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차량 트렁크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주사기를 찾아내고, 모발감정에서도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 마약류 투약 혐의는 꼼짝없이 유죄로 굳어질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1심과 2심에서 그렇게 유죄로 판단된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습니다. 모발에서 필로폰 성분이 나왔다는 사실과 차량에서 주사기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정황'일 뿐, 특정 날짜에 특정 방법으로 투약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증명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모발감정과 트렁크 주사기 같은 간접증거만으로 투약죄가 유죄로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와, 실제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논리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필로폰 투약죄, 무엇을 증명해야 유죄가 되나 — 공소사실 특정과 증거재판주의
마약류 투약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호를 근거로,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하는 행위를 처벌한다(제60조 제1항 제2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문제는 소지나 매매와 달리 투약은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순간의 행위라, 압수물처럼 눈에 보이는 증거가 그대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사는 결국 모발·소변 감정 결과나 주변 정황 같은 간접증거로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투약했는지를 재구성해서 증명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장에 범죄의 시일·장소·방법을 명시해 다른 사실과 구별되도록 공소사실을 특정하라고 정한다. 투약죄에서는 이 특정이 유독 까다로운데, 투약은 매 순간이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므로 시기가 애매하면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 효력이 미치는 범위조차 가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정성을 갖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와 제308조(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만으로, 그것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이 설 때만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 모발 양성 반응이나 트렁크 주사기처럼 '있을 법한' 정황이 여러 개 모였다고 해서 자동으로 그 기준을 넘는 것은 아니고, 각 정황이 실제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힘을 가지는지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투약은 순간의 행위이고 신체에 남는 흔적은 그 이후의 결과일 뿐이다 — 검사는 그 틈을 간접증거로, 법원은 합리적 의심 없는 확신으로 메워야 한다.
모발감정 양성, 그 자체로 유죄가 되지 않는 이유 — 투약가능기간 추정의 함정
대법원은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판결에서, 모발감정결과만을 근거로 투약 시기를 추정해 유죄를 인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7도44 판결도 같은 취지). 모발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1cm씩 자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이고 나이·성별·건강상태·모발 채취 부위에 따라 성장 속도에 적지 않은 편차가 있다. 게다가 채취된 모발 안에는 성장기·휴지기·퇴행기 단계의 모발이 섞여 있어, 길이만으로 투약 시점을 역산하는 방법 자체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판례의 지적이다.
실무에서는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모발을 뿌리 쪽부터 일정 간격(예: 3cm 단위)으로 잘라 구간별로 감정하는 절단모발 감정을 활용한다. 그런데 절단 구간에서 모두 양성이 나왔다고 해도, 앞선 시점에 이미 투약해 남아 있던 성분이 새로 자란 부분까지 이어져 나온 것인지, 공소사실에 적힌 기간에 실제로 투약해서 나온 것인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대법원이 다룬 사건에서도 1차 모발감정과 2차 모발감정 사이에 한 달 넘게 시간차가 있었는데, 1차 감정에서 검출된 성분이 자라나 2차 감정의 구간별 결과와 사실상 같은 내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파기 이유 중 하나였다.
모발감정 결과를 받아들었다면 다음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구간별(절단) 감정인지, 뿌리부터 끝까지 통짜로 본 감정인지.
채취된 모발의 길이와 공소사실에 적힌 투약 기간이 실제로 맞물리는지.
같은 시기 소변검사 결과와 일치하는지 — 소변은 통상 투약 후 며칠 내 성분만 검출된다.
투약가능기간이 수십 일에서 수개월로 넓게 잡혀 있는지.
모발감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그대로 범행시기로 인정하면,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투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다.
트렁크 주사기, 간접증거로 인정되려면 — DNA·소지 경위·공동사용 가능성
차량 트렁크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주사기가 나왔다는 사실은 언뜻 결정적 증거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누가' 그 주사기를 사용했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주사기에서 실제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DNA나 여러 사람의 DNA가 혼합되어 나왔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차량이 법인 명의이거나 가족·지인과 함께 쓰는 차량이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그 차량을 피고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객관적 자료(단독 명의, 상시 보관 장소, 승하차 기록 등)가 없는 상태에서, 트렁크에 다른 사람의 소지품이 함께 있었거나 다른 사람이 그 차량을 탑승·운행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주사기 발견 사실이 투약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주사기에서 피고인 단독의 DNA가 검출되고, 주사기 안에 남은 성분이 모발·소변 감정 결과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며, 피고인이 그 차량을 배타적으로 사용했다는 정황까지 갖춰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때는 여러 간접증거가 서로 보강하며 하나의 결론을 향해 모이기 때문에, 법원이 합리적 의심 없는 확신에 이르기가 한결 쉬워진다.
주사기에서 다수인의 DNA가 혼합 검출된 경우.
차량을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한 정황(동승자 소지품·탑승 장면)이 확인되는 경우.
팔 등 신체를 근접 촬영해도 주사 자국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소변검사가 음성으로 나온 경우.
이 네 가지가 겹치면 트렁크 주사기라는 정황증거의 증명력은 급격히 약해진다.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은 논리 — 2023도8024 판결이 짚은 지점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결의 사건을 보면 이 원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원심은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량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주사기가 나왔다는 사실을 근거로 투약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짚은 문제는 여러 갈래였다. 1차 모발감정은 구간별 절단감정이 이뤄지지 않아 투약 시점 자체를 특정할 수 없었고, 2차 모발감정 역시 구간마다 양성이 나왔지만 1차 감정에서 검출된 성분이 시간이 지나 자라난 결과와 구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두 차례 실시한 소변검사에서는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트렁크에서 발견된 소형주사기 9개 중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2개에서도 피고인의 DNA는 나오지 않고 여러 사람의 DNA가 혼합 검출됐다.
여기에 더해 피고인의 양팔을 수차례 근접 촬영했음에도 주사 자국이 발견되지 않았고, 문제의 차량을 피고인 외에 다른 사람도 함께 사용했다는 정황(동승자의 소지품, 탑승 장면이 찍힌 CCTV)까지 확인됐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들을 종합할 때 모발감정과 트렁크 주사기라는 두 정황만으로 투약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증거재판주의·자유심증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모발에 대한 감정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과 사용하던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사정만으로 투약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반대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결합증거
그렇다고 모발감정이나 정황증거가 항상 무력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실제로 유죄를 인정하는 사건들을 보면, 대체로 여러 종류의 증거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대표적으로 구간별 절단모발 감정 결과가 공소사실의 투약 시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경우, 소변검사에서도 함께 양성이 나와 최근 투약 사실이 뒷받침되는 경우, 압수한 주사기·계량저울·약봉지 등에서 피고인 단독의 지문이나 DNA가 검출되는 경우, 판매자와의 통화·문자 내역이나 계좌 이체 기록으로 구매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투약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이나 자백이 더해지면 유죄 판단은 한층 견고해진다.
결국 핵심은 증거의 개수가 아니라 결합력이다. 서로 독립된 여러 증거가 하나의 사실(특정 시기·장소·방법의 투약)을 향해 모순 없이 겹칠 때 비로소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에 이른다. 반대로 정황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소변은 음성인데 모발만 양성, 주사기엔 타인 DNA만 검출) 시간이 지나면 사실상 같은 결과로 수렴해버리는 관계라면, 아무리 정황이 많이 모여도 그 결합력은 약하다.
수사 단계에서 챙겨야 할 것 — 모발감정 대응과 진술 요령
압수수색 과정에서 모발과 소변을 채취당했다면,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미리 준비할 부분들이 있다. 먼저 채취된 모발의 길이와 채취 부위를 정확히 확인해 두고, 감정기관이 구간별(절단) 감정을 실시했는지 통짜 감정에 그쳤는지를 변호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술 단계에서는 차량·소지품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있다면 그 사용 경위를 구체적으로(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진술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문자메시지, 통화기록, 목격자, CCTV 존재 여부)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CCTV는 삭제되고 목격자의 기억도 흐려지므로, 수사 초기에 변호인을 선임해 이런 자료를 확보하는 절차를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
모발 채취 길이·부위와 구간별 감정 여부 확인.
소변검사 결과와 모발감정 결과의 일치 여부 대조.
공동 사용 물건(차량 등)의 사용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 확보.
신체 사진촬영(주사자국 유무) 결과 확인.
변호인 참여하에 진술하고, 불리하게 쓰일 수 있는 진술은 신중히.
재판 단계 전략 — 공소사실 특정 다툼과 합리적 의심
재판에서는 크게 두 갈래로 다툴 수 있다. 하나는 공소사실 자체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이 요구하는 정도로 특정되었는지를 다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되었더라도 제출된 증거가 그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는지를 다투는 것이다.
실무에서는 후자, 즉 증거의 증명력을 다투는 쪽이 더 자주 문제 된다. 모발감정 결과의 신뢰도를 흔들기 위해 재감정을 신청하거나 감정 방법(구간별 여부, 채취 부위)의 문제를 지적하고, 주사기의 DNA 감정 결과를 확보해 타인의 DNA가 섞여 있음을 부각하며, 소변검사 음성 결과나 신체에 주사 자국이 없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식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상 유죄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그 증명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정황증거 몇 가지가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 정황들이 서로 모순되거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점을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이 분명히 보여준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되면 그것만으로 처벌받나요?
A. 아닙니다. 모발감정은 투약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일 뿐이고, 구간별 절단감정 없이는 투약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다른 증거 없이 모발 양성 반응 하나만으로는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Q. 소변검사는 음성인데 모발만 양성이면 어떻게 되나요?
A. 소변검사는 대체로 투약 후 며칠 내 성분만 검출되므로 음성이라고 해서 과거 투약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투약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소변 음성이 모발 양성과 배치되는 정황으로 작용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쓰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차량에서 주사기가 나왔는데 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증명하나요?
A. 주사기에 대한 DNA 감정을 신청해 자신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거나 타인의 DNA가 함께 나왔음을 확인하고, 차량을 다른 사람도 함께 사용했다는 자료(동승 기록, 소지품, 목격 진술)를 확보해 제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Q. 대법원까지 가서 파기되면 곧바로 무죄가 확정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면 사건은 다시 원심법원으로 돌아가 그 법원이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다시 심리·판단합니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사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그때 비로소 무죄가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Q. 모발 재감정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네,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변호인을 통해 재감정이나 구간별(절단) 감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발이 자라거나 잘려 나가 감정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증거가 애매한 초범인데 기소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있나요?
A. 증거관계가 불명확하고 투약 사실을 다툴 여지가 있다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그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 불기소나 기소유예로 종결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안마다 달라 구체적인 증거관계를 놓고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맺음말
필로폰 투약죄에서 모발감정 양성과 트렁크 주사기 발견은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유력한 단서지만, 재판에서는 그 자체로 유죄를 담보하지 못하는 정황일 뿐입니다. 대법원이 실제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한 것도, 각각의 증거가 서로 모순되거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릅니다. 모발감정 방식을 확인하고, 공동 사용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서둘러 확보하며, 진술 하나하나가 나중에 공소사실 특정이나 증명력 다툼에 어떻게 쓰일지 미리 가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지검·수원구치소로 사건이 넘어가는 경기남부 지역 마약사건에서도 이 원리는 다르지 않습니다. 증거관계를 처음부터 꼼꼼히 짚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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