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 입사 포기 통보
합격 통보를 보내고 출근일을 2주쯤 앞둔 시점, 지원자에게서 사정이 생겨 출근이 어렵겠다는 문자 한 통이 옵니다. 근로계약서를 아직 쓰지 않았으니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원은 최종 합격을 통보한 시점에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면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자유로운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연락을 받을 때 인사담당자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썼는지가 아니라, 합격 통보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 이후 무엇을 주고받았는지입니다. 회사가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생각보다 좁고, 회사가 새로 지게 될 수 있는 책임은 생각보다 넓기 때문입니다.
합격 통보, 이미 계약의 시작입니다
판례는 채용 공고를 청약의 유인으로, 지원자의 지원을 청약으로, 회사의 최종 합격 통보를 그 승낙으로 보아 해약권을 유보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고 판단합니다. 근로계약은 불요식 계약이어서, 이메일로 최종 합격과 채용조건을 통지해 지원자가 서명·회신한 경우에도 계약 성립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서면이 없으면 계약도 없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경우 맞지 않습니다. 다만 회사의 채용 의사가 명확하게 표명되었는지, 임금 등 근로조건이 공고에서 함께 특정되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원자가 출근하지 않는 것도 계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립한 계약에서 벗어나는 문제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입사식에 나오지 않은 채용내정자를 묵시적으로 해약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지원자에게 채용 비용이나 대체 인력 확보 지연에 따른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판단 사례가 많지 않은 영역이고, 손해 범위와 인과관계를 회사가 증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반면 회사가 먼저 내정을 부당하게 취소하면 그 취소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서 무효가 되고, 회사는 임금 상당액이나 금전보상, 나아가 신뢰이익·기대이익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회사의 대응이 새로운 책임을 만들지 않는지부터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약금을 정해 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의 체결 자체를 금지합니다. 근무기간 이전 퇴직 시 손해액을 묻지 않고 정해진 금액을 바로 지급하도록 하는 약정은 이 금지에 명백히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서약서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입사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넣어 둔 경우 이 금지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약정은 감액이 아니라 처음부터 무효이며, 위약벌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보증인이 대신 지급하도록 정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통보 내용부터 기록하십시오
첫째, 통보 내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통보 일시와 수단, 지원자가 밝힌 사유를 정리하고 문자메시지·이메일은 캡처가 아니라 원본으로 보관합니다. 원본을 제출하지 못한 사본의 증명력을 낮게 본 판례가 있습니다.
둘째, 입사 의사를 서면으로 최종 확인합니다. 철회인지 일정 조정 요청인지 불분명한 채로 대체 채용에 들어가면 이후 사실관계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회신 요청 문구에 채용 취소나 불합격 같은 회사 측 의사표시를 넣지 않아야 합니다.
셋째, 회사의 회신에서 불이익 예고나 감정적 표현을 배제합니다. 위약금 조항을 근거로 금액을 요구하면,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약정을 회사가 두고 실행하려 했다는 자료로 남을 수 있습니다.
넷째, 회사가 먼저 내정 취소를 통보하는 형식을 피합니다. 법원은 합격 통보 뒤 회사의 채용 취소를 실질적인 해고로 봅니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로만 취소를 알리고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취소 사유도 공고나 서약서에 미리 밝혀 둔 사유에 해당하고 그 정도가 중대해야 정당성을 인정받기 쉽습니다.
채용 내정 단계 점검 세 가지
채용 내정 단계에서 회사가 미리 갖춰 둘 것은 세 가지입니다. 합격 통보 문언이 공고 조건과 달라지지 않는지 점검하고, 근로조건 서면을 합격 통보와 함께 또는 직후에 교부하며, 서약서에 위약금성 문구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고와 서약서에는 취소 사유를 미리 밝혀 두어야 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다만 합격 통보는 이메일이나 문자 한 통으로도 근로계약이 될 수 있는 반면, 내정 취소는 전화나 문자 한 통으로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주고받은 것을 남기는 일은 회사를 지키는 동시에 회사가 이미 약속한 것을 보여 줍니다.
회신 전에 먼저 검토받으십시오
합격 통보를 마쳤다면 근로계약서가 없더라도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원자가 입사를 포기한 것은 성립한 계약에서 벗어나는 문제로 다루어지지만, 회사가 채용 비용이나 대체 인력 확보 지연을 손해로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먼저 취소를 통보하면 그 순간 해고의 요건과 절차가 적용됩니다.
통보 문언과 수단, 공고·서약서 내용, 지원자가 밝힌 사유에 따라 회사의 대응 범위가 달라집니다. 회신하거나 대체 채용을 확정하기 전에 검토를 받으시면, 해고 다툼이나 무효인 위약금 청구로 이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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