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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회의에서 정신과 진료 사실 말했다가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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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회의에서 정신과 진료 사실 말했다가 벌어진 일 

유승윤 변호사

설명하려던 것뿐인데, 발설이 됩니다

"이사회 자리에서 다른 임원이 '그 직원, 요즘 왜 그래요?'라고 묻길래 정신과 진료 받고 있다고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이게 문제가 되나요?" 이런 질문을 인사담당자분들께 종종 받습니다. 신고 접수 이후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고, 숨기려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려던 것뿐이었다는 겁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설명하려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입니다. 그 의도는 이후 책임 판단에서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발설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지는 못합니다. 신고가 접수된 순간부터 회사에는 법이 정한 조사·조치 의무가 발생합니다.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고, 신고자나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책임은 네 갈래로 갈립니다

진료 사실은 허위가 아니므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국면입니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며,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소수에게 사실을 말했더라도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합니다. 다만 전파가능성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했거나 비밀이 보장되는 상황이었다면 공연성이 부정될 수 있고, 전파가능성을 근거로 삼으려면 그 위험을 인식하고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까지 있어야 합니다. 인원이 제한된 회의였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건강 정보는 민감정보에 해당하며, 별도 동의나 법령상 근거 없이는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누설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누설이란 아직 비밀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는 일체의 행위로, 알리는 방법에 제한이 없고 부작위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동의는 당초 동의를 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만 효력이 있습니다. 병가 처리를 위해 받은 동의로 임원 보고까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이 조항 위반의 구체적인 벌칙 법정형은 사안마다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와 별개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은 조사자,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합니다. 위반 시 형사처벌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정리하면 이번 사안은 첫째 명예훼손, 둘째 민감정보 처리 위반, 셋째 조사 비밀누설, 넷째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까지 네 갈래로 책임이 갈립니다.

"사용자 보고"는 어디까지 예외일까

제76조의3 제7항 단서는 조사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는 경우를 비밀누설의 예외로 둡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임원진에게 후속 조치를 설명한 행위가 이 예외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예외는 조치 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범위로 한정됩니다. 참석한 임원 전원이 조치 결정 권한을 가진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진료 사실처럼 조치 판단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보고 범위에 들어가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신고 내용 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고서에 기재되었는지와 무관하게, 피해근로자등의 동의 없이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되어서는 안 됩니다.

담당자 개인 징계가 더 급합니다

발설한 담당자 본인에게도 별도 책임이 남습니다.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을 징계사유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회사의 과태료보다 담당자 개인의 징계 위험이 오히려 더 직접적일 수 있습니다. 발설 사실이 확인되면 그 자체가 별도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원 사건 가해자에 대한 조치와 발설 담당자에 대한 조치는 각각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발설 이후 해당 직원에 대한 평가나 처우가 종전과 달라졌다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이 금지하는 불리한 처우 문제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불리한 조치인지를 판단할 때 문제 제기 시점과의 근접성, 조치의 경위, 종전 관행과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살피며, 조치가 신고와 무관하다는 점은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고, 별도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발설 직후 정정이나 철회 의사를 밝혔는지, 참석자 전원에게 외부 전달 금지를 안내했는지, 이 과정이 회의록이나 서면으로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대응 순서가 책임 범위를 가릅니다

발설 사실을 인지한 단계에서 어떤 대응을 남겨두는지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검토를 받으시면, 정보 관리 실패가 불리한 처우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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