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 청구금액에 원금만 적으면 이자·지연손해금 소멸시효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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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 청구금액에 원금만 적으면 이자·지연손해금 소멸시효는 멈추지 않는다 

강대현 변호사

돈을 받지 못해 채무자의 예금이나 부동산에 가압류를 걸어두고 안심하는 채권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압류 신청서의 청구금액란에 빌려준 원금만 적어 두었다면, 그 가압류로 멈춘 것은 원금의 소멸시효뿐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자와 지연손해금이 원금만큼 불어났는데도, 그 부분은 시효중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시효기간을 채워가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는 가압류가 시효를 멈추는 원리, 청구금액이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이미 원금만 적고 가압류를 마쳤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가압류는 어떻게 소멸시효를 멈추는가 — 민법 제168조 제2호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일반 민사채권은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5년(상법 제64조)이 지나면 완성됩니다. 이 시계를 멈추는 사유가 민법 제168조가 정한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입니다. 채권자가 재판을 걸지 않더라도 가압류만 마쳐 두면 시효가 중단되는 이유는, 가압류가 권리 위에 잠자고 있지 않다는 권리행사의 표시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중단의 효력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가압류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 효력이 계속되는 동안 유지되고, 본안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다시 시효가 진행하되 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납니다(민법 제178조 제2항, 제165조 제1항). 그래서 실무에서는 가압류를 먼저 걸고 본안을 이어가는 순서가 시효 관리의 기본 틀로 쓰입니다. 문제는 이 틀이 "어느 채권에 대한 가압류인가"에 따라 작동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가압류는 시효를 멈추지만, 멈추는 것은 가압류가 청구한 그 채권의 시계뿐이다.

시효중단의 범위는 청구금액이 정한다 —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다233212 판결

가압류 신청서에는 피보전권리와 청구금액을 적게 되어 있고, 가압류 결정과 목적물 등기에도 이 청구금액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 청구금액이 곧 시효중단의 경계선이 됩니다.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다233212 판결은 상가 분양대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원금만을 청구금액으로 적어 채권가압류를 한 사안에서, 청구금액에 포함되지 않은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 채권에 대해서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지연손해금이 원본채권에 딸린 부대채권이라는 점을 들어 중단 효력이 미친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의 논리는 가분채권의 일부만 청구한 경우의 법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하나의 금전채권 중 일부만 청구하면 그 청구한 부분에 대해서만 시효중단 효력이 생기고 나머지 부분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원금을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이자와 지연손해금까지 "함께 청구한 것"으로 읽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종된 권리는 주된 권리의 시효완성에 따른다는 민법 제183조가 있다 하더라도, 그 조문은 시효완성의 효과를 말할 뿐 시효중단의 효력까지 주된 권리에서 종된 권리로 옮겨주지는 않습니다.

실무상 의미는 분명합니다. 청구금액란은 형식적인 숫자가 아니라, 어디까지 시효를 멈춰 놓을지 정하는 범위입니다. 원금 1억 원만 적었다면 멈춘 것은 1억 원의 시계이고, 그 위에 쌓여가는 이자·지연손해금의 시계는 별도로 움직입니다.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은 시계가 따로 돈다

세 가지는 이름이 비슷해도 성격과 시효가 다를 수 있습니다. 원금은 앞서 본 대로 10년(상사채권은 5년)입니다. 약정이자는 원본과 별개의 채권이고, 이자를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해 정기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민법 제163조 제1호에 따라 3년의 단기시효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변제기가 지난 뒤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원본채권과 같은 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같은 가압류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원금은 가압류로 중단되어 안전한데, 매달 붙는 약정이자는 3년 단기시효로 앞에서부터 하나씩 소멸해가는 상황이 가능합니다. 지연손해금은 소멸까지의 시간이 길더라도, 가압류의 청구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중단 효과 없이 흘러간 기간이 그대로 쌓입니다.

  • 원금 — 일반 10년, 상사 5년. 청구금액에 적으면 가압류로 중단.

  • 약정이자 — 원본과 별개의 채권. 정기급부 이자는 3년 단기시효가 문제될 수 있음.

  • 지연손해금 — 원본채권과 같은 시효가 일반적. 청구금액에 없으면 가압류의 중단 효력 밖.

  • 확인 포인트 — 가압류 결정문과 등기부(또는 제3채무자 송달본)의 청구금액 숫자와 산정 근거.

가정 사례 — 원금만 적은 가압류 이후 시간이 흐르면

숫자를 넣어 보겠습니다. 가정상 변제기가 2021년 3월 31일이던 대여금 5,000만 원에 대해 채권자가 2022년 초 원금 5,000만 원만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가압류를 마쳤다고 합시다. 이후 본안 소송을 미루다 가압류만 유지한 채 몇 년이 지났고, 약정이자나 변제기 후 지연손해금은 별도로 청구한 적이 없습니다. 이때 원금 5,000만 원의 시효는 가압류로 중단되었으니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자와 지연손해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청구금액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가압류로는 중단되지 않았고, 그 부분의 시효기간은 각 채권이 발생한 때부터 별개로 계산됩니다. 약정이자가 3년 단기시효 대상이라면 가압류 이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오래된 이자부터 순차적으로 시효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본안 소송에서 "이자와 지연손해금 중 오래된 부분은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면 그 부분은 받지 못할 위험이 실제로 생깁니다. 원금은 지켰는데 원금에 육박하는 이자 부분을 잃는 구도입니다.

이미 원금만 적고 가압류했다면 — 지금 해야 할 일

가장 먼저 할 일은 본안 소송에서 청구취지에 원금뿐 아니라 이자와 지연손해금을 모두 명시하는 것입니다. 재판상의 청구(민법 제168조 제1호)는 그 청구한 채권에 대해 별도로 시효를 중단시킵니다. 따라서 소장의 청구취지에 "원금 및 이에 대한 변제기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넣으면 그 청구 부분에 관해서는 소 제기 시점에 시효가 중단됩니다.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이자·지연손해금 채권 역시 판결로 확정된 채권으로서 10년의 시효를 새로 갖게 됩니다.

본안 소송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이미 시효기간이 임박한 이자·지연손해금에 대해서는 추가 가압류를 서두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는 이미 진행된 가압류와 겹치지 않게, 이자·지연손해금의 산정액을 청구금액으로 새로 적어 가압류를 신청합니다. 이미 시효가 완성된 부분은 되살릴 수 없으므로 "얼마나 지났는가"를 서둘러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내용증명 같은 단순 최고는 민법 제174조상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나 가압류 등을 하지 않으면 중단 효력이 없으니, 이것만으로 시효를 지킨다고 믿어서는 안 됩니다.

채무자에게서 "이자는 곧 갚겠다"는 서면이나 메시지를 받아 두었다면 승인(민법 제168조 제3호)으로 시효가 중단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승인의 시점과 대상 채권이 어디까지인지를 입증할 수 있도록 원본 자료를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압류 신청서의 청구금액, 이렇게 적어야 한다

처음부터 올바르게 적으면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가압류 신청서에는 원금과 함께 신청일 전까지 이미 발생한 이자·지연손해금을 계산해 합산한 금액을 청구금액으로 적고, 산정 근거를 소명자료와 함께 제출합니다. 변제기 이후 계속 늘어나는 지연손해금까지 감안해 앞으로의 일정 기간분을 포함한 금액으로 청구금액을 잡는 방식도 실무에서 쓰이므로, 신청 전에 변제기·이율·기산일을 정리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 변제기와 기산일 — 지연손해금은 변제기 다음 날부터 계산하므로 계약서와 독촉 시점을 먼저 확정.

  • 이율 — 약정이율이 있으면 약정이율, 없으면 법정이율(민사 연 5%, 상사 연 6%)을 확인.

  • 이자와 지연손해금의 분리 — 변제기 전 이자와 변제기 후 지연손해금은 구분해서 계산.

  • 청구금액 재산정 — 가압류 이후 시간이 흘러 금액이 크게 늘었다면 추가 가압류를 검토.

청구금액이 실제 채권액보다 과도하게 크게 적히면 채무자의 이의나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작게 적으면 이번 사안처럼 시효 관리에 구멍이 납니다. 채권의 발생 근거와 이율을 근거 자료로 뒷받침해 적정선에서 청구금액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압류가 취소되면 시효중단 효력도 사라진다 — 민법 제175조

가압류로 시효를 지켜 두었더라도, 그 가압류가 민법 제175조에 해당하는 사유로 취소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어집니다. 이 조문은 압류·가압류·가처분이 권리자의 청구에 의해서, 또는 법률 규정에 따르지 않음으로 인해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즉 처음부터 중단되지 않은 것으로 보게 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사례가 제소명령입니다. 채무자가 가압류의 취소를 구하며 제소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2주 이상의 기간을 정해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는 서류를 내라고 명하고(민사집행법 제287조), 채권자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가압류 결정이 취소됩니다. 가압류 한 번으로 시효가 해결됐다고 믿고 본안을 방치하다가 제소명령을 놓치면, 중단 효력까지 함께 무너집니다. 가압류와 본안은 한 묶음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압류가 취소되면 시효중단도 없던 일이 되므로, 가압류 이후 본안·제소명령 일정까지 한 묶음으로 관리해야 한다.

본안에서 이자·지연손해금을 청구할 때 챙길 것들

본안 소송에서 이자와 지연손해금을 주장하려면 청구원인에서 발생 근거와 이율의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약정이율이 있다면 약정서나 차용증으로, 없다면 법정이율(민법 제379조, 상사는 상법 제54조)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변제기 이후 지연손해금은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연 12%를 적용하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의 특례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으므로, 청구취지에서 이율 구간을 나누어 적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일부청구인지 전부청구인지를 청구취지에서 분명히 해야 합니다. 명시적으로 일부만 청구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시효가 중단되고, 청구금액을 나중에 확장하면 확장한 시점에 확장 부분의 시효가 중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청구취지 확장 시점이 늦어지면 그 사이에 흐른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이자·지연손해금까지 한꺼번에 청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압류 결정문에 원금만 있으면 이자는 무조건 시효가 지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청구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가압류로 중단되지 않았다는 뜻일 뿐, 곧바로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자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 때부터 해당 시효기간이 실제로 지났는지, 그 사이 재판상 청구나 채무자의 승인 같은 별도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Q. 가압류 이후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 판결문에 이자가 없다면요?

A. 판결의 주문에 이자·지연손해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 아니어서 10년 연장의 효과를 받지 못합니다. 본안 소송에서 청구취지에 이자와 지연손해금을 명시했는지가 핵심이고, 빠져 있었다면 별도 소송의 필요성과 시효 경과 여부를 서둘러 확인해야 합니다.

Q. 내용증명을 보내 이자를 청구했는데 시효가 멈추나요?

A. 내용증명은 민법 제174조의 최고에 해당할 수 있으나, 최고만으로는 임시 중단에 그칩니다. 최고 후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 가압류, 압류 등을 하지 않으면 중단 효력이 없어지므로, 내용증명은 시간을 버는 수단일 뿐 시효 관리의 마무리가 될 수 없습니다.

Q. 이미 가압류를 한 상태에서 청구금액을 늘릴 수 있나요?

A. 이미 내려진 가압류 결정의 청구금액을 단순 정정해서 시효중단 범위를 늘린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이자·지연손해금 부분을 청구금액으로 하는 추가 가압류를 새로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중단 효과는 새 가압류의 청구금액만큼 발생합니다.

Q. 채무자가 이자는 일부 갚았다고 하는데 그때도 시효가 멈추나요?

A. 채무자가 이자 일부를 변제한 행위는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는 승인에 해당할 수 있어, 해당 채권에 대해 시효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어떤 채권에 대해 언제 얼마를 변제했는지가 입금 내역 등으로 확인되어야 하므로, 이체내역과 문자·메신저 기록을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가압류가 오래 유지되면 시효 걱정은 안 해도 되나요?

A. 가압류의 집행보전 효력이 계속되는 동안은 청구금액에 포함된 채권의 중단 효력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청구금액에서 빠진 이자·지연손해금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가압류가 제소명령 불이행 등으로 취소되면 중단 효력도 소급해서 사라집니다. 가압류가 유지된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본안 진행 상황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맺음말

가압류의 시효중단 효력은 청구금액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생깁니다. 원금만 적은 가압류로는 이자와 지연손해금의 소멸시효를 멈출 수 없다는 점이 2024년 대법원 판결로 분명해졌고, 부대채권이라는 이유로 중단 효력이 따라간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가압류를 신청할 때는 원금과 함께 발생한 이자·지연손해금을 계산해 청구금액에 담고, 본안 소송에서는 청구취지에 이를 모두 명시해야 합니다. 이미 원금만 적은 채 시간이 흘렀다면 이자·지연손해금의 시효 경과 여부부터 확인하고, 필요하면 추가 가압류나 소 제기로 시계를 멈추는 것이 순서입니다.

가압류 결정문의 청구금액란과 채권별 기산일을 한 번 대조해 보시길 권합니다. 권리관계가 복잡하다면 가압류·본안 일정 전체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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