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책임, 각각 다른 사람에게 향합니다
형사처벌, 지연손해금, 국가에 대한 상환 책임. 퇴직한 직원과 체불금을 나눠 갚기로 합의 한 번 했을 뿐인데, 이 세 가지가 각각 다른 사람 앞으로 따로 날아올 수 있습니다. 형사책임은 지급기일이 지날 당시 회사를 대표하던 그 사람에게, 임금채무는 회사에, 대지급금 이후의 청구는 사업주에게 향합니다.
퇴직한 직원이 사정을 이야기하며 나눠서라도 갚겠다고 하면, 회사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마음으로 분할납부를 약속하고 신고만은 미뤄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합의를 했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바로 그 시점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지급기일이 지난 뒤의 합의는 정상참작(형량을 정할 때 유리하게 보는 사정) 사유가 될 뿐, 이미 성립한 범죄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합의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이유를 정리합니다.
14일 안의 합의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회사는 근로자가 퇴직하면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 등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모두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합의로 이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연장 합의를 했다고 형사책임이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장된 기일마저 지키지 못한 경우의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단이, 이후 상급심에서 그대로 유지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됩니다. 분할 합의의 가치는 형식보다 시점에서 갈리는 것은 맞지만, 14일 안에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이미 성립한 죄는 합의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14일이 지나는 시점에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보았고, 그 이후에 이루어진 합의는 정상참작 사유가 될 뿐 범죄 성립을 되돌리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퇴직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급심은 퇴직금 청산기한이 지난 뒤의 연장 합의는 이미 성립한 범죄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성립한 범죄는 사후에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성립이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합의서가 아니라 처벌불원 의사표시입니다
형사절차를 실제로 멈추는 것은 분할 합의서가 아니라 근로자의 명시적인 처벌불원 의사표시입니다. 임금·퇴직금 체불죄는 근로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이고, 이 의사가 표시되면 공소가 기각됩니다.
다만 이 의사표시에는 엄격한 요건이 따릅니다. '다 갚으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의사표시는 허용되지 않고, 그 조건이 나중에 실제로 이루어져도 그 자체로 확정적인 의사표시가 되지는 않습니다. 분할금을 전액 지급한 뒤에는 별도로 확정적인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새로 받아야 합니다. 처벌불원서는 체불된 임금·퇴직금·연차수당 등 항목과 기간을 빠짐없이 특정해야 하며, 빠진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은 그대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폐업·양도 후에도 이어지는 청구
형사·민사 책임의 주체가 다릅니다: 14일 경과 당시 지급 권한을 가진 대표자가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나, 14일이 지나기 전에 해임·파산선고 등으로 그 권한을 잃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민사상 임금채무는 원칙적으로 회사가 부담하고 대표자 개인이 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회사가 개인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예외적인 경우에는 법인격을 부인해 대표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법리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정리 방식에 따라 채무의 행선지가 달라집니다: 사업을 양도하면 새 사업주가 승계하고 기존 사업주도 함께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문헌의 설명입니다. 다만 영업을 양도하면서 폐업신고만 하는 경우, 양수 기업에 지급 의무가 승계된다는 이유로 대지급금의 전제인 '사업 폐지'가 인정되지 않아 근로자가 대지급금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양도 사실을 숨기고 폐업으로 처리해 근로자의 대지급금 신청을 유도한 사업주가 형사 기소된 사례도 있습니다. 회생·파산 절차에서는 체불임금이 일반 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되고, 개인사업자가 파산하는 경우 이 채무는 면책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됩니다.
대지급금 지급 이후에는 권리가 국가로 넘어갑니다: 국가가 근로자에게 대지급금을 지급하면 그 금액 한도에서 근로자의 임금채권이 국가로 이전되어 사업주에게 청구됩니다. 이 시점 이후 회사가 같은 금액을 근로자에게 다시 지급하면 이미 권리를 잃은 사람에게 지급한 셈이 되어, 국가의 청구가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지연이자 기산일이 항목마다 다릅니다: 퇴직금 등에는 지급사유 발생일부터 14일이 되는 날의 다음 날부터 지연이자가 붙지만, 재직 중부터 밀려 있던 임금에는 원래 정기 지급일 다음 날부터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다만 도산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임금의 존부를 법원·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한 기간에는 지연이자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지급기일 확인: 퇴직일부터 14일이 지났는지, 체불액 자체에 다툼이 있는지 먼저 구분합니다.
서면 기록: 14일 안이라면 연장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과 분할 조건을 함께 남깁니다. 14일이 지났다면 서면은 형사책임을 되돌리지 못하는 입증 수단일 뿐이지만, 지급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액 판단에는 고려될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서 점검: 조건을 달지 않고, 체불된 임금·퇴직금·연차수당 등 항목과 기간을 빠짐없이 특정하여 받습니다. 분할금을 전액 지급한 뒤에는 확정적인 의사표시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이중 지급 점검: 분할금을 보내기 전에 근로자가 대지급금을 신청했거나 받았는지 확인합니다.
잔여 채무·정리 방식 점검: 임금·퇴직금·연차수당을 항목별 지연이자 기산일까지 확인하고, 사업 정리 일정을 정하기 전에는 영업 양도 여부에 따라 대지급금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까지 점검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효력 없는 합의로 시간을 잃지 않으려면
퇴직자와 분할납부를 약속했지만 지급기일이 이미 지난 경우
14일 안에 연장을 합의했지만 약속한 기한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
근로자로부터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받으려는 경우
사업 정리나 폐업, 영업 양도를 검토하고 있는 경우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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