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다가 상대방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을 때, 그 자리에서 홧김에 "저 사람이 성폭행하려 했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식 고소장을 쓴 것도 아니고 그저 경찰관에게 말로 몇 마디 한 것뿐이니 나중에 발뺌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무고죄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형법상 신고는 서면으로 정식 접수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한 구두 진술도 요건만 갖추면 그대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말로만 한 신고도 무고죄가 되는지,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이를 가려내는지, 반대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경우는 무엇인지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고죄란 — 신고 방식은 구두든 서면이든 관계없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의 핵심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타인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을 것, 그 상대가 공무소 또는 공무원일 것, 그리고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일 것입니다. 조문 어디에도 "정식 고소장을 접수해야 한다"거나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제한은 없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신고의 방식에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도1391 판결은 "허위사실의 신고방식은 구두에 의하건 서면에 의하건 관계가 없고 다만 그 신고가 자발적인 것이어야 함을 필요로 할 뿐"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즉 무고죄가 성립하는지를 가르는 관건은 신고서라는 종이 한 장의 유무가 아니라, 그 진술이 수사기관의 물음에 떠밀려 나온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인지에 있습니다.
따라서 파출소에서 정식으로 고소장을 작성해 접수한 경우뿐 아니라,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 입으로 진술한 것만으로도 형법상 완전한 "신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후 진술서를 쓰거나 정식 고소장을 제출하는 절차는 그 신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의미가 있을 뿐, 신고 자체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신고 방식이 구두인지 서면인지는 무고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 관건은 그 진술이 수사기관의 물음에 떠밀린 것인지, 스스로 자진해서 한 것인지다.
출동 경찰관에게 한 말도 '신고'가 되는 이유 — 대법원의 판단
이 원칙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도16986 판결입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술자리 후 다투던 중 상대방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자, 그 자리에서 출동 경찰관에게 "상대방으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사건 접수를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후 자필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나흘 뒤 정식 피해자 조사에서도 같은 내용을 반복 진술했습니다.
1심은 이를 무고죄로 유죄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관을 만나 범죄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을 말하고, 뒤에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그 처벌을 요구하는 진술을 하였다면 이는 단순히 수사기관의 추문 혹은 요청에 의한 진술이나 정보의 제공이 아니라 자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중요한 지점은, 피고인이 최초로 무언가를 밝힌 상대가 정식 조사관이 아니라 현장에 막 도착한 출동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그 최초 진술 시점부터를 신고 행위로 평가했습니다. 경찰서 조사실이 아니라 모텔 로비라는 현장에서, 진술서 한 장 쓰기 전에 입으로 한 말이 무고죄의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대법원 2024도16986 판결의 핵심은 "경찰관 출동 당시의 최초 진술행위와 이어진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행위"를 하나로 묶어 자진 신고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먼저 신고해도 내가 무고죄의 주체가 되는 구조
많은 사람이 "112는 상대방이 눌렀으니 내가 신고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고죄에서 누가 112 버튼을 눌러 경찰을 불렀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그 자리에서 누가 자진하여 허위 사실을 진술했는가입니다. 위 판례의 피고인도 112 신고 자체는 상대방이 했지만, 출동한 경찰관에게 스스로 피해를 주장하고 사건 접수를 요구한 쪽은 피고인이었기 때문에 신고자로 평가받았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가 이렇게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요청에 의한 단순한 정보의 제공은 무고죄의 신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상황 파악을 위해 몇 마디 물었을 때 그 물음에 떠밀려 답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 결과 타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도 자진 신고로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같은 "말"이라도 그것이 능동적으로 사건화를 요구하는 진술이었는지, 수동적으로 질문에 답한 것에 그쳤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출동 경찰관에게 "사건 접수를 원한다"는 의사를 스스로 명확히 밝혔는지
자필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절차를 진행시켰는지
이후 정식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는지
증거를 스스로 제출하거나 수사 진행을 독촉하는 등 처벌 의사를 계속 표시했는지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 추문에 대한 답변인지, 자진 신고인지
그렇다면 법원은 "수사기관의 추문에 대한 답변"과 "자진한 신고"를 실제로 어떻게 구분할까요. 대법원은 "그 진술이 수사기관 등의 추문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수사가 개시된 경위, 수사의 혐의사실과 그 진술의 관련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풀어보면, 경찰 조사가 시작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질문받은 내용과 실제로 한 진술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경찰관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개방형으로 물었을 뿐인데, 답변자가 그 질문 범위를 넘어 스스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상세히 진술하고 처벌을 요구했다면 이는 질문에 단순히 답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건화를 요청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경찰이 특정 혐의를 전제로 캐묻는 질문에 마지못해 단편적으로 답한 정도라면, 그 답변이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더라도 자진 신고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후의 행동도 판단 재료가 됩니다. 진술서 작성, 증거 제출, 조사 출석 시 같은 진술 반복 여부는 최초 진술이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함께 고려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무고 성립 쪽으로 기우나
앞서 본 판단 기준을 상황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다투던 중 상대방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그 자리에서 "방금 성범죄를 당했다"고 진술하며 사건 접수를 요청하고, 이후 자필 진술서를 작성하며, 정식 조사에서도 같은 진술을 반복하고, 경찰의 증거 수집이 미흡하다며 항의까지 했다면,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앞서 살펴본 판단 요소를 대부분 충족합니다. 이 경우 최초 진술 시점부터가 자진 신고로 평가되어 이후 진술이 허위로 밝혀지면 무고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경찰관이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괜찮으시냐, 무슨 일이냐" 정도로 물었고, 당황한 상태에서 애매하게 몇 마디 답했을 뿐 사건 접수를 요청하거나 별도로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런 경우는 자발성 요건이 약해 무고죄의 신고로 평가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도의 문제이므로, 실제 사안에서는 진술의 구체성과 처벌 의사 표명 여부, 이후 행동까지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착각과 무고는 다르다 — 허위 인식 없으면 처벌되지 않는다
무고죄는 고의범입니다. 신고자가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신고했어야 처벌 대상이 됩니다. 만약 실제로 성범죄를 당했다고 착각했다면, 즉 음주로 기억이 혼선되었거나 상황을 오인해 진술한 것이라면 허위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으므로 무고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신고 방식의 문제와는 별개의, 고의라는 또 다른 성립 요건의 문제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착각했다"는 주장은 사후적 변명으로 흔히 등장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진술의 일관성, 당시 정황, 객관적 물증과의 부합 여부 등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합니다. 진술을 번복한 시점, 번복하게 된 계기, 최초 진술의 구체성 정도가 모두 착각 여부를 가리는 자료가 됩니다.
자백·자수 시 형이 감경·면제되는 경우
형법 제157조는 제153조를 무고죄에 준용해, 무고죄를 범한 자가 그 신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는 필요적 감면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에 맡겨진 임의적 감면이지만, 실무상 형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정입니다.
즉 출동 경찰관에게 한 진술이 허위였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면, 수사나 재판이 더 진행되어 확정에 이르기 전에 바로잡는 것이 형사상 불이익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백"은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허위였음을 인정하는 것을, "자수"는 아직 발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수사기관에 찾아가 알리는 것을 가리키며, 두 경우 모두 신고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이라는 시간적 제한을 공통으로 충족해야 합니다. 반대로 확정 이후에 뒤늦게 자백해서는 이 감면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유의해야 합니다.
성범죄 무고 혐의로 조사받을 때 실무 대응
성범죄 허위 신고로 무고 혐의를 받게 되면, 조사 초기 진술 태도가 이후 절차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출동 당시부터 조사 단계까지 진술이 일관되게 이어졌는지, 처벌 의사를 계속 표명했는지, 증거를 스스로 제출했는지와 같은 사정이 앞서 본 판단 기준 그대로 무고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사를 받는 단계에서부터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자료(당시 문자메시지·통화 기록·목격자 진술 등)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착각이나 인식 부족을 주장할 사정이 있다면 이를 뒷받침할 정황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무고죄는 법정형이 낮지 않고, 원래 신고했던 사건이 성범죄라면 그 사건 자체의 형사·민사 절차와도 맞물려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혼자 대응하기보다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과 자료 제출 시점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12 신고는 상대방이 했는데, 제가 경찰에게 한 말도 무고죄가 되나요?
A. 됩니다. 누가 112를 눌렀는지는 무고죄 성립과 무관하며, 출동한 경찰관에게 스스로 허위 피해 사실을 주장하고 처벌이나 사건 접수를 요구했다면 그 발언 자체가 형법 제156조의 신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진술서를 쓰지 않고 말로만 얘기했는데도 무고죄가 성립하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신고 방식이 구두든 서면이든 관계없다고 밝히고 있어, 진술서나 고소장 없이 말로만 한 진술도 요건을 갖추면 그대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경찰이 물어봐서 대답한 것뿐인데도 무고죄인가요?
A.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수사기관의 질문에 떠밀려 단편적으로 답한 것에 그친다면 신고로 보기 어렵지만, 질문 범위를 넘어 스스로 피해를 상세히 주장하고 처벌을 요구했다면 자진 신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바꾸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형이 줄어들 여지는 있습니다. 신고한 사건의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형법 제157조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Q. 성범죄 허위 신고로 무고죄가 인정되면 형량이 어떻게 되나요?
A. 형법 제1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원래 신고했던 혐의가 중할수록 실제 선고형도 무겁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술에 취해 착각해서 허위로 말한 경우도 무고죄가 되나요?
A.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면 무고의 고의가 부정되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착각 주장은 진술의 일관성과 정황을 통해 엄격히 검증되므로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맺음말
정식 고소장을 쓰지 않았다거나 말로만 몇 마디 했을 뿐이라는 이유로 무고죄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대법원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출동 경찰관 앞에서 한 구두 진술이라도 처벌을 요구하는 의사가 담겨 있고 그것이 자진해서 이뤄졌다면, 그 자체로 형법 제156조가 정한 신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의 질문에 떠밀려 답한 정도이거나 착각에서 비롯된 진술이라면 무고죄 성립을 다툴 여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결국 관건은 그 진술이 이뤄진 경위와 이후의 행동입니다. 수원지방검찰청이나 경기남부경찰청 관할에서 성범죄 신고와 관련해 무고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최초 진술 시점부터의 정황을 함께 짚어보고 대응 방향을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