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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채권 담보 질권, 유질약정 있으면 질물 바로 가져올 수 있는 이유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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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채권 담보 질권, 유질약정 있으면 질물 바로 가져올 수 있는 이유와 한계 

강대현 변호사

거래처가 물건값을 갚지 못해 담보로 잡아둔 동산이나 주식을 곧바로 가져올 수 있는지, 아니면 경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헷갈려 하는 사업주가 많습니다. 민법은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변제기 전에 담보물을 미리 자기 것으로 하기로 약정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상거래에서 생긴 채권을 담보하는 질권에는 이 금지가 빠집니다. 그렇다고 상사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질권자가 아무 절차 없이 담보물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계약서에 그런 약정(유질약정)을 실제로 넣어두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사채권을 담보한 질권에서 유질약정이 언제 유효하고,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며, 어디까지 다툴 수 있는지를 실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질권의 기본 구조와 유질계약 금지 원칙

동산질권은 민법 제329조에 따라 채권자가 채무자 또는 제3자가 제공한 동산을 점유하면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자기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그 실행 방법은 법이 정해둔 절차를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민법 제338조는 질권자가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 질물을 경매하거나,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감정인의 평가를 거쳐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질물로 직접 변제에 충당(간이변제충당)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어느 쪽이든 경매든 간이변제충당이든 법원이 개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민법 제339조는 여기에 강한 제약을 하나 더 겁니다. 질권설정자는 채무 변제기가 되기 전의 계약으로, 질권자에게 변제에 갈음해 질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거나 법률이 정한 방법에 의하지 않고 질물을 처분할 것을 약정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유질계약 금지 원칙입니다. 급전이 필요해 담보를 내준 채무자가 궁박한 처지를 이용당해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담보물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한 강행규정으로, 이를 위반해 유질특약을 맺어도 그 특약 부분은 무효가 됩니다.

민법은 변제기 전에 질물을 채권자가 임의로 가져가기로 하는 약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 채무자가 궁박한 처지에서 불리한 조건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법 제59조가 여는 예외 — 상사채권이면 유질계약이 허용된다

상법 제59조는 "민법 제339조의 규정은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한 질권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즉 담보하려는 채권이 상행위로 생긴 것이라면, 질권설정계약에 유질약정을 넣어도 그 약정이 민법상 금지에 걸려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대출금 채권, 물품대금 채권, 공사대금 채권처럼 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을 담보로 질권을 설정할 때는 계약 당사자들이 미리 "채무를 갚지 못하면 담보물을 채권자가 취득하거나 임의로 처분해 충당한다"는 조항을 넣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예외가 인정되는 이유는 상거래의 성격 때문입니다. 상인 간 거래는 대등한 협상력을 전제로 하고, 채권 회수가 지연되면 자금 순환에 곧바로 타격을 주기 때문에 법원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담보를 실행할 필요가 민사거래보다 크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사채권을 담보한 질권에서는 유질약정이 계약자유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그 내용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실제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유질약정이 유효하려면 — 상인 여부가 아니라 채권의 성격이 기준

상법 제59조를 적용받기 위해 질권설정자 본인이 상인이어야 하는지가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졌는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다207499 판결이 이 문제를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이 판결은 질권설정계약에 포함된 유질약정이 상법 제59조에 따라 유효하려면 그 질권설정계약의 피담보채권이 상행위로 인하여 생긴 채권이면 충분하고, 질권설정자가 상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상법 제3조가 "당사자 중 그 1인의 행위가 상행위인 때에는 전원에 대하여 본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 중 한쪽만 상행위를 한 경우(일방적 상행위)로 생긴 채권을 담보하는 질권에도 상법 제59조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그 대출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회사의 개인 주주들이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에 근질권을 설정해 준 구조였습니다. 담보를 제공한 주주 본인은 상인이 아니었지만, 담보하는 대상인 대출금 채권 자체가 회사와 금융기관 쌍방의 상행위로 생긴 채권이었기 때문에 유질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된 것입니다. 즉 제3자가 자기 재산으로 타인의 상사채무를 담보하는 물상보증 형태여도, 담보 대상 채권이 상행위로 생긴 것이면 유질약정은 그대로 효력을 갖습니다.

유질약정이 없으면 — 상사채권이라도 원칙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상법 제59조는 민법상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일 뿐, 상사채권이라는 사실만으로 유질특약이 자동으로 있는 것처럼 취급해 주지는 않습니다. 계약서에 "채무불이행 시 질권자가 질물을 취득하거나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는 유질조항을 실제로 넣어두어야만 그 조항이 유효하게 작동합니다.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없다면, 담보하는 채권이 상행위로 생긴 것이라 해도 질권의 실행은 여전히 민법 제338조가 정한 원칙, 즉 경매 또는 법원의 허가를 받은 간이변제충당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실무에서 흔한 오해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상사채권을 담보로 잡았으니 당연히 갚지 않으면 바로 가져올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약서에 별다른 조항을 넣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작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법원에 경매를 신청하거나 감정평가와 법원 허가를 거치는 절차를 그대로 밟아야 해서 시간과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납니다. 상사채권을 담보로 질권을 설정할 때 유질조항을 미리 계약서에 명시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귀속정산형과 처분정산형 — 계약서 문구가 실행 방식을 가른다

유질약정을 넣더라도 그 실행 방식은 계약서에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앞서 본 2017다207499 판결의 근질권설정계약은 실행 조항을 이렇게 정하고 있었습니다. "질권을 실행할 수 있는 경우에 질권자는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시기, 가격 등에 의하여 담보주식을 임의 처분하고 그 취득금을 충당하거나,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시기, 가격 등에 의하여 피담보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변제에 갈음하여 담보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이 문구 하나에 두 가지 실행 방식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귀속정산형으로, 질권자가 질물의 소유권을 그대로 취득하고 그것으로 채무 변제에 갈음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처분정산형으로, 질권자가 적당한 방법·시기·가격으로 질물을 제3자에게 임의매각한 뒤 그 대금을 채권에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방식을 택할지, 취득하거나 처분한 가치가 채권액을 초과할 때 그 초과분을 채무자에게 돌려줄 정산(청산)의무를 어떻게 정할지는 모두 계약 내용에 달려 있습니다. 상사질권의 경우 계약서로 이 정산의무를 면제하거나 방법을 달리 정해 감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이해이므로, 정산조항이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귀속정산형 — 질권자가 질물 소유권을 직접 취득, 초과가치 반환 여부는 약정에 따라 달라짐.

  • 처분정산형 — 적당한 방법·시기·가격으로 임의매각 후 대금을 충당, 잔액은 정산.

  • 정산조항이 계약서에 없으면 채무불이행 이후 분쟁의 소지가 커짐.

유질약정의 실행 방식은 법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 문구가 정한다 — 귀속형인지 처분형인지, 정산의무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실행 단계에서 다투지 않는다.

실제 사례로 보는 유질약정의 작동 — 대출금 채권과 주식 근질권

2017다207499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유질약정이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한 회사가 중국 소재 빌딩 인수 사업 자금으로 금융기관들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으면서, 1년 내에 갚지 못하면 다른 은행이 그 대출금 채권을 양수하기로 하는 업무약정을 맺었습니다. 은행은 이 대출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회사의 개인 주주들로부터 그들이 보유한 회사 주식에 근질권을 설정받았고, 그 계약서에는 앞서 본 유질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이자마저 연체하자, 은행은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라 담보로 잡은 주식을 매수자에게 매각하고 그 대금을 대출금 채권에 충당했습니다. 주주였던 원고는 매각대금이 지나치게 낮다며 이 매각이 무효라고 다투었지만, 법원은 담보하는 채권(대출금 채권)이 회사와 금융기관 쌍방의 상행위로 생긴 채권이므로 유질계약이 상법 제59조에 따라 유효하고, 질권설정자인 원고가 상인이 아니어도 결론은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이 회사의 상사채무를 위해 자기 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담보 실행 국면에서는 법원 개입 없는 사적 실행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유질약정에도 한계는 있다 — 처분가액과 절차의 상당성

유질약정이 유효하다고 해서 질권자가 아무 가격에나 담보물을 처분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사건의 계약서도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 시기, 가격"으로 처분할 것을 조건으로 달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원고는 매각대금 1억 원이 주식의 실질 가치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통정허위표시, 반사회적 법률행위, 근질권자의 처분권한 남용 등을 주장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회계법인이 회사의 자본잠식 상태와 담보 부동산에 이미 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된 사정 등을 고려해 주식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점, 원고가 매각 전 가치평가에 필요한 재무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매각대금이 실질 가치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실무상 시사점은 두 가지입니다. 계약이 정한 "적당한 방법·가격"을 현저히 벗어난 처분이라면 반사회적 법률행위(민법 제103조)나 불공정 법률행위(민법 제104조)로 다툴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다툼에서 이기려면 채무자 쪽이 가치평가 자료를 미리 확보해 적극적으로 반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약서 작성·검토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

상사채권을 담보로 질권을 설정하거나 반대로 질권설정자가 되는 입장이라면, 계약서 단계에서 아래 사항을 확인해 두는 것이 나중의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유질약정은 일단 계약서에 들어가면 채무불이행 시점에 법원 개입 없이 곧바로 작동하는 조항이므로, 서명 전에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 담보하려는 채권이 상행위로 인해 생긴 것인지(대출·매매대금·공사대금 등) 먼저 확인.

  • 유질조항이 실제로 들어있는지, 귀속정산형·처분정산형 중 어느 방식인지 문구를 직접 확인.

  • 정산(청산)의무의 유무와 계산 방법이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 확인.

  • 평가 방법(감정기관 등)과 실행 전 통지 절차가 정해져 있는지 확인.

  • 제3자가 자기 재산으로 타인의 상사채무를 담보(물상보증)하는 구조라면, 그 제3자에게도 유질조항 효력이 그대로 미친다는 점을 인지.

자주 묻는 질문

Q. 상사채권이면 유질약정 없이도 질권자가 바로 질물을 가져갈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상법 제59조는 민법의 유질계약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고, 계약서에 유질조항을 별도로 넣어야 실제로 작동합니다. 조항이 없으면 상사채권이라도 민법 제338조에 따른 경매나 법원 허가 간이변제충당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Q. 질권설정자가 개인(비상인)이어도 유질약정이 유효한가요?

A. 유효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유질약정이 유효하려면 피담보채권이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면 충분하고 질권설정자 본인이 상인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사자 중 한쪽만 상행위를 한 경우(일방적 상행위)에도 상법 제59조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Q. 귀속정산형과 처분정산형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귀속정산형은 질권자가 질물의 소유권을 그대로 취득하는 방식이고, 처분정산형은 적당한 방법·가격으로 임의매각한 뒤 대금을 채무에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쪽으로 실행할지, 초과분을 돌려줄지는 계약서 문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Q. 유질약정으로 처분한 가격이 너무 낮으면 다툴 수 있나요?

A. 계약서가 정한 "적당한 방법·시기·가격"을 벗어난 처분이라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는 평가 근거자료와 매각 경위가 함께 심리되므로, 채무자 쪽에서 가치평가 자료를 미리 확보해 반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제3자가 자기 재산으로 타인의 상사채무를 담보(물상보증)한 경우에도 유질약정이 적용되나요?

A. 적용됩니다. 담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채무자 본인이 아니라 제3자라 하더라도, 피담보채권 자체가 상행위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 유질약정은 유효하게 작동합니다.

Q. 유질약정이 있으면 정산(청산)은 전혀 받을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정산의무를 어떻게 정할지는 계약 내용에 달려 있어, 계약서로 정산의무를 면제하거나 방법을 달리 정해 감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정산조항이 없다면 분쟁 시 불리해질 수 있어 체결 단계에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상사채권을 담보한 질권은 민법의 유질계약 금지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 예외가 저절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유질조항을 명시적으로 넣었는지, 그 조항이 귀속정산형인지 처분정산형인지, 정산의무를 어떻게 정했는지에 따라 채무불이행 이후의 실행 국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사채권이니 당연히 바로 가져올 수 있겠지"라는 짐작만으로 계약서를 넘기기보다, 조항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것이 담보를 잡는 쪽에도, 담보를 내주는 쪽에도 유리합니다.

시화·반월 산업단지를 비롯해 중소기업 간 거래가 활발한 경기남부에서는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을 담보하기 위해 상사질권을 활용하는 사례를 자주 접합니다. 계약서 문구 하나로 실행 방식과 분쟁 가능성이 크게 갈리는 만큼, 질권 설정 단계에서부터 계약서를 검토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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