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안팍 형사전문변호사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처음 만난 여성과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가졌는데, 며칠 뒤 강간으로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상담이 있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호감이 있었고 함께 술을 마셨고, 자연스럽게 숙박업소까지 갔는데 갑자기 강간이라는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같이 모텔에 갔는데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담하다 보면 여자가 먼저 들어가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도 확인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당시 어떤 관계였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니까요.
그렇지만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는 것과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야 합니다.
누가 먼저 숙박업소에 가자고 했는지, 객실에 들어간 뒤 어떤 대화를 했는지, 스킨십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성관계 과정에서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그만하라는 말을 한 적은 없는지. 실제 조사를 받게 되면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경찰 연락을 받은 뒤에야 기억을 맞춰보려고 하면 생각보다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술까지 마셨다면 더 그렇습니다.
술을 많이 마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나잇 사건에서는 술이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사람이 술을 마셨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대방이 당시 어느 정도로 취해 있었는지는 봐야 합니다.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아니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였는지에 따라 사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이나 저항이 어려운 상태였고 이를 이용해 성관계를 했다는 내용이라면 준강간 혐의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저도 술에 취해서 잘 기억이 안 납니다”라는 말만 하고 넘어가면 곤란합니다.
그날 몇 시쯤 만났고 어디에서 술을 마셨는지, 숙박업소에는 몇 시에 들어갔는지 정도는 카드내역이나 택시 이용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톡은 그냥 그대로 두세요
고소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카카오톡이나 소개팅 앱을 지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어떻게 연락을 시작했는지부터 만남을 약속한 과정, 그날 주고받은 연락, 성관계 이후의 대화까지 그대로 남겨두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성관계 이후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봅니다.
다음 날에도 평소처럼 연락했는지, 다시 만나기로 했는지, 언제부터 관계가 틀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다음 날 상대방이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거나 다시 연락했다는 이유만으로 강간이 아니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 대화도 결국 그날 있었던 일을 판단할 때 같이 보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상대방에게 계속 연락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분명 합의해서 한 건데 왜 갑자기 그러냐.”
억울하면 당연히 묻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이미 고소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라면 직접 연락해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 전화를 걸거나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다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보낸 메시지가 수사 과정에서 그대로 제출되기도 합니다.
특히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한 번만 봐달라” 같은 말을 급하게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도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사에서는 결국 그날 일을 묻습니다
강간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으면 “합의였습니다”라고 한마디 하고 끝낼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부터 질문이 시작됩니다.
술은 얼마나 마셨는지, 숙박업소에는 왜 갔는지, 누가 먼저 스킨십을 했는지, 상대방이 싫다는 표현을 한 적은 없는지, 성관계가 끝난 뒤에는 무엇을 했는지까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없는 기억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떻게든 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추측으로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CCTV나 결제내역과 맞지 않는 경우가 더 좋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하고, 기록으로 확인되는 것은 기록을 보고 설명하면 됩니다.
고소 이야기를 들었다면 지금 해둘 일이 있습니다
경찰에서 연락이 오기 전이라도 상대방이 강간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했다면 그날 자료는 미리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개팅 앱 대화나 카카오톡을 캡처해두고, 카드 결제내역과 택시 이용내역도 확인해보세요.
어느 술집에 있었는지, 숙박업소에는 몇 시쯤 들어갔는지도 적어두면 좋습니다.
CCTV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사건에서 필요한 영상이 있을 것 같다면 너무 늦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과 나눈 대화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삭제하거나 수정하지 마세요.
원나잇을 했다는 이유로 강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이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강간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봐야 하는 것은 그날 성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졌느냐입니다.
고소가 예상된다면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 결론부터 정하기보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헤어진 순간까지 본인이 기억하는 일을 먼저 정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받을 때도 그 내용을 가지고 시작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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