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뒤 다시 적발되면, 이번 사건의 형과 지난 사건의 유예된 형을 한꺼번에 살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재범이 발각된 순간부터 판결 이후까지를 시간 순서로 따라가며, 각 단계에서 지금 해야 할 일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합니다.
첫 사건 때는 "초범이니까"라는 말이 어디에나 따라붙었을 겁니다. 두 번째는 그 말이 사라지고, 대신 "실효", "누범", "합산"이라는 낯선 단어가 자리를 채웁니다.
이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 어느 단계에서 결정되는지를 알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순서대로 갑니다.
0단계. 먼저 알아야 할 세 가지 규칙: 실효, 누범, 상습
결론부터 말하면, 재범 사건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이번 투약 사실 자체가 아니라 지난 판결과 이번 범행 사이의 '시간 관계'입니다. 규칙 세 가지를 먼저 놓고 가야 이후 단계가 이해됩니다.
규칙 1. 집행유예 기간 중 실형이 확정되면 지난 형이 되살아납니다
형법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 선고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집행유예의 실효입니다.
형법 제63조(집행유예의 실효)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예를 들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사람이 유예기간 안에 다시 투약해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되면, 유예됐던 1년이 되살아나 합계 2년을 복역하게 됩니다. 재범 사건에서 "실형이냐 아니냐"가 첫 사건의 두 배로 무거운 이유입니다.
규칙 2. 실형을 살고 나온 지 3년 안이면 '누범'으로 형이 두 배까지 늘어납니다
지난 사건이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이었고, 출소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형법 제35조의 누범이 됩니다. 이 경우 법정형의 장기가 2배까지 늘어납니다.
형법 제35조(누범) 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사람은 누범으로 처벌한다. ②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
필로폰 투약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이므로 누범이면 최대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틀이 됩니다. 실제 선고형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지만, 양형기준에서도 동종 누범은 형을 올리는 대표적인 사유입니다.
규칙 3. 반복이 '습벽'으로 평가되면 상습범 가중이 붙습니다
마약류관리법은 상습적으로 투약·매매 등을 한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정합니다. 몇 회 이상이면 상습이라는 기계적 기준은 없고, 횟수·기간·수법의 반복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중략) ② 상습적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대마의 경우 같은 법 제61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 기본이고, 역시 상습범은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어떤 약물이든 재범은 "가중 사유가 겹치는 사건"이라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1단계. 발각: 재범은 첫 사건보다 훨씬 빨리, 다른 경로로 드러납니다
재범 사건의 상당수는 본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로에서 시작됩니다. 결론은 하나입니다. 발각을 막는 데 쓰는 노력은 대부분 새로운 죄가 됩니다.
흔한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호관찰소 약물검사: 집행유예에 보호관찰이 붙었다면 소변검사가 정기·불시로 이루어집니다. 양성이 나오면 보호관찰소가 곧바로 수사기관에 통보합니다.
공범·판매자의 휴대전화: 다른 사건에서 압수된 텔레그램 대화, 송금 내역에 이름이 나오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출석 요구를 받습니다.
불심검문·교통단속: 거동 수상자 검문에서 간이시약 검사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지난 사건의 모발 재검사: 첫 사건 때 채취 시점 이후의 투약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합니다.
지금 할 일
경찰의 출석 요구가 왔다면 날짜를 미루지 말고, 출석 전에 변호인과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재범 사건은 첫 조사에서 한 말이 구속 여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지난 판결문과 판결 확정일을 확인해 두십시오. 이번 범행일이 확정일 전인지 후인지, 유예기간 안인지 밖인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지 말 일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대화방을 나가는 행위는 증거인멸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가 됩니다. 모발을 짧게 깎거나 탈색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검사를 피하려 했다"는 정황이 되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또한 판매자나 함께 투약한 사람에게 연락해 말을 맞추는 행위는 그 자체가 증거인멸 교사, 경우에 따라 범인도피 문제로 번집니다. 지난 사건에서 한 번 봐준 사람에게 다시 연락하는 것도 같은 위험이 있습니다.
2단계. 경찰 조사: "언제 했는가"가 "했는가"보다 중요합니다
재범 사건의 경찰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투약 여부가 아니라 투약 시점입니다. 시점에 따라 집행유예 실효 여부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해당 여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확정 전 범행이면 '후단 경합범'으로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번 투약이 지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면,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으로 다뤄집니다. 이 경우 법원은 지난 사건과 함께 재판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하고, 집행유예의 실효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확정 이후, 특히 유예기간 중의 범행이라면 앞서 본 실효 규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같은 한 번의 투약이라도 판결 확정일 하루 차이로 결과가 갈릴 수 있습니다.
모발검사 구간은 재범 사건에서 더 길게 잡힙니다
첫 사건에서는 3cm 내외의 모발로 최근 3개월 정도를 봤다면, 재범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유예기간 전체를 확인하기 위해 더 긴 모발을 구간별로 나누어 감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발 1cm가 대략 한 달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어느 구간에서 양성이 나왔는지가 곧 시점 증거가 됩니다.
지금 할 일
조사 전에 본인이 기억하는 투약 시점을 달력 위에 정리하고, 판결 확정일·유예기간 시작일과 대조해 두십시오.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하면 수사기관은 모발 구간 감정 결과대로 가장 넓게 공소사실을 구성합니다.
진술은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미리 구분해서 해야 합니다. 재범 사건에서 전면 부인은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하고, 뒤늦은 자백은 반성의 진정성을 깎습니다.
하지 말 일
수사관이 제시하는 추가 혐의(매매, 교부, 알선)에 대해 "그냥 나눠준 것"이라고 가볍게 답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대가 없이 건넨 행위도 '수수'나 '교부'로 별도 처벌되며, 재범 사건에서는 이 추가 혐의 하나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3단계. 구속 여부: 재범 사건은 영장 청구 기준선이 낮아집니다
결론적으로, 동종 전과가 있고 유예기간 중 범행이면 단순 투약이라도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비율이 초범과 비교할 수 없이 높습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인 재범 위험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수사기관이 입증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보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주거와 직업이 안정적인가, 증거를 인멸했거나 할 만한 정황이 있는가, 그리고 이미 한 번 기회를 받았음에도 반복했는가입니다. 세 번째는 재범 사건에서 피할 수 없는 불리한 요소이므로, 앞의 두 가지에서 만회해야 합니다.
지금 할 일
출석 요구 단계에서부터 치료 개시 증빙을 만들어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 등록, 재활 프로그램 참여 확인서는 "재범 위험이 통제되고 있다"는 거의 유일한 객관 자료입니다.
가족이 있다면 주거 확인서, 재직증명서, 가족의 보호 의지를 담은 서면을 실질심사 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영장 단계에서 준비할 시간은 보통 하루이틀뿐입니다.
하지 말 일
실질심사에서 "지난번에도 집행유예로 끝났으니 이번에도"라는 태도는 판사에게 재범 위험이 그대로라는 인상을 줍니다. 전과를 숨기거나 축소하는 것도 조회 한 번으로 드러나 신뢰만 잃습니다.
4단계. 검찰 단계: 기소유예의 문은 사실상 닫혀 있습니다
재범 사건에서 기소유예나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는 원칙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제도들은 초범이거나 전력이 경미한 경우를 전제로 운용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단계의 현실적인 목표는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공소사실의 범위를 정확히 하는 것: 모발 구간 감정으로 추정된 투약 횟수가 실제보다 넓게 잡혔다면, 검찰 단계에서 시점·횟수를 다투어 공소장에 반영해야 합니다.
추가 혐의를 분리하는 것: 투약 외에 매매·교부·알선이 함께 기소되면 양형기준상 유형 자체가 달라집니다. 대가 여부, 주도 여부를 이 단계에서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할 일
3단계에서 시작한 치료를 끊지 말고 기록을 이어 가야 합니다. 검찰 단계에서 제출하는 치료 기록은 "구속을 피하려고 급하게 만든 것"인지 "실제로 지속하는 것"인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하지 말 일
기소 전에 판매자나 공범을 제보하겠다는 식의 거래를 스스로 제안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수사 협조가 양형에 반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제보는 무고나 허위진술 문제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5단계. 재판: 다시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는가
법률상으로는 집행유예 기간 중 범한 죄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예기간 중의 범죄라 하더라도 재판 시점에 지난 형의 집행이 종료된 것은 아니므로,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막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마약 동종 재범에 두 번째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전제로 준비해야 합니다.
형법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중략)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문의 단서를 뒤집어 읽으면, 지난 사건이 실형이었고 출소 후 3년 안의 범행이라면 집행유예 자체가 법률상 봉쇄됩니다. 이 경우 재판의 목표는 처음부터 형량의 길이가 됩니다.
양형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요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투약·단순소지 사건에서 동종 누범과 반복적 범행을 대표적인 가중 요소로, 진지한 반성과 치료 의지·자수·수사 협조를 감경 요소로 둡니다. 재범 사건에서 감경 요소는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치료의 연속성: 발각 직후부터 선고 시까지 끊기지 않은 진료·상담 기록.
환경의 변화: 판매자와 연락 수단을 끊었다는 객관 자료(번호 변경, 계정 삭제 시점 증빙), 거주지·직장 변경.
보호자의 관리 계획: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 구체적으로 적은 서면. "잘 돌보겠다"는 문장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정기 약물검사 자진 실시: 재판 진행 중 스스로 소변·모발검사를 받아 음성 결과를 순차 제출하는 방식은 재범 위험이 통제된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이수명령과 치료감호
마약류관리법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200시간 범위에서 재범예방 교육·재활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독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검사가 치료감호를 함께 청구할 수 있고, 마약류 중독의 치료감호는 최대 2년까지 가능합니다. 치료감호는 형벌과 별개로 집행되므로,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아 두는 것이 이 단계에서도 중요합니다.
하지 말 일
재판 중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취지의 반성문을 반복해서 제출하는 것은 지난 사건에서도 같은 반성문을 냈다는 점 때문에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반성문보다 검사 결과지 한 장이 더 무겁습니다.
6단계. 판결 이후: 실효·합산, 그리고 보호관찰 취소
실형이 확정되면 이번 형과 되살아난 지난 형을 순차로 복역하게 됩니다. 두 형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 집행되므로, 가석방 요건이나 형기 계산도 각각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보호관찰 기간 중 준수사항을 심하게 위반하면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실효가 새 판결의 확정을 요건으로 하는 것과 달리, 취소는 보호관찰소의 신청과 법원의 결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약물검사 거부, 소재 불명, 지시 불이행이 반복되면 이번 사건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지난 형의 집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할 일
보호관찰 중이라면 이번 사건과 별개로 보호관찰소의 출석·검사 요구에 빠짐없이 응해야 합니다.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보호관찰을 소홀히 하면 취소라는 별도의 절차가 먼저 움직입니다.
항소 여부는 선고 후 7일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1심에서 제출하지 못한 치료 기록이나 검사 결과가 있다면 항소심에서 보완할 수 있으므로, 선고 직후에 변호인과 항소 실익을 따져야 합니다.
정리: 재범 사건에서 결과를 바꾸는 순서
재범 사건은 "했느냐"를 다투는 사건이 아니라 "언제 했느냐, 그리고 지금 멈췄느냐"를 증명하는 사건입니다.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발각 즉시 지난 판결문의 확정일과 유예기간을 확인하고, 증거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경찰 조사 전에 투약 시점을 달력 위에 정리하고,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눕니다.
출석 요구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고 기록을 남깁니다. 영장 단계에서 준비할 시간은 없습니다.
검찰 단계에서 공소사실의 시점·횟수·추가 혐의를 정확히 다툽니다.
재판에서는 반성문이 아니라 검사 결과, 치료 기록, 환경 변화의 증빙으로 재범 위험이 통제됨을 보입니다.
판결 전후로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어기지 않습니다. 취소는 판결과 별개로 진행됩니다.
첫 사건에서 받은 집행유예는 "다음에도 봐준다"는 약속이 아니라 "다음에는 두 개의 형을 산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 조건이 현실이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위의 여섯 단계 안에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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