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은 상속포기해도 받는다 — 수익자 미지정이면 상속인 고유재산인 이유
사망보험금은 상속포기해도 받는다 — 수익자 미지정이면 상속인 고유재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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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은 상속포기해도 받는다 — 수익자 미지정이면 상속인 고유재산인 이유 

강대현 변호사

가족이 세상을 떠나면서 감당하기 힘든 빚까지 남긴 경우, 남은 가족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서두르게 됩니다. 이때 흔히 하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상속을 포기했으니 고인이 들어둔 사망보험금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망보험금은 대부분 상속재산이 아니라 보험수익자인 상속인 자신의 고유재산이어서, 빚을 물려받지 않기 위해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보험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원칙이 통하는 경우와 예외가 갈리는 지점이 있고, 세금 문제에서는 결론이 또 달라지므로 이를 구분해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과 분리되는 구조 — 보험계약의 삼면관계

생명보험·상해보험 계약에는 보험료를 내는 보험계약자, 보험사고의 대상이 되는 피보험자, 보험금을 받는 보험수익자라는 세 당사자가 있습니다.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계약에서는 통상 사망한 사람이 피보험자이고, 보험금을 받을 사람인 보험수익자는 계약 체결 당시 별도로 지정해 둡니다. 상법 제733조 제1항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보험계약자가 살아있는 동안 특정인을 보험수익자로 못박아 두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입니다. 이렇게 보험수익자가 정해져 있으면,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그 보험수익자는 보험자에게 직접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를 얻습니다.

이 구조에서 핵심은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받는 근거가 상속이 아니라 보험계약이라는 점입니다.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가 사망하기 전부터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이미 예정되어 있던 권리이고, 보험사고 발생과 동시에 보험수익자 본인에게 원시적으로 발생합니다. 대법원도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이 갖는 보험금청구권에 대해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판시해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상속재산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보유하고 있던 재산이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상속인에게 포괄승계되는 것인데, 사망보험금은 애초에 피상속인의 재산이었던 적이 없으므로 이 승계의 대상 자체가 아닌 셈입니다.

보험수익자의 보험금청구권은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직접 발생하는 권리이지, 피상속인의 재산을 물려받아 생기는 상속재산이 아니다.

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았다면 — 상법 제733조 제4항이 만드는 결과

문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따로 지정하지 않고 사망하거나,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먼저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법 제733조 제4항은 보험계약자가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생긴 경우에는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즉 계약서에 수익자란이 비어 있거나 미지정으로 남아 있어도, 법률 규정 자체가 그 공백을 상속인으로 채워주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보험 가입 당시 수익자를 특정하지 않고 그냥 둔 계약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사망보험금은 결국 이 조항에 따라 피보험자의 상속인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법률 규정으로 사후에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된 경우에도 그 보험금이 고유재산으로 취급될까요. 대법원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본 2003다29463 판결은 상해보험에서 보험수익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상법 제733조에 의해 피보험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 되는 경우에도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의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수익자를 처음부터 정해 계약서에 써넣었는지, 아니면 지정을 안 해서 법률 규정으로 상속인이 채워졌는지는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고 사망사고가 발생해 상법 제733조에 따라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는 경우에도, 그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다.

'수익자=상속인'이라고만 써놨어도 마찬가지 — 대법원 2000다31502 판결

계약서에 아예 수익자를 비워두지 않고, '상속인'이라는 단어 그 자체를 수익자란에 적어 넣은 경우도 실무에서 자주 보입니다.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면서 만기까지 생존하면 본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보험금을 받는 것으로 지정하는 방식입니다.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은 이런 사안에서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상속재산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익자란에 특정 이름 대신 상속인이라는 지위 명칭을 적어 넣었다고 해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상속인'이라는 표기가 상속법상 재산을 물려받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보험금을 받을 사람을 특정하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보험계약자가 수익자란에 구체적 이름 대신 상속인이라고 써넣은 것은, 보통 계약 체결 시점에는 아직 누가 최종적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남을지 확정하기 어렵거나, 법정상속분대로 나눠 받게 하려는 의도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지정은 피보험자 사망 시점에 민법 제1000조가 정한 상속인 순위에 해당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지정 방식으로 해석되고, 그 사람이 상속을 승인했는지 포기했는지는 애초에 이 지정의 조건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다음 항목에서 다룰 상속포기의 효력 문제가 바로 이 해석에서 출발합니다.

상속포기를 해도 보험금 수령엔 영향이 없는 이유

민법 제1042조는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상속을 포기하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취급되고, 그 결과 피상속인의 빚은 물론 재산도 물려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소급효가 미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민법 제1005조가 말하는 상속재산, 즉 피상속인에게 귀속되어 있던 재산에 관한 권리의무입니다. 사망보험금이 상속인의 고유재산인 이유가 바로 여기서 연결됩니다. 애초에 상속재산이 아닌 권리라면, 상속재산에 대한 포기의 효력이 미칠 대상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순간 보험수익자 본인에게 직접, 원시적으로 발생합니다. 상속을 거쳐서 취득하는 권리가 아니라 보험계약이라는 별도의 법률관계에서 나오는 권리이기 때문에, 상속포기의 소급효가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본다고 선언하더라도 그 선언은 상속재산의 승계를 부정할 뿐 보험계약에 따른 고유의 권리취득까지 부정하지는 못합니다. 실무에서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때 가정법원의 상속포기 심판문을 함께 제출해도 지급이 거절되지 않는 이유, 그리고 상속포기·한정승인을 신청한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받아 사용해도 이를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가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 보험수익자가 특정인 이름으로 지정된 경우 — 그 사람의 고유재산, 상속포기와 무관하게 수령 가능.

  • 보험수익자가 '상속인'으로만 지정된 경우 — 상속인 순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고유재산.

  • 보험수익자를 아예 지정하지 않은 경우 — 상법 제733조 제4항에 따라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고, 역시 고유재산.

  • 위 세 경우 모두 상속포기 여부가 보험금 수령 자체를 막지 못함.

상속포기의 소급효(민법 제1042조)는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의무 승계를 부정할 뿐, 애초에 상속재산이 아닌 보험금청구권의 취득까지 부정하지는 못한다.

포기자가 있어도 그 몫이 다른 상속인에게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상속재산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민법 제1043조는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 비율대로 그들에게 귀속된다고 정합니다.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공동상속인인데 자녀 한 명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 몫은 남은 배우자와 자녀가 나눠 갖게 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사망보험금에는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7다215728 판결은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 중 1인이 자신에게 귀속된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하더라도 그 포기한 부분이 당연히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지는 아니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 각자가 보험계약에 따라 개별적으로, 원시적으로 취득하는 고유재산이기 때문에 민법 제1043조와 같은 상속재산 귀속 규정이 자동으로 준용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상속인 중 1인이 보험금 몫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면, 그 몫이 나머지 상속인에게 자동으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자에게 남거나 별도의 법률관계로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외 —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 본인이라면 상속재산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고유재산 원칙은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 이외의 제3자, 즉 상속인 등으로 지정되어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 자신으로 되어 있는 계약이라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예컨대 만기까지 생존하면 본인이 환급금을 받기로 한 저축성 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처럼 본인이 치료비를 청구해 받는 구조의 보험에서 피보험자가 미처 청구하지 못한 보험금·환급금이 남아 있는 경우, 이는 피보험자가 사망하기 전부터 이미 피보험자 자신에게 귀속되어 있던 재산입니다.

이런 재산은 민법 제1005조가 정한 포괄승계의 대상, 즉 통상적인 상속재산이 됩니다. 피보험자 본인이 보험수익자였던 권리는 사망 전에 이미 본인 몫으로 확정되어 있었을 뿐 사망으로 새로 발생한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앞서 본 판례들이 말하는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상속인에게 직접 원시적으로 발생하는 권리와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상속을 포기하면 이런 유형의 보험금·환급금은 다른 상속재산과 마찬가지로 받을 수 없게 되므로, 보험증권을 확인할 때는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란이 실제로 누구로 되어 있는지부터 정확히 살펴봐야 합니다.

세금 문제는 다르다 — 민사상 고유재산이라도 상속세는 별개

여기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세금입니다. 민사적으로는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같은 법 제8조 제1항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받는 생명보험 또는 손해보험의 보험금으로서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인 보험계약에 의하여 받는 것은 상속재산으로 본다고 정해, 사망보험금을 상속세 과세 목적의 간주상속재산으로 취급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보험계약자 명의가 다르더라도 피상속인이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마찬가지로 상속재산으로 본다고 못박아, 명의만 바꿔 세금을 피하는 것도 막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4호는 '상속인' 개념에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라 상속을 포기한 사람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즉 민사적으로는 상속을 포기해 재산도 빚도 물려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세법상으로는 여전히 상속인의 범위 안에 들어가 있고, 사망보험금을 실제로 받았다면 그 받은 금액을 한도로 상속세 납부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3조의2). 결국 상속포기는 피상속인의 빚에서는 확실히 벗어나게 해주지만, 보험금에 관한 세금 문제까지 자동으로 없애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민사상 고유재산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라는 결론과, 상속세및증여세법상 간주상속재산으로 과세된다는 결론은 서로 다른 문제이며 둘 다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속을 포기하면 사망보험금도 당연히 못 받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이 아니라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되는 경우, 즉 수익자가 특정 상속인으로 지정되었거나 '상속인'으로만 지정되었거나 아예 지정 없이 상법 제733조 제4항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상속포기와 무관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 본인으로 되어 있던 환급금·미청구 보험금은 상속재산이라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Q. 보험증권에 수익자가 비어 있으면 아예 보험금을 못 받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상법 제733조 제4항이 그 공백을 메워,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정합니다. 대법원도 이 경우의 보험금청구권을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Q.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보험금 받을 권리를 포기하면 다른 상속인이 그만큼 더 받게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보험수익자인 상속인 1인이 자신의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해도 그 부분이 당연히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재산에 적용되는 민법 제1043조의 귀속 규정이 고유재산인 보험금에는 그대로 준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Q. 상속을 포기했는데 보험금을 받으면 나중에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되나요?

A. 고유재산인 사망보험금을 청구·수령하는 행위는 상속재산을 처분·소비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태도입니다. 상속의 승인·포기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험금이 아니라 예금·부동산 등 실제 상속재산에 손을 댔다면 법정단순승인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상속재산과 고유재산을 구분해 처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사망보험금을 받으면 세금은 전혀 안 내도 되나요?

A. 민사상 고유재산이라는 것과 세법상 취급은 별개입니다.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였거나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한 사망보험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조에 따라 상속재산으로 간주되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상속을 포기한 사람도 같은 법이 정한 상속인 범위에 포함되어, 실제로 받은 금액 한도에서 상속세 납부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Q.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이 사망보험금에 강제집행할 수 있나요?

A. 사망보험금이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되는 이상,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이를 상속재산인 것처럼 취급해 강제집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속인 자신의 채권자가 그 상속인 몫의 보험금에 대해 강제집행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만 보험료 납입 경위나 지정 방식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례에서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인지 고유재산인지는 수익자를 누구로 지정했는지에 따라 갈리고, 상속인으로 지정되어 있거나 아예 지정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상속을 포기해도 보험금을 받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 본인으로 되어 있는 환급금·미청구 보험금은 성격이 다르고, 상속세 측면에서는 상속포기 여부와 무관하게 간주상속재산으로 과세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보험증권상 수익자란이 실제로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그리고 상속포기 절차와 보험금 청구 절차를 어떤 순서로 밟을지입니다. 상속포기 심판청구는 피상속인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경기남부 지역이라면 수원가정법원)에 접수하는 절차인 만큼, 보험금 청구와 상속포기를 함께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두 절차의 순서와 근거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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