, 조사 과정에서 "취한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이 굳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고의·동의 쟁점의 객관화 — 고의를 다투려면 막연한 "몰랐다"가 아니라, 대화 내용과 이동·행동 정황 등 상대가 판단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실제 상태가 불분명하다면 이 인식 쟁점이 판단의 중심에 놓입니다.
피해자 진술 신빙성 검토 — 피해자 진술이 사건 전후에 일관되는지, 기억이 끊긴 구간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신고에 이른 경위가 어땠는지를 따집니다. 진술 외에 보강 증거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안의 양형 준비 — 간음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 불능미수에 해당한다는 점, 반성과 합의 노력 등을 정리해 미수 감경 또는 불능미수 감경을 요청합니다. 피해자와의 접촉은 2차 가해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상대가 취하지 않았다는 점만 믿고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
준강간 미수는 상대가 실제로 취하지 않았더라도 행위자의 인식과 행위의 위험성에 따라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인식과 정황을 제대로 입증하면 혐의 자체를 벗어나거나 감경을 받을 길이 열립니다. 어느 쪽이든 사건 당시의 CCTV와 통신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한 번 굳어진 초기 진술은 이후 바꾸기 어렵습니다.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았거나 고소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당시 상황과 확보 가능한 자료를 먼저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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