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이 저지른 여러 범죄라도 수사 시점이나 관할이 갈리면 사건이 서로 다른 법원에 따로따로 기소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한 사건은 어느 법원에, 별건 사건은 다른 법원에 각각 걸려 있다면 같은 피고인이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서로 다른 재판부 앞에서 따로 변론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문제는 시간과 노력만이 아닙니다. 사건이 따로 진행되면 형법이 정한 경합범 가중 규정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해 실제로 집행되는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이런 상황을 위해 병합심리라는 별도의 신청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병합심리를 신청할 수 있는 요건, 구체적인 신청 절차와 기한, 그리고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대응까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여러 법원에 흩어진 형사사건 — 병합과 병합심리는 다른 절차다
형사소송법은 토지관할을 달리하는 관련사건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두 가지 조문으로 나눠 규정합니다. 제5조(토지관할의 병합)는 여러 사건이 서로 관련되어 있을 때, 그중 한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있는 법원이 나머지 사건까지 함께 관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각 사건이 이미 서로 다른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관할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하나의 법원으로 관할을 모으는 규정입니다.
반면 제6조(토지관할의 병합심리)는 이미 각각 다른 법원에 사건이 접수되어 재판이 각각 진행되고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합니다. 이 경우에는 각 법원에 공통되는 바로 위의 상급법원에 검사나 피고인이 신청을 해야 하고, 그 상급법원이 결정으로 한 개 법원을 지정해 병합심리하도록 명해야 비로소 사건이 합쳐집니다. 즉 제5조는 관할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관할 규정이고, 제6조는 이미 별도로 진행 중인 재판을 뒤늦게 합치는 신청·결정 절차라는 점에서 구조가 다릅니다. 실무에서 '병합심리 신청'이라 부르는 절차는 대부분 이 제6조를 가리킵니다.
제5조의 병합은 아직 관할이 정리되지 않은 사건을 하나의 법원으로 모으는 규정이고, 제6조의 병합심리는 이미 각각 다른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을 공통 상급법원의 결정으로 합치는 별도의 신청 절차다.
병합심리를 신청하려면 — '관련사건'에 해당해야 한다
병합심리는 아무 사건이나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11조가 정한 관련사건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요건은 네 가지로 나뉘어 있고, 각 유형이 다루는 상황이 조금씩 다릅니다.
1인이 범한 수죄 — 같은 피고인이 시기를 달리해 저지른 여러 범죄(예: 같은 사람이 서로 다른 시점에 저지른 두 건의 사기).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 공범 관계에 있는 여러 명이 함께 저지른 범죄.
수인이 동시에 동일 장소에서 범한 죄 — 공모관계는 아니지만 같은 시간·장소에서 각자 범한 죄.
범인은닉죄·증거인멸죄·위증죄·허위감정통역죄·장물에 관한 죄와 그 본범의 죄 — 본범 사건과 이를 숨기거나 증거를 없앤 사건.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서로 전혀 무관한 두 사건은 병합심리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같은 피고인의 사건이라 해도 범행 시기·수법·피해자가 전혀 겹치지 않아 관련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면, 상급법원이 병합심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청서를 준비할 때 관련사건 요건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명확히 짚어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신청 절차 — 누가, 어디에, 어떤 서류를 내는가
병합심리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와 피고인입니다. 신청서에는 병합심리를 구하는 사유, 즉 각 사건이 왜 관련사건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고, 이를 각 사건에 공통되는 바로 위의 상급법원에 제출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피고인의 사건이 서로 다른 두 지방법원에 각각 계속되어 있고 두 법원이 같은 고등법원 관할구역에 속한다면 그 공통되는 고등법원에 신청서를 내야 하고, 두 법원의 관할 고등법원 자체가 다르다면 그보다 더 위에서 공통되는 상급법원을 찾아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서를 낼 때 검사는 피고인 수에 맞춘 부본을, 피고인은 부본 1통을 함께 첨부해야 한다는 점도 형사소송규칙이 정하고 있습니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그 상급법원은 지체 없이 각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신청 사실을 통지하고, 첨부된 신청서 부본을 신청인의 상대방(검사가 신청했다면 피고인, 피고인이 신청했다면 검사)에게 송달합니다. 송달을 받은 사건계속법원과 상대방은 그날로부터 3일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어, 병합심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이 기간 안에 사유를 밝혀야 합니다. 상급법원은 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관련사건을 병합심리할 법원을 지정하는 결정을, 이유 없다고 판단하면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등본을 신청인과 상대방에게 송달하며 사건이 계속된 각 법원에도 보냅니다.
병합심리 결정이 내려지면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법원은 결정등본을 송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병합심리하게 된 법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이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이유는 병합심리 결정이 나더라도 기록 이관이 늦어지면 정작 재판 진행이 오히려 지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청부터 결정, 기록 이관까지 전체 흐름을 미리 알아두면 병합심리가 실제로 재판 일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물관할이 다른 경우 — 합의부와 단독판사 사이의 병합
지금까지 살펴본 제5조·제6조는 토지관할, 즉 사건이 어느 지역 법원에 속하는지가 다른 경우를 다룹니다. 그런데 관련사건이라도 하나는 단독판사가, 다른 하나는 합의부가 심리해야 하는 사물관할이 다른 사건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형사소송법 제9조가 적용되어, 사물관할이 다른 관련사건이 같은 법원에 계속된 경우 원칙적으로 합의부가 병합관할하되, 합의부가 결정으로 관할권 있는 단독판사에게 사건을 이송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사건이 서로 다른 법원의 합의부와 단독판사에 각각 계속된 경우에는 제10조가 적용됩니다. 이때는 합의부가 결정으로 단독판사에 속한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수 있고, 형사소송규칙 제4조는 이 규정이 토지관할까지 다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명시합니다. 예를 들어 합의부 관할인 중한 사건과, 별도 법원에 계속된 단독판사 관할의 관련사건이 있다면, 합의부가 결정으로 두 사건을 병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독판사는 자신이 심리 중인 사건과 관련된 사건이 합의부에 계속된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합의부 재판장에게 통지해야 하고, 합의부가 병합심리 결정을 내리면 단독판사는 결정등본을 받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합의부로 보내야 합니다.
같은 사건이 사물관할만 다른 여러 법원에 동시에 계속된 특수한 경우, 즉 하나의 사건 자체가 단독판사와 합의부 양쪽에 걸쳐 있는 상황이라면 제12조에 따라 합의부가 그 사건을 심판합니다. 사물관할이 다른 사건들이 뒤섞여 있을 때는 결국 합의부 쪽으로 심리가 모이는 구조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진행 방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병합심리를 신청하는 실익 — 경합범 가중과 양형의 차이
병합심리가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재판 횟수를 줄이는 편의 때문만이 아닙니다. 형법 제37조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죄를 경합범으로 규정하고, 제38조는 이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의 처벌 방식을 정합니다. 각 죄에 정한 형이 같은 종류(예: 모두 징역형)라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분의 1까지만 가중하되, 각 죄의 형기를 단순 합산한 값을 넘을 수 없습니다. 여러 사건이 하나의 재판부에서 동시에 판결되면, 이처럼 형이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한이 있는 가중 방식이 적용되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사건이 서로 다른 법원에서 따로 진행되어 각각 확정판결을 받는 경우입니다. 형법 제39조 제1항은 경합범 중 아직 판결을 받지 않은 죄가 있을 때, 그 죄에 대해 형을 선고하면서 이미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 비교해 형평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필요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법원의 재량으로 형평을 맞추는 장치일 뿐, 제38조처럼 상한이 정해진 가중 방식이 애초에 적용되는 것과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이 따로따로 진행되어 각 재판부가 서로 다른 시점에 서로 다른 양형자료를 놓고 형을 정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형이 나올지 예측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병합심리는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한 재판부가 여러 사건을 한꺼번에 살펴보면 피고인 입장에서도 자백·반성·합의 등 양형에 유리한 자료를 한 번에 종합적으로 제출할 수 있고, 재판부 역시 사건 전체를 놓고 형을 정하므로 결과의 일관성이 높아집니다. 여러 법원을 오가며 같은 취지의 변론을 반복하거나, 서로 다른 재판부의 기일이 겹쳐 곤란을 겪는 부담도 함께 줄어듭니다.
사건이 각각 확정되면 형법 제39조의 재량적 형평 조정에 의존해야 하지만, 병합심리로 동시에 판결받으면 제38조의 상한이 정해진 가중 방식이 적용돼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커진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 관할의 경합과 실무 대응
병합심리 신청이 항상 인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사건 요건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거나, 이미 재판이 상당히 진행되어 병합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상급법원은 신청을 기각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형사소송법 제13조는 사물관할이 같은 여러 법원에 '같은 사건' 자체가 각각 계속된 경우(관련사건이 아니라 동일한 사건이 중복 기소된 경우)를 다루는데, 이때는 원칙적으로 먼저 공소를 받은 법원이 심판하고, 예외적으로 공통되는 직근상급법원이 검사나 피고인의 신청으로 뒤에 공소를 받은 법원이 심판하도록 정할 수 있습니다.
신청이 기각되면 각 사건은 원래 계속되어 있던 법원에서 그대로 개별적으로 진행됩니다. 이 경우 실무에서는 각 재판부에 다른 법원에서 관련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사정을 알리고 공판기일을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한쪽 사건의 판결이 먼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양형자료를 준비해 두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합심리는 신청 시점도 중요해서, 어느 한쪽 재판이 변론종결을 앞둔 단계까지 미뤄지면 병합의 실익 자체가 옅어져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관련사건이 다른 법원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신청을 검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실무에서 챙겨야 할 것 — 신청 시기와 기한 관리
병합심리 신청서를 준비할 때는 각 사건의 사건번호와 계속법원, 그리고 관련사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근거(공범관계인지, 동일인의 수죄인지 등)를 명확히 적어야 상급법원이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항들을 미리 챙겨두면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신청서에 각 사건의 사건번호·계속법원·관련성 근거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
검사가 신청할 때는 피고인 수에 맞춘 부본을, 피고인이 신청할 때는 부본 1통을 함께 제출할 것.
상대방의 의견서 제출기한(송달일로부터 3일)을 감안해 신청은 되도록 재판 초기에 할 것.
병합심리 결정 후 기록 송부기한(토지관할은 7일, 사물관할은 5일)이 지나도 이관이 안 되면 담당 재판부에 진행 상황을 확인할 것.
여러 법원에 사건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 곧바로 병합심리를 검토하는 것과, 재판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검토하는 것은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원과 지원처럼 관할구역이 넓게 나뉘어 있는 법원에서는 같은 피고인의 사건이 서로 다른 재판부에 나뉘어 접수되는 일이 드물지 않으므로, 여러 사건이 진행 중이라면 각 사건의 계속법원과 진행 단계를 먼저 파악해 두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병합심리는 누가 신청할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 제6조에 따라 검사 또는 피고인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신청하는 경우 변호인을 통해 신청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신청서는 어느 법원에 내야 하나요?
A. 각 사건이 계속된 법원에 공통되는 바로 위의 상급법원, 즉 직근상급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두 법원이 속한 상급법원이 서로 다르다면 그보다 더 위 단계에서 공통되는 법원을 찾아야 합니다.
Q. 아무 사건이나 병합심리를 신청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1조가 정한 관련사건, 즉 1인의 수죄나 공범관계 등 요건에 해당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혀 무관한 사건끼리는 병합심리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Q. 병합심리가 결정되면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지정되지 않은 법원은 결정등본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사물관할이 다른 경우는 5일 이내)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병합심리를 맡게 된 법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이후에는 하나의 재판부가 모든 사건을 함께 심리합니다.
Q. 이미 1심 판결이 확정된 사건도 병합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병합심리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하며,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형법 제39조에 따라 아직 판결받지 않은 죄에 대해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하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Q. 신청이 기각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나요?
A. 신청이 기각되면 각 사건은 원래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지만, 관련사건 요건을 다시 소명해 재신청을 검토하거나 각 재판부에 공판기일 조정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병합의 실익이 남아 있다면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맺음말
여러 법원에 흩어진 형사사건은 그대로 두면 각 재판부가 서로 다른 시점에 따로 형을 정하게 되어, 경합범 가중이라는 형법상의 이점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병합심리는 관련사건 요건을 갖추고 제때 신청하면 이런 불이익을 막을 수 있는 절차이지만, 신청서 기재사항과 기한을 놓치면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사건이 관련사건에 해당하는지, 어느 법원에 신청해야 하는지부터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본원과 지원이 함께 있는 수원지방법원 관할구역처럼 같은 사람의 사건이 여러 재판부로 나뉘어 접수되기 쉬운 지역에서는, 사건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바로 병합심리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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