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사건에서 항소심까지 마쳤는데, 판결문 양형이유에 공소장에 없던 다른 피해자 사건이나 이전 범행이 '여죄'로 적혀 있어 형이 무겁게 나왔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소되지 않은 범행을 이유로 형을 더 얹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상고심은 형이 무겁다는 불만을 그대로 받아주는 곳이 아니어서, 어떤 틀로 주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여죄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상고로 다툴 수 있는 경우가 언제인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고심의 성격 — 양형부당만으로는 상고할 수 없다
상고심을 이해하려면 먼저 상고이유가 법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이유를 ①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 ② 판결 후 형의 폐지·변경·사면, ③ 재심청구 사유, ④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의 중대한 사실오인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한 현저한 사유로 한정합니다. 즉 형량이 무겁다는 주장 자체, 이른바 양형부당은 10년 이상의 형이 선고된 사건이 아니면 상고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강제추행의 법정형은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래서 단순 강제추행으로 징역 1년이나 2년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만으로는 상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 죄가 경합되어 가중되었거나 특수강제추행·미성년자 대상 범죄처럼 법정형이 더 높은 죄가 함께 선고된 사건이라면 제383조 제4호 요건을 충족하는 길이 열려 있으므로, 자신의 선고형이 어느 범주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선고형이 10년 미만이라면 양형부당은 상고이유가 아니다 — 여죄 반영 문제는 '양형이 무겁다'가 아니라 '법령 위반'으로 구성해야 한다.
여죄 반영의 허용 범위 — 양형 참작과 실질적 처벌은 다르다
법원이 형을 정할 때는 형법 제51조에 따라 범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합니다. 기소되지 않은 범행이 있더라도 그것이 피고인의 성행, 범행 습벽, 재범 위험을 보여주는 자료라면 양형에서 일정 부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판결문에 "동종 범행을 반복한 점" 같은 문구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곧바로 위법인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정도입니다. 법원의 심판 대상은 검사가 공소장에 적은 공소사실이고,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범행을 처벌하는 것은 불고불리 원칙에 어긋납니다. 따라서 여죄를 피고인의 성행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참작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사실상 그 여죄에 대한 형까지 이번 판결에서 함께 정하는 취지로 형을 더하면 실질적으로 기소되지 않은 범죄를 처벌하는 것이 되어 위법의 문제가 생깁니다. 상고이유서에서는 바로 이 경계를 판결문 문언과 선고형의 크기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황 참작 — 여죄를 피고인의 성행·재범 위험을 가늠하는 자료로 언급하는 수준이면 허용.
실질적 처벌 — 여죄 건수·피해 정도를 이유로 공소사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만큼 형을 올렸다면 위법 소지.
증거 없는 여죄 — 피고인이 부인하는데 인정할 증거 설시 없이 반영하면 증거재판주의 위반 쟁점.
이미 별도 확정·기소된 사건 — 이중 평가가 되는지 따져볼 대상.
상고이유로 구성하는 법 — 제383조 제1호 법령위반
양형부당이 막혀 있는 사건에서 여죄 반영을 다투려면 제383조 제1호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갈래가 있습니다. 첫째,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범죄를 실질적으로 처벌한 것으로서 불고불리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 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입니다. 둘째, 여죄 사실을 인정할 증거 없이 양형 자료로 삼았다는 주장으로, 증거 없이 불리한 사실을 가중 요소로 쓴 것이 심리미진·채증법칙 위반에 해당한다는 구성입니다. 셋째, 여죄에 대해 피고인이 다투거나 침묵했다는 사정을 가중 요소로 삼은 경우의 방어권 침해 주장입니다.
이 가운데 방어권 부분은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이 참고가 됩니다. 이 판결은 범죄사실을 단순히 부인하는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격적 비난 요소로 보아 가중적 양형 조건으로 삼는 것은 자백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진실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참작될 수 있다고 하므로, 여죄에 대한 부인이 단순 방어권 행사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여죄 반영 사건에서도 이 기준을 원용해, 부인 태도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면 어디까지가 방어권 범위였는지 주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판결문에서 먼저 확인할 것 — 여죄가 어디에 어떻게 적혔나
상고 여부를 정하기 전에 항소심 판결문의 양형이유를 정밀하게 읽어야 합니다. 여죄가 '유리한 정상'이나 '불리한 정상' 중 어느 쪽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따라 구성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은 이 사건 외에도 같은 방식의 추행을 수 차례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라는 식의 문구라면 자백 진술을 정황으로 참작한 것이어서 다투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공소제기되지 않았으나 다른 피해자에 대한 범행도 인정되므로 엄벌이 필요하다"는 식이라면 실질적 처벌 쟁점이 선명해집니다.
함께 비교할 것은 1심과 항소심의 형입니다. 1심이 여죄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같은 공소사실로 형이 오르거나, 검사만 항소했을 때 여죄를 이유로 양형을 올렸다면 문제 삼을 근거가 더 분명해집니다. 반대로 1심에서도 여죄가 같은 비중으로 언급되었고 형도 같다면, 상고심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삼기 어렵습니다.
양형이유 문언 — '정황'인지 '처벌 취지'인지 문장 그대로 대조.
여죄의 증거 — 피해자 진술·압수물·피고인 자백 중 무엇에 근거했는지.
형량 변동 — 1심 대비 항소심 선고형과 증감 이유.
여죄의 법정형 — 별도 기소되면 어느 정도 형이 예상되는지 비교.
기한과 형식 — 상고장 7일, 상고이유서 20일
상고는 형사소송법 제374조에 따라 판결 선고일부터 7일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상고권이 소멸합니다. 상고장을 낸 뒤에는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하고(제379조 제1항), 이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상고는 결정으로 기각됩니다. 상고이유서에는 소송기록과 원심 증거조사에 표현된 사실을 인용해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제379조 제2항)도 중요합니다.
이 조항이 의미하는 바는, 상고심에서는 새 증거를 제출해 사실관계를 다시 다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기록에 있는 판결문, 공판조서, 증거목록에 근거해야 합니다. 여죄 반영을 다투려면 기록의 어느 부분에서 여죄가 증거로 취급되었는지, 어느 문장이 형을 올린 근거인지 쪽수까지 특정해 상고이유서에 옮겨 적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상고심 심판 범위 — 적은 사유만 심리한다
상고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84조에 따라 상고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합니다. 제383조 제1호부터 제3호 사유는 상고이유서에 없어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지만, 실무에서는 상고이유서에 명시된 쟁점이 중심이 됩니다. 따라서 여죄 반영 문제를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으로 법령위반 형태로 적지 않으면 심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한 가지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상고심은 법률심이어서 양형 판단에서 법원이 갖는 재량을 폭넓게 인정합니다. 여죄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파기되지 않고, 그것이 형을 정하는 데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상고이유서에는 여죄를 뺀 공소사실만의 사정, 즉 초범 여부·합의 여부·피해 정도에 비해 선고형이 어떻게 과한지를 함께 보여주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반'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여죄가 따로 문제될 때 — 경합범과 추가 기소
여죄는 언제든 별도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이미 확정된 판결의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는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이 되고, 이때 판결을 받지 않은 죄는 제39조 제1항에 따라 두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하며 감경 또는 면제도 가능합니다. 즉 여죄를 이번 판결에서 이미 양형에 반영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 추후 별도 기소가 이루어졌을 때 형의 균형을 주장할 근거가 됩니다.
그렇다고 여죄를 한쪽에서는 양형에 반영받고 다른 쪽에서는 다시 처벌받는 상황이 자동으로 방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중 평가를 막으려면 상고이유서와 이후 사건에서 같은 여죄가 앞선 판결의 양형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판결문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따라서 여죄 사건은 이번 판결의 상고만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추가 기소 전체를 보고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징역 2년이 선고됐는데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양형부당 상고이유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 등이 선고된 사건에 한정됩니다. 징역 2년이라면 양형부당 자체로는 상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다만 양형 과정에 법령 위반이 있었다면 제383조 제1호로 구성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판결문에 여죄가 적혀 있으면 곧바로 위법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51조에 따라 성행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는 과정에서 여죄가 정황으로 언급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습니다. 공소사실 이외의 범행을 사실상 처벌하는 취지로 형을 올렸는지, 그 증거가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Q. 상고하면 새 증거나 합의서를 낼 수 있나요?
A. 상고심은 법률심이어서 새 증거를 제출해 사실관계를 다투는 구조가 아닙니다. 상고이유서도 기록에 나타난 사실을 인용해야 하므로, 합의서나 탄원서는 가급적 항소심 변론종결 전에 제출해 기록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Q. 상고 기한을 놓치면 구제 방법이 있나요?
A. 상고 제기기간은 7일이고, 이를 넘기면 원칙적으로 상고권이 소멸합니다. 본인이나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는 상소권회복청구가 문제될 수 있지만 인정 범위가 좁습니다. 선고 당일부터 일정을 세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여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나요?
A. 범죄사실을 단순히 부인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중하는 것은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의 취지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객관적 증거가 있는데도 진실 발견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면 참작될 수 있어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릅니다.
Q. 상고가 받아들여지면 곧바로 형이 줄어드나요?
A. 상고가 받아들여지면 원심 판결이 파기되고 사건이 다시 심리되는 경우가 많아, 곧바로 형이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 여죄 부분을 제외하고 다시 양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맺음말
기소되지 않은 여죄를 양형에 반영한 판결을 상고로 다투려면 형이 무겁다는 호소로는 부족하고, 법령 위반이라는 틀로 구성해야 합니다. 판결문에서 여죄가 정황으로 쓰였는지 처벌 취지로 쓰였는지, 그에 대한 증거가 있었는지를 기록으로 특정하는 작업이 출발점입니다.
상고기간 7일, 상고이유서 20일이라는 기한은 짧고 한 번 놓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상고심은 새 증거를 받지 않는 법률심이므로, 항소심 판결문을 받은 즉시 양형이유의 문언과 여죄를 뒷받침한 증거가 기록의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끝으로 선고형이 10년 미만이라면 양형부당 주장은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점, 반대로 법령 위반으로 구성할 수 있는 사정이 기록에 있다면 그 부분이 상고의 실질적 쟁점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기소된 사건처럼 항소심까지 마친 단계라면 서두르되 정확하게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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