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가면 '송치', '보완수사', '구약식', '구공판' 같은 낯선 말이 적힌 통지서가 차례로 도착합니다. 이 글은 그 용어 8개를 사전처럼 풀어, 통지서 한 장을 받았을 때 그것이 지금 어떤 상황이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바로 알 수 있게 정리한 것입니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면 한동안 아무 소식이 없다가, 어느 날 문자나 우편으로 한 줄짜리 통지가 옵니다. 문장은 짧은데 뜻은 무겁습니다.
검찰 단계는 경찰 단계보다 조용하지만, 기소유예로 끝나느냐, 벌금으로 끝나느냐, 법정에 서느냐가 실제로 갈리는 구간입니다. 각 용어가 등장하는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면 자기 사건이 지금 어느 칸에 있는지 보입니다.
1. 송치 결정 통지 —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송치는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사건 기록과 증거를 검찰로 보냈다는 뜻입니다. 유죄 확정이 아니라, 처분 권한이 검사에게로 옮겨 갔다는 신호입니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가 없다고 보면 스스로 불송치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송치 통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경찰 단계에서는 혐의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등) 사법경찰관은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마약 사건의 송치 통지서에는 보통 죄명과 적용 법조가 함께 적힙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인지 '(대마)'인지, 그리고 투약·소지·매매 중 어떤 행위로 송치됐는지가 이 단계에서 확인할 첫 번째 항목입니다.
같은 필로폰 사건이라도 투약으로 송치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법정형이지만, 매매나 알선이 붙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올라갑니다. 죄명 한 줄이 이후 모든 갈림길의 출발점입니다.
지금 할 일
경찰 단계에서 제출하지 못한 자료가 있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에 가깝습니다. 검사는 기록을 넘겨받은 뒤 비교적 빠르게 처분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반성문·치료 기록·소변 음성 결과 같은 양형 자료는 송치 직후 검찰에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2. 보완수사 요구 — "다시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기록을 보고 "이 부분은 더 확인해야 기소 여부를 정할 수 있다"며 경찰에 추가 수사를 지시한 것입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송치 뒤에 다시 경찰 출석 요구를 받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보완수사요구) ① 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1.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마약 사건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나오는 전형적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모발 감정 결과와 진술한 투약 시기가 맞지 않을 때, 공범 진술과 본인 진술이 어긋날 때, 구매 경로나 자금 흐름이 비어 있을 때입니다.
특히 모발검사는 길이에 따라 수개월 전까지의 투약 이력을 보여 주기 때문에, 경찰 조사에서 "한 번뿐"이라고 진술했는데 감정 결과가 여러 구간에서 양성이면 검사는 투약 횟수를 다시 특정하라고 요구합니다. 이때 추가 조사에서 진술이 또 바뀌면 신빙성 전체가 흔들립니다.
지금 할 일
추가 출석 전에 이전 피의자신문조서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지를 정확히 복기해야 합니다. 보완수사는 새 조사가 아니라 기존 진술의 빈틈을 메우는 조사이므로, 앞선 진술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3. 검사 피의자신문 — "검찰청으로 나오라는 출석 요구"
검찰에서 직접 출석을 요구한다면, 검사가 기소 여부나 구형 수준을 정하기 전에 피의자를 한 번 더 보겠다는 뜻입니다. 모든 마약 사건에서 이뤄지지는 않지만, 공범이 많거나 매매·유통이 얽힌 사건에서는 흔합니다.
경찰 조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검사는 이미 경찰 기록 전체를 읽은 상태에서 묻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처음부터 다시 묻는 식이 아니라, 기록에서 모순이 보이는 지점을 콕 집어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또 하나, 검사 직접수사 범위와 관련한 변화입니다.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으로 마약류 유통과 관련된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에 포함됐습니다. 매매·알선·밀수가 얽힌 사건이라면 경찰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검찰 조사로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할 일
검찰 조사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은 "경찰에서는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된 것인가"입니다. 답변을 바꿔야 한다면 왜 바뀌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설명할 수 없다면 기존 진술을 유지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서 열람과 정정 요구는 검찰 단계에서도 똑같이 보장됩니다.
4. 기소유예 — "처벌하지 않지만 혐의는 인정된 것"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검사의 처분입니다. 전과 조회에는 남지 않지만, 수사경력자료에는 기록이 남아 나중에 같은 범죄로 적발되면 가중 요소가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기소편의주의)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마약 사건에서 기소유예는 주로 초범, 단순 투약 또는 소량 소지, 자발적인 치료 참여, 투약 사실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함께 갖춰졌을 때 나옵니다. 매매·알선이 포함되거나 모발검사에서 장기간 반복 투약이 확인되면 기소유예 가능성은 크게 낮아집니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마약 사건에만 있는 특별한 형태입니다. 검사가 치료보호기관에서의 치료를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고, 치료를 성실히 받으면 처분이 유지되는 제도입니다. 치료를 중단하거나 재투약이 확인되면 기소유예가 취소되고 다시 기소될 수 있습니다.
마약류관리법은 검사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해 치료보호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실무에서는 송치 직후 본인이 먼저 치료보호기관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제출하는 것이 이 처분으로 이어지는 가장 확실한 경로입니다.
지금 할 일
기소유예를 목표로 한다면 처분이 나오기 전에 자료가 도착해야 합니다. 처분이 내려진 뒤 제출하는 자료는 검사의 결정을 바꾸지 못합니다. 송치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처분까지는 사건에 따라 몇 주에서 몇 달이므로, 치료 기록과 소변 음성 결과는 시간 순서대로 쌓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5. 약식명령(구약식) — "재판 없이 벌금으로 끝내겠다는 청구"
약식명령은 검사가 정식 재판 없이 서면만으로 벌금형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그대로 명령하는 절차입니다. 통지서나 사건 조회에 '구약식'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 절차로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약식명령을 할 수 있는 사건) ①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
약식명령은 법정형에 벌금이 있는 범죄에서만 가능합니다. 마약 사건에서는 대마 흡연·소지(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향정신성의약품 단순 투약·소지(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매매·알선이나 필로폰 수출입처럼 법정형이 징역형만으로 되어 있는 죄는 약식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정식 재판으로 갑니다.
약식명령으로 벌금이 확정되면 전과 기록이 남습니다. 재판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전과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집행유예와 달리 자격 제한이 따르지 않고, 재판 출석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실무상 가장 가벼운 '유죄' 결과로 분류됩니다.
약식명령서에 함께 적히는 것
벌금액 — 마약 사건은 대마 흡연 초범 기준으로 수백만원대가 흔하고, 투약 횟수와 종류에 따라 올라갑니다.
몰수 — 압수된 마약류와 흡연 도구는 몰수됩니다.
추징 — 몰수할 수 없는 경우, 투약한 마약류의 가액이 추징됩니다. 약식명령이라도 추징은 빠지지 않습니다.
지금 할 일
약식명령서는 우편으로 송달됩니다.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이 지나면 그대로 확정되므로, 받는 즉시 벌금액과 추징액, 적용 법조를 확인하고 다음 항목의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6. 정식재판 청구 — "벌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택"
정식재판 청구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공판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기한은 약식명령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①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더 무거워질 수 있느냐"입니다. 법은 피고인이 청구한 정식재판에서는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벌금이 징역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다만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지 않습니다.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에 불복했다가 정식재판에서 벌금 700만원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청구할 만한 경우와 아닌 경우
청구를 검토할 경우 — 투약 사실 자체를 다투고 있고 소변·모발 채취 절차의 위법 등 무죄 주장의 근거가 분명할 때, 또는 투약 횟수가 실제보다 많이 잡혀 벌금액 산정이 명백히 과할 때.
청구가 불리한 경우 — 투약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벌금액이 통상 범위일 때. 정식재판에서는 공개 법정에 서야 하고, 기록이 더 자세히 검토되며, 액수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할 일
7일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청구 여부를 고민하는 동안 기한이 지나면 선택지는 사라집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일단 기한 안에 청구서를 내고, 공판 전에 취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청구 취하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합니다.
7. 구공판·공소장 부본 — "법정에 서게 됐다는 통지"
구공판은 검사가 약식이 아닌 정식 공판을 청구했다는 뜻이고, 공소장 부본은 그 청구서의 사본이 피고인에게 송달된 것입니다. 이 서류가 도착하면 신분은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바뀝니다.
마약 사건이 구공판으로 가는 대표적인 경우는 매매·알선·수출입처럼 법정형에 벌금이 없는 죄, 동종 전과가 있는 재범, 투약 횟수가 많거나 공범이 여럿인 사건, 그리고 구속 상태로 송치된 사건입니다. 단순 투약 초범이라도 모발검사에서 장기간 반복이 확인되면 구공판으로 가기도 합니다.
공소장에서 확인할 세 줄
공소사실 —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구체적 사실. 투약 일시와 횟수가 자신이 아는 사실과 다르면 공판에서 다툴 부분입니다.
적용 법조 — 마약류관리법 몇 조 몇 항인지. 이 조항이 법정형과 양형기준 유형을 결정합니다.
구속 여부와 공판기일 — 불구속이면 첫 공판기일 소환장이 따로 옵니다.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습니다.
공소장 부본을 받은 뒤 7일 이내에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게 됩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다투는지를 적는 서류로, 이후 재판이 자백 사건으로 빠르게 진행될지 증거조사를 거칠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지금 할 일
공판 단계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습니다. 모발 감정서, 공범 진술조서, 통신 자료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한 뒤 의견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양형자료 제출은 선고 전까지 가능하지만, 첫 공판 전에 기본 자료가 들어가 있는 편이 유리합니다.
8. 구형과 추징 — "검사가 요청한 형, 그리고 돌려받지 못할 돈"
구형은 공판 마지막에 검사가 "이 정도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의견이고, 판결이 아닙니다. 마약 사건에서 구형은 양형기준을 기준으로 재범 여부와 투약 횟수에 따라 정해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마약의 종류와 행위 유형(투약·소지·매매·수출입 등)으로 유형을 나누고, 동종 전과를 특별가중 요소로 둡니다. 같은 투약이라도 초범과 재범의 권고 형량 범위가 다르고, 집행유예 중 재범이면 실형 쪽으로 기울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구형이 실형이라고 해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구형에 구속되지 않고, 실무에서는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구형 수준은 검사가 이 사건을 얼마나 무겁게 보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이므로, 구형이 예상보다 높다면 최후변론에서 그 간극을 설명해야 합니다.
추징은 결과와 무관하게 따라온다
마약 사건 판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추징이 붙습니다. 투약한 마약류는 몰수할 수 없으므로 그 가액을 국가가 거둬 가는 것이고, 기소유예가 아닌 이상 벌금이든 집행유예든 실형이든 함께 선고됩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67조(몰수) 이 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추징액은 투약·매매한 마약류의 시가로 계산되며, 매매가 얽힌 사건에서는 거래 대금 전체가 추징 대상이 되어 액수가 커집니다. 대법원은 공동으로 마약을 투약한 경우에도 각자가 실제 투약한 부분을 기준으로 추징하되, 그 양을 특정할 수 없으면 공범 각자에게 평등하게 추징한다고 봅니다.
지금 할 일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노역장 유치로 대신할 수 없고, 미납 시 재산 압류로 집행됩니다. 구형 단계에서 추징액이 함께 제시되므로, 투약 횟수나 거래 금액 산정이 과하다면 그 자리에서 다투어야 판결에 반영됩니다.
용어 8개를 한 줄로 다시 놓으면
송치는 시작, 보완수사와 검사 조사는 보강, 기소유예·약식·구공판은 갈림길, 정식재판 청구는 되돌릴 기회, 구형과 추징은 마무리입니다. 이 순서 어디에 내 사건이 있는지를 알면 지금 제출해야 할 자료와 지켜야 할 기한이 보입니다.
송치 결정 통지 — 혐의 인정 상태로 검찰 이관. 양형자료 제출 시작.
보완수사 요구 — 기록의 빈틈 보강. 기존 진술과의 일관성 유지.
검사 피의자신문 — 모순 지점 확인. 조서 열람·정정 권리 동일.
기소유예 — 재판 없이 종결. 처분 전에 치료·반성 자료 도착해야 함.
약식명령 — 서면 벌금형. 전과 남음, 송달 후 7일 내 확정.
정식재판 청구 — 7일 내 청구. 형의 종류는 못 올리지만 액수는 오를 수 있음.
구공판·공소장 — 피고인 신분. 7일 내 의견서, 증거 열람.
구형·추징 — 검사 의견과 가액 환수. 선고 전 마지막 변론 기회.
검찰 단계는 통지서 한 장에 담긴 단어로 다음 몇 달이 정해지는 구간입니다. 단어의 뜻을 알고 기한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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