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메신저와 SNS로 퍼지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한 뒤 “형사재판에서 돈까지 받아낼 수는 없나요”라고 묻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피해자분들은 “가해자가 처벌받으면 배상도 알아서 되겠지”, “어차피 민사소송을 또 해야 하니 포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분들은 “합의서만 쓰면 끝난다”, “형사에서 벌금 냈으니 돈은 안 물어도 된다”고 안심했다가, 선고 때 주문에 배상명령이 함께 붙는 것을 보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두 쪽 모두 배상명령 제도를 정확히 모르고 움직이는 경우입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범죄를 배상명령 대상 범죄로 명시하고 있어, 요건이 맞으면 형사재판 안에서 별도 인지대 없이 위자료 등의 지급을 명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딥페이크 사건이 이 제도의 대상은 아니고, 신청 시기와 입증 방법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딥페이크 피해에서 배상명령이 가능한 범위와 한계, 그리고 신청부터 집행까지의 절차를 법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범죄라면 배상명령 대상이 됩니다
어떤 죄명으로 기소되느냐가 배상명령 가능 여부를 먼저 결정합니다.
배상명령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가 정한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딥페이크와 관련해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와 제14조의3(촬영물과 편집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이 이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부터 제14조까지, 제14조의2, 제14조의3, 제15조(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미수범은 제외한다)… 에 규정된 죄(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 제2호).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한 자, 그 편집물을 반포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딥페이크 영상으로 “퍼뜨리겠다”며 협박했다면 제14조의3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 위반으로 의율될 수 있고, 이 조항 역시 배상명령 대상 범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딥페이크 피해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제14조의3 위반으로 기소되면, 형사재판 안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2. 배상명령으로 받을 수 있는 손해는 직접적 물적 피해·치료비·위자료입니다
배상명령은 민사소송 전체를 대신하지 않고, 범죄로 인한 직접 손해만 다룹니다.
제25조 제1항은 법원이 명할 수 있는 배상을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로 한정합니다. 딥페이크 사건에서 실제로 쓰이는 항목은 대부분 위자료와 치료비입니다. 영상이 유포된 뒤 불안·우울·수면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다면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이 치료비 손해의 입증자료가 되고, 위자료는 유포 범위, 영상의 수위, 지속 기간, 피해자의 일상 붕괴 정도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합니다.
영상 삭제를 의뢰한 비용, 이직·퇴사로 인한 소득 감소 같은 항목은 “직접적인 물적 피해”에 해당하는지 다툼이 생길 수 있고, 공판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배상명령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이런 손해는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청구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그 효력은 상당히 강합니다. 제34조 제1항에 따라 확정된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 정본은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가해자가 지급하지 않으면 별도 소송 없이 그 정본으로 예금·급여 등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34조 제2항에 따라 인용된 금액의 범위에서는 같은 손해를 다시 민사로 청구할 수 없습니다.
가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는 제25조 제2항에 따라 합의된 손해배상액도 배상명령으로 명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만 받아두는 것보다, 합의 금액을 배상명령으로 남겨 두면 지급이 지연될 때 바로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배상명령은 위자료와 치료비를 신속하게 집행력 있는 형태로 받는 제도이지, 모든 손해를 한 번에 해결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3. 신청이 막히거나 각하되는 경우를 미리 알아야 합니다
배상신청은 시기를 놓치거나 금액·책임이 불명확하면 각하되고, 다시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제26조 제1항에 따라 배상신청은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에는 인지를 붙이지 않아 비용 부담이 없지만, 변론이 끝난 뒤에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또 제26조 제7항은 같은 피해에 관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이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이면 배상신청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민사를 먼저 냈다면 형사재판 안에서는 신청하지 못합니다.
법원이 배상명령을 하지 못하는 사유는 제25조 제3항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피해자의 성명ㆍ주소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2.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아니한 경우 3.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4. 배상명령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거나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딥페이크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신원 노출을 꺼려 인적사항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 현실적인 걸림돌인데, 제28조는 법원이 신청서 부본을 송달할 때 신청인의 성명·주소 등을 가리고 송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자료 금액을 정하지 못해 신청서에 금액을 비워 두면 제2호에 걸리므로, 청구 금액은 반드시 특정해야 합니다.
또한 신청이 이유 없다고 각하되거나 일부만 인용된 경우, 제32조 제4항에 따라 신청인은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배상신청을 다시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이는 형사재판 안에서의 배상신청이 막힌다는 뜻이고, 인용되지 않은 손해를 민사소송으로 청구하는 길까지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배상신청은 변론종결 전, 민사소송 제기 전, 금액을 특정한 상태에서 해야 안전합니다.
4. 처벌 수위와 배상은 서로 영향을 주며, 가해자에게도 배상 문제는 양형과 연결됩니다
배상명령이 나오는 사건은 이미 중한 법정형이 적용되는 사건이며, 피해 회복 노력은 양형에서 따로 평가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른 허위영상물 편집·반포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영리 목적 정보통신망 반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상습이면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제14조의2 제4항은 이런 편집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므로, “만든 것도 퍼뜨린 것도 아니고 보기만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배상명령이 유죄판결 선고와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제31조 제1항)을 알아야 합니다. 주문에 일정액의 금전 지급이 표시되고, 가집행선고가 붙으면(제31조 제3항) 판결 확정 전에도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형사 합의를 통해 피해 회복이 이뤄졌는지, 합의 금액이 배상명령 형태로 정리됐는지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가 곧 처벌 면제를 뜻하지는 않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구조도 아닙니다.
피고인이 배상명령만 다투고 싶다면 제33조 제5항에 따라 유죄판결에는 상소하지 않고 배상명령에 대해서만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죄판결이 상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 제33조 제2항에 따라 원심의 배상명령도 함께 취소됩니다.
5. 고소부터 배상명령 집행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사 단계에서의 증거 확보와 공소제기 후 배상신청 시기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딥페이크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등)에 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및 디지털 증거 분석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 ④수원지방법원 재판과 배상명령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검사가 제25조 제1항의 죄로 공소를 제기하면, 제25조의2에 따라 지체 없이 피해자에게 배상신청을 할 수 있음을 통지해야 합니다.
피해자는 재판 중 서면으로 신청서와 피고인 수만큼의 부본을 제출하거나(제26조 제2항), 증인으로 출석했다면 말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제26조 제5항). 신청이 접수되면 피해자는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기록을 열람하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제30조). 배상신청은 민사소송의 소 제기와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제26조 제8항).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다음 순서로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포 화면, URL, 채팅방 대화, 게시일시를 삭제 전에 캡처·저장하고 해시값 등 증거 보전 방법을 확보합니다.
정신과 진료기록,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을 정리하고 청구할 위자료와 치료비 금액을 특정합니다.
공소제기 후 검사의 배상신청 통지를 받으면, 변론종결 전에 신청서를 내고 가해자 측 합의 여부도 함께 확인합니다.
이렇게 증거를 정리하면 형사 처벌과 배상명령, 필요시 민사 보충청구를 함께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딥페이크 피해는 영상이 이미 퍼진 뒤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충격 속에서 증거를 모으거나 배상 절차를 따져볼 여유가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 사이 영상은 삭제되고 대화방은 사라져 입증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의 입장에서는 형사 고소와 함께 배상명령을 활용하면 별도 인지대 없이, 판결과 동시에 집행력 있는 지급 명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으셔야 합니다. 변론종결 전이라는 시기만 지키면 됩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분의 입장에서도 배상명령은 선고와 함께 곧바로 닥치는 문제입니다. 합의 시점과 방식, 양형자료로서의 피해 회복 노력, 배상명령에 대한 다툼 방법을 수사 초기부터 설계해야 불필요한 불이익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성폭력·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영상물이라도 증거 정리와 합의 구조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를 앞두고 있거나 수사 통보를 받았다면, 시기를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딥페이크 피해자는 누구나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제14조의3 등 제25조가 정한 범죄로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에 한합니다. 다른 죄명으로만 기소되면 배상명령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Q. 배상신청에 비용이 드나요?
A. 신청서에 인지를 붙이지 않습니다. 다만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은 별도이며, 배상명령으로 인정되는 손해는 직접적인 물적 피해·치료비·위자료로 한정됩니다.
Q. 언제까지 신청해야 하나요?
A.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입니다. 그 이후에는 형사재판 안에서 신청할 수 없습니다.
Q. 이미 민사소송을 냈는데 배상신청도 할 수 있나요?
A. 같은 피해에 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 계속 중이면 배상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제26조 제7항). 순서를 정해 선택해야 합니다.
Q. 배상명령이 나오면 민사소송을 또 해야 하나요?
A. 확정된 배상명령은 민사판결과 같은 집행력이 있어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인용된 금액은 다시 민사로 청구할 수 없고, 인용되지 않은 손해는 민사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신청이 각하되면 항소해서 다시 다툴 수 있나요?
A. 각하나 일부 인용에 대해 신청인은 불복할 수 없고 같은 배상신청도 다시 못 합니다. 그래서 금액 특정과 입증을 처음부터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가해자 입장에서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지만 처벌 면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합의 금액을 배상명령으로 정리할지도 사건마다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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