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온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관계를 맺었는데, 서로 좋아서 한 일이라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가 형사입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제8조의2가 있어,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됩니다. 가출 상태에서 갈 곳과 돈이 없던 청소년이 상대 제안을 받아들인 상황이 바로 이 조항이 겨냥하는 전형적인 장면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조항이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지, 형법 제305조·아청법 제13조와는 어떻게 다른지,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이 쟁점이 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아청법 제8조의2 —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한 간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하여 그 청소년을 간음하거나, 그 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간음하게 하는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같은 상태를 이용해 추행한 경우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장애 아동·청소년은 제8조가 따로 규율하므로, 제8조의2는 장애가 없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이 조항에서 눈여겨볼 점은 폭행이나 협박이 구성요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강간죄는 폭행·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해야 성립하지만, 제8조의2는 '궁박한 상태'를 알고 그것을 이용했는지를 봅니다. 겉으로 보기에 청소년이 스스로 따라가서 동의한 것처럼 보여도, 그 동의가 갈 곳과 돈이 없는 처지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 조항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합의된 관계였다'는 말만으로는 구성요건을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행위자 — 19세 이상. 행위자가 19세 미만이면 이 조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피해자 —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며 장애 아동·청소년이 아닐 것.
궁박한 상태 — 피해 청소년이 처한 급박한 곤궁 상태.
이용 — 그 상태를 알고서 성관계를 하는 수단으로 삼았을 것.
간음 — 성기 삽입이 있어야 하고, 삽입 없는 신체 접촉은 제2항 추행으로 분류됩니다.
제8조의2의 핵심은 폭행·협박이 아니라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알고 이용했는가이다.
궁박한 상태란 — 가출 청소년의 어떤 사정이 해당하나
'궁박'은 급박한 곤궁을 뜻하는 말로, 경제적 궁핍뿐 아니라 정신적·심리적으로 벗어날 방법이 없는 처지까지 넓게 포함해 이해됩니다. 가출 청소년의 경우 잘 곳이 없고, 끼니를 해결할 돈이 없고, 연락할 보호자나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가 이에 가깝습니다. 단지 가출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궁박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그 시점에 실제로 어떤 곤궁에 놓여 있었는지가 사건마다 따로 확인됩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사정은 대체로 구체적입니다. 가출 후 며칠이 지났는지, 소지금이 있었는지, 숙소를 누가 구했고 비용을 누가 냈는지, 보호자와 연락이 끊겼는지 아니면 연락이 가능했는지, 다른 갈 곳이 있었는지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가출 사흘째에 휴대전화 요금도 못 내고 하룻밤 재워주겠다는 말에 따라간 경우와, 부모와 연락이 닿는 상태에서 스스로 약속을 잡고 만난 경우는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가출 청소년이라도 이 곤궁의 정도와 지속성이 쟁점이 됩니다.
숙식 — 잠잘 곳과 식사를 스스로 해결할 수단이 있었는지.
금전 — 소지금, 교통비, 휴대전화 사용 가능 여부.
보호자 관계 — 연락이 닿았는지, 돌아갈 곳이 있었는지.
제안 경위 —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 먼저 나왔는지, 성관계가 그 조건처럼 오갔는지.
'이용'과 고의 — 상대가 16세 미만임을, 그리고 곤궁함을 알았는가
형사처벌은 고의가 있어야 하므로, 행위자가 두 가지를 인식했는지가 모두 문제 됩니다. 하나는 상대가 16세 미만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가 궁박한 상태라는 점입니다. 확정적 인식이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알면서 감수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어서, 몰랐다는 주장이 곧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나이에 대해서는 SNS 프로필, 대화에서 나온 학교·학년, 교복이나 외모, 첫 만남 때의 대화가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 랜덤채팅이나 오픈채팅에서 '중3'이라고 밝혔는데도 만났다면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쉽습니다. 반대로 대화 내용에서 상대가 성인이라고 하며 나이를 속였고 그 말을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고의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곤궁함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로 '집 나왔다', '돈 없다', '잘 데 없다'는 말을 실제로 주고받았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이런 대화는 대부분 메신저 기록으로 남아 있어서, 결국 증거는 대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됩니다.
16세 미만이라는 인식과 궁박하다는 인식은 따로따로 입증되어야 하고, 둘 다 대화 기록에서 가장 많이 가려진다.
형법 제305조 제2항과의 관계 — 동의가 있어도 처벌되는 의제강간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청소년과의 성관계는 제8조의2 이전에도 형법 제305조 제2항으로 처벌되어 왔습니다. 이 조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형법 제297조(강간)의 예에 따르도록 하므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됩니다. 의제강간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여서, 청소년이 동의했다는 사정이 있어도 구성요건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8조의2는 별도로 무엇을 더하는가가 궁금해집니다. 두 조항은 모두 아청법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해당하고(아청법 제2조 제2호), 같은 행위가 양쪽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안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검사가 사실관계에 따라 어느 조문을 적용할지 정하므로, 수사기관이 궁박 상태 이용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는지가 방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의제강간만 적용된다면 궁박 여부를 다툴 이유가 없고 연령 인식과 성관계 사실이 쟁점이지만, 제8조의2가 적용되면 궁박과 이용이라는 요건을 따로 다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가를 주고받았다면 — 아청법 제13조 성매수와 16세 미만 가중
가출 청소년에게 숙소비나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청법 제2조 제4호는 아동·청소년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하고 성교 등을 하는 것을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로 정의하고, 제13조 제1항은 이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면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가출 청소년 사건에서 대가성은 의외로 쉽게 인정됩니다. 숙소를 잡아주거나 식사, 교통비, 게임 아이템을 건네는 것도 재산상 이익이나 편의제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이 제8조의2(궁박 이용 간음)로도, 형법 제305조로도, 제13조(성매수)로도 검토될 수 있고, 어느 죄명으로 수사가 시작되었는지에 따라 법정형과 양형 구조, 방어 포인트가 모두 달라집니다. 입건 통보를 받았다면 어떤 죄명과 조문으로 조사받는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제8조의2 — 궁박한 상태 이용, 3년 이상의 유기징역.
형법 제305조 제2항 — 동의와 무관, 형법 제297조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아청법 제13조 제1항 — 대가 제공,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 16세 미만이면 2분의 1까지 가중.
아청법 제7조 제5항 — 위계·위력을 쓴 경우, 강간의 예에 따라 처벌.
유죄가 되면 따라오는 것 — 신상정보 등록·공개와 취업제한
제8조의2와 제13조는 모두 아청법 제2조 제2호 가목이 정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입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형량 외에 보안처분이 따라옵니다. 제49조에 따라 법원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원칙적으로 판결과 동시에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선고해야 하고, 공개정보에는 성명·나이·주소·사진·죄명과 선고형량이 포함됩니다.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이거나 공개하면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예외입니다.
제56조는 같은 판결에서 취업제한 명령도 선고하도록 하고, 제한 기간은 10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학교, 학원, 의료기관, 체육시설, 아동복지시설 등이 제한 대상 기관입니다. 의사·교사·학원강사·체육지도자처럼 이런 기관에서 일하는 직업이라면 형량이 집행유예에 그쳐도 직업 활동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법정형 하한이 3년이어서 집행유예까지 받으려면 작량감경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합의와 반성의 구체적 사정이 그만큼 중요해집니다.
제8조의2는 형량만이 아니라 신상정보 공개(제49조)와 취업제한(제56조)까지 함께 걸리는 사건이다.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 — 초기 대응에서 갈리는 지점
이런 사건은 대개 보호자의 신고나 경찰의 가출 청소년 발견, 청소년 쉼터 상담을 통해 시작됩니다. 피의자신문 전에 확인할 것은 첫째 죄명, 둘째 피해 청소년의 생년월일과 만남 당시의 나이, 셋째 대화 기록의 범위입니다. 진술은 한번 조서에 남으면 뒤집기 어렵습니다. 기억이 흐릿한 상태에서 '몰랐다'거나 '먼저 제안했다'고 단정적으로 진술했다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어긋나면 신빙성만 잃게 됩니다.
방어 방향은 사실관계에 따라 정해집니다. 연령 인식이 없었던 사안이면 고의 조각을, 궁박 상태가 아니었던 사안이면 구성요건 해당성을, 사실을 인정하는 사안이면 양형 사정의 정리를 중심에 둡니다.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이 가능한 사건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피해 청소년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이동 경로, 결제내역, 폐쇄회로 화면)이 핵심 자료입니다. 합의는 피해자 측과 이루어질 때 양형에 참작되지만 미성년 피해자 사건에서는 법정대리인을 상대로 해야 하고,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면 오히려 2차 가해나 회유 의혹을 부를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소년이 먼저 만나자고 했고 동의했다면 처벌되지 않나요?
A. 아니요. 16세 미만 청소년과의 성관계는 19세 이상이면 형법 제305조 제2항에 따라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 됩니다. 제8조의2는 동의가 있었더라도 궁박한 상태를 이용한 사실이 있으면 성립합니다.
Q. 상대가 19세라고 속였다면 어떻게 되나요?
A. 16세 미만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없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프로필, 대화 내용, 외모와 정황으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속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대화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제가 18세인데 16세 미만과 관계를 가진 경우도 같은 조항이 적용되나요?
A. 제8조의2와 형법 제305조 제2항은 행위자가 19세 이상일 것을 요구하므로 19세 미만이면 이 조문들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폭행·협박·위계·위력이 있었다면 다른 성범죄 조항이나 소년보호사건 절차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공소가 취소되나요?
A. 이 조항들은 합의했다고 공소할 수 없게 되는 범죄가 아니라 처벌불원 의사가 양형에 참작되는 범죄입니다. 합의서나 처벌불원서가 있으면 기소유예나 형의 감경 가능성에 영향을 주지만, 신상정보 등록 같은 부수 처분이 면제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Q. 시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끝나나요?
A. 아청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 청소년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합니다. 16세 미만 때의 행위라면 시효 계산이 피해자가 19세가 되는 날부터 시작되므로,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도 수사가 개시될 수 있습니다.
Q. 숙소비를 내줬을 뿐 돈을 준 건 아닌데 성매수가 되나요?
A. 아청법 제2조 제4호는 금품 외에 재산상 이익이나 편의제공도 대가로 보므로, 숙소 제공이나 식사 제공도 성관계의 대가로 약속되었다면 성매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가성 판단은 제공 시점, 제안 내용, 성관계와의 연결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맺음말
아청법 제8조의2는 16세 미만 가출 청소년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한 성관계를 폭행·협박 없이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동의가 있었는지보다 상대가 16세 미만임을 알았는지, 궁박한 상태임을 알고 이용했는지가 핵심 쟁점이고, 같은 사건이 형법 제305조나 아청법 제13조로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유죄가 되면 형량뿐 아니라 신상정보 공개와 최대 10년의 취업제한이 함께 따라오므로, 조사 초기에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었는지, 대화 기록과 증거가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수원지검이나 수원 일대 경찰서에서 조사 연락을 받았다면, 진술하기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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