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 사건에서 피해액(편취액)은 "코인을 건네준 그 시점의 시세"로 계산되는 것이 원칙이며, 그 뒤에 시세가 폭락하거나 일부를 돌려받았더라도 편취액 자체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 글은 피해액이라는 숫자 하나가 어떻게 정해지고, 그 숫자가 왜 사건의 운명을 가르는지 한 가지 쟁점만 깊이 파고듭니다.
코인 사기 사건의 상담은 거의 예외 없이 "그래서 피해액이 얼마로 잡히나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피의자는 그 숫자가 5억을 넘는지, 피해자는 그 숫자가 지금 시세로 계산되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같은 사건인데도 계산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피해액이 몇 배씩 달라지는 일이 코인 사건에서는 흔합니다. 현금이 아니라 가격이 매 순간 움직이는 자산을 주고받았기 때문입니다.
왜 피해액이라는 숫자 하나가 사건 전체를 흔드는가
피해액이 5억 원을 넘는 순간 적용 법률이 형법에서 특정경제범죄법으로 바뀌고, 법정형의 하한이 생기며, 집행유예 가능성과 구속 여부까지 함께 달라집니다. 피해액은 양형의 참고 자료가 아니라 죄명과 법정형 자체를 결정하는 구성요건입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사기)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득액)이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단순 사기는 법정형에 하한이 없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폭넓게 가능합니다. 반면 이득액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징역이 하한이 되고,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1년 6개월까지만 내려갑니다.
50억 원 이상이면 하한이 5년이 되어 감경을 받아도 2년 6개월이 최저이므로, 집행유예 요건(3년 이하의 징역)을 간신히 충족할 뿐 실형이 원칙처럼 운용됩니다. 그래서 피해액이 4억 9천만 원인지 5억 1천만 원인지는 단순한 2천만 원 차이가 아닙니다.
기준점은 하나, "코인이 건네진 그 순간"
대법원은 사기죄의 편취액을 피해자가 재물을 교부한 시점의 객관적 가액으로 산정합니다. 코인 사건에 적용하면 피해자의 지갑에서 가해자의 지갑으로 코인이 이체된 시각의 시세가 기준이 됩니다.
이 원칙은 사기죄가 재물의 교부로 기수에 이르는 범죄라는 구조에서 나옵니다. 범행이 완성되는 순간 범죄의 크기도 확정되고, 그 뒤의 시세 변동은 범행과 무관한 사정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세 가지 전형적인 거래 형태별 계산
실무에서 코인 사기의 교부 형태는 크게 셋으로 나뉘고, 각각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현금을 보내고 "코인에 투자해 주겠다"는 말을 들은 경우 — 교부된 것은 현금이므로 송금한 원화 금액이 그대로 편취액입니다. 가해자가 그 돈으로 실제 코인을 샀는지, 그 코인이 올랐는지는 편취액 계산과 관련이 없습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기존 코인을 지갑으로 보낸 경우 — 이체 시각의 거래소 시세에 수량을 곱한 금액이 편취액입니다. 수사기관은 보통 국내 주요 거래소의 해당 시각 체결가를 기준으로 삼고, 변호인은 어느 거래소의 어느 시각 가격을 쓰는지 다퉈볼 수 있습니다.
현금을 내고 가해자가 만든 신규 코인·토큰을 받은 경우 — 교부한 것은 현금이고 받은 것은 대가입니다. 받은 토큰이 사실상 무가치했다면 낸 현금 전액이 편취액이 되고, 토큰에 실질 가치가 있었다는 점은 피의자 측이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할 사정입니다.
특히 세 번째 유형에서는 "받은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었다", "당시 시세가 있었다"는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망이 없었다면 애초에 교부하지 않았을 돈이라면, 일부 대가를 받았더라도 교부한 금액 전체를 편취액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시세가 폭락했어도 편취액은 그대로다
코인을 넘긴 뒤 시세가 10분의 1로 떨어졌더라도 편취액은 넘긴 시점 가액으로 고정됩니다. 거꾸로 시세가 10배 올랐어도 편취액이 커지지 않습니다. 기준 시점 원칙은 피의자와 피해자 어느 쪽에도 유리하게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자주 나오는 항변은 "지금 시세로는 2억밖에 안 되니 특경법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이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특경법 적용 여부는 범행 당시 가액으로 판단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반대 상황이 억울합니다. 비트코인 5개를 사기당했는데 당시 시세로 2억 원이고 지금은 5억 원이라면, 형사 사건의 피해액은 2억 원입니다. 다만 뒤에서 보듯 민사 손해배상에서는 다른 계산이 가능하므로 형사 피해액만 보고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일부를 돌려받았어도 편취액에서 빼지 않는다
가해자가 수익금 명목으로 일부를 돌려줬거나, 수사 중 피해금 일부를 변제했더라도 편취액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편취한 뒤 반환한 금액은 편취액에서 공제하지 않고 양형에서만 고려한다고 봅니다.
이 점은 코인 리딩방·투자 대행 사건에서 결정적입니다. 처음 몇 달간 "수익"이라며 매달 돌려준 돈이 있더라도, 그 돈은 피해자가 낸 원금에서 돌려막은 것이고 범행이 이미 완성된 뒤의 사정이므로 편취액은 낸 돈 전액입니다.
피의자가 오해하기 쉬운 두 장면
"피해자가 수익으로 3천만 원을 받아갔으니 피해액은 7천만 원" — 아닙니다. 1억 원이 편취액이고, 3천만 원 반환은 양형 사유입니다. 다만 실질 피해액이 7천만 원이라는 점은 합의금 협의와 양형 주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수사 중 전액 변제했으니 특경법에서 빠진다" — 아닙니다. 편취액 5억 원은 그대로이고 특경법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신 전액 변제와 피해자 처벌불원은 양형기준상 가장 강력한 감경 요소이므로 하한 아래로 내려가는 작량감경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합산 규칙, 피해자가 여럿일 때 5억이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특경법의 이득액은 하나의 죄로 평가되는 범위 안에서만 합산합니다. 즉 같은 피해자에 대한 반복 편취는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되지만, 피해자가 다른 별개의 사기는 각각 따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수인의 피해자에 대해 각각 기망행위를 하여 재물을 편취한 경우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하고, 그 피해액을 모두 합쳐 특경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피해자 100명에게 각 1천만 원씩 받아 총 10억 원이라도, 특경법 사기가 아니라 100개의 형법상 사기죄 경합범이 됩니다.
그러나 코인 다단계·유사수신 구조에서는 양상이 달라집니다. 투자금을 하나의 계좌나 지갑으로 모아 운용하는 집단적 범행에서 피해자들이 사실상 동일한 피해법익의 주체로 평가되는 경우, 또는 같은 피해자에게 여러 번 입금받은 경우에는 합산이 이루어집니다.
합산 여부를 가르는 실무 체크포인트
같은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입금받았는가 —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동일 방법으로 반복했다면 포괄일죄로 합산됩니다.
피해자가 다르지만 한 지갑으로 모았는가 — 원칙적으로는 별개 죄이지만, 유사수신·조합 형태로 피해자들의 돈이 공동 재산처럼 취급되었다면 합산 주장이 가능합니다.
공범의 편취액까지 합쳐지는가 —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자신이 직접 받지 않은 공범의 편취액까지 전체 이득액으로 평가됩니다. 리딩방 "직원"이 특경법 피의자가 되는 이유입니다.
경합범으로 처리되면 특경법 하한은 피하더라도, 형법 제38조의 경합범 가중에 따라 가장 중한 죄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되어 최대 15년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합산을 피했다고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사건에서 숫자가 세 번 달라지는 이유
형사 편취액, 민사 손해액, 몰수·추징 가액은 각각 기준 시점이 다릅니다. 한 사건에서 서로 다른 세 숫자가 나오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입니다.
형사 편취액 — 교부 시점 시세. 죄명과 법정형을 정합니다.
민사 손해배상액 — 불법행위로 인한 통상손해는 교부 시점 가액이 원칙이지만, 가해자가 시세 상승을 알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상승분까지 특별손해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코인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에는 이행불능 시점 시가가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몰수·추징 가액 — 대법원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도 몰수 대상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으로 봅니다. 코인 자체를 몰수하지 못해 추징할 때의 가액은 판결 선고 시 시가가 기준입니다.
피해자라면 형사 피해액이 적게 잡혔다고 낙담하기보다 민사에서 다른 기준을 주장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실익이 있습니다. 피의자라면 선고 시점에 시세가 올라 추징금이 편취액보다 커지는 상황을 미리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양형기준표에서 피해액이 놓이는 자리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피해액 구간을 기준으로 권고 형량 범위를 정합니다. 일반사기 기준으로 1억 원 미만,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300억 원 이상의 다섯 구간입니다.
1억 원 미만 — 기본 6개월~1년 6개월, 감경 시 벌금형 또는 1년 이하까지 열려 있습니다.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 기본 1년~4년. 실형과 집행유예가 가장 치열하게 갈리는 구간입니다.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 기본 3년~6년. 특경법 하한과 겹치며, 전액 변제 없이는 집행유예가 어렵습니다.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 기본 5년~8년.
300억 원 이상 — 기본 6년~10년, 가중 시 무기징역까지 권고됩니다.
이 표에서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 조직적 범행,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는 특별가중인자입니다. 코인 리딩방이나 다단계 구조는 거의 자동으로 이 가중인자에 해당하므로, 피해액 구간보다 한 단계 높은 범위에서 형이 정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피해액을 다툴 수 있는 지점과 다툴 수 없는 지점
피해액은 전부 수사기관이 정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기준 시점 원칙 자체는 흔들 수 없지만, 그 시점의 시세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교부 자체가 기망에 의한 것인지는 다툴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다퉈볼 수 있는 것
시세의 출처 —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르고 급등락 시각에는 분 단위로도 차이가 큽니다. 어느 거래소의 어느 시각 가격을 썼는지, 거래량이 거의 없는 소형 코인에 거래소 호가를 그대로 적용한 것은 아닌지 확인합니다.
기망과 무관한 교부분의 분리 — 초기에 정상적인 투자 관계로 보낸 돈과, 기망이 시작된 뒤 보낸 돈이 섞여 있다면 범의가 생긴 시점 이후의 교부분만 편취액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교부 주체 —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의 돈이 섞여 있거나, 피해자 명의 지갑이지만 실제 소유자가 다른 경우 피해자별 분리 계산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퉈도 소용없는 것
"지금 시세로는 훨씬 적다"는 주장.
"수익금으로 돌려준 것을 빼 달라"는 주장.
"받은 토큰이 언젠가 오를 수도 있었다"는 주장.
다툴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면 수사기관에 반성이 없다는 인상만 남기고, 정작 다툴 수 있는 시세 산정 문제는 묻히게 됩니다. 인정할 부분은 빠르게 인정하고 숫자를 깎을 수 있는 지점에 집중하는 것이 피의자 측 대응의 기본입니다.
피해자가 피해액 산정 단계에서 챙겨야 할 자료
피해자가 고소장에 적는 피해액은 수사기관이 그대로 받아쓰는 숫자가 아니라,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주장입니다. 이체 시각과 수량, 그 시각의 시세를 한 줄에 맞춰 정리한 표가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거래소 출금 내역 — 출금 일시, 코인 종류, 수량, 수수료, 받는 지갑 주소가 모두 표시된 거래소 화면 또는 거래 내역서.
블록체인 트랜잭션 해시 — 지갑 간 이체는 탐색기에서 시각과 수량이 공적으로 확인되므로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해당 시각 시세 자료 — 국내 주요 거래소의 해당 일시 체결가 캡처. 분 단위 급등락이 있었다면 그 시각 전후의 가격 추이도 함께 남깁니다.
돌려받은 금액 내역 —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편취액에서 공제되지 않으므로 피해액 주장은 그대로이고, 정직하게 적은 고소장이 신뢰를 얻습니다.
시세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거래소 화면에서 분 단위 데이터를 다시 확인하기 어려워집니다. 사기를 인지한 날 바로 당시 시세를 캡처해 두는 것이 나중에 피해액을 두고 다툴 때 피해자를 지켜주는 작은 습관입니다.
정리: 피해액은 "그때 그 값"으로 고정된다
코인 사기의 피해액은 코인이 건네진 순간의 시세로 정해지고, 이후의 폭락·폭등·반환은 그 숫자를 바꾸지 못합니다. 바뀌는 것은 양형과 민사 배상, 추징금이며 그 세 가지는 각각 다른 시점의 가격을 봅니다.
피의자라면 특경법 5억 원 경계선 위에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시세 산정과 범의 발생 시점에서 깎을 여지를 찾은 뒤 변제와 합의로 양형을 준비해야 합니다. 피해자라면 교부 시각의 시세 자료를 지금 확보하고, 형사 피해액과 별개로 민사에서 더 넓은 손해를 주장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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