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전 배우자가 자신의 성이나 재혼한 배우자의 성으로 아이의 성을 바꾸겠다고 통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부 또는 친모 입장에서는 “내가 반대하면 변경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성이 바뀌면 아이와 법적으로도 남이 되는 건가요?”라는 걱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른 부모의 반대만으로 자녀의 성·본 변경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부모가 모두 동의하더라도 자동으로 허가되는 것도 아닙니다.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려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법원은 부모의 감정보다 자녀의 복리를 중심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합니다.
친부 또는 친모의 동의는 자녀 성·본 변경의 법정 요건이 아니므로, 반대에는 거부권과 같은 절대적인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법원은 다른 부모의 의견과 자녀와의 관계를 조사할 수 있으므로, 반대 이유가 자녀의 정체성이나 복리와 직접 연결된다면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자녀의 성은 부모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민법 제781조 제6항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부, 모 또는 자녀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이혼 후 친권자나 양육자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혼자 신고만으로 자녀의 성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재혼하여 계부나 계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도 곧바로 바뀌지 않습니다. 먼저 자녀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자녀의 성과 본 변경허가 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절차는 전 배우자를 피고로 하는 일반적인 소송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법원이 후견적인 지위에서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여 자녀에게 변경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가사비송사건입니다.
다른 부모가 반대하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가사소송규칙 제59조의2는 법원이 성·본 변경허가 청구를 심리할 때 부, 모와 13세 이상 자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법원은 친부 또는 친모에게 의견조회서를 보내거나 필요한 경우 심문과 가사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견을 듣는 것과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다릅니다. 반대하는 부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가 자동 기각되지 않고, 동의서가 제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인용되지도 않습니다.
대법원 2022. 3. 31. 자 2021스3 결정도 법령상 다른 부모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청구인과 상대 부모의 주장에만 얽매이지 않고 성·본 변경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이 보는 핵심은 ‘자녀의 복리’입니다
법원은 현재 성을 유지할 때 자녀가 겪는 불이익과 성을 변경할 때 새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함께 비교합니다. 주요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녀의 나이와 성숙도, 성·본 변경에 관한 자녀의 의사
현재의 성 때문에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는 실제 불편
양육자·재혼 배우자·형제자매와의 정서적 유대와 가족으로서의 소속감
친부 또는 친모와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과 애착관계
양육비 지급과 일상적인 연락·교류 여부
현재 성을 함께 사용하는 친형제자매와의 관계
재혼가정의 안정성과 계부 또는 계모와의 동거기간
성·본 변경을 청구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
변경 이후 자녀가 겪을 정체성 혼란과 학교·사회생활의 불편
‘양육자와 아이의 성이 다르다’거나 ‘새 가족과 같은 성을 쓰고 싶다’는 희망만으로는 부족하고, 변경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자녀에게 실질적으로 더 이롭다는 점이 설명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부모의 동의보다 변경의 필요성을 살폈습니다
대법원 2022. 3. 31. 자 2021스3 결정의 사건에서는 어머니가 약 5세와 7세인 자녀들의 성과 본을 자신의 성과 본으로 바꾸어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자녀들이 아직 성과 본의 의미와 가족관계 속 정체성을 진지하게 판단하기에는 어린 점, 현재 성을 사용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 점, 부모 사이에 면접교섭 갈등이 존재하는 점 등을 살폈습니다.
대법원은 성·본 변경이 양육비나 면접교섭 갈등에서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비양육친과 자녀의 관계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변경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아 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유지했습니다.
이 결정은 다른 부모가 반대했기 때문에 기각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성으로 인한 현실적인 불이익보다 변경으로 생길 정체성 혼란과 가족관계에 대한 영향이 더 크지 않은지를 자녀의 관점에서 판단한 것입니다.
친부와 교류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변경이 신중하게 판단됩니다
제주지방법원 2015. 10. 1. 자 2015느단360 심판에서는 이혼 후 어머니가 자녀들의 성과 본을 자신의 것으로 변경해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친부는 이혼조정 내용에 따라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매달 두 차례 면접교섭을 하였으며, 자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성·본 변경이 원만하게 이어지던 면접교섭이나 양육비 지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청구 배경에 전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부산가정법원 2018. 5. 3. 자 2018느단223 심판에서도 만 1세 자녀의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어 달라는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자녀가 변경의 의미를 판단하기에 매우 어리고, 어머니와 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특별한 어려움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혼 직후이거나 자녀가 매우 어린 경우에는 현재 당장 변경해야 할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지, 향후 가족관계와 자녀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될지를 더 신중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변경이 허가된 사례는 어떤 경우였을까요?
울산지방법원 2008. 1. 28. 자 2008느단12 심판은 중학교 3학년인 자녀가 계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것을 허가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혼 후 10여 년 동안 친부와 실질적인 교류가 없었고, 자녀는 계부와 10년 이상 함께 생활하며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계부가 자녀를 입양하여 법률상 가족관계도 형성되어 있었고, 자녀 역시 성·본 변경을 원했습니다.
또한 자녀는 학교에서 이미 계부의 성으로 불리고 있었으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실제 가족생활에서 느끼는 소속감과 외부에 표시되는 성을 일치시키는 것이 학교생활과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성·본 변경의 허가 여부는 찬성하는 부모의 수가 아니라, 친부모와의 실제 관계·현재 가족의 안정성·자녀의 의사·구체적인 생활상 불이익을 통해 결정됩니다.
성이 바뀌면 친부와의 법적 관계도 없어질까요?
성·본 변경만으로 친생부모와 자녀의 법률상 친자관계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부와 친모가 그대로 표시되고, 친권·양육비·면접교섭·부양 및 상속관계도 성·본 변경만으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어머니 또는 계부의 성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친부는 원칙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자녀와의 면접교섭 관계도 유지됩니다. 자녀 역시 친부의 상속인이 되는 지위를 잃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녀의 성을 계부의 성으로 바꾸었다고 해서 계부와 자녀 사이에 자동으로 법률상 부모·자녀 관계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계부와 법적 친자관계를 형성하려면 일반입양이나 친양자 입양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특히 친양자 입양은 성·본 변경과 효과가 크게 다릅니다. 친양자 입양이 확정되면 자녀는 양부모의 혼인 중 출생자로 보며, 원칙적으로 입양 전 친족관계가 종료됩니다. 따라서 재혼가정에서 단지 성만 같게 하려는 것인지, 계부와 법률상 부모·자녀 관계까지 형성하려는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반대하려면 어떤 내용을 법원에 설명해야 할까요?
전 배우자가 성·본 변경허가를 청구하여 법원으로부터 의견조회서나 심문기일 통지를 받았다면 “내 자녀이니 절대 안 된다”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성·본 변경이 자녀에게 어떤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 자료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자녀와 정기적으로 면접교섭한 일정과 사진·메시지
양육비와 교육비·치료비 등을 지급한 내역
자녀와 친가 또는 외가 친족 사이의 교류 자료
같은 성을 사용하는 형제자매와의 친밀한 관계
자녀가 현재 성으로 학교생활을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는 자료
자녀가 변경을 원하지 않거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정
변경 청구가 양육비·면접교섭 갈등 직후 제기된 경위
재혼가정이 아직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사정
반대 의견은 전 배우자에 대한 감정보다 자녀의 정체성, 현재 생활의 안정성과 친부모 관계의 보호 필요성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본 변경을 청구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변경을 원하는 쪽 역시 단순히 자녀와 성이 달라 불편할 것이라는 예상만 적기보다 실제 사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학교·병원·학원 등에서 가족관계를 반복해 설명해야 했던 사례
자녀가 현재 성으로 인해 겪은 놀림, 오해 또는 정서적 어려움
자녀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생활상의 이름이나 성
자녀 본인이 변경을 원하는 이유와 의사의 일관성
재혼 배우자 및 새 가족과 함께 생활한 기간과 관계
친생부모와의 연락·면접교섭·양육비 지급 경과
형제자매와 성이 달라 생긴 구체적인 불편
상담기록 등 자녀의 정서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
법원은 신청 동기에 전 배우자에 대한 보복감정이 섞여 있거나 면접교섭을 끊으려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경을 신중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이나 면접교섭 갈등은 각각 이행명령 등 정해진 절차로 해결해야 하며, 성·본 변경을 상대방 압박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허가결정만 받으면 모든 절차가 끝날까요?
법원의 허가결정이 확정되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가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0조에 따라 재판확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재판서 등본과 확정증명서를 첨부하여 성·본 변경신고를 해야 합니다.
신고가 수리되면 가족관계등록부의 성과 본이 변경됩니다. 이후 주민등록, 학교 학적, 여권, 금융기관과 보험 등 각종 기록의 정리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변경 이후의 행정절차와 자녀가 겪을 혼란도 미리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의 초점도 부모가 아니라 자녀에게 맞춰야 합니다
전 배우자가 자녀의 성을 바꾸려 할 때 다른 부모의 반대는 법원을 구속하는 거부권이 아닙니다. 그러나 친부모와 자녀 사이에 안정적인 교류가 있고 현재 성으로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변경이 자녀의 정체성이나 가족관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중요한 심리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학교생활의 불편, 재혼가정에서 형성된 장기간의 유대, 자녀의 성숙하고 일관된 의사 등이 확인된다면 다른 부모의 반대가 있어도 변경이 허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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