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법률상 관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전 배우자가 재혼한 뒤 “새아빠가 아이를 입양할 예정이니 동의해 달라”거나 “동의하지 않아도 친양자 입양을 진행할 수 있다”고 통보하면, 친부 또는 친모로서는 자녀와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혼 배우자의 자녀 입양은 단순히 성을 바꾸는 절차가 아닙니다. 일반양자 입양인지 친양자 입양인지에 따라 종전 친족관계와 상속권, 친권 및 면접교섭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친양자 입양은 전 배우자와 자녀 사이의 법률상 친족관계를 종료시키므로 그 동의와 예외 요건을 엄격하게 살펴야 합니다.
재혼 배우자가 전혼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려면 친생부모의 동의가 원칙입니다. 다만 친생부모가 3년 이상 부양의무와 면접교섭을 모두 이행하지 않았거나 자녀를 학대·유기하는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인정되면, 가정법원이 동의 없이 친양자 입양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
재혼만으로 새 배우자와 자녀 사이에 친자관계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재혼하여 새 배우자와 자녀가 오랫동안 함께 살더라도, 재혼 사실만으로 새 배우자와 자녀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주민등록표에 배우자의 자녀로 표시되거나 자녀가 일상생활에서 새 배우자를 부모처럼 부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률상 부모와 자녀가 되려면 일반양자 또는 친양자 입양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미성년자 입양에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하고, 법원은 입양의 동기와 현재 양육상황, 새 배우자의 양육능력, 자녀의 의사와 복리를 심리합니다.
일반양자 입양과 친양자 입양은 무엇이 다를까요?
재혼 가정에서 자녀를 입양하는 방법은 크게 일반양자 입양과 친양자 입양으로 나뉩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 배우자와 자녀의 관계에 미치는 효과가 다릅니다.
일반양자로 입양하면 자녀와 재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생깁니다. 그러나 자녀와 친생부모 사이의 친족관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자녀는 원래의 친부 또는 친모에 대한 상속권을 유지하면서 양부 또는 양모의 상속인도 될 수 있습니다. 일반입양만으로는 자녀의 성과 본이 자동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친양자로 입양하면 자녀를 재혼한 부부의 혼인 중 출생자로 봅니다.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입양한 경우에는 자녀와 현재 함께 사는 친부 또는 친모 측의 친족관계는 유지되지만, 다른 쪽 친생부모와 그 친족 사이의 관계는 종료됩니다.
친양자 입양이 확정되면 비양육 친생부모와 자녀 사이의 부양·상속관계가 사라지고, 기존 친자관계를 전제로 한 면접교섭권도 더 이상 행사하기 어렵게 됩니다. 자녀의 성과 본,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기므로 단순한 동거관계 정리 정도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친권자나 양육자가 아니어도 입양 동의가 필요한가요?
필요한 것이 원칙입니다. 이혼 당시 상대방이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되었더라도, 비양육 부모는 여전히 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입니다. 친권과 양육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친양자 입양 동의권까지 당연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908조의2는 친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친생부모가 친양자 입양에 동의할 것을 원칙적인 요건으로 정합니다. 부모가 친권상실 선고를 받았거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입양하려면 재혼한 부부가 1년 이상 혼인 중이어야 합니다. 자녀가 13세 이상이라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자녀가 직접 입양을 승낙해야 하고, 13세 미만이면 법정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하여 승낙합니다.
동의하지 않아도 친양자 입양이 가능한 예외
친생부모가 반대한다고 해서 언제나 친양자 입양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908조의2 제2항은 다음과 같은 경우 가정법원이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도 친양자 입양 청구를 인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면접교섭도 하지 않은 경우
친생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유기한 경우
그 밖에 친생부모가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
친권상실 선고를 받았거나 소재불명 등으로 현실적으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여기서 “3년 이상”이라는 기간만 채우면 자동으로 동의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양의무 불이행과 면접교섭 단절이 모두 존재해야 하고, 그 단절이 친생부모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양육자가 연락처를 차단하고 주소를 알려주지 않아 면접교섭을 할 수 없었던 경우, 양육비를 보내려 했으나 계좌를 알려주지 않거나 수령을 거부한 경우라면 친생부모가 스스로 자녀를 방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동의 없이 입양할 수 있을까요?
친양자 입양에서는 단순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생부모의 동의권이 곧바로 배제되지 않습니다. 민법은 친생부모가 책임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면접교섭도 하지 않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양육비 액수나 지급방법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는지, 지급을 요구받았는지, 실제 송금 또는 현물지원이 있었는지, 자녀와 연락하거나 만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함께 판단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장기간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자녀에게 연락하거나 만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면 동의권 배제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뒤늦게 형식적인 연락이나 일회성 송금을 하는 것만으로 과거의 단절이 모두 해소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법원은 동의 거부의 이유와 자녀의 복리를 함께 판단합니다
가정법원은 친생부모의 동의를 배제하려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부모를 심문합니다. 법원은 동의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정을 함께 살펴봅니다.
친생부모가 양육비나 생활비를 지급해 온 경위
자녀와의 통화·메시지·면접교섭 내역
만남이 중단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재혼 배우자가 실제로 자녀를 양육한 기간과 관계
입양을 원하는 구체적인 이유
자녀의 나이와 입양에 대한 의사
친양자 입양으로 기존 친족관계를 끊을 현실적인 필요성
입양이 자녀의 정서와 생활에 미칠 영향
친생부모의 동의가 있더라도 법원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친양자 입양 청구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친양자 입양의 최우선 기준은 부모들의 편의나 갈등 해결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이기 때문입니다.
장기간 연락하지 않았어도 입양을 허가하지 않은 사례
창원지방법원 2015. 7. 9. 자 2014브67 결정에서는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한 부모의 재혼 배우자가 친양자 입양을 청구했고, 비양육 친모는 오랫동안 양육비를 지급하거나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혼 당시 양육비와 면접교섭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던 점, 비양육 친모가 자녀를 만나지 못한 데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점, 자녀와의 친족관계 단절을 우려하여 입양을 반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살폈습니다. 재혼 배우자가 자녀를 잘 양육하고 있었더라도 일반양자 입양으로 법률상 친족관계를 맺을 수 있고, 친생부모와의 관계까지 끊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보아 친양자 입양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례는 “오랫동안 양육비를 주지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는 외형만으로 동의 없는 친양자 입양이 당연히 허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단절의 원인과 부모의 의사, 자녀에게 친양자 입양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심리합니다.
대법원도 미성년자 입양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입양의 동기와 목적, 양부모가 될 사람의 양육능력과 적합성, 현재의 양육상황 등을 조사하여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맞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12. 23. 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친양자 입양 심문 통지서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전 배우자 측이 동의 없는 친양자 입양을 청구하면 법원에서 심문기일 통지서나 의견 제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입양에 반대한다면 단순히 “친부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만 답하기보다, 법정 예외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양육비 송금내역, 선물·교육비 등 지원자료, 통화와 메시지 기록, 면접교섭 일정과 만남 사진, 상대방이 연락이나 만남을 막은 자료를 날짜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도 자녀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진정한 의사와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주소가 바뀌었다면 가족관계 관련 사건의 송달을 놓치지 않도록 주민등록과 우편 수령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동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친양자 입양이 확정된 경우에는 민법 제908조의4에 따라 입양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신속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입양과 자녀의 성·본 변경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재혼 가정에서 자녀와 새 배우자의 성을 같게 만들기 위해 친양자 입양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절차와 입양은 법률상 서로 다릅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성·본이 변경되더라도 친생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족관계, 상속관계 및 면접교섭 관계가 그 자체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목적이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가족의 성을 통일하는 데 있는지, 새 배우자와 법률상 친자관계를 만들려는 것인지, 비양육 친생부모와의 기존 관계까지 종료하려는 것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입양 동의 전 반드시 확인할 사항
친양자 입양 동의서에 서명하면 단순히 새 배우자에게 공동양육 권한을 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동의하기 전에는 다음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청하려는 절차가 일반양자 입양인지 친양자 입양인지
입양 후 친생부모의 친족관계와 상속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존 면접교섭과 양육비 관계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자녀가 입양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원하는지
재혼가정의 현재 생활과 입양의 필요성이 안정적인지
성·본 변경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감정적인 갈등 때문에 무조건 동의하거나, 반대로 전 배우자에 대한 반감만으로 거부하기보다 자녀에게 어떤 법률관계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친생부모의 동의와 자녀의 복리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재혼 배우자의 친양자 입양은 친생부모와 자녀 사이의 법률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절차입니다. 친생부모의 동의가 원칙이지만 법에서 정한 방임·학대 등의 사정이 있다면 동의 없이도 허가될 수 있으며, 반대로 예외사유가 형식적으로 보이더라도 자녀의 복리에 맞지 않으면 법원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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