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서 이겼는데도 상대방과 합의가 되었다거나 집행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소를 취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안판결이 선고된 뒤에 소를 취하하면, 같은 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길이 법률로 막혀 버립니다. 민사소송법이 정한 재소금지 규정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재소금지가 언제 적용되는지, 무엇이 '같은 소'인지, 그리고 취하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차례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재소금지의 근거 —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재소금지의 근거는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입니다.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문의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과 '같은 소' 두 가지이고, 이 글의 나머지는 사실상 이 두 단어를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소 취하 자체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언제든 가능하지만, 판결이 선고된 이후라면 취하의 대가가 재소 불가라는 점이 달라집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법원이 애써 내린 판결을 당사자가 취하로 무력하게 만든 뒤 다시 소를 내는 식으로 판결을 농락하는 일을 막는 데 있습니다. 법원이 증거조사와 판단을 거쳐 본안판결까지 내렸는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취하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소송제도가 되풀이되는 시험대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소금지는 일종의 제재적 성격을 띠고, 법원도 요건에 해당하면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패소 판결을 받은 원고뿐 아니라 승소 판결을 받고도 취하한 원고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재소금지는 패소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 본안판결이 선고된 뒤 소를 취하한 사람은 이기고 취하했더라도 같은 소를 다시 낼 수 없다.
소 취하의 효력과 방식 — 제266조·제267조 제1항
소 취하는 제266조에 따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본안에 관하여 준비서면을 제출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하거나 변론을 한 뒤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효력이 생깁니다. 취하는 서면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변론기일이나 변론준비기일에서는 말로도 할 수 있습니다. 취하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안에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취하가 유효하게 이루어지면 제267조 제1항에 따라 소송은 처음부터 법원에 계속되지 않았던 것으로 취급됩니다. 그래서 이미 선고된 판결도 소송계속이 없던 것이 되어 판결의 효력이 사라지고,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남지 않습니다. 이 점이 재소금지와 연결됩니다. 판결이 사라져 버렸으니 같은 문제로 다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하면 앞선 판결을 헛되게 만든다는 이유로, 법은 취하의 소급효에 대한 예외적 제한을 두고 있는 셈입니다.
취하 시기 —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가능. 전부 취하도, 일부 취하도 가능.
상대방 동의 — 상대방이 본안에 관해 준비서면 제출·진술·변론을 한 뒤라면 필요.
동의 간주 — 취하서를 송달받고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봄.
취하의 효과 — 소송 처음부터 계속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제267조 제1항).
언제부터 재소금지가 걸리나 —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 이후
재소금지의 출발점은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선고된 시점입니다. 종국판결은 심급을 끝내는 판결을 말하고, 본안판결은 청구가 이유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 판결, 즉 청구인용 또는 청구기각 판결입니다. 선고 시점이 기준이므로 판결문이 아직 송달되지 않았어도, 항소기간이 남아 있어도 선고 이후라면 취하가 곧 재소금지로 이어집니다. 변론이 끝나고 선고기일만 남은 상태에서 취하하는 것은 판결 선고 전이라 재소금지가 걸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소송요건 흠결을 이유로 소를 각하한 판결은 청구 자체의 당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어서 본안판결이 아닙니다. 따라서 각하판결 뒤에 소를 취하하는 것은 재소금지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청구의 일부만 판단한 일부판결도 그 부분에 관해서는 종국판결이므로, 일부판결 후 그 부분을 취하하면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중간판결은 종국판결이 아니라서 취하해도 재소금지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결국 취하 직전에 내 사건에서 선고된 판결이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청구인용·청구기각 판결 선고 후 취하 — 재소금지 적용.
소각하 판결 후 취하 — 본안판결이 아니므로 재소금지 비적용.
판결 선고 전 취하 — 재소금지 비적용(다만 시효·제척기간 점검 필요).
일부판결 후 그 부분 취하 — 해당 부분에 재소금지 적용.
'같은 소'의 판단 기준 — 당사자·소송물·권리보호이익
재소금지가 걸리려면 새로 제기하는 소가 앞서 취하한 소와 '같은 소'여야 합니다. 판례는 같은 소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당사자가 같을 것, 소송물이 같을 것, 그리고 권리보호이익의 사정이 같을 것의 세 가지를 듭니다. 세 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다르면 같은 소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이 기준은 재소금지의 문을 좁히는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당사자는 원고와 피고가 같다는 뜻인데, 원고와 피고의 지위가 뒤바뀌어도 소송물이 같다면 같은 소로 다룰 여지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요소는 소송물입니다. 판례는 소송물을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으로 특정되는 실체법상 권리로 보기 때문에, 청구취지가 같더라도 청구원인이 되는 실체법상 권리가 다르면 소송물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건에서 소유권에 기한 물건 인도 청구를 했다가 취하한 뒤 임대차계약 종료에 기한 인도 청구를 제기하면, 권리의 근거가 달라서 소송물이 다르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법률 구성만 살짝 바꾼 것인지 실질이 다른 권리인지는 사건마다 판단이 달라지므로 취하 전에 소송물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재소금지의 '같은 소'는 당사자·소송물·권리보호이익이 모두 같아야 성립한다 — 하나라도 다르면 재소금지의 대상이 아니다.
새로 소를 낼 수 있는 경우 — 사정변경과 새로운 권리보호이익
소송물이 같더라도 권리보호이익이 달라졌다면 같은 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취하 이후에 새로운 사정이 생겨서 다시 소를 제기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면, 재소금지의 취지인 판결 농락의 우려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행판결을 받은 뒤 취하했는데, 취하 이후에 상대방이 새로 침해행위를 하여 새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새로운 침해와 손해는 이미 취하된 소의 대상이 아닙니다. 취하한 소송 이후에 새로 발생한 채권이나 지연손해금처럼 시점이 다른 청구도 별개의 소로 다룰 여지가 있습니다.
이 예외는 좁게 인정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합의했다가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취하 후에 마음이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새로운 권리보호이익'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취하의 경위, 취하 전후로 어떤 사정이 바뀌었는지, 재소의 필요성이 실제로 새로 생겼는지를 따져서 판단합니다. 같은 청구를 다시 내면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조금 바꾸는 방식은 소송물 자체를 달리 보이게 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어, 취하 시점에 이미 존재하던 사정은 새로운 사정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소 취하와 항소 취하의 차이 — 제393조
소 취하와 항소 취하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법적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한 뒤 항소를 취하하면 제393조에 따라 항소심이 종료되고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이때는 소 자체를 취하한 것이 아니라 항소만 거둔 것이므로 재소금지가 문제되지 않고, 대신 1심 판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반면 항소심에서 판결이 선고된 뒤에 소를 취하하면 항소심의 본안판결 이후의 취하이므로 재소금지가 적용됩니다.
이 차이가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1심에서 졌지만 항소심에서 상대방과 합의가 된 경우입니다. 합의서에 '소송을 취하한다'고 썼는데 그 대상이 소인지 항소인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의도와 다른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를 취하하려면 상대방 동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경우가 많고, 항소 취하는 항소심 종국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할 수 있습니다. 합의서를 쓸 때는 취하의 대상을 '소'인지 '항소'인지 명확히 적고, 취하서의 제목과 내용이 합의 내용과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소 취하 — 소송이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되고, 본안판결 후라면 재소금지가 걸림.
항소 취하 — 항소심만 종료되고 1심 판결이 확정됨. 재소금지 문제는 아님.
합의서 작성 — 취하 대상을 소와 항소 중 무엇인지 명확히 구분해 기재.
반소와 일부 취하 — 재소금지는 어디까지 미치나
재소금지는 본소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소에도 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므로, 피고가 반소를 제기했다가 본안판결 이후 반소를 취하하면 같은 반소를 다시 제기하지 못합니다. 소의 일부만 취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취하한 부분에 대해서 같은 법리가 작동합니다. 가령 5,000만원을 청구했다가 판결 후 3,000만원 부분을 취하했다면, 그 3,000만원에 대해서는 같은 청구를 다시 낼 수 없게 되는 식입니다.
일부 취하가 의외로 위험한 이유는 청구금액을 줄이려는 의도로 간단히 취하했는데, 줄어든 부분이 영영 청구할 수 없는 부분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부청구 사건에서 전체 채권의 잔부를 나중에 청구할 계획이 있었다면, 어느 부분을 소송물로 삼았는지에 따라 잔부 청구의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종국판결 이후에는 부분 취하와 청구 감축 같은 소송 행위도 신중하게 해야 하고, 판결 전과 후의 효과가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재소를 제기하면 벌어지는 일과 취하 전 점검사항
재소금지에 해당하는 소를 다시 제기하면 법원은 본안에 들어가지 않고 소를 각하합니다. 재소금지는 소송요건에 해당하므로 상대방이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입니다. 이미 소송비용을 쓰고 재소를 냈는데 각하된다면 비용만 더 쓰는 결과가 됩니다. 한편 소를 취하하면 민법 제170조에 따라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어지고, 취하한 날부터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 청구를 하면 최초의 소 제기 시점에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보지만 재소금지에 걸리는 소는 여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안판결 이후에 취하를 고민한다면 먼저 판결 확정을 기다리는 것이 어떤지, 항소심에서 다툴 수 있는지, 아니면 합의가 이행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 취하할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취하 합의서에는 상대방의 이행 의무, 이행 시기, 이행 불능 시의 조치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이 임박해 있는 청구라면 취하 이후 재소가 가능한지가 곧 권리 자체의 존속 문제가 되므로, 취하서를 제출하기 전에 소멸시효 완성 시점까지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어떤 판결인지 확인 — 본안판결인지 소각하 판결인지, 일부판결인지.
취하 대상 구분 — 소 취하인지 항소 취하인지, 반소인지.
합의 이행 확인 — 합의 이행 전 취하는 이행 불능에 대한 대비책 없이 위험.
시효·제척기간 — 민법 제170조의 6개월 규정이 재소금지 소에는 도움이 안 됨.
자주 묻는 질문
Q. 1심에서 승소했는데 취하하면 같은 소를 다시 낼 수 있나요?
A. 승소 판결도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므로 판결 선고 이후에 소를 취하하면 재소금지가 적용됩니다. 이긴 사람이 취하했다고 해서 예외가 되지는 않습니다. 판결이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선고 후 취하는 같은 결과를 낳습니다.
Q. 판결 선고 전에 취하하면 다시 소송할 수 있나요?
A.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선고되기 전의 취하는 재소금지 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소를 다시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났거나 민법 제170조의 6개월 기간을 넘기면 다른 불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취하 전에 기간을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소를 각하당한 뒤에 취하하면 재소금지가 걸리나요?
A. 소각하 판결은 청구의 당부를 판단한 본안판결이 아니므로 그 뒤의 취하에는 재소금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흠결을 보완해 다시 소를 제기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각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보완이 가능한지가 달라집니다.
Q. 청구원인만 바꾸면 같은 소가 아닌 것이 되나요?
A. 판례는 소송물을 실체법상 권리 단위로 보므로 권리의 근거가 실제로 다르면 같은 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같고 법률 구성만 바꾼 것처럼 보이면 법원이 같은 소로 볼 위험이 있습니다. 취하 전에 어떤 권리를 근거로 청구했는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합의 후 상대방이 약속을 안 지키면 다시 소송할 수 있나요?
A. 소송 중 합의하여 취하했더라도 본안판결 이후의 취하였다면 재소금지가 적용되므로 합의 불이행만으로 같은 소를 다시 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합의서 자체에 근거한 별도의 청구가 가능한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이행 방법과 불이행 시의 조치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항소를 취하하면 재소금지가 적용되나요?
A. 항소 취하는 소 취하와 다르므로 재소금지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대신 제393조에 따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어 그 판결의 결과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항소를 취하하기 전에 1심 판결 내용을 최종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맺음말
소 취하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소송 행위처럼 보이지만,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선고된 뒤에는 같은 소를 영영 낼 수 없게 만드는 무거운 결정입니다. 같은 소인지는 당사자·소송물·권리보호이익으로 판단하고, 취하 이후에 생긴 새로운 사정이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길이 열립니다. 소 취하와 항소 취하의 차이, 일부 취하와 반소 취하의 효과, 시효 점검까지 한꺼번에 따져 보아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취하서를 내기 전에 자신의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고 어떤 판결이 선고되었는지, 합의의 이행이 담보되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사건마다 소송물과 사정이 달라 일반론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서면을 제출하기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