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명령과 당사자적격 — 채무자도 제3채무자 상대 소송 가능해졌다
추심명령과 당사자적격 — 채무자도 제3채무자 상대 소송 가능해졌다
법률가이드
소송/집행절차대여금/채권추심

추심명령과 당사자적격 — 채무자도 제3채무자 상대 소송 가능해졌다 

강대현 변호사

채권을 압류당하고 추심명령까지 받으면 그 채권의 주인이었던 채무자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실제로 지난 25년 동안 법원은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낸 이행소송을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원칙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 글에서는 추심명령이 원래 어떤 효력을 갖는지, 25년간의 원칙이 왜 바뀌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놓인 채무자·추심채권자·제3채무자 각각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추심명령이 채무자에게서 가져가는 것 — 처분금지와 추심권의 이전

등장인물을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고 있는데, B는 C에게 물건대금이나 공사대금을 받을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A가 법원에서 B의 C에 대한 채권을 압류하면,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은 C(제3채무자)에게는 B에 대한 지급을 금지하고, B(채무자)에게는 그 채권의 처분과 영수를 금지합니다. 이 압류명령은 제3채무자인 C에게 송달된 순간 효력이 생깁니다(같은 조 제3항).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용어부터 짚으면, 이 구도에서 '채무자'는 A에게는 빚을 진 사람이지만 C에 대해서는 원래 돈을 받아야 할 채권자였던 사람이고, '제3채무자'는 채무자(B)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A가 추심명령까지 받으면 상황이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은 추심명령이 있으면 압류채권자(A)가 대위절차 없이 압류채권을 직접 추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원래 채권자를 대신해 권리를 행사하려면 채권자대위권처럼 별도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추심명령을 받은 압류채권자는 그런 절차 없이 곧바로 C에게 "나에게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C가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A는 민사집행법 제249조 제1항에 따라 직접 소송(추심의 소)을 제기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원래의 채권자였던 B, 즉 채무자가 같은 채권을 두고 C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는지였습니다.

추심명령의 효력은 처분금지·영수금지(민사집행법 제227조)와 추심채권자의 직접 추심권(제229조 제2항)까지다 — 그 채권에 관한 소송을 채무자가 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25년간 굳어진 원칙 — "채무자는 소송할 자격이 없다"

이 물음에 대해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은 오랫동안 명확한 답을 제시해 왔습니다.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그 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그 채권에 관한 소송을 수행할 권능, 즉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추심명령으로 채권의 추심권능이 압류채권자에게 넘어간 이상, 그 채권에 관한 소송수행권 역시 함께 넘어갔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이 실무에 미친 파장은 작지 않았습니다.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미 소송을 진행하던 중에 자신의 채권자로부터 추심명령을 당하면, 그 소송은 당사자적격 흠결을 이유로 각하될 위험에 놓였습니다. 각하된 판결은 본안 판단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어서, 채무자가 수년간 들인 소송 비용과 시간이 전부 허사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추심채권자가 추심의 소를 제기하지 않고 있거나 무자력·소극적인 상태라면,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 만족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발만 구르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 채무자가 진행 중이던 소송이 추심명령 하나로 당사자적격 흠결 각하 위험에 노출됨.

  • 추심채권자가 소극적이면 채무자도, 추심채권자도 사실상 권리행사를 하지 않는 공백이 생김.

  • 제3채무자 입장에서는 누가 진짜 상대방인지 압류·추심명령 서류를 볼 때마다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음.

대법원 2025년 전원합의체 판결 — 당사자적격, 25년 만에 되살아나다

대법원 2025. 10. 23. 선고 2021다25297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25년 된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다수의견의 결론은,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는 그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이제는 채무자도, 추심채권자도 각자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이런 근본적인 소송요건 문제에서 뒤집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그만큼 실무에 미치는 파장도 큽니다.

전원합의체가 25년 된 판례를 변경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 압류명령이 금지하는 것은 채무자가 현실적으로 급부를 수령하는 행위와 채권을 양도·포기하는 등 처분하는 행위이지, 소를 제기해 권리의 존재를 확인받고 이행을 구하는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제기는 급부의 수령이 아니라 권리의 주장일 뿐이므로, 압류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둘째, 이미 진행 중이던 소송을 당사자적격 흠결로 각하하면 그동안의 심리 결과가 통째로 무위로 돌아가 소송경제에 반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압류의 효력은 급부의 현실적 수령과 채권의 처분을 금지하는 데 있을 뿐, 소를 제기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 — 이것이 25년 판례를 뒤집은 핵심 논리다.

다수의견의 핵심 논리 — 처분·영수 금지와 소제기는 다른 문제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이중지급 위험에 대한 우려에 다수의견이 정면으로 답했다는 것입니다. 채무자와 추심채권자가 각자 소송을 낼 수 있게 되면 제3채무자가 같은 채권을 두고 두 번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데, 다수의견은 이 위험이 기존 제도만으로 충분히 통제된다고 보았습니다. 제3채무자는 소송에서 압류·추심명령이 있다는 집행장애 사유를 항변으로 제시할 수 있고, 필요하면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라 채무액 전액을 공탁해 채무 자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탁이 이루어지면 그 뒤의 배당은 압류·추심 절차 안에서 정리되므로, 제3채무자가 실제로 이중으로 돈을 내주는 결과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판단입니다.

이 논리는 실무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채무자가 낸 소송에서 채무자 승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단계에서 제3채무자는 압류·추심명령의 존재를 다시 주장할 수 있고, 실제 지급은 추심채권자와의 관계를 정리한 뒤에 이루어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결국 판결을 받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는 것은 별개의 단계이고, 압류의 처분금지·영수금지 효력은 후자의 단계에서 여전히 작동합니다. 다수의견은 이 두 단계를 분리해서 봄으로써, 채무자의 소송할 권리를 넓히면서도 압류 제도의 실효성은 그대로 유지하는 절충점을 찾은 셈입니다.

이중지급 위험은 어떻게 막나 — 제3채무자의 방어 수단

제3채무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실제로 돈을 두 번 낼 위험이 있는지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3채무자에게는 이미 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채무자가 이행소송을 걸어오든 추심채권자가 추심의 소를 걸어오든, 제3채무자는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다는 사실을 소송상 항변으로 제출해 무조건적인 지급판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라 채무액 전부를 법원에 공탁하면, 그 이후의 다툼은 공탁금을 둘러싼 배당절차에서 채권자들 사이에 정리되고 제3채무자는 채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 채무자·추심채권자 중 누구로부터 소장을 받든, 압류·추심명령 사본을 확보해 집행장애 사유로 항변할 것.

  • 지급 상대방이 불명확하거나 이중청구가 우려되면 채무액 전액을 공탁(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

  • 공탁 사유는 법원에 신고해야 하며(같은 조 제4항), 신고가 늦어지면 이해관계인이 대신 신고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것.

당신이 채무자·추심채권자·제3채무자라면 — 지금 달라지는 것

채무자라면 이제 자신의 채권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추심채권자가 추심의 소를 제기하지 않고 미루는 사이에도, 채무자 스스로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고 권리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 지급을 받으려면 여전히 압류·추심명령이 걸려 있는 이상 현실적 수령은 제한된다는 점, 그리고 추심채권자와의 관계를 별도로 정리해야 한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추심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동시에 같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된 만큼, 채무자의 소송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민사집행법 제249조 제2항에 따른 공동소송참가를 활용해 절차를 정리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제3채무자로서는 앞서 본 대로 항변과 공탁으로 위험을 관리하되, 채무자와 추심채권자 양쪽에서 소송이 들어올 가능성 자체를 이제는 전제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세 당사자 모두에게 공통되는 실무적 조언은, 압류·추심명령의 송달일자와 그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보관해 두라는 것입니다. 이 서류 하나가 이제는 각자의 소송상 지위를 좌우하는 핵심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진행 중이던 사건은 어떻게 되나 — 판례 변경의 시간적 효력

판례 변경이 이루어지면 자연히 궁금해지는 것이 과거 사건은 구제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원칙적으로 판례의 변경은 법령의 개정과 달리 시행일을 따로 두지 않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건, 즉 현재 상소심에 계속 중인 사건에는 바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과거 당사자적격 흠결로 1심에서 각하판결을 받았더라도 항소·상고로 다투고 있는 상태라면,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상급심에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이미 각하판결이 확정되어 버린 사건은 사정이 다릅니다. 판례가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절차법의 원칙이기 때문에, 종전 원칙에 따라 각하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건은 이번 판례 변경으로 자동으로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한 뒤, 새로운 법리에 따라 다시 소를 제기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지, 이미 확정되었는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자신의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짚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와 원래 채무자가 동시에 소송을 내면 어떻게 되나요?

A.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채무자와 추심채권자 모두 당사자적격을 갖게 되어 각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3채무자는 압류·추심명령이 있다는 사실을 항변으로 제시하거나 채무액을 공탁해 이중지급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Q. 예전에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받은 사건도 다시 살릴 수 있나요?

A.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상소심에서 다투고 있는 중이라면 이번 판례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미 확정된 판결이라면 판례 변경 자체가 재심사유는 아니므로, 소멸시효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 새로 소를 제기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Q. 추심명령을 받으면 채무자는 이제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그 채권을 처분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이번 판결이 바뀐 것은 소송을 제기할 자격, 즉 당사자적격 문제일 뿐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27조에 따른 채권의 처분·영수 금지 효력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채무자가 채권을 양도하거나 직접 돈을 받는 것은 여전히 제한됩니다.

Q. 제3채무자인데 채무자와 추심채권자 양쪽에서 소장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우선 압류 및 추심명령 서류를 확인해 집행장애 사유로 항변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이중지급이 걱정되면 채무액 전부를 법원에 공탁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되는 상황이라 대응이 복잡해질 수 있어 초기에 전체 그림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이번 판례 변경은 추심명령뿐 아니라 전부명령에도 적용되나요?

A.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의 당사자적격 문제를 다룬 것입니다. 전부명령은 압류채권이 압류채권자에게 확정적으로 이전되는 구조(민사집행법 제229조 제3항)여서 성격이 다르므로,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개별 사안에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채무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돈은 누구에게 지급되나요?

A. 채무자가 승소하더라도 압류·추심명령이 살아있는 한 채무자가 직접 급부를 수령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됩니다. 실제 지급과 배당은 그 채권을 압류·추심하고 있는 절차 안에서 추심채권자와의 관계를 통해 정리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맺음말

추심명령이 나면 채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2025년 10월 23일 이전까지는 맞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정확한 설명이 아닙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5년 된 원칙을 뒤집으면서, 채무자도 자신의 채권을 지키기 위해 제3채무자를 상대로 직접 목소리를 낼 길이 열렸습니다. 다만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다른 문제이고, 압류의 처분·영수 금지 효력은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사건이 이미 확정된 것인지, 아직 다투고 있는 것인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압류·추심명령 서류와 그동안의 소송 경과부터 정확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채권 회수 과정에서 이런 절차적 쟁점 때문에 실제 권리 행사가 늦어지는 사례를 자주 접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강대현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