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금지특약, 채무자 회생절차 개시되면 관리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이유
상계금지특약, 채무자 회생절차 개시되면 관리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이유
법률가이드
회생/파산대여금/채권추심

상계금지특약, 채무자 회생절차 개시되면 관리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대여계약이나 물품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상대방이 나중에 이런저런 채권을 내세워 대금을 상계로 깎으려 드는 것을 막으려고 '상계금지특약'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계약 상대방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등장하면, 애써 넣어둔 그 특약이 무력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2024년 대법원은 관리인이 상계금지특약과의 관계에서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채권자가 그 특약을 근거로 관리인의 상계권 행사를 막을 수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 예외는 없는지를 미리 알아두어야 계약 단계부터 실질적인 대비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계금지특약의 효력 범위와 회생절차에서 그 특약이 관리인에게 통하지 않는 이유, 실무 유의점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계금지특약이란 — 계약자유의 원칙과 그 한계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하면 각 채무자가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상계는 채권자에게 사실상 담보와 같은 기능을 하는 강력한 자력구제 수단이지만, 반대로 채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받아야 할 채권이 상대방의 항변에 의해 깎이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여·도급·매매 등 계약을 체결할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계권 행사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실무상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조항을 '상계금지특약'이라 부르고,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민법 제492조 제2항은 이런 특약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를 함께 제한합니다. 당사자가 다른 의사표시, 즉 상계금지특약을 한 경우에는 제1항의 상계 규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단서를 붙여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계금지특약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는 채권적 합의이고, 그 특약의 존재를 몰랐던 제3자에게는 특약을 근거로 상계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이는 채권양도금지특약이 선의의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구조와 같은 맥락으로, 당사자만의 사적 합의가 거래에 개입하는 제3자의 권리를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반영된 것입니다.

상계금지특약은 당사자 사이의 채권적 합의일 뿐이어서, 그 효력을 제3자에게까지 미치게 하려면 그 제3자가 특약의 존재를 알았어야 한다(민법 제492조 제2항 단서).

채무자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 관리인이라는 낯선 당사자의 등장

채무자가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으면 그때부터 법률관계의 축이 바뀝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에 따라 채무자의 업무수행권과 재산의 관리·처분권은 채무자 본인이 아니라 법원이 선임(또는 채무자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간주)한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됩니다. 같은 법 제82조 제1항은 관리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해, 관리인에게 독자적인 주의의무를 부여합니다. 즉 회생절차가 개시된 순간부터 채무자가 체결했던 계약의 상대방이라 하더라도, 실제 협상·소송의 상대방은 채무자 본인이 아니라 관리인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관리인의 법적 지위를 채무자의 기관이나 대표자가 아니라, 채무자와 채권자 등으로 구성된 이해관계인 단체를 관리하는 일종의 공적 수탁자로 설명해 왔습니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다카1559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관리인은 채무자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 등 이해관계인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해 채무자와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합니다. 이 독립성이 뒤에서 볼 상계금지특약 사건에서 관리인을 '제3자'로 취급하는 논리의 출발점이 됩니다. 채무자 본인이 특약을 체결하며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관리인은 그 인식을 그대로 이어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9다47387 판결 — 관리인은 '선의의 제3자'로 취급된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19다47387 판결입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채권자가 채무자 회사에 약 79억원을 연 15%의 이율로 대여하면서, 계약 당시 채무자 회사에 "상계권이나 다른 조건 또는 항변권, 기타 지급해야 할 금액을 감소시킬 수 있는 어떠한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상계금지특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채무자 회사에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간주되었고, 관리인은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상계 허가를 받은 뒤 채무자 회사가 그 채권자에 대해 가진 구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위 대여금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채권자 측은 상계금지특약이 있었으므로 이 상계가 무효라고 다투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관리인은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따라 채무자와 독립하여 채권자 등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해 선관주의의무로 직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상계금지특약과의 관계에서 민법 제492조 제2항 단서가 정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그 특약 사실에 대한 관리인의 선의·악의는 관리인 개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할 수 없고,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를 기준으로 판단해 그들 전부가 악의로 인정되지 않는 한 관리인은 선의의 제3자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채무자 회사 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간주되어 개인적으로 그 특약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상계금지특약에 대한 관리인의 선의·악의는 관리인 개인이 아니라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그 전원이 악의로 되지 않는 한 관리인은 선의의 제3자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19다47387 판결).

상계금지특약과 회생법상 상계금지, 방향부터 구분해야 한다

실무에서 자주 혼동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위 판례가 다룬 것은 관리인이 상계를 주장하는 경우 채권자가 상계금지특약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이와 방향이 반대인, 즉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상계를 하려는 경우는 채무자회생법 제144조와 제145조가 별도로 규율합니다. 특약에 의한 상계금지와 법이 정한 상계금지는 근거와 작동 방향이 전혀 다른 제도이므로 나누어 이해해야 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44조는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신고기간 만료 전에 상계적상이 갖춰지면,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상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반대로 같은 법 제145조는 회생절차개시 후에 비로소 채무를 부담한 경우나, 지급정지·회생절차개시신청이 있음을 알고 채무를 부담한 경우 등 채권자 평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상계 자체를 강행적으로 금지합니다. 이 법정 금지 사유들은 당사자 사이의 사적 합의인 상계금지특약과는 근거 조문도, 보호하려는 이익도 다릅니다.

  • 관리인의 상계 — 상계금지특약이 있어도 관리인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로서 특약에 구속되지 않는다(2019다47387).

  • 회생채권자의 상계(제144조) — 개시 당시 이미 상계적상 요건을 갖췄다면 신고기간 안에 회생절차 밖에서 상계할 수 있다.

  • 법정 상계금지(제145조) — 개시 후 채무부담, 지급정지를 알고 한 채무부담 등은 특약 유무와 무관하게 상계 자체가 금지된다.

실무 적용 — 채권자가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

위 판례가 말해주는 실무적 함의는 분명합니다.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가 여럿인 사건에서 그 전원이 상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상계금지특약을 넣어두었다 해도, 상대방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관리인이 그 특약과 무관하게 상계권을 행사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약 하나만 믿고 다른 채권회수 수단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정작 상대방의 자금 사정이 나빠졌을 때 기대했던 만큼의 회수를 못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여·공급계약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상계금지특약을 보조적 장치로 이해하고, 병행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어떤 수단을 함께 쓸 수 있는지는 거래의 성격과 채무자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함께 검토됩니다.

  • 질권·저당권 등 물적 담보를 함께 설정해 상계 가부와 무관하게 우선변제를 확보한다.

  • 연대보증인을 세워 채무자의 회생절차와 별개로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

  • 상대방의 재무 상태나 지급정지 정후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회생절차 개시 전에 조기 회수를 검토한다.

  •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채권 신고를 서두르고, 관리인의 상계 의사표시가 있을 경우 자동채권의 존재·상계적상 요건을 다투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예외 — 관리인이 악의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판례가 제시한 기준상, 상계금지특약으로 관리인에게 대항하려면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가 그 특약의 존재를 알았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열려 있는 가능성이지만, 실제로 성립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회생채권자가 다수인 통상의 회생사건에서 그 전원의 악의를 개별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회생채권자목록이나 회생계획안, 관계인집회 회의록 등 객관적 자료로 전원의 인식을 뒷받침해야 겨우 다투어 볼 여지가 생기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채권자 입장에서는 이 예외를 기대하고 대응 전략을 짜기보다, 애초에 상계금지특약을 회생절차 국면에서도 관철되는 확실한 방어수단으로 과신하지 않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특약은 통상적인 거래관계에서는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지만, 상대방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다면 앞서 본 담보·보증 등 별도의 수단을 함께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상계금지특약을 넣으면 상대방은 절대 상계할 수 없나요?

A.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에서는 그 특약대로 상계가 금지됩니다. 다만 민법 제492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그 특약의 존재를 몰랐던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어, 제3자가 개입하는 상황에서는 특약의 효력이 그대로 관철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왜 관리인에게 상계금지특약을 주장할 수 없나요?

A. 관리인은 채무자 본인이 아니라 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해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공적 수탁자이기 때문에, 대법원은 관리인을 민법 제492조 제2항 단서가 정한 제3자로 봅니다. 모든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가 특약을 알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관리인은 선의의 제3자로 취급되어 특약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Q. 채무자 대표이사가 특약 체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소용없나요?

A. 대법원은 관리인의 선의·악의를 관리인 개인의 인식이 아니라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간주되어 개인적으로 특약을 알고 있었더라도, 다른 회생채권자들까지 전부 악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Q. 상계금지특약과 채무자회생법상 상계금지 규정은 같은 건가요?

A. 다릅니다. 상계금지특약은 계약 당사자 간 합의로 상계를 배제하는 것이고, 채무자회생법 제145조의 상계금지는 개시 후 채무부담이나 지급정지를 알고 채무를 부담한 경우 등 법이 정한 사유로 상계를 강행적으로 막는 제도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판례는 전자, 즉 특약에 의한 금지가 관리인에게 미치는지의 문제를 다룬 것입니다.

Q.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상계하려면 아무 때나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관리인의 상계는 채무자 재산에 관한 처분행위에 해당해 실무상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관리인은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상계 허가를 받은 뒤 상계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Q. 채권자 입장에서 상계금지특약만 믿고 있어도 되나요?

A. 거래 상대방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특약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물적 담보나 연대보증 등 별도의 채권회수 수단을 함께 마련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상계금지특약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한 약정이지만, 그 효력은 어디까지나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온전히 관철됩니다. 상대방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관리인이 등장하는 순간, 관리인은 특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된 지위에서 상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대법원은 이런 관리인을 사실상 언제나 선의의 제3자로 인정합니다. 특약 하나만 믿고 있다가 정작 상대방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시점에 기대만큼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계약 설계 단계에서부터 담보·보증 등 여러 수단을 함께 갖춰두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기업 간 대여나 물품공급 계약을 맺으며 상계금지특약을 넣는 경우, 거래 상대방의 자금난이 회생절차로 이어져 뒤늦게 관리인과 상계 여부를 다투게 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계약서에 특약을 넣는 것만으로 안심하기보다, 상대방의 신용 상태와 회생절차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 대비책을 마련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9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