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은 학생의 다리를 학원 계단에서 몰래 찍었다가,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당수는 "성관계 장면도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모습을 찍었을 뿐인데 왜 성착취물이냐"며 억울해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아동·청소년이 일상생활을 하며 신체를 노출한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성적 대상화에 해당하면 성착취물로 볼 수 있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적 행위 장면이 없는데도 성착취물로 판단되는 법적 근거와 기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상황이 여기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란 무엇인가 — 법이 정한 두 가지 요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요건이 나옵니다. 하나는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이거나 그렇게 명백히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인물이 법이 정한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법 제2조 제4호는 성적 행위의 유형을 열거하는데, 성교 행위나 유사 성교 행위처럼 적극적인 행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4호 다목은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제5호 정의 자체에도 "그 밖의 성적 행위"라는 포괄적 문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즉 법 조문 자체가 이미 성교 장면이 아니어도 성착취물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셈입니다.
성교 행위 — 실제 성행위를 묘사하는 경우.
구강·항문 등 신체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자위 행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은 성교 장면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 신체 노출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표현했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로 평가되면 그 자체로 요건을 충족한다.
성적 행위가 없어도 성착취물이 되는 이유 — 대법원 2021도4265 판결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1도4265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이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아니라 일상생활 중 신체를 노출한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문제 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아청법의 입법 목적을 짚었습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적 행위를 엄중히 처벌해 성적 학대나 착취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이런 영상물에 대한 지속적 접촉이 실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위 자체를 엄격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논리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결론을 명확히 냈습니다. "아동·청소년 등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신체를 노출한 것일 뿐 적극적인 성적 행위를 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를 몰래 촬영하는 방식 등으로 성적 대상화하였다면 이와 같은 행위를 표현한 영상 등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구법(2020. 6. 2. 개정 전) 사안을 다뤘지만, 판단의 근거가 된 정의 규정(제2조 제4호 다목·제5호)은 현행법에도 문구 그대로 남아 있어 이 법리는 지금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신체를 노출한 것을 몰래 촬영하는 방식 등으로 성적 대상화하였다면" — 성적 행위의 존재가 아니라 성적 대상화 여부가 성착취물 해당성을 가르는 기준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몰래 촬영이 '성적 대상화'로 판단되는 기준 — 법원이 보는 것
그렇다면 어떤 몰래 촬영이 '성적 대상화'로 평가될까요. 판결문이 하나의 수식으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실무에서는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 방식이 드러나는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하거나 그 부위가 프레임 중심에 오도록 구도를 잡았는지,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밀하게 촬영이 이루어졌는지, 같은 대상을 반복적으로 촬영했는지가 우선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우연히 배경에 사람이 잡힌 사진과, 의도적으로 각도를 조정해 신체 특정 부위를 겨냥한 촬영은 처음부터 성격이 다릅니다.
촬영 이후의 정황도 판단 자료가 됩니다. 촬영물을 신체 부위별로 분류해 저장했는지, 파일명이나 메모에 성적인 표현이 붙어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유포를 시도한 흔적이 있는지 등은 촬영 당시의 의도를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로 쓰입니다. 반대로 단체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프레임에 들어온 장면이거나, 신체 부위를 부각하려는 구도가 전혀 없었다면 같은 '신체 노출 촬영'이라도 성적 대상화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촬영 구도 —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집중해 찍었는지.
은밀성·반복성 — 피해자 모르게, 같은 대상을 여러 차례 촬영했는지.
저장·정리 방식 — 신체 부위별 폴더링, 성적 표현이 담긴 파일명 등.
유포 정황 — 전송·공유를 시도하거나 협박에 이용하려 한 흔적.
촬영 구도, 은밀성, 저장 방식, 유포 정황을 종합했을 때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다뤘다고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 촬영물에 성행위 장면이 담겼는지는 관건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여기 해당하나 — 교실·탈의실·대중교통의 몰카
실제로 문제 되는 유형은 일상 공간에 밀집해 있습니다. 학교나 학원 탈의실·체육관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문틈이나 사물함 사이로 촬영한 경우, 교실이나 계단에서 교복 치마 안쪽이나 다리를 겨냥해 촬영한 경우, 대중교통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 신체 부위를 확대해 촬영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목욕탕이나 찜질방, 수영장 탈의실처럼 신체 노출이 예정된 공간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아동·청소년이 지나가는 모습을 촬영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안들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성적 행위를 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 즉 옷을 갈아입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씻는 순간을 몰래 촬영당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촬영자가 신체 특정 부위를 겨냥해 은밀하게 찍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앞서 본 대법원 법리에 따라 성적 행위 유무와 무관하게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의율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촬영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점은 처벌을 막는 사정이 아니라 오히려 은밀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벌 수위 — 제작·소지·유포에 따라 달라지는 형량
아청법 제11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한이 5년이고 상한이 무기징역인 만큼 살인이나 강도상해에 준하는 수준으로 무겁게 설계된 법정형입니다. 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광고·전시한 경우는 제11조 제3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성착취물임을 알면서 구입·소지·시청한 경우도 제11조 제5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됩니다.
이 형량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몰래 촬영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성인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 벌금형을 선택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반면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고 성착취물 요건까지 충족하면 아청법이 우선 적용되어 애초에 법정형에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규정돼 있습니다. 같은 '몰래 촬영'이라도 피해자의 연령 하나로 벌금형 가능 여부와 하한 형량이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성인 대상 몰카는 벌금형도 가능하지만,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면 벌금형 자체가 없고 최소 1년 이상의 징역형만 법정형으로 규정돼 있다.
촬영물을 갖고만 있어도 처벌되는 이유 — 소지죄의 무게
직접 촬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전달한 영상을 저장만 해두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청법 제11조 제5항의 소지죄는 촬영자가 아니어도, 그 영상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하면서 구입·소지·시청한 사실만으로 성립합니다. "몰랐다"는 항변은 파일명, 함께 온 대화 내용, 저장 경위 등으로 인식 가능성이 인정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삭제했다는 사정도 죄의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촬영이나 소지 행위 시점에 이미 범죄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지죄의 법정형은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크게 강화됐습니다. 개정 전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형 선고도 가능했지만, 현재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바뀌어 벌금형이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전달받은 영상을 지우지 않고 보관만 해도 실형 선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에 남아 있는 파일은 삭제 기록이나 접속 이력을 통해 복구·추적될 수 있어, 뒤늦게 지웠다는 사정만으로 수사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접 촬영하지 않고 전달받아 저장만 한 경우.
단체 대화방에서 자동 저장된 파일을 지우지 않고 둔 경우.
클라우드나 백업 서비스에 동기화되어 남아 있는 경우.
소지죄는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규정돼 있어, '보관만 했다'는 사정이 곧바로 가벼운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
수사·재판에서 쟁점이 되는 지점 — 피해자 연령과 인식가능성
실제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정말 19세 미만인지, 또는 외관상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지가 자주 다퉈집니다.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1학년 사이처럼 나이가 애매한 경계에서는 교복 착용 여부, 학생증, 재학 사실 확인 등 객관적 자료로 연령을 특정하는 절차가 뒤따릅니다. 피고인이 "성인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촬영 당시 교복이나 학생 신분을 나타내는 정황이 있었는지를 살펴 그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동·청소년은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에 있어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취급되므로, 설령 촬영 사실을 나중에 알고도 문제 삼지 않았다거나 큰 반발이 없었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몰래 촬영 자체로 이미 요건을 충족한 이상 그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촬영 기기의 위치, 저장된 파일의 구도와 개수, 유포 시도 여부 등이 핵심 증거로 다뤄지므로, 이 지점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얼굴이 안 나오고 신체 일부만 찍혔어도 성착취물이 되나요?
A.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다면 얼굴이 프레임에 없어도 교복이나 체형, 촬영 장소 같은 정황으로 특정될 수 있어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자료로도 연령을 짐작할 단서가 없다면 그 부분부터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Q. 성인인 줄 알고 찍었는데 나중에 미성년자로 밝혀지면 어떻게 되나요?
A. 촬영 당시 외관·정황상 미성년자임을 알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며, 교복 등 뚜렷한 정황이 있었다면 착오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성인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Q. 촬영한 영상을 바로 삭제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촬영 행위 자체로 제작죄가 완성되기 때문에 이후 삭제 여부가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진 삭제나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친구가 보내준 영상을 저장만 했는데도 처벌 대상인가요?
A.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하면서 저장했다면 소지죄가 성립할 수 있고,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겁게 규정돼 있습니다. 몰랐다는 주장은 파일명이나 대화 내용 등으로 인식 가능성이 인정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성인 대상 몰카와 아동·청소년 대상 몰카는 처벌이 왜 다른가요?
A. 성인을 촬영한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적용돼 벌금형도 가능하지만,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우선 적용돼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돼 있어 실무상 훨씬 무겁게 처리됩니다.
Q. 여러 차례 촬영했거나 다수를 촬영한 경우 형량이 더 늘어나나요?
A. 상습적으로 제작 범행을 저지른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고, 피해자 수나 촬영 기간, 유포 시도 여부 등은 구체적인 양형에서 가중요소로 반영됩니다.
맺음말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은 성적 행위 장면의 유무가 아니라 신체 노출을 몰래 촬영하는 방식으로 성적 대상화했는지입니다. 대법원이 이 기준을 분명히 밝힌 이상, "성관계 장면이 없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으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촬영 구도와 은밀성, 저장·유포 정황이 함께 판단되고, 직접 촬영하지 않고 전달받아 보관만 한 경우에도 소지죄가 무겁게 적용된다는 점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피해자의 연령이나 촬영 경위, 저장·유포 정황이 애매하게 얽힌 사건일수록 초기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법리를 검토하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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