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 부당지원, 실질적 역할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우면 공정거래법 위반일까
통행세 부당지원, 실질적 역할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우면 공정거래법 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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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세 부당지원, 실질적 역할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우면 공정거래법 위반일까 

강대현 변호사

거래 중간에 계열사 한 곳을 끼워 넣었을 뿐인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심하면 형사고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른바 '통행세' 거래로 불리는 구조로, 원래 직접 거래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상대와 굳이 계열사를 거쳐 거래하면서 그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입니다. 계열사가 물류·검수·중개 같은 일을 실제로 했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법은 '실질적인 역할'이 있었는지와 '직거래가 상당히 유리했는지'를 따로 묻습니다. 이 글에서는 통행세 거래가 공정거래법상 어떤 행위로 규율되는지, 무엇이 위법 여부를 가르는지, 어떤 제재가 따르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통행세 거래란 — 부당지원행위의 한 유형

통행세는 법률 용어가 아니라 실무에서 쓰는 별칭입니다. 법적으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9호가 정한 '부당지원행위' 가운데 나목, 즉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같은 호 가목이 자금·인력·부동산·상품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직접 지원'을 다룬다면, 나목은 거래 경로 자체를 바꿔 이익을 흘려보내는 '우회 지원'을 다룹니다.

이 조항은 거래 구조를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가격 자체를 문제 삼는 가목과 결이 다릅니다. 가목은 정상가격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했는지를 보고, 나목은 애초에 그 계열사가 거래 사슬에 들어올 이유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거래 가격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이었더라도 중간 단계 자체가 불필요했다면 나목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통행세 거래는 가격이 아니라 거래 구조를 묻는 조항이다 — 계열사가 거래 사슬에 들어올 실질적 이유가 있었는지가 출발점이다.

위법성 판단의 두 축 — 역할의 유무와 직거래의 유불리

나목은 문언상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째, 중간에 낀 계열사에게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을 것. 둘째, 그 계열사를 빼고 직접 거래하는 편이 상당히 유리할 것. 이 둘이 함께 인정되어야 하고, 그 위에 지원행위가 '부당'해야 하며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어야 합니다.

실질적인 역할이 있었는지는 서류상 업무가 아니라 실제 수행한 기능으로 따집니다. 계약서에 '물류관리', '품질검수' 같은 업무가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주문서를 받아 그대로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고 수수료만 챙겼다면 역할이 없다고 평가받기 쉽습니다. 반대로 재고를 직접 보관하고 대금 지급 위험을 부담하며 품질 책임까지 졌다면 역할이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직거래가 상당히 유리한지는 계열사를 뺐을 때의 가격·조건과 현재 조건을 비교해 판단하며, 그 차액이 곧 계열사에게 돌아간 이익의 크기를 가늠하는 단서가 됩니다.

  • 역할 유무 —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실제 수행한 업무와 부담한 위험으로 판단.

  • 직거래 유불리 — 계열사를 빼고 직접 거래했을 때의 가격·조건과 비교.

  • 부당성 — 지원 규모, 지원 기간, 계열사의 이익 수준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 경쟁 저해 우려 — 지원받은 회사가 경쟁자보다 부당하게 유리해지는지를 검토.

역할이 있다고 주장할 때 — 입증해야 할 사실

통행세 혐의를 받는 회사가 가장 먼저 다투는 지점은 중간 계열사의 역할입니다. 다만 '역할이 있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업무를 누가 언제 얼마나 수행했는지 자료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계열사가 소량·다품종 주문을 취합해 단가를 낮췄다거나, 납기 지연·불량에 대한 위험을 대신 부담했다거나, 다수 협력사를 관리하는 기능을 실제로 맡았다면 그 증거는 업무 이메일, 인력 배치표, 재고·검수 기록, 정산 내역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흔히 놓치는 점은, 역할이 일부 있었더라도 그에 비해 과도한 대가를 받았다면 문제가 남는다는 것입니다. 수행한 기능의 가치를 넘는 수수료율이라면 그 초과분이 지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의 핵심은 역할의 존재뿐 아니라, 그 역할에 대응하는 정상적인 대가가 얼마였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같은 업종에서 유사한 중개·유통 기능에 지급되는 수수료율이 하나의 비교 기준이 됩니다.

누가 책임을 지나 — 지원한 회사와 지원받은 계열사

부당지원은 지원하는 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 제45조 제2항은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가 제1항 제9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해당 지원을 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통행세 구조에서는 이익을 받은 중간 계열사가 지원받는 쪽이 되므로, 지원 주체뿐 아니라 계열사도 시정조치와 과징금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사 책임은 조문 구조가 다릅니다. 법 제124조 제1항 제10호는 제45조 제1항 제9호를 위반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지원행위를 한 쪽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반면 제45조 제2항(지원받는 행위)은 제124조의 처벌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거래에서도 지원한 쪽은 형사 절차까지, 지원받은 쪽은 행정제재까지만 문제되는 구조가 됩니다.

부당지원은 지원한 쪽에 형사처벌, 지원받은 쪽에 과징금이 걸리는 비대칭 구조다.

제재의 범위 — 시정명령·과징금·형사처벌

공정거래위원회는 법 제49조에 따라 위반 행위의 중지, 재발방지 조치,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등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과징금은 법 제50조 제2항이 부당지원행위를 별도로 묶어 정하는데, 해당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고, 매출액이 없는 경우 등에는 40억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합니다. 일반 불공정거래행위의 상한(매출액의 100분의 4, 10억원)보다 훨씬 무겁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형사처벌은 제124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며,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죄는 법 제129조 제1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전속고발 대상입니다. 공정위가 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더라도 같은 조 제3항·제4항에 따라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 등이 고발을 요청하는 경로가 열려 있습니다.

조사 단계의 대응 — 자료 제출과 진술에서 주의할 점

공정위 조사는 대개 현장조사와 자료 제출 요구로 시작됩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중간 계열사의 업무를 설명하면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거나, 사후에 만든 자료를 당시 업무 자료처럼 제출하는 것입니다. 진술과 자료가 어긋나면 역할 주장 전체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조사방해나 허위자료 제출 문제로 번질 위험까지 생깁니다.

정리해 둘 자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계열사가 거래 사슬에 들어온 경위(내부 의사결정 문서, 계약 변경 이력), 계열사의 실제 수행 업무(업무 분장, 이메일, 정산 자료), 그리고 직거래와 현 구조의 가격 비교(견적서, 과거 직거래 단가)입니다. 직거래 이력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계열사를 끼웠다면 그 시점의 사업상 이유가 설명되어야 하므로, 변경 당시의 검토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 경위 자료 — 계열사 편입 결정 당시의 내부 검토 문서, 계약 변경 이력.

  • 업무 자료 — 계열사 인력의 실제 수행 업무를 보여주는 이메일, 업무 분장, 정산 기록.

  • 가격 자료 — 직거래 시 견적과 현 구조의 단가 비교, 업종 평균 수수료율.

  • 진술 정합성 — 임직원 진술과 제출 자료가 서로 일치하는지 사전 점검.

사전 점검 — 거래 구조를 설계할 때 확인할 것

통행세 문제는 분쟁이 터진 뒤에 대응하기보다 구조를 짤 때 예방하는 편이 훨씬 비용이 적습니다. 새로 계열사를 거래 단계에 넣을 때는 그 계열사가 무엇을 하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되어야 하고, 그 기능이 외부 사업자에게 맡길 때와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인지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지원행위의 판단 기준을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으로 공표하고 있으므로, 구조를 설계할 때 이 지침의 항목을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거래라면 계열사의 업무 범위를 실제와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는 다양한 업무가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정기적으로 내부 점검을 하고, 역할이 사라진 거래는 직거래로 되돌리거나 수수료를 조정해 지원 요소를 제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열사를 끼운 것만으로 바로 위법인가요?

A. 아닙니다. 법 제45조 제1항 제9호 나목은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고, 직접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한 경우를 요건으로 합니다. 계열사가 실제 기능을 수행했고 그 대가가 정상 범위라면 위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중간 계열사가 일부 업무를 했다면 면책되나요?

A. 역할이 일부 있더라도 그 기능에 비해 과도한 대가를 받았다면 초과분이 지원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할의 존재뿐 아니라 그에 맞는 정상 대가였는지를 함께 입증해야 합니다.

Q. 지원받은 계열사도 처벌받나요?

A. 지원받은 계열사는 제45조 제2항에 따라 시정조치와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제124조 제1항 제10호의 형사처벌 대상은 제45조 제1항 제9호를 위반한 지원 행위자이고, 제2항 위반은 처벌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Q. 과징금은 얼마까지 부과될 수 있나요?

A. 제50조 제2항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의 100분의 10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고, 매출액이 없는 경우 등에는 40억원을 넘지 않는 범위입니다. 실제 부과액은 위반 기간과 규모 등을 고려해 정해집니다.

Q.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한가요?

A. 제129조 제1항에 따라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 등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경로가 있어, 공정위의 판단만으로 형사 절차가 완전히 차단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Q. 조사를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계열사가 거래 사슬에 들어온 경위, 실제 수행 업무, 직거래 대비 가격 자료를 정리하고 임직원 진술이 자료와 일치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사후에 만든 자료를 당시 자료처럼 제출하면 오히려 신빙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통행세 거래는 계열사를 끼웠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 되지는 않지만, 그 계열사에 실질적인 역할이 없고 직거래가 상당히 유리했다면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9호 나목이 문제됩니다. 지원한 회사는 시정조치·과징금에 더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의 형사 책임까지, 지원받은 계열사는 과징금까지 부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결국 승부는 계열사가 실제로 무엇을 했고 그 대가가 정상적이었는지를 당시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혹은 조사 통보를 받은 초기에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방어의 폭을 좌우합니다. 구조 점검이나 조사 대응이 필요하다면 사실관계를 충분히 검토한 뒤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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