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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만 알려줘도 처벌될 수 있다 — 범죄에 쓰일 줄 알았다면 성립하는 계좌정보 제공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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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만 알려줘도 처벌될 수 있다 — 범죄에 쓰일 줄 알았다면 성립하는 계좌정보 제공죄 

강대현 변호사

중고거래를 하거나 급전이 필요할 때 "계좌번호만 잠깐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카드나 통장을 통째로 넘기는 것도 아니고 숫자 몇 개를 알려주는 것뿐이니 별문제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범죄의 자금 이동 통로로 쓰이는 순간 계좌번호를 알려준 사람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종래에는 계좌번호나 비밀번호만으로는 제3자가 독자적으로 거래지시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접근매체 양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경우가 있어 처벌에 공백이 있었지만, 전자금융거래법에 계좌정보 제공행위 자체를 규율하는 조항이 신설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좌번호만 알려준 경우에도 성립하는 계좌정보 제공죄가 무엇인지, 기존 접근매체 양도죄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는 항변이 실제 재판에서 어디까지 통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계좌번호만 알려줬을 뿐인데 — 흔한 오해와 처벌의 실제 근거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상황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지인이 "급하게 돈 받을 데가 있는데 잠깐만 네 계좌로 받아서 전달해줘"라고 부탁하는 경우, 온라인 구인 게시판에 올라온 "재택으로 단순 입출금 확인만 하면 되는 고수익 알바"에 응모하며 계좌번호를 등록하는 경우, 중고거래 대금을 받으면서 본인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 계좌번호를 대신 알려주는 경우까지 유형이 다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생각이 "카드나 도장, 통장 실물을 넘긴 것도 아니고 그냥 숫자만 불러줬을 뿐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법적으로 위험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뿐 아니라,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제공하는 행위 자체를 별도로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접근매체를 실물로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조항 앞에서는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보이스피싱 조직 입장에서는 통장이나 카드를 직접 확보하는 것보다 계좌번호만 확보해 자금을 잠깐 경유시키는 방식이 추적을 피하기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아, 이런 형태의 요청이 실제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신설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만으로는 제3자가 스스로 이체 등 거래지시를 실행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접근매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해석이 있었고, 이 틈을 이용해 계좌번호만 요구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피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계좌정보 제공행위 자체를 규율 대상으로 삼는 조항이 별도로 만들어진 것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 지인의 부탁으로 잠깐 계좌를 빌려주는 경우 — "며칠만 쓰고 돌려준다"는 말과 함께 접근.

  • 고수익 재택 아르바이트 공고 — 단순 입출금 확인·전달 명목으로 계좌정보 요구.

  • 중고거래·대여 정산 — 본인 계좌가 아닌 제3자 명의 계좌번호를 대신 안내.

  • 도박사이트 환전·투자 리딩방 — 입금 전용 계좌번호 확보 목적의 접근.

계좌번호만 알려준 경우에도 범죄에 쓰일 것을 알았거나 그럴 목적이 있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 — 접근매체를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처벌을 막아주는 방패가 아니다.

접근매체와 계좌정보는 다르다 — 처벌 공백은 왜 생겼나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0호는 접근매체를 "전자식 카드 및 이에 준하는 전자적 정보", "전자서명생성정보 및 인증서",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등록된 이용자번호", "이용자의 생체정보", 그리고 "이러한 수단이나 정보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비밀번호"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 정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단순한 계좌번호 그 자체는 이 열거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접근매체는 어디까지나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수단"을 뜻하는데, 계좌번호만으로는 인터넷뱅킹에 로그인하거나 이체를 실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정도의 정보만 넘어간 경우 이를 제6조 제3항이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도·대여·보관·전달·유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사례가 있었습니다. 접근매체 자체를 넘긴 것이 아니라 정보 몇 개를 말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였습니다. 문제는 이런 해석이 실제 범죄 현장에서는 처벌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점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굳이 통장이나 카드를 확보하지 않고도, 계좌번호만 확보해 피해금을 그 계좌로 입금받은 뒤 곧바로 다른 계좌로 재이체시키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처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에 계좌와 관련된 정보의 제공·보관·전달·유통 행위 자체를 별도로 규율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이제는 접근매체에 해당하는지를 따지기 전에, 계좌번호 등 계좌 관련 정보를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이용될 것을 알면서 주고받거나 유통시켰는지 자체가 독자적인 처벌 근거가 됩니다.

접근매체의 정의(제2조 제10호)는 카드·인증서·등록된 이용자번호·생체정보·비밀번호를 열거할 뿐 계좌번호 자체를 포함하지 않는다 —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좌정보 제공행위를 별도로 규율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의3 — 계좌정보 제공죄의 성립요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의3은 "누구든지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거나 제공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이 규율하는 행위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제공·제공받음)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정보를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계좌와 관련된 정보"에는 계좌번호는 물론 예금주 명의, 개설 은행, 계좌 잔액 등 계좌 자체를 특정하고 그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주관적 요건은 "범죄에 이용할 목적"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입니다. 접근매체 조항인 제6조 제3항 제2호는 대가를 받았는지를 별도의 성립요건으로 두지만, 계좌정보 제공죄는 대가 수수 여부를 요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즉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계좌번호를 알려줬더라도, 그것이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한 행위였다면 이 조항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단순히 "돈을 받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항변은 이 조항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처벌 수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5호에 규정되어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는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는 접근매체 양도·양수(제1호), 대가를 받고 하는 대여·보관·전달·유통(제2호), 범죄 목적의 대여·보관·전달·유통(제3호)과 동일한 법정형입니다. 입법자가 계좌정보 제공행위를 접근매체 관련 범죄와 같은 무게로 다루고 있다는 뜻입니다.

  • 주체 — 제한 없음("누구든지"), 계좌 명의인이 아니어도 성립 가능.

  • 객체 — 계좌번호·예금주 명의·개설은행 등 계좌 관련 정보.

  • 행위 — 제공받거나 제공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

  • 주관적 요건 — 범죄에 이용할 목적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대가 수수는 요건 아님).

대가를 받았는지는 계좌정보 제공죄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다 —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계좌번호를 무상으로 알려주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알면서"는 어디까지 인정되나 —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는 판례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7151 판결은 계좌정보 제공죄와 문언 구조가 동일한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 대해, 여기서 말하는 범죄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형법 등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접근매체를 이용해 저질러지는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죄명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행위 당시 행위자가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고, 실제로 상대방이 그 정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나 인식한 것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지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결론입니다.

계좌정보 제공죄를 규정한 제6조의3도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라는 동일한 문언을 쓰고 있습니다. 두 조항이 같은 입법 목적(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에서 나왔고 문언까지 같은 만큼, 법원이 계좌정보 제공죄의 "알면서" 역시 동일한 미필적 인식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해석이 실무상 유력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보이스피싱인지, 도박자금 세탁인지)에 쓰일지 몰랐더라도, 막연하게나마 "이 계좌가 정상적인 용도로 쓰이지는 않겠다"는 인식만 있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도1709 판결은 접근매체의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함으로써 그 접근매체가 타인 명의 금융계좌의 불법적인 거래·이용에 기여하게 되는 경우라면 이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하고, 행위자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미필적으로라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고의도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제공·전달"이라는 행위 태양을 넓게 해석하는 이 논리는 계좌정보 조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 직접 건네주지 않고 중간에서 전달만 해준 경우에도 처벌 범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실무상 법원은 상대방과 생면부지인지, 대가나 수수료 명목의 돈이 오갔는지, 계좌 사용 목적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는지, 사후에 지급정지나 수사기관 연락이 있었는지 등 정황을 종합해 미필적 인식 여부를 판단합니다.

  • 상대방과의 관계 — 일면식 없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계좌 요청인지.

  • 대가·수수료 — 계좌번호를 알려준 대가로 금품이 오갔는지.

  • 사용 목적 설명 — 계좌를 왜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 설명을 요구·확인했는지.

  • 사후 정황 — 계좌 지급정지, 수사기관 연락 이후의 대응 태도.

실제로 어떤 상황이 처벌 대상이 되나 — 구체적 사례로 보는 계좌정보 제공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온라인 구인 게시판을 통한 접근입니다. "재택으로 단순 입출금 확인만 하면 하루 몇만원씩 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접근해 계좌번호와 명의자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계좌를 확보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액의 대가를 제시하면서도 업무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모호하다는 점 자체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미필적 인식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인 관계를 이용한 요청입니다. "잠깐만 돈 받아서 전달해줘", "내 계좌가 지금 압류돼 있어서 그런데 네 계좌로 좀 받아줄 수 있어?"라는 식의 부탁을 받고 별다른 의심 없이 계좌번호를 알려줬는데, 실제로는 도박사이트 환전이나 사기 피해금 세탁에 이용된 경우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지인 관계라도 거래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유독 서두르며 재촉하는 등 부자연스러운 정황이 있었다면, 이후 수사 단계에서 몰랐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온라인 중고거래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례입니다. 판매자가 "제 명의 계좌가 막혀 있어서 다른 사람 계좌로 대신 받는다"며 제3자 명의의 계좌번호를 구매자에게 알려주는 경우, 그 계좌 명의인이 이런 용도로 자신의 계좌가 쓰인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계좌번호 제공을 허락했다면 계좌정보 제공죄 성립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업무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제시하는 경우.

  • 계좌 사용 목적에 대한 설명을 회피하거나 얼버무리는 경우.

  • 비대면으로 급박하게 계좌 정보 제공을 재촉하는 경우.

  • 본인 명의가 아닌 제3자 명의로 입금을 유도하는 경우.

처벌 수위 — 접근매체 양도죄와 나란히 규정된 형량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접근매체 양도·양수(제1호), 대가를 받고 하는 대여·보관·전달·유통(제2호), 범죄 목적의 대여·보관·전달·유통(제3호), 질권설정(제4호)과 함께 계좌정보 제공(제5호)을 나란히 규정하면서 모두 동일하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계좌번호만 알려준 것과 통장·카드를 직접 넘긴 것을 처벌 수위 측면에서 다르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실무적으로 눈여겨볼 지점이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7항은 제1항 일부와 제2항 일부의 미수범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계좌정보 제공을 포함한 제4항의 범죄에 대해서는 미수범 처벌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즉 계좌번호를 알려주려다가 실제로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그친 경우라면, 이 조항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고 실제로 제공·보관·전달·유통이 완료된 경우에만 기수로 처벌됩니다.

또한 같은 조 제8항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할 수 있어, 사안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이 함께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양형은 계좌정보가 실제로 어떤 범죄에 얼마나 이용되었는지, 피해 금액이 얼마인지, 행위자가 이 과정에서 대가를 받았는지, 초범인지 여부 등 여러 정상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단순 가담 정도가 낮고 초범인 경우 벌금형에 그치는 사례도 있지만,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결되어 피해액이 크다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계좌정보 제공죄는 접근매체 양도죄와 같은 조항(제49조 제4항)에서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율된다 — 계좌번호만 알려줬다는 이유로 가볍게 볼 처벌 수위가 아니다.

몰랐다는 항변, 어디까지 통할까 — 수사·재판 대응의 실무 유의점

실제 재판에서 피고인 대부분은 "그 계좌가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앞서 살펴본 여러 정황 — 대가나 수수료의 유무, 상대방과의 관계, 계좌 사용 목적에 대한 확인 노력 여부, 사후에 계좌가 지급정지되거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을 때의 대응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미필적 인식 여부를 판단합니다. 단순히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소명이 되지 않고, 그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정황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계좌번호를 알려주기 전에 상대방에게 사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그 대화 내용을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음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후 소명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미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그 계좌가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알게 되었다면, 지체 없이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수사기관에 자진 신고하는 것이 이후 형사절차에서 정상참작 사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문제를 알고도 방치하거나 연락을 피하는 태도는 미필적 인식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계좌번호와 함께 비밀번호나 OTP, 공인인증서 등 접근매체에 해당하는 요소까지 함께 넘어간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계좌정보 제공죄뿐 아니라 접근매체 양도·대여죄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어 죄수 관계와 양형에서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계좌정보 제공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사기방조 등 다른 범죄의 성립 여부가 함께 다투어지는 경우도 실무상 드물지 않으므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어떤 정황이 어떤 죄책과 연결되는지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계좌 사용 목적을 확인한 문자·통화 기록 보존.

  • 연루 사실을 인지한 시점과 그 이후 대응(지급정지 요청, 수사협조) 정리.

  • 대가·수수료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얼마인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 확보.

  • 비밀번호·OTP 등 접근매체 요소까지 넘어갔는지 별도로 점검.

자주 묻는 질문

Q. 계좌번호만 알려줬는데 정말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네, 그렇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의3은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어 계좌번호만 알려준 경우에도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접근매체 실물을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처벌을 피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Q. 대가를 받지 않고 무료로 알려줘도 처벌되나요?

A. 계좌정보 제공죄는 대가 수수 여부를 성립요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무상으로 계좌번호를 알려줬더라도 그것이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한 행위였다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Q. 지인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는데도 처벌되나요?

A. 관계나 사정은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요소이지만, 범죄에 쓰일 것을 인식하면서 계좌정보를 제공한 이상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사유는 되기 어렵습니다. 거절이 어려웠던 사정은 정상참작 자료로 준비해 두는 것이 실무상 도움이 됩니다.

Q. 계좌번호와 함께 비밀번호나 OTP까지 알려줬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경우에는 비밀번호 등이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에 해당해, 계좌정보 제공죄와 별도로 접근매체 양도·대여죄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넘어간 정보의 범위에 따라 죄수 관계와 양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몰랐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A. 계좌 사용 목적을 확인하려 했던 문자·통화 기록, 상대방 신원 확인 노력 등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법원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행위 당시의 인식 정도를 판단합니다.

Q. 이미 계좌가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즉시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수사기관에 자진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문제를 인지한 뒤의 신속한 대응은 이후 형사절차에서 정상참작 사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계좌번호만 알려주는 행위는 통장이나 카드를 넘기는 것에 비해 가볍게 여겨지기 쉽지만, 전자금융거래법에 계좌정보 제공죄가 별도로 신설된 이상 더 이상 처벌의 사각지대가 아닙니다.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 접근매체를 직접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 모두 이 조항 앞에서는 방어 논리가 되기 어렵고, 결국 핵심은 그 계좌가 범죄에 쓰일 것을 알았는지,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있습니다.

특히 수원지검 관할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대포계좌 관련 수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거나 이미 계좌 관련 정보를 제공한 뒤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면 초기 대응이 이후 처벌 수위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계좌정보 제공죄에 해당하는지, 어떤 정황을 소명자료로 준비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법률 조력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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